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단편] '조금 더 있고 싶었는데...'
대학원생이 된다는 거, 연구원으로서 산다는 거 그리고 졸업논문을 준비한다는 거,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건 정말이지 지옥 같은 일이다. 철야는 기본이고 집에 돌아오는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 대체 이 악몽 같은 강행군이 언제쯤 끝이 나려나 목 놓아 기다려보지만 시간이란 놈은 원체 수줍음이 많은 녀석이라 쳐다보고 주시하고 또 신경을 쓰면 쓸수록 더 바튼 걸음으로 사람의 애간장을 녹인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동이 틀 무렵의 새벽, 모처럼 랩실을 나와 무려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오던 길이었다. 바리바리 빨래 감을 한 무더기 싸짊어지고 어두운 현관문을 들어서니 낯익은 인영 하나가 방문을 열고나와 반겼다.
엄마였다.
평소보다 초췌해 보이는 얼굴이 왠지 거울 속의 나를 보는 것 같았지만, 매일 같이 반복된 피곤한 일상은 오지랖 넓던 나를 어느덧 세상 가장 무심한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다. 게다가 채 무얼 느끼기도 전에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됐다.
"말만한 처녀가 며칠이나 외박하고! 대체 뭘 하다 이제 와!"
"졸업 논문 준비하면서 집에 꼬박고박 들어오는 대학원생이 어딨어! 엄마는 순 알지도 못하면서!"
"그러다 몸 상해! 밥은 제때 챙겨 먹니?"
"아! 몰라 시끄러! 귀찮고 피곤하고 힘드니까 말 걸지마! 아 엄마는 잠이나 자지 왜 괜히 나와서 잔소리야 잔소리가! 심심하면 빨래나 해줘."
"어휴... 우리 딸... 허구 헌 날 이렇게 힘들어서 어떻게 하니?"
"됐거든요. 도와줄 거 아니면 신경 끄세요."
"근데 딸! 그건 뭐야?"
엄마가 손에 든 측정 장비를 보고 턱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평소라면 '엄마가 그런건 알아서 뭐하게' 무시하고 말았을 테지만, 그날은 기분이 묘했다. 한바탕 차갑게 쏘아붙인 것도 미안하고 해서 들고 있던 장비를 켠 뒤 우쭐대며 말했다.
"교수님이 테스트해보라고 맡긴 적외선 열 감지 카메란데, 생긴 건 일반 캠코더랑 비슷해 보여도 이렇게 켜면 온도를 색으로 표현해줘. 봐! 엄마 같은 사람은 이렇게 파랗게... 어?"
그 순간 나는 세상 가장 슬픈 표정을 보았다.
쓸쓸히 웃으며 점차 희미해져가는 엄마가 말했다.
.
.
제목을 확인하세요.
출처 | 예전에 썼던 글을 각색해 보았습니다. |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 제 목 | 이름 | 날짜 | 조회 | 추천 | |||||
---|---|---|---|---|---|---|---|---|---|---|
128 | [단편] 제7안식일 : 천국의 문 [2] | 미스공 | 19/07/25 17:39 | 143 | 10 | |||||
127 | 공지) 오유 공포 게시판 이용수칙 안내(AM 4:44관련) [8] | 미스공 | 19/07/22 11:06 | 222 | 15 | |||||
▶ | [짧은] '조금 더 있고 싶었는데...' [3] | 미스공 | 19/07/10 11:18 | 288 | 17 | |||||
125 | [단편] 무당, 박수 그리고 당산나무 이야기 [20] | 미스공 | 19/07/05 14:39 | 267 | 27 | |||||
124 | [단편] 살인마 활용법 [8] | 미스공 | 19/05/15 14:46 | 201 | 15 | |||||
123 | [단편] 병원괴담 : 555호의 비밀 [6] | 미스공 | 19/05/15 11:36 | 206 | 20 | |||||
122 | [단편] 추수꾼 [5] | 미스공 | 19/05/01 13:48 | 155 | 22 | |||||
121 | [단편] '뱀은 스스로 꼬리를 삼켰다!' [33] | 야설왕짐보 | 17/07/02 00:10 | 234 | 27 | |||||
120 | [짧은] 매우 짧은 글 몇개... [2] | 야설왕짐보 | 17/06/14 13:05 | 137 | 10 | |||||
119 | [단편/리메이크] '악행의 경제학' [12] | 야설왕짐보 | 17/06/02 20:07 | 134 | 20 | |||||
118 | [단편] 섹스를 찾아 떠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지침서 [16] | 야설왕짐보 | 17/05/22 21:07 | 352 | 16 | |||||
117 | [단편] 제7일 [11] | 야설왕짐보 | 17/02/12 18:44 | 85 | 25 | |||||
116 | [단편] 협연(協演) [7] | 야설왕짐보 | 17/02/06 11:36 | 95 | 17 | |||||
115 | [단편] 문자 그리고 나의 '두번째 엄마' [21] | 야설왕짐보 | 17/01/24 17:43 | 110 | 47 | |||||
114 | [단편] 나의 황당한 '귀신' 목격담 [4] | 야설왕짐보 | 17/01/16 14:33 | 107 | 18 | |||||
113 | [단편] 안녕 레오 : 그 남자의 추억법 [6] | 야설왕짐보 | 16/12/30 13:59 | 98 | 30 | |||||
112 | [단편/약19] '불완전한 사육' [68] | 야설왕짐보 | 16/12/20 21:45 | 218 | 45 | |||||
111 | [단편] 저주를 부르는 눈 - 귀안(鬼眼) [16] | 야설왕짐보 | 16/12/19 15:04 | 105 | 24 | |||||
110 | [중단편/약19] '엿보기 구멍 Reboot' 2/2 [5] | 야설왕짐보 | 16/12/08 14:51 | 120 | 15 | |||||
109 | [중단편/약19] '엿보기 구멍 Reboot 1/2 [4] | 야설왕짐보 | 16/12/08 14:39 | 175 | 14 | |||||
108 | [단편] 페르몬 : 거짓말의 멸종 [45] | 야설왕짐보 | 16/11/29 12:05 | 165 | 29 | |||||
107 | [약스압]'X 생태 보고서' 12<완> [12] | 야설왕짐보 | 16/11/08 06:46 | 71 | 11 | |||||
106 | [약스압]'X 생태 보고서' 10~11편 | 야설왕짐보 | 16/11/08 06:37 | 68 | 4 | |||||
105 | [약스압]'X 생태 보고서' 8~9편 [2] | 야설왕짐보 | 16/11/07 07:08 | 98 | 4 | |||||
104 | [약스압]'X 생태 보고서' 6~7편 | 야설왕짐보 | 16/11/07 06:56 | 110 | 3 | |||||
103 | [약스압]'X 생태 보고서' 4~5편 [6] | 야설왕짐보 | 16/11/06 16:00 | 66 | 10 | |||||
102 | [약스압] 'X 생태 보고서' 1~3편 [6] | 야설왕짐보 | 16/11/06 15:03 | 129 | 6 | |||||
101 | [단편] '토악질' [15] | 야설왕짐보 | 16/10/13 10:39 | 194 | 12 | |||||
100 | [단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34] | 야설왕짐보 | 16/10/11 15:23 | 285 | 27 | |||||
99 | [20Word] "조금 더 있고 싶었는데..." [10] | 야설왕짐보 | 16/09/30 15:35 | 120 | 14 | |||||
|
||||||||||
[1] [2] [3] [4] [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