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재앙이 있다. <div><br></div> <div>하지만 정말 참혹하고 아픈 재앙은 자신에게 닥친 재앙이 아닐까?</div> <div><br></div> <div><br></div> <div>그 날은 여느 때처럼 마켓에 가는 길이었다. </div> <div><br></div> <div>라면, 계란10개, 두부에 마실 것 정도를 머리로 계산하면서 걸어갔다. </div> <div><br></div> <div>"펑!"</div> <div><br></div> <div>지나온 가게에서 뭔가 터지는 듯한 파열음이 들렸다. </div> <div><br></div> <div>"촹!"</div> <div><br></div> <div>그리고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div> <div><br></div> <div><br></div> <div>그냥 모르는 가게였다면, 가던 길을 갔을 테지만, 그 가게의 존재를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div> <div><br></div> <div>바로 치킨집.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것도 일주일 한 번은 꼭 전화를 거는 그런 곳이다. </span></div> <div><br></div> <div>나도 모르게 사고 현장에 접근을 한 이유는 아마 이런 관계에서 비롯된거라 생각한다. </div> <div><br></div> <div><br></div> <div>가게 안에는 사람이 없어보였다. </div> <div><br></div> <div>다행히 불이 나거나 뭐가 무너지진 않았지만, 가게 안에 가재도구들은 숯검댕이가 됐다. 아마 쓰레기가 되겠지. </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였다. 어느샌가 도착한 치킨집 주인이 달려왔다. </span></div> <div><br></div> <div>주인은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퇴직금을 걸고 한 인생의 마지막 도박이었을까? 그을린 것을 보고 애달프게 울었다. </div> <div><br></div> <div>그리고 요란스러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불자동차도 도착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며칠이 지나고, 그 집에 전화를 했다. </div> <div><br></div> <div>전화를 받지 않는다. 충격이 큰 것일까? 아니면 재해에 대한 손해로 장사가 어려워진걸까? 아직 수습이 되지 않았나?</div> <div><br></div> <div>요즘은 아무리 촌구석이라도 전국 어디에서든 치킨집이 넘쳐난다. </div> <div><br></div> <div>치킨이 흔해서 어딘들 전화만 하면 오지만, 그 치킨 집이 자꾸 눈에 밟힌다.</div> <div><br></div> <div>밥을 비벼 먹고 잠에 들었다. </div> <div><br></div> <div><br></div> <div>"사람은 말이다. 늙었다고 생각할 때, 늙는기다. 아빠 아직 창창해"</div> <div><br></div> <div>아버지가 퇴직했다. 그리고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한다며, 자신이 창창하다는 이야기로 변호한다.</div> <div><br></div> <div>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를 한다. </div> <div><br></div> <div>요즘 경기가 안 좋다는 둥, 너무 치킨집이 많아서 경쟁이 심하다는 둥, 입맛이 까다롭거나 갖은 진상을 다 떠는 사람이 있다는 말도 한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확고한 아버지는 끝끝내 자신의 젊음과 힘과 회사에 쌓은 경력을 피력하며, 너털웃음을 들려준다.</div> <div><br></div> <div><br></div> <div>대성통곡을 하던 치킨집 주인이 떠올랐다. </div> <div><br></div> <div>물론, 아버지가 하는 치킨집이 그런 어이없는 사고가 날 확률은 적다. 아니 거의 없다. </div> <div><br></div> <div>하지만 아버지 나이대와 비슷한 아저씨의 울부짖음이 요상하게 계속 떠오른다. </div> <div><br></div> <div>'그래도 뭐.. 별일이야 있겠어? 이제 공짜로 시켜먹을 수 있으려나.'</div> <div><br></div> <div>사람에게 최악의 재앙이란 자신에게 일어난 재앙이다.</div> <div><br></div> <div>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은 재앙은 그냥 재앙이다.</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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