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중 일병때 일입니다.
잠시 본인 부대 소개를 하자면 대부분 다들 그렇겠지만, 존나 빡세!!!
정말이지 어떻게 각종 전술 훈련이 달마다 최소 2,3개씩은 포진해 있고
작업은 언제나 산더미 같이 쌓여 있어서 전투 체육 시간도 일주일에 한 두번 할까 말까 였고
그로인해 내 지인들은 지겹게 했다는 총기 수입조차 사격 전, 후나 훈련 후 아닌 이상 하는일이 없었음.
때는 모월 모일 야심한 시각,
본인은 운이 좋게도 외곽 경계 근무 초번초가 배정 되었고, 근무를 마치고 교대장 인솔 하에 중대로 돌아왔다.
행정실에 가서 당직 사관에게 보고를 하고 선임 것 까지 총기를 총기함에 넣고
허락하에 담배 한 대 태우고 자려고 환복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당직 사관이 우리 소대 내무실로 들어 와서 전등을 켰다.
당직 사관 : "X소대 기상!!"
00:30분쯤의 시각이라 한창 단잠에 빠져 있던 소대원들은 병장 층을 제외 하고
재빨리 일어나서 본인을 포함, 침상 끝에 모두 정렬을 하였다.
병장을 제외한 모든 소대원들은 혹시 누군가 뭔 사고를 쳐서 기합 받는 것인가 벌벌 떨 수 밖에 없었다.
병장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어기적 어기적 몸을 일으키고 그 중 하나가
"아 부소대좡뉨 또 뭔 일 이랍니까~" 라며 군기 빠진 목소리로 흐느적 댔고,
그 말을 한 병장이 며칠 후면 집에 갈 말년이라는 것을 확인한 개씨발미친또라이싸이코 부소대장은 말했다.
당직사관 : 야 일단 각 분대 막내 하나씩 나와서 가위바위보 해라.
우린 모두 직감했다.
또 작업이구나...... 이런 시부럴 탱탱부럴
소대 본부를 제외한 각 분대 막내들의 가위바위보에서 내가 속한 분대가 지게 되었고,
당직 사관은 우리를 보며 말했다.
당직 사관 : 그럼 이긴 분대는 다시 취침하고, 심영 분대는 모두 XX정자로 가서 거기 싹 치우고 와라.
쓰레기 봉투 큰 걸로 한 5장은 필요할거다.
특히 심영 병장 너 농땡이 피우지 말고 빨랑 끝내고 복귀해라."
심영 분대장 : 뭔 일인지 말해 주시면 안 됨까?
당직 사관 : 우리 대대 XX 전술 훈련이 갑자기 일정이 앞 당겨졌잖냐.
그래서 연대장님이 담 달에 있는 회식을 오늘 했단다.
거기 XX정자 니네 소대 관할인거 알지?
한 동안 훈련 준비로 바쁠테니까 행보관님이 걍 아싸리 지금 해버리란다.
결국 우리 분대는 입에서 강아지와 신발끈을 수 없이 내 뱉으며 - 정확히는 심영 분대장만 -
쓰레기 봉투와 고무 장갑, 빗자루 등을 챙기고 LED 불빛에 의지해 10여분 거리의 XX정자로 이동했다.
그곳은 한 마디로, 처참했다.
젓가락 개수만 봐도 최소 20여명은 참석 했던게 분명하고,
술병들의 수로 봐서는 30명이 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술에 얼마나 꼴았는지 온갖 파편과 잔해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분대장의 지시에 역할을 나누어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분대장은 담배만 뻑뻑 펴 대며 우라늄, 된장 등등의 단어를 나불거리며
접시 위의 얼마 남지 않은 회와 역시 얼마 안 남은 술을 홀짝이기 바빴다.
당연히 다들 불만이 대단했다.
한창 창창할 나이에 군대 끌려 오고 그것도 하필 악명 높기로 유명한 부대에 배속 되고
신병도 부식 나오는 것 마냥 안 들어와 인원도 모자라
지랄 맞게 바빠서 쉴 시간도 없다시피 하고
(정확히는 분대에 부분대장이 있는 경우조차 거의 없었다 - 대부분 분대원 한 명만 휴가 나가도 공용화기 인원 모자랄판)
그나마 얼마 안되는 낙이 휴가와 먹는 것, 자는 것인데 그걸 방해 받았으니.
게다가 잠을 깨운 이유가 높으신 분들의 회식 자리를 청소 하는 것 때문이라니.
다들 불만이 대단 했지만 괜히 투덜 대다가 감히 하늘 같이 높으신 - 그리고 성격 더럽기로 유명한 -
심영 분대장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도 두려웠다.
그리고 근무 마치고 바로 자도 6시간을 못 자는데 이러고 있는 내 자신이 서러웠다.
얄밉게도 남은 음식과 술을 한데 모아서 쳐묵쳐묵 하는 분대장이 너무나 부럽기도 하고.
아무튼 대충 끝내고 심영 분대장이 붙 잡고 있는 접시와 술병만 남았는데
심영 분대장 : 야 XX들아, 얼마 안 되지만 다들 나눠 먹어라.
분대원 : ?!!
심영 분대장 : 나도 X같긴 하지만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냐. 후딱 먹고 담배 한 대 피고 가서 자자.
평소에 성질 더럽기로 유명하고 당시 총 분대원이 5명에 불과했던 지금도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쳐묵쳐묵 하던,
삭아지를 웰빙으로 빌어 쳐 먹은 망할 분대장이었지만 남은 음식 나눠 먹으라고 말하니
왜 그리 존경스럽고 고맙게 느껴지던지.
다들 '감사히 먹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손으로 남은 음식들을 허겁지겁 주워 먹었다.
말라 비틀어진 광어회와 오유인 회, 마늘 몇 쪽과 쌈장 초고추장이 전부였지만 왜 그리 맛있던지.
술은 한 사람당 소주 한 잔씩 밖에 안 남았지만 정말로 짜릿한 맛이였다.
서러웠던 마음이 한순간 모두 사라질 정도로.
그리고 모두 담배 한 대 태우고 복귀해서 '내일은 좀 편히 보낼수 있을라나' 라는
덧 없는 희망을 품고 잠자리에 들었고,
경계 근무까지 다녀와서 피곤했던 본인은 드러 누운지 정확히 3초만에 우렁차게 코를 골아서
망할 심영 분대장이 던진 배게에 맞고 다시 깼고, 욕 존나 배부르게 먹었다 젠장할,
역시 빌어 쳐먹을 XXX여.
......전역 한지 수 년이 지난 지금, 회가 먹고 싶으면 친구들 불러내 횟 집에 가서 원 없이 배불리 사먹곤 하지만,
역시 그 때 손으로 주워 먹었던 말라 비틀어진 광어회 만큼의 맛은 나지 않는다.
PS. 아 그렇다고 군 복무 시절이 그립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광어회나 우럭회나 그렇다는 말이지, 참치회나 연어회, 도미회는 그깟 광어회와 비교 자체가 안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