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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01961
    작성자 : 바젤넘버나인
    추천 : 14
    조회수 : 1452
    IP : 14.32.***.74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20/11/16 06:51:51
    http://todayhumor.com/?panic_101961 모바일
    소년과 세 마리 늑대
    옵션
    • 창작글

     

    소년과 세 마리 늑대

     

     

    소년이 언덕에 오르자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넓고 푸른 초원에 평화로이 풀을 뜯는 양들은

    하늘에 떠다니는 뭉게구름을 떼어 지상에 뿌린 듯했고

    살랑이는 바람에 보금자리를 떠난 민들레 홀씨는

    소년의 귓가를 스쳐 지나가며

    만발한 생명의 기운을 노래했습니다.

     

     

    그야말로

    유년기의 완벽한 하루가 될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잔디에 엉덩이를 깔고 앉은 소년은

    내리쬐는 태양의 온기를 느끼며

    세상이 내린 축복과도 같은 이 순간을 만끽했습니다.


     

    그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양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발견한 소년은

    혼비백산 도망치는 양들 뒤를 쫓는

    잿빛 늑대 두 마리를 보았습니다.

     

     

    늑대 한 마리가

    무리에서 뒤처진 양의 뒷다리를 물었고

    나머지 늑대 한 마리가 양에게 달려들어 목을 물었습니다.


     

    이어

    양의 복부를 날카로운 이빨로 찢은 늑대들은

    양이 내지르는 처절한 비명에도

    쏟아져 나온 내장에 코를 박고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노골적으로 굶주림을 채우는 늑대들의 모습에

    소년은 전율했습니다.


     

    동시에

    격한 흥분에 사로잡힌 소년은

    이 야만적이고 본능을 일깨우는 듯한 늑대들의 모습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소년은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축사를 향해 달렸습니다.


     

    축사에 도착한 소년은

    때마침 저녁 식탁에 오를 돼지를 잡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둔기로 돼지의 머리를 내리친 아버지가

    기절한 돼지의 목에 칼을 깊숙이 찔러 넣자

    돼지의 목에서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어

    죽은 돼지를 허공에 거꾸로 매단 아버지는

    날카롭게 날이 선 칼로 돼지의 배를 갈랐습니다.


     

    소년이 초원에서 보았던 늑대들과는 달리

    아버지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섬세하고 절제되었으며

    손에 들린 칼은 마치 배가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듯

    두꺼운 돼지의 뱃가죽을 부드럽게 반으로 갈랐습니다.


     

    돼지의 내장을 꺼낸 아버지는

    그것들을 부위별로 나누어 각 양동이에 담았고

    그 과정에는 일체의 낭비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그 섬뜩하리 만치 숙련되고 효율적인 모습에

    경외감마저 느낀 소년은

    늑대가 나타난 사실조차 잊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버지가 잡은 돼지가 식탁에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늑대의 모습을 한 어머니와 아버지가

    돼지 앞에서 식전 감사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소년은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해괴한 상황에서

    소년의 이성을 마비시킨 결정적인 순간이 왔으니…


     

    그것은

    소년이 고기를 썰기 위해 칼을 쥔 자신의 손에서

    수북이 자라난 잿빛 털과

    날카로운 발톱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jwlee2717/222145315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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