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 <p>지금으로부터 20년은 된, 우리 할아버지가 겪으신 이야기다.</p> <p><br></p> <p>할아버지는 근처 산에 나가 취미로 들새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셨다.</p> <p><br></p> <p>그러던 어느 날, 산에 나갔다 돌아오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p> <p><br></p> <p><br></p> <p><br></p> <p>등에 크게 베인 상처가 나서 피투성이셨던데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고 옷도 너덜너덜 했던 것이다.</p> <p><br></p> <p>거기다 오른손 새끼 손가락은 부러져서 이상하게 구부러져 있었다.</p> <p><br></p> <p>깜짝 놀라 무슨 일인지 여쭸더니 [그게 말이다, 산에서 괴물이랑 싸웠어. 진짜로 위험했지 뭐냐.]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p> <p><br></p> <p><br></p> <p><br></p> <p>가족들은 모두 어이 없어 했지만,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p> <p><br></p> <p>할아버지는 평소처럼 산 속 깊이 들어 가서 산새를 찾고 계셨다고 한다.</p> <p><br></p> <p>한참 돌아다니다 지친 할아버지가 그루터기에 걸터 앉아 도시락을 드시기 시작하셨는데, 문득 등 뒤에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고 한다.</p> <p><br></p> <p><br></p> <p><br></p> <p>뒤를 돌아보려던 순간, 무엇인가로 등이 크게 베이고 엄청난 힘에 밀려서 할아버지는 그만 넘어지고 마셨다고 한다.</p> <p><br></p> <p>뒤에 있던 괴물은 [흥!] 하고 크게 숨을 쉬고 있었다.</p> <p><br></p> <p>갈색 털이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고, 뿔은 없었지만 머리는 컸다고 한다.</p> <p><br></p> <p><br></p> <p><br></p> <p>뾰족한 손톱이 자란 앞발을 들이대며 두 발로 서 있는, 난생 처음 보는 짐승이었다고 한다.</p> <p><br></p> <p>할아버지는 본능적으로 도망가봤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싸우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p> <p><br></p> <p>등산용 나이프를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그것을 무기 삼아 싸우기 시작했지만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p> <p><br></p> <p><br></p> <p><br></p> <p>이리저리 짐승의 몸에 몇 군데 나이프를 찔러 넣었지만, 그 놈은 물러서지 않고 예리한 손톱으로 계속 공격을 해왔다.</p> <p><br></p> <p>결국 할아버지는 죽음을 각오하셨다고 한다.</p> <p><br></p> <p>그런데 그 순간,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 왠 남자가 어느새 짐승 뒤에 나타나서 돌을 들고 코 끝을 후려 갈겼다.</p> <p><br></p> <p><br></p> <p><br></p> <p>짐승은 당황한 나머지 도망쳐버렸다고 한다.</p> <p><br></p> <p>남자는 굉장히 더러운 모습으로, 머리카락은 많지 않았지만 수염이 짙고 이상하게 손이 길었다고 한다.</p> <p><br></p> <p>남자는 할아버지를 보며 [도와줬으니까 답례를 해!] 라고 말했다.</p> <p><br></p> <p><br></p> <p><br></p> <p>특별히 술과 담배, 된장을 원했다고 한다.</p> <p><br></p> <p>할아버지는 흔쾌히 수락하고 산기슭에 내려와 가진 돈을 털어서 물건을 사서 남자에게 돌아갔다.</p> <p><br></p> <p>남자는 그루터기에 앉아 할아버지의 도시락을 먹으며 카메라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고 한다.</p> <p><br></p> <p><br></p> <p><br></p> <p>남자는 할아버지가 가져온 답례품에 기뻐하면서, [또 무슨 난처한 일이 있으면 간단한 선물을 가지고 여기로 오거라.] 라고 말하고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고 한다.</p> <p><br></p> <p>하지만 우리 가족들은 아무도 그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p> <p><br></p> <p>그 후 할아버지는 상처의 뒷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처에 염증이 생겨 병원에 입원하는 처지가 되었다.</p> <p><br></p> <p><br></p> <p><br></p> <p>병원에서 부상 원인을 물었을 때 할아버지는 또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역시 아무도 믿지 않았다.</p> <p><br></p> <p>하지만 나만큼은 그 이야기를 믿고 있었다.</p> <p><br></p> <p>외동이었던 나는 할아버지와 자주 같이 놀곤 했었다.</p> <p><br></p> <p><br></p> <p><br></p> <p>어머니는 안 된다고 하셨지만, 나는 몰래 할아버지를 따라 산에도 가곤 했었다.</p> <p><br></p> <p>그리고 할아버지는 산에 갈 때마다 선물이라면서 한 잔의 술을 가져가서 그 때 그 그루터기에 올려 놓으셨다.</p> <p><br></p> <p>[아마 그 놈도 괴물이긴 매한가지일거야. 하지만 은인에게 의리를 다하지 않으면 안된단다. 이렇게 여기 올려두면 다음에 왔을 때는 사라지고 없단다. 그 녀석도 나나 너희 아버지처럼 술꾼인가 봐.]</p> <p><br></p> <p><br></p> <p><br></p> <p>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너털웃음을 지으시곤 하셨다.</p> <p><br></p> <p>그 짐승에 관해 여쭤봤더니, [그 때는 당했지만 이젠 괜찮단다. 그 놈의 급소가 코라는 걸 알았으니까, 다음에 보면 냉큼 잡아서 신문사에 팔아 버리자꾸나.] 라고 말하셨다.</p> <p><br></p> <p>그러나 그 이후로 결국 짐승이건 남자건 만날 수가 없었던 것 같다.</p> <p><br></p> <p><br></p> <p><br></p> <p>할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유언장을 남기셨다.</p> <p><br></p> <p>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것을 열어보니, 유산이나 신변정리 외에 나에게 특별히 그 산에 가서 해줬으면 하는 부탁이 적혀 있었다.</p> <p><br></p> <p>그것은 산에 선물을 왕창 가져가서 그 그루터기에 두고,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는 가족들을 지켜달라고 전해주라는 것이었다.</p> <p><br></p> <p><br></p> <p><br></p> <p>가족들은 모두 어이없어 했지만 할아버지의 유언을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내가 대표로 가기로 했다.</p> <p><br></p> <p>나는 친구들 몇 명과 함께 많은 술, 담배, 된장을 가져갔다.</p> <p><br></p> <p>그리고 할아버지의 유언대로 선물 옆에 편지 한 통을 두고 산을 내려왔다.</p> <p><br></p> <p><br></p> <p><br></p> <p>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갈 즈음, 산은 개발 대상이 되어 골프장과 리조트 시설이 생겼다.</p> <p><br></p> <p>관광지로 지정된 부분은 예쁘게 관리 되고 있지만, 나머지는 쓰레기 투성이의 더러운 산이 되어 버렸다.</p> <p><br></p> <p>열심히 리조트를 유치하려던 공무원들은 희희낙락하고 있었다.</p> <p><br></p> <p><br></p> <p><br></p> <p>그렇지만 하늘에서 내려다 보실 할아버지는 한탄하고 계실 것 같다.</p> <p><br></p> <p>그 때 그 그루터기가 있던 곳은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p> <p><br></p> <p>나는 그 남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가끔 생각하곤 한다.</p> <p><br></p> <p><br></p> <p>출처: <a target="_blank" href="https://vkepitaph.tistory.com/419?category=348476" target="_blank">https://vkepitaph.tistory.com/419?category=348476</a> [괴담의 중심 - VK's Epita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