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잘 모르겠다. 메갈에서부터 촉발된 지금의 불바다가 처음에 도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
불길이 웹툰쪽으로 번기면서 이 사태에 대해 알기시작했는데, 내가 접한 사건들과 지식들을 통해 현재까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 메갈리아는 여혐의 존재에 대해 사회에게 알리기 위해 '미러링' 스킬을 시전한다. 근데 그 미러링 스킬 시전은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들을 그대로 남성 비하하는 용어를 만들어내서 사용하는 것이고, 여성들에게 가해졌던 불온한 생각들을 그대로 남자들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즉, 내가 이해하기로는 메갈은 여혐에 대해 남혐으로 대응하는 노선을 취한다.
- 나는 여혐을 남혐으로 대처하는 그 방법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결국은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식의 복수와 처벌방식에 대해 나는 사실 꽤 동의하는 편이다. 이런 측면에서 여혐에 대해 남혐으로 대처하겠다는 메갈의 방식을 보면, 이해가 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 방식을 취하는 그 context 혹은 주변환경이 뒷받침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보면, 아무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를 살인한 방식 그대로 죽이는 것. 이와 같은 '눈에는 눈' 같은 처벌적용에 대해서 나는 전적으로 동의하며 지지한다. 그 이유는

1. 살인을 실제로 행한 살인자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2. 그 누구나 살인자가 '살인'이라는 행위를 하였으며, 그 누구나 '살인'이 잘못되었다는 점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이 2가지 context는 안타깝지만 메갈의 남혐조장에 대해 동일하게 뒷받침되지 않는다.

1. 남혐의 대상은 여혐을 실제로 행한 일부 남자들에게 시전하지 않는다. 그냥 남성 모두를 통째로 타겟팅을 한다.
2. 그래, 남성이 '여험'이라는 잘못을 했다고 쳐. 근데 정확히 남성이 행한 '여혐'이 정확히 뭔데? 일단 이게 제대로 확인이 안되니 이걸 행하기나 했는지, 행했다면 어느정도의 대가를 치루게 하는게 적당할지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내가 사실 좀 더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2번이다.

추상적으로, 어렴풋이 나도 이 사회에서 여자들이 받아온 불이익들이 없다고는 못한다라는 점에 동의한다. 당장 떠오를 수 있는 여자들이 받은 불이익이라면.. 음... 그냥 여자들이 더 요리를 잘 할 것 같다는 그런 느낌적인 생각들? 이런 것들이 있겠다.

근데 이건 너무 추상적이고, 나는 여혐이 정확히 뭔지에 대해 제대로 떠오르는게 없다. 메갈과 그 지지자들은 내가 잠재적 여혐종자라고 한다. 근데 내가 그동안 해왔던 행위들과 말들 중에 나는 딱히 여성을 비하한 적이 없다. 즉, 나는 내가 의식적으로 여혐을 행한 적이 없다. 근데 메갈이 나의 의식 밑바닥에 이미 여혐, 혹은 여성비하하는 무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면 나는 굉장히 억울하다. 그렇게 대충 무의식에 자리잡혀 있어! 라고 말을 하지 말고, 더 구체화 해달라는 것이다. 미사일도 목표지점이 확고해야 타격이 가능한 것 처럼, 나를 비난할 거면 나의 어떤 면모들이 나도 모르는 여혐인지를 알려주길 바란다. '여혐'이라는 광범위한 단어를 나 같은 사람에게 들이대는 것은, 정말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으로서는 매우 황당한 시츄에이션일 수 밖에 없다.

무의식의 어딘가가 정확히 잘못되었다라고 정의하는 것은 솔직히 매우 힘든 일인것 같다. 그래서 비슷한 얘기를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얘기해보고자 한다. 무의식 영역에서의 '여혐'의 근원은 둘째 치고, 행위로 표현될 수 있는 '여혐'에 대해서라도 명확한 기준이 생성되길 바란다.

'김치녀'라는 말을 안쓰면 여혐이 아닌건가? 그렇다면 난 어느 여성에게 '김치녀'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여혐종자가 아니다.
아니면, 어디서 여자들에게 성추행을 하지 않으면 되는건가? 난 여자에게 성추행을 한 적이 없으므로 여혐종자가 아니다.

내가 보기에 '여혐'은 박근혜의 '창조경제'처럼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싶다. 그러니 제발, 누가 좀 이 망할 추상적인 단어를 정의를 해주던가, 아니면 너무 광범위해서 한 가지 정의를 못내리겠다 싶으면 제발 세분화 시켜주기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대로 된 여혐의 정의를 내린 이후에, 실제로 그 여혐행위를 한 사람들에게 따져라. 만약 내가 그 중에 하나 포함되어 있다면 '어떤어떤 여혐행위를 햇으므로 넌 여혐종자야'라고 말해줘라. 그래야 적어도 그런 삿대질을 당하는 사람이 제대로 반박이라도 할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