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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최종원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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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rt_3394
    작성자 : 배우최종원
    추천 : 3
    조회수 : 655
    IP : 180.227.***.6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04/20 15:03:43
    http://todayhumor.com/?art_3394 모바일
    단편소설 <오타쿠>


    오유 눈팅만 2년째 하던 오유인입니다.
    올해 29살 되는 연극배우이기도 하구요.
    제가 연기와 극작에 관심이 많아
    연습이 없는 날엔 글을 끄적거리곤 한답니다.. ^^
    이것은 저의 첫 습작 작품인 단편소설입니다.
    그리 길지 않으니 재밌게 읽어주세요..! ^^



     <오타쿠>

                      최종원


     당신은 미소녀(美少女)에 대해 알고 있는가? 눈이 태평양처럼 크고, 눈망울은 파란색, 또는 금색, 또는 아이보리색, 또는 남색, 또는 흔치 않은 경우로 검정색이며, 굉장히 여린 체구를 가지고 있으나 가슴은 성인 남성의 밥그릇 두 개를 엎어 놓은 듯하고, 허리는 무지 짧고 잘록한데 다리는 무척 긴 소녀들을 일컫는 말이다. 
     
     난 아직도, 한 번도 실생활에서 이렇게 생긴 소녀들을 본 적이 없다. 제 아무리 예쁜 여자 아이돌도, <투하트>의 아카리 짱보다 사랑스럽진 않다... 아카리 짱의 붉은 눈망울과 붉은 단발머리를 그 누가 따를 수 있단 말인가!
     
     <투하트>를 처음 접하고부터 나의 인생은 달라졌다. 매일같이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는 나의 인생은 원래 어두운 것이었다. 학교에서 난 언제나 슬립낫의 노래를 들으며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고, 그러고 있노라면 멍청하게 생긴 녀석 둘이 와서 내 등을 치며 놀았다. 지들도 여드름 투성이인 주제에 나보고, 

     "푸크크크...완전 '안여돼' 새끼."

     "일어나 돼지 새꺄."

     등등의 말을 주절거리는 것이었다. 그러고 있노라면 교실 한 구석에서 오크년들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있노라면, 난 울진 않았다...

     이를 꽉 물고 집에 오면 방에서 옆으로 누운 채 하루 종일 텔레비전만 보고 있는 아빠, 옆에서 빨래를 개며 하루 종일 신세한탄을 하는 엄마, 또는 아빠와 엄마가 싸우는 소리와 물건들이 날아다니는 소리, 등을 뒤로하고 내 방에 와서,

     울었다.

     친구가 그리 많지 않은, 사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나의 인간 관계 속에서도 '중학교 친구'라는 녀석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날 이 녀석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 시작되는 메신저 쪽지를 하나 보낸 것이 내 삶을 바꿀 기적의 시작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돼야]

     [-_-^]

     [내가 조은거 보내주까]

     [그러든가 신발럼아-_-]

     야동인가 했는데 녀석이 전송해 준 것은 일종의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었고, 난 야동 볼 시간도 없는데 이딴 걸 언제 하고 앉았냐고 녀석한테 욕을 날렸다. 하지만 날 전도한(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녀석은 묵묵부답이었다. 아마 모니터 너머에서는 입을 막고 킥킥거리고 있었으리라. 

     <투하트>? 이름은 예쁘네.

     받은 김에 실행은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윽고 아름다운 배경 음악이 흘러나오며 예쁜 화면이 펼쳐졌다. 아직 미소녀 캐릭터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난 이때부터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난 정신없이 플레이했다.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여섯 시간 뒤였고, 2D 캐릭터들은 나의 여신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 그녀들은 이미 나의 구원이 되어 있었다. 나의 영혼을 치유해 줄 것 같은 그 미소가 나를.

     


     그날 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내 영혼의 밑바닥까지 이해해 줄 것 같은 그 사랑스러움을 가슴에 품은 채 잠을 청했다. 
     
     그리고 난 꿈을 꾸게 된다.

     난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걸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무척 질퍽한 길이다... 뒤에서는 뭔가 괴물같은 것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난 공포심에 사로잡히지만 이상하게도 뛸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저 조금이라도 빨리 걸으려 애쓰며 걸어간다...

     저 멀리 푸른 초원이 보인다... 저 곳만 가면 살 수 있을 것 같다... 난 식은땀을 흘리며 걸음을 재촉한다... 이윽고 도달한 초원에 그녀가 등을 보이며 서 있다... 아, 저 붉은 단발 머리, 나의 아카리 짱! 난 그녀 가까이 가 선다... 그녀가 뒤돌아 나를 보더니 생긋 웃는다...

     그래, 아카리 짱, 나를 위해 무슨 말이라도 해 줘... 부드러운 말로 나를 위로해 줘... 갈 데 없고 쉴 데 없는 나의 영혼을 구원해 줘... 아카리 짱...

     그녀는 말한다.

     "정신차리세요."

     난 꿈에서 깬다.

     다음 날, 난 고등학교에 등교한 이래 최초로, 쉬는 시간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지도 않았고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지도 않았다. 난 손을 턱에 괴고 그녀 생각과 간밤의 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새끼 봐라. 드디어 미쳤나 보다."

     "야 완전 눈 풀렸는데? 돼지야, 정신 차려."

     멍청하게 생긴 녀석 둘이 와서 또 시시덕거리기 시작했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마지막 말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정신차리세요.

     난 이를 꽉 무는 대신 뭔가에 너무 몰입한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히스테릭한 증세를 보이며 집에 왔다. 아빠는 여전히 방에서 옆으로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고 엄마는 여전히 마늘을 까며 신세 한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물건들이 날아다니는 소리... 가 나든지 말든지 신경쓰지 않고, 방문을 걸어 잠근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왜 그녀가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거지?

     이것은, 마치 뭔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싶어할 때 더 애타는 것 같은, 아니면 굉장히 사랑스러운 사람이 의외의 말을 했을 경우 처음엔 놀랄 수도 있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의외의 매력으로 더해져 더 사랑스러워지는 것 같은,

     그런 감정이었다.

     난 잠시 그 감정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렸고 피식피식 실소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면서 '아, 이것이 사랑에 빠진다는 게 이런거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다보니 또 다른 의문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왜 그녀의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지?

     그렇다. 목소리. 

     분명히 내게,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정신차리세요."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았다. 아아아.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은 엄청난 비극이었다. 게임을 실행해봐도, 그녀가 하는 말은 자막으로만 나올 뿐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 목소리를 분명히 꿈에서 들었는데! 왜 기억나지 않는 거냐!

     내가 잠시 그 절망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무렵, 방문을 열고 엄마가 들어왔다. 날 본 엄마의 눈이 살짝 커졌다.

     "왜 울어?"

     "...아냐."

     "음식 쓰레기 좀 버리고 와."

     "엄마가 버려."

     "엄마 힘들어."

     "...알았어."

     난 가득 찬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양 손에 들고 문을 나섰다. 우리 아파트는 단지 한 가운데에 재활용 쓰레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통이 있다. 그 곳에 도착하니 몇몇 아주머니들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와 있었다. 분홍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한 아가씨는 집에서 갖고 나온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있었다. 

     난 최대한 숨을 참으며 손끝으로만 봉투를 잡은 채 쓰레기를 버리고 있었는데,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뒤돌아봤지만 "네? 저요?" 라는 말은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어떤 여자가 내 뒤에 있었다. 난 그제서야 그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나에게 꽤 충격이었다.

     "저기..."

     "아, 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고 그 여자는 살짝 놀란 듯했다. 하지만 여자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나에게 질문했다.

     "건전지는 어디다가 버리나요? 제가 여기 이사온 지 얼마 안 되서..."

     "아... 건, 건전지요!"

     "네, 네."

     "건, 건전지는, 저기다가 저리면, 아니 버, 버리면 됩니다..."

     난 가까스로 분리수거 통 옆에 있는 조그만 푸른 상자를 가리킬 수 있었다. 그 여자는 그 상자를 보고는 다시 나를 보더니 생긋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아하하. 별 말씀을요." 라는 말도 목구멍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애매하게 웃어 보이고는 몸을 재빠르게 돌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그 여자를 생각해보았다. 분홍색 트레이닝 복, 검고 긴 생머리, 나이는 아마 20대 후반쯤?, 그렇게 예쁜 얼굴은 아닌데. 특히 우리 아카리 짱에 비하면.

     방으로 돌아왔을 때는 난 다시 아카리 짱의 "정신차리세요." 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카리 짱의 피규어가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현재 내 돈이 얼마나 되는지 세보고, 내 '중학교 친구'에게 돈을 얼마간 빌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자려고 누웠을 때, 그 여자가 갑자기 생각났다.

     말을 걸어주어서 참 고마웠다.   




     다음날 아침, 수업시간에 난 내 어설픈 그림 실력을 있는 힘껏 끌어모아 공책에 아카리 짱을 그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린 지가 언젠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어렸을 땐 미술 학원에 다니면서 나름 신동 소리도 들었던 사람이라구. 학원 선생님이 우리 엄마 듣기 좋으라고 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자, 다 그렸다. 어디 보자, 아, 엉망인데. 아카리 짱은 이렇게 못나게 생기지 않았는데. 이 부분을 지우고 다시 그려 볼까...

     "야, 너 뭐하냐?"

     어느새 쉬는 시간 종이 울렸었나 보다. 멍청하게 생긴 두 녀석 중 그나마 덜 멍청하게 생긴 놈이 내 곁으로 와서 내 그림을 보고 있었다. 난 깜짝 놀라서 그림을 손으로 가리기 위해 애썼다.

     "뭘 숨겨, 돼지야. 이리 내놔 봐."

     "안 돼!"

     "어쭈, 이 새끼가 반항하네."

     우리는 실랑이를 벌였고 놈은 기어이 내 그림을 뺐었다. 내 그림을 보던 놈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여자친구냐?"

     "뭔데 그래?"

     멍청하게 생긴 두 녀석 중 더 멍청하게 생긴 녀석이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이 새끼가 그린 거야."

     "봐봐."

     놈은 그림을 보더니, 

     "지랄하네."

     라고 말했다. 

     "꼴에 남자라고 이쁜 여자 좋아하기는. 이런 거 그린다고 네가 여자 손이나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난 울컥했다.

     "줘!"

     "뭐? 어따 대고 큰 소리야, 미친 놈이 죽을라고."

     그 녀석은 내 머리를 툭하고 때렸다. 그래, 맞는 거야 익숙하니까 괜찮다, 괜찮아. 난 애써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더 멍청하게 생긴 놈이 덜 멍청하게 생긴 놈에게 말했다.

     "이 새끼, 여자랑 해 본적 없겠지?"

     "말이 되는 소릴 하냐."

     "으하하하."

     "야, 너 어제 꼬신 애 어떻게 됐냐?"

     "오늘 만나기로 했어."

     "먹을거냐?"

     "그럴까?"

     두 녀석은 나에게서 관심을 돌려 자기들만의 화제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간간히 키득키득 웃었다. 덕분에 난 내 자신을 진정시킬 시간을 벌게 되었고, 호흡이 많이 가라앉았다. 미안해, 아카리 짱. 난 그대를 사랑하지만, 내가 여기서 나에게도 그대 같은 사랑스런 여자 친구가 있다고 화를 내면 난 엄청 맞을지도 몰라. 미안해...

     그 때, 그녀가 내 눈 앞에 나타나 말했다.

     "정신차리세요."

     제리가 톰을 때릴 때 쓰는 100톤 짜리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다. 아! 그녀의 그 말은 바로 이런 의미였구나! 그녀는 이런 상황이 올 줄 알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내가 상황에 맞서지 않고 도피할 줄도 알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정신 차리라고... 자기를 떳떳하게 사랑해달라고...!

     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나한테는 아카리 짱이 있어!"

     왁자지껄했던 교실에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두 녀석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저 새끼, 지금 뭐라 그랬냐?"

     "아카리... 뭐? 짱?"

     그 때, 우리 반에서 공부를 꽤 잘하던, 쪼그마한 체구에 큰 무테 안경을 쓰던 녀석이 두 녀석에게 다가가 말했다. 

     "<투하트>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이야."

     "<투하트>가 뭔데?"

     "게임."

     "게임?"

     다시 일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조금씩 반 아이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반 한구석에서 수다를 떨던 오크년들은 날 흘겨보며 "변태 새끼..." 등의 말을 주어섬겼고 좀 도도하게 생긴 년들은 나에게서 완전히 시선을 돌렸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게 치욕스럽다는 고갯짓이었다. 

     두 녀석은 키득거리며 내 등을 때렸고, 

     난 그 날 울면서 집에 왔다. 

     방에 돌아왔을 때 눈물은 어느 정도 멎어 있었고 그 대신 난 계속 거칠게 씩씩거리고 있었다. 난 의자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내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런 내 앞에 아카리 짱이 다시 나타났다. 난 다시 눈물이 솟아오르려 하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카리 짱, 그래도, 나 잘했지?

     그녀는 아무 대답 없이 생긋 웃을 뿐이었다.

     난 얼른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메신저에 로그인해서 내 '중학교 친구'를 찾았다. 그리고 쪽지를 보냈다.

     [야 나 돈좀 꿔줘]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난 다시 쪽지를 보냈다.

     [야 샛기야 자냐]

     [아씨발 모야]

     [돈 궈달라고]

     [돈?]

     [그래]

     [왜]

     [살거있어]

     [뭔데]

     [피규어]

     [왠 갑자기 피규어냐 ㅄ아 공부나해]

     [아카리짱 피규어 사야한다고!!!!!!!!!!!!!!!!!!!!!!!!!!!!!]

     녀석은 또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투하트?]

     [ㅇㅇ]

     [아 ㅅㅂ 내가 한 친구의 인생을 망쳐놓앗군...]

     [빨리!!!]

     [나 돈 ㅇ벗어 없어]

     [구라치지마]

     [진짜야 ㅄ아]

     에이 썅. 빌어먹을. 이 새끼는 평생에 도움이 안 돼. 난 온갖 욕을 내뱉으며 의자에 파묻혔다. 어떡하지? 엄마한테 좀 달라고 해 볼까? 문제집 산다고 하고... 아, 그러다가 걸리면 좆돼는데... 

     [최종원(ㅅㅂ 잠이나 쳐자야지...) 님이 "투하트 100만장 판매기념 특별 코멘터리(한국어판).avi" 파일을 전송하려고 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어? 뭐지 이건? 녀석이 나에게 다시 쪽지를 보냈다.

     [받아 여돼야]

     [모야 이건]

     [선물이다 돈은 ㅇ벗고 대신 이거로 위안을 삼아라]

     오오. 꽤 고마웠다. 그래도 친구라고, 날 생각해 주는구나...

     난 전송 수락 버튼을 누르고, 잠시 설레어 하며 방 안을 왔다갔다 했다. 특별 코멘터리라... 게임 속 캐릭터들이 직접 코멘트하는 건가...

     예상은 어느 정도 맞았다. <투하트>가 일종의 영화라고 가정하고, 캐릭터들이 마치 그 영화에 출연한 배우인 것처럼 촬영 후 인터뷰에 응하는 그런 형식이었다. 

     히로유키와 시호의 인터뷰가 끝나고, 드디어 우리 아카리 짱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다. 내 심장이 굉장히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드디어,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기회가 아닌가! 

     화면에 그녀가 나타났다. 예의 그 사랑스런 표정이었다. 난 얼굴을 모니터에 바짝 갖다대고, 스피커의 볼륨을 올렸다. 

     그녀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카미기시 아카리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아카리' 역을 맡았구요, 촬영은 힘들었지만... 후훗. 재밌었어요." 

     그녀는 생긋 웃었고 난 기절할 뻔했다. 난 의자가 부서질듯이 뛰어올라 환호성을 질렀다. 

     "우아아아아아! 완전! 짱이다!"

     그리고 다시 얼굴을 모니터에 갖다 대려 했다가, 어떤 생각 하나가 번개 같이 지나가는 바람에 멈칫했다.

     어? 뭐지?

     무슨 생각 하나가 나를 사로잡았는데,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뭐지? 이건? 난 심각해져서 영상을 잠시 정지하고 생각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알 수 없었다. 에이, 별 생각 아닐거야. 난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다시 아카리 짱이 말하기 시작했다. 

     "제일 원했던 거요? 당연히 잠이죠. 매일 밤샘 촬영을 하니까 그게 조금 힘들어요. 하지만,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난 다시 영상을 멈췄다. 생각의 정체를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어디선가 들은 목소리였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다.

     오늘은 웬일인지 학교에서 그다지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다. 그 멍청한 두 녀석은 자신들만의 화제에 집중해 있어서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아마 여자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한 녀석은 완전히 넋이 빠져 있었고 다른 녀석이 그 녀석을 위로하려 노력하는 구도였다. 뭐가 잘 안 되긴 했나 보다. 멍청하게 생긴 주제에 이상하리만치 여자한테 자신만만했던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나 보다.

     난 학교를 빠져나와 집으로 곧장 가지 않았다. 시내에 있는 제법 큰 공원에 가서 심호흡을 몇 번 했다. 그리고 공원 내 호수를 바라보며 소리를 질러보려 했으나 주변 사람들이 쳐다볼까봐 그냥 작게 "야아아..." 하고는 공원을 빠져나왔다. 난 육중한 몸을 이끌고 비오는 거리를 걸었다. 

     아, 목소리.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일줄은, 난 정말 몰랐었다. 그 특별 코멘터리를 본 이후 다시 <투하트>를 실행해봤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예쁜 그림은 마치 서늘한 인상의 미인 같았다. 사랑 받는 것에만 너무 익숙해져 있어 막상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잘 공감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 

     그렇다면, 나는 무엇에 기대어야 하는가. 

     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길거리를 싸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우리 아파트 단지 내의 작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아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풀린 눈을 하고, 간혹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그녀가 보였다. 그녀가 쓰고 있는 우산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난 그녀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오늘은 분홍색 트레이닝 복 차림은 아니었다. 난 우산도 내팽개친채,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안경에 빗물이 묻으면서 시야가 금방 흐려졌다.

     나의 등장에 그녀가 조금 놀란 듯했다. 두 눈에 경계심이 약간 어렸다. 그래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미안했다. 정말 미안했다. 놀라게 해서 너무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이 말을 꼭 해야 할 것 같았다. 

     난, 그 목소리의 주인에게 말했다. 

     "좋아합니다..."

     날 구원해주세요. 아니, 구원해주지 않아도 좋으니까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주세요. 세상에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은 내게 웃어주었어요. 그러니까, 난 당신을 좋아해요. 

     그녀는 당혹스런 듯했다.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미안했다. 당혹스럽게 해서 너무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하지만..."

     아아아. 고맙다고 했다. 그렇게 놀라게 하고 당혹스럽게 했는데 나한테 고맙다고 했다. 그 사랑스런, 목소리로, 고맙다고, 했다. 그래, 이것은, 2D 캐릭터의 영혼 없는 자태보다 훨씬 더 매혹적이었다. 죽을 때까지 기억하리라. 사람의 목소리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음을.

     난 품 속에서 주섬주섬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종이는 비에 맞아 군데군데가 축축했고 꼬깃꼬깃했다. 마치 나의 현실을 보는 것 같은 그 놀라운 감정이입에 난 잠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마 비를 많이 맞아서 추운가 보다 라고 생각한 것 같은 그녀의 눈도 같이 부르르 떨렸다. 아름다운 공감의 눈이었다. 난 종이를 그녀에게 건넸다.

     "열심히... 그린 거에요. 한 번 밖에 못 봤지만... 많이 기억해 내려 애쓰면서."

     당신을 그린 거에요.

     그녀가 종이를 조심스럽게 받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내 손에 살짝 닿았고, 난 그 자리에서 맥이 풀려 쓰러졌다. 놀란 듯한 그녀의 비명소리가 아파트 단지 내로 울려퍼졌다. 

     자꾸 놀라게 해서, 너무 미안했다. 

     난 정신을 잃었다.




     [여돼야]

     [왜]

     [이번에 새로 나온 겜 보내주까]

     [뭔데]

     [하급생이라곸ㅋㅋㅋ 그림체 존나 이쁘디ㅏ 여자도 존내 이뻐]

     [목소리 나오냐]

     [ㅋㅋㅋㅋㅋㅋㅋ이 세끼 변태 다댔네 신음소리 듣고 싶냐]

     [아니다 병신아 아는 사람 나올까봐 그런다]

     [아는 사람? 병신아 이거 실사 아니고 그림이거든]

     [있어 그런게]
     
     [누군데]

     [됐고 나 공부할거니까 사라져]

     [공부 좋아하넼ㅋㅋㅋ]

     [어떠케 알앗지...]

     [너 개그하냐]

     [야 그림학원 어디 좋은데 아냐]

     [미술학원?]

     [어]

     [너 그림 다시 그리냐]

     [뭐 글치...]

     [변태새끼. 이젠 미소녀를 직접 그릴라고..///-///]

     [아니거든]

     [그럼 모야]

     [있어]

     난 컴퓨터를 끈 후, 방 안을 왔다갔다 했다. 머리를 빙글빙글 돌려보고, 뱃살이 조금 출렁이긴 했지만 간단한 스트레칭도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펜을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만, 눈매가 이렇게 약간 쳐진 형태였던가? 기억이 날듯 말듯 하네. 한번 다시 봤으면 참 좋겠는데.

     쓰레기나 버리러 가 볼까?

    배우최종원의 꼬릿말입니다
    올해 29살의 연극배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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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20 16:36:16  118.127.***.163  PF*any
    [2] 2012/05/05 18:57:28  112.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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