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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lovestory_32225
    작성자 : Bin2
    추천 : 1
    조회수 : 956
    IP : 221.215.***.50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0/12/09 14:50:40
    http://todayhumor.com/?lovestory_32225 모바일
    정류장-1-
    "나왔어~어우..밖에 너무 춥다"
    그녀가 집 문을 열고 들어와서 어깨에 쌓인 눈을 털며 말했다.
    "어..왔어? 밖에 아직도 눈 와?"
    그가 그녀를 맞이하려 방에서 나왔다.
    "응..보일러라도 틀어놓고 있지"
    "아니야..혼자 있는데 보일러는 무슨.."
    그녀가 얇은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방안에 차려있는 밥상을 보았다.
    "어? 우리 자기 밥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네~"
    "일 없어서 쉬었으니 이런거라도 해놔야지.."
    그가 머쩍은듯 고개를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자기 고마워요~"
    "어서 먹자 배고프지?"

    "자꾸 눈 오면 안되는데..눈 오면 일 구하기도 힘들고.."
    "어쩔 수 없이 쉬는 건데 이럴땐 자기도 맘 놓고 푸욱 쉬어..우와 찌게 진짜 맛있다~"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어떻게 맘 놓고 쉬어"
    "괜찮아 요새 날씨도 추워져서 그런지 식당에 사람들도 많아져서 주인 아줌마가 내일부터 몇시간 더 봐줄 수 있냐고 그러드라고..자기 혼자 저녁 먹게 되서 그게 좀 걸려서 그렇지.."
    "힘들지 않겠어?"
    "자기가 끓여준 찌게 먹으니까 힘이 나는걸~"
    그녀가 먹던 숟가락을 높히 들며 팔을 굽혔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녀가 밥을 다 먹고 일어나면서 말했다.
    "설겆이는 내가 할께"
    "아니야 어서 씻어..하루종일 설겆이만 하고 왔는데 집까지와서 무슨 설겆이야.."
    그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아이구 멋져 내 신랑~그래도 눈오니까 보기는 좋다~"
    반지하의 창밖에는 내리는 눈의 모습이 아닌 쌓여가는 눈의 모습이 보였다.

    다음날도 어김없이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모질게도 내리는 눈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에이 이사람아.기술자들도 위험해서 안한다는데 거길 누가해.아무리 기술이 필요없다고해도 땅이 다 얼어서 맨땅도 걷기 힘든데 옥상을 누가 올라가..안돼 안돼. 여기오는 사람들 하루벌어 하루먹고사는 사람들이야 괜히 올라갔다가 미끄러져서 다치기라도하면 오히려 손해라고...우리도 그런 사람은 못 구해.누가하려고하겠어..다른데 알아봐!!!"
    나이가 지긋하신 소개소 노인네는 전화를 던지듯 끊어버렸다.
    "원 미친놈들 위험해서 지들도 안하는 짓거리를 누구보고 하라는겨."
    아직 분에 가시지 않은듯 오만 인상을 다 쓰며 책상위에 담배를 집어들었다.
    담배를 입에물고 고개를 들어보니 쇼파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그가 눈에 띄었다.
    "오늘도 일 들어온게 없어..그냥 들어가 날씨도 추운데.."
    "조금만 더 있다가요."
    새벽부터 혹시 몰라 나왔는데 이대로 그냥 들어갈 수는 없었다.
    아직 그녀도 출근 안했을텐데 다시 들어가기는 민망해서라도 못들어가는 거였다.
    시간을 보려고 핸드폰을 꺼냈다가 한참을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가 핸드폰 달력에 오늘 날짜를 보고는 흠칫 놀랐다. 
    그녀의 생일..
    이걸 왜 놓치고 있었을까...이런...
    "저..혹시 죄송한데 담배하나만 빌려주세요"
    "담배? 그래 여기.."
    "혹시 아까 그 전화....어디예요? 사람 구하는거 아니예요?"
    "에이~ 안돼..그 빌딩 옥상에 중앙히타 연결하는 작업인데..이렇게 눈이 많이 왔는데 어떻게해? 뭐 지들 빌딩도 얼어죽을 판이라고 빨리와서 고쳐내라고 지랄한다는데 누구 죽으라는겨?"
    "그런건 기술자만 할 수 있는거 아니예요?"
    "히타가 고장난건가봐 선만 다시 연결하면 된다고 요령만 알면 된다는데.."
    "저 혹시..전화 번호 좀..."
    "자네가 하게? 안된대두!! 아무리 젊은사람이래지만 위험해서 안돼..빌딩 옥상에 눈도 안치워졌을텐데 거기서 무슨 작업을해?"
    "그래도..."
    "아 글쎄 안된대두!!!!!!!!"

    버스정류장 앞에서 그는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노인네를 억지로 우기고 우겨서 받아 온 쪽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눈은 하염없이 내렸다.
    그때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다.
    "네 여보세요"
    "ooo 맞으시죠? 이력서 보내신.."
    "네? 아!! 네...."
    "내일 면접 괜찮으세요?"
    "네..네...."
    "그럼 내일 10시까지 저희 회사로 좀 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늦지않게 가겠습니다."
    오늘은 웬지 일이 잘 풀리는듯하다. 마침 저기서 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그는 얼굴에 신나는 표정으로 버스를 올라탔다.

    "어? 왜 집에 불이 꺼져있지? 어디갔나?"
    그녀가 집 문앞에서 주머니에 열쇠를 찾아 문을 살며시 열었다.
    집안은 캄캄하고 방안에서 촛불에 붙은 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짠!!!!!!!!!!!!! 자기야 생일 축하해~"
    "어머!!!!"
    신발장 옆에 쭈구리고 있던 그가 튀어나오자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놀랐다.
    "헤헤헤헤 놀랐지?"
    "에이 뭐야~~"
    "생일 축하해요~ 어서가서 케익 먹자"
    "케익? 진짜? 아싸~~"
    그녀가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에이 뭐야~ 초코파이잖아"
    "그 옆에 조각케익 있잖아"
    "어~ 진짜네? 그럼 초코파이는 왜 샀어?"
    "자기가 나이가 많아서 촛불이 다 안꽂힐까봐.."
    "에이 뭐야~~~어? 자기 발 왜 그래?"
    방으로 다리를 절며 들어오는 그를 보며 그녀가 놀라 말했다.
    "아 잠깐 삐끗했어."
    "오늘 눈 와서 일 없었잖아..어쩌다가~"
    "아..눈길에 미끄러졌어."
    "조심 좀 하지...이게 뭐야..부었네.."
    일 나갔다가 결국에 얼음판에서 미끄러져 발이 꺽긴채 발을 딛는바람에 발이 심하게 부어있었다.
    발등이 퉁퉁 부은 그의 발을 어루만지며 그녀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금방 낫겠지.어서 촛불부터 꺼."
    그는 부은 다리를 불편하게 움직이며 자리에 앉았다.
    내심 걱정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는 초코파이 위에 촛불을 보았다.
    그는 큰 소리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그녀는 촛불을 힘차게 불어 껐다.
    "아직 불 켜지마봐.."
    "왜? 뭔데?"
    그가 어두운 방에서 손을 더듬어 뭔가를 집었다.
    부시럭 부시럭 소리가 들리고 그녀의 손을 더듬어 쥐어줬다.
    "이게 뭐야?"
    "불 켜보면 알게 돼"
    그가 불편한 다리로 어렵게 일어나 불을 켰다.
    그녀의 손에는 쇼핑백이 하나 쥐어져있었다.
    "이게 뭐야?"
    쇼핑백을 열어본 그녀는 깜짝 놀랬다.
    그 속에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두툼한 겨울 옷이 들어있었다.
    "맘에 들어?"
    불을 켜려고 일어난 그가 아직 앉지 못한채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
    "왜 말이 없어? 맘에 안들어?"
    "..........."
    "울어?"
    "맘에 들어...너무 너....무..."
    "에이 바보같이 울기는.."
    "이..이거 비싼거 아니야? 뭐 이런걸 샀어?"
    "아니야..자기 이런 겨울 옷 없잖아."
    "고마워.."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그도 눈에서 알수없는 눈물이 흘렀다.
    그가 창피한듯 손가락으로 눈에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나 선물 하나 더 있는데.."
    "또?"
    눈이 빨개진 그녀가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는 수줍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 내일 면접보러 가.."
    그녀의 눈썹사이가 일그러지며 더욱 울상이 되어버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더 쏟아져 나왔다
    그가 그녀 옆에 앉아 살며서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녀는 그의 발등으로 손을 내밀어 그의 발등을 쓰다듬으며 둘은 잠시 그대로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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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09 19:41:10  118.22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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