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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rt_11164
    작성자 : 배우최종원
    추천 : 2
    조회수 : 446
    IP : 125.132.***.11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3/07/19 16:20:03
    http://todayhumor.com/?art_11164 모바일
    장편소설 <괴물들> Season I - 프롤로그




    괴물들

     

    프롤로그

     

    - Day 0

     

    그 날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늦어도 6시 50분에는 일어나서 준비해야 회사에 지각하지 않지만 전날 과음한 덕에 7시 2분에 일어났다. 숙취로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감싸쥐며 일어난 나는 면도도 대충 하고 구겨진 와이셔츠를 대충 다려 입고 어머니가 주는 밥을 입 속에 때려 넣은 다음 우적우적 씹으며 양말을 신고 넥타이를 버스에서 매겠다는 생각으로 양복 주머니에 때려 박고는 집을 뛰쳐나왔다. 어머니가 등 뒤에서 외쳤다. “차 조심해!” 나도 외쳤다. “알았어!”

    8시 55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회사를 향해 헐레벌떡 뛰기 시작했다. 도보로 7분 거리니까 이 상태로 스프린트하면 4분 안에 끊을 수 있다. 그러면 지각 1분 전에 도착할 수 있다. 오늘따라 차가 막히지 않은 것은 행운이었다. 회사 로비를 뛰어 지나가며 일찍 온 동료들과 인사를 했다. 동료 직원인 수영이 뛰어가는 나에게 말했다. “종원 씨, 오늘 상지 물류 주문서 처리해 줘요!” 내가 외쳤다. “어, 그거 어제 대충 했어. 나머진 네가 해!” “내역까지 마저 봐줘야 되는데!” “왜 나한테 다 떠넘겨?” 나는 그렇게 응수하고는 사무실로 뛰어 들어갔다. 간신히 8시 59분에 세이프! 팀장님이 커피를 타며 웃었다. “종원 씨, 좋은 아침!” 나도 숨을 씩씩거리며 웃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팀장님.”

    그 날의 업무는 수월했고, 다만 계산서에 단위 착오가 있어 조금 애먹긴 했지만 원만히 해결되었다. 전날 과음했으니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빨리 씻고 자야겠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뒤늦은 숙취와 피로가 몰려왔다. 저녁 6시. 술 한 잔 하고 가자는 동료 직원 기준의 권유를 뿌리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잠깐 졸다가 정류장을 지나칠 뻔했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니 저녁 8시 20분. 그러고 보니 오늘은 5월 1일. 어머니 아버지 결혼기념일이구나. 케이크라도 사서 들어가야겠다. 동네 빵집에 들러 케이크를 사고,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괜히 기분이 좋아 노래를 흥얼거렸다. “골목길에서~ 나는 그녀를 보았네~” 그리고 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뭔가가 나를 덮쳤다. 나는 정신을 잃었다.

     

     

    - Day I

    나는 지금 어두컴컴한 장소에 있다. 목 안쪽이 까칠까칠하고 침을 삼키기가 힘들 정도로 지독하게 목이 말랐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처음 이 곳에서 눈을 떴을 때 들었던 생각은, ‘내가 뭘 잘못했지?’ 난 공포감에 젖어 울먹울먹하며 핸드폰을 찾았다. 그러나 핸드폰은 없었다. 나를 이 곳으로 밀어 넣은 이가 가져갔음이 분명하다.

    모르겠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프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뭔가가 나를 덮쳤을 때 머리를 심하게 가격 당했던 모양이다. 머리카락이 마른 피에 엉겨 붙어 있었다. 이 곳은 지독하게 어둡다. 그런데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기척이 느껴지는 건 아닌데, CCTV 같은 게 있나? 뭔가... 어둠을 밝힐 만한 것이 없을까? 나는 주변을 더듬어 무언가 손에 잡힐 만한 것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바닥... 바닥은 차갑고, 시멘트 특유의 거칠거칠한 알갱이가 느껴진다. 툭, 하고 뭔가가 손에 닿았다. 책상 다리 같다. 책상 위에는 뭔가가 있을까? 책상 위를 더듬어 보자, 뭔가 부드러운 게 느껴졌다. 오, 주여! 이것은 양초였다. 난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낸 다음 초에 불을 붙였다. 주변이 환해지고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생수통 박스를 발견했다. 1.5L 짜리 생수병이 한 가득 있었고 난 거친 숨을 내쉬며 물을 벌컥벌컥 삼켰다. 정신이 번쩍 들며 순간 찌릿하게 아파오는 머리를 움켜쥐고 쪼그려 앉았다. “으으으...” 잠시 그 상태로 있다가 다시 일어났다. 빨리 주변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이 불길한 시선은 누구의 것인가. 난 주변 구석구석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이곳은 밀실이라는 것이었다.

    사방이 벽이었고, 창문 하나 없었으며, 거대한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아무리 밀고 당기고 소리를 지르고 쾅쾅 두드려도 철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난 완전히 갇힌 셈이었다. 다시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뭘 잘못했지?’

    갑자기 서글퍼져서 눈물이 흘렀다. 예정대로였다면 나는 집에 도착한 후 부모님께 결혼 기념일 선물을 드리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 다음 침대에서 낄낄거리며 오유를 했었어야 했다. 이건 아니다. 이런 대우를 받기엔 난 정상적으로 살아왔다. 정상적으로 살아 왔다고 생각한다. 그래, 물론 대학생 때 컨닝도 해 봤고 여자 친구 몰래 바람 피워본 적도 있고 호기심에 미성년자가 나오는 야동을 본 적도 있어. 하지만 그건 그저 호기심이었고 보자마자 바로 지웠다고! 난 어린 애한테 성적으로 끌리지도 않고, 여자 친구한테 죽기 살기로 사죄한 다음 다시 좋은 관계로 돌아갔었고 (지금은 헤어졌지만) 컨닝도 딱 한 번 해봤을 뿐이야. 게다가 난 그러고도 D+받았다고. 나 때문에 누구가 손해를 볼 일은... 있긴 있다. 인수. 걔는 F를 받았었지. 우리는 늘 붙어 다녔고 똑같이 공부를 안 했지만, 나는 컨닝해서 D+, 걔는 컨닝 안 하고 F. 설마... 인수가?

    아니면 회사에서 나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이 있나? 누구? 설마 술 한 잔 하자는 걸 거부해서 나에게 억하심정이 생겼나, 기준이가? 그래서 집에 가는 내 뒤를 몰래 쫓아온 다음 골목길에서 덮쳤나? 아니면 수영 씨인가? 아, 그래. 수영 씨가 나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쯤은 눈치 챘어. 좀 못 받아준 건 사실이야. 그렇다고 내가 수영 씨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거나 했던 행동이 따로 있지는 않았는데.

    팀장님?

    나 지각 안 했는데. 물론 어제 그제는 지각 했었어. 그런데 그것도 한 칠, 팔 분 늦었을 뿐인데. 그리고 그 노처녀는 맨날 나한테 집적대고 의도적으로 스킨쉽을 시도하면서 나에게 호감을 표했는데, 나는 그녀한테 별로 매력 못 느꼈지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동안 나는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냉철하게 내가 살았던 삶을 반추해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섬뜩한 두려움이 문득 문득 올라왔다.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저 철문으로 누가 나타날까? 그리고 나를 어떻게 할까?

    지금은 밤일까, 낮일까?

    귀가하지 않는 나를 걱정하실 부모님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 Day II

     

    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철문으로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난 이 곳에 혼자 있는 게 분명한 듯 한데,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초를 가지고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난 그것을 발견했을 때 기절초풍할 뻔 하며 외쳤다. “누구야!”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마네킹. 창백한 표정의 마네킹이었다. 구석구석 더 살펴본 결과 그것들은 이 방의 모퉁이마다 한 개씩, 총 네 개가 있었다. 마네킹의 눈빛은 불길했다.

    이 곳은 원래 모텔 방이었던 것에 철문을 하나 달아 놓은 것 같았다. 책상 위에 모텔에서 흔히 볼 법한 다방 홍보용 성냥개비가 보인다. 외로울 땐 전화하세요~ 오빠. 그래, 난 지금 지독하게 외롭긴 하다. 전화해 볼까, 아, 핸드폰이 없지.

    소변이 마려워서 방구석에 누었다. 그리고 책상 서랍에서 42개의 초콜릿 바를 발견했다. 혹시 다른 것이 더 있을까 해서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정확히 42개의 초콜릿 바. 한 끼에 하나씩 먹을 경우 정확히 14일을 버틸 수 있을 분량이었다. 14일? 14일만 버티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나를 여기 가둔 자는 왜 14일을 상정했을까? 의문이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만약 나를 감시하고 있다면, 카메라가 어딘가에 설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방 구석구석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카메라로 의심되는 것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여기서 탈출해야 한다. 14일이 지나기 전에, 이 곳을 벗어나야 한다.

    14일 후에, 그 놈이 올 것이라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 Day V

     

    자다가 퍼뜩 인기척을 느꼈다. 마네킹? 아니었다. 시선의 방향이 달랐다. 철문 쪽이었다. 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철문의 철창 사이로 번뜩이는 두 눈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지옥의 악마의 그것처럼 빨갛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이었다. 난 헉, 소리를 내며 얼어붙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소리 질렀다.

     

    “누구냐!”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난 다시 소리 질렀다.

     

    “야 이 새꺄! 너 누구야!”

     

    “생각보다 강하군.”

     

    음침하게 울려오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누구지?

    “왜 나를...?”

     

    “......”

     

    “얘, 얘기해주세요... 왜 나를 여기다가 가둔 거에요? 예?”

     

    “......”

     

    “왜 이런 곳에 나를 가둔 거냐고요? 당신 누구에요? 아니면 누가 시켰어요? 뭐에요? 당신? 응? 대답해 봐! 누구야 너! 누구냐고 이 시발놈아!”

     

    “저주 받을 지어다. 가련한 희생양아.”

    뭐?

     

    “그 곳에서 온갖 저주를 먹고, 괴물이 되어라. 그리하여 너를 대적하는 우리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지? 난 영문을 몰라 입만 뻐끔거렸다.

    그 놈이 남겨두고 간 말은 하루 종일 나를 괴롭혔다. 괴물이 되라는 것이 무슨 말일까? 나를 대적하는 ‘우리’란 누구들인가? 난 치열하게 과거를 회상하며 추리하는 작업에 열중했다. 나를 여기 가둘 만큼 나에게 원한이 있는 자는, 또는 내가 여기 갇힘으로써 이득을 얻는 자는 누구인가.

    ...기준은 수영에게 연정을 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별로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기준은 가끔 나에게 수영이 이야기를 했다. 담배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회사 테라스에서, 그는 그 순간만이라도 퇴폐적인 반항아 코스프레를 하며 음담패설 농후한 농지거리를 내뱉다가 툭,

     

    “야, 수영 씨 예쁘지 않냐?”

     

    “예쁘긴 하지.”

     

    “난 그런 숏컷 잘 어울리는 여자 끌리더라.”

     

    “그래?”

     

    “응. 빠구리 뜨면 화끈할 것 같잖아. 리드할 것 같잖아. 긴 생머리 애들은 너무 순종적이고 수동적이야. 고귀하게 자랐다는 표시잖아, 긴 생머리는.”

     

    등등의 말을 지껄이곤 했다.

     

    별로 신경 안 쓰고 있었다.

     

    하지만 내심 나를 질투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수영이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후로는, 한 명의 여자라도 더 지배해야겠다는 남자의 욕구가 그를 사로잡았는지도 모른다. 그래, 게다가 수영은 얼굴도 몸매도 괜찮잖아. 어딜 가나 예쁜 여자가 문제야. 결국 그녀가 예뻤기 때문에 빚어진 참극이었다, 이 현실은. 그가 나를 여기 가뒀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수영을 독차지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수영은 왜 나를 좋아했을까? 그런데 진짜 좋아한 걸까? 내가 착각하고 있었을지도? 솔직히 내가 그렇게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착하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성실한 것도 아니고, 지각하는 날도 많고, 술 좋아하고, 별로 좋아할 구석이 없는 것 같은데. 오, 맙소사. 이런 곳에 갇혀서야 이런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질 줄이야. 나 생각보다 못난 놈이었네.

    수영은 팀장과 사이가 안 좋다. 노처녀 팀장은 젊고 매력적인 수영을 시기한다. 젊고 매력적이지만 지기 싫어하고 깍쟁이 구석이 있는 수영은 팀장과 은근히 대립각을 세웠다. 그리고 난 팀장의 눈에 들때마다 은근히 안도하고 있었다... 회의 때나 업무 진행할 때 팀장은 나에게만은 히스테리를 부리지 않았으니까, 내가 마음을 다칠 일도 없고, 성가신 업무를 맡을 일도 없는 거다. 기준이 결재 한 번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세 번은 ‘빠꾸’를 맞는 것과는 달리...

    수영은 자기 편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 하지만 내가 자의 반 타의 반 응하지 않았고... 기준은 수영을 좋아하고, 수영은 남자로서 내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파벌 싸움에서 한 명이라도 자기 편을 끌어들이기 위해...

     

    그때, 내 눈에 전원이 들어왔다. 내 눈이 프로젝터처럼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빛은 강렬히 분사되어 벽 한 쪽에 큰 슬라이드 화면을 만들어내었다. 화면은 이내 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메신저 채팅 창이었다.

     

    [수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3. 5. 5. 20:10)

     

    [기준: 그 새끼 없으니까 살 맛 나네. 그나저나 좀 심심하긴 하다.] (2013. 5. 5. 20:11)

     

    [수영: 팀장은 아마 죽을 맛일거야, 갑자기 사라져서] (2013. 5. 5. 20:15)

     

    [기준: 그새끼 맨날 팀장한테 꼬리치던데 ㅋㅋㅋㅋ] (2013. 5. 5. 20:16)

     

    [수영: 눈빛잌ㅋㅋㅋ 아부할 줄 알앜ㅋㅋㅋㅋ 팀장한테 그렇게 잘 보이니까 팀장이 우리만 갈구잖아 시부럴] (2013. 5. 5. 20:16)

     

    [기준: 툭하면 결근하고.] (2013. 5. 5. 20:17)

     

    [기준: 지금 잘 가둬놨지] (2013. 5. 5. 20:22)

     

    [기준: ?] (2013. 5. 5. 20:22)

     

    [수영: ㅇㅇ 우리 이거 다 캡처해서 보내기로 했어.] (2013. 5. 5. 20:23)

     

    [기준: ㅋㅋㅋㅋㅋ 그 안에서 뒤져라 찐따새끼] (2013. 5. 5. 20:24)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졌고, 난 바닥에다 긴 토사물을 만들어 놓았다.

     

     

    - Day VI

     

    초콜릿 바가 쓰다.

     

     

    - Day VIII

     

    차라리 이렇게 단절이 되고 나니까 속이 편한 것도 있다. 나를 감시하는 사람도 없다. 지독하게 심심하단 것만 제외하고, 대화 상대가 없다는 것만 제외하고는, 편한 곳이다. 어머니 뱃속처럼 안락하다.

    지금 남은 초콜릿 바는 21개. 내 생체 시계가 맞다면, 앞으로 최소한 7일 동안은- 그 꼴보기 싫은 연놈들을 안 봐도 된다.

    팀장이 보고 싶다. 여기서 나가서 그녀를 보게 된다면 난 내 젊음을 바쳐 그녀와 연애할 것이다. 맛있는 한정식만 같이 먹을 수 있다면.

    수영과 기준도 보고 싶다. 여기서 나가서 그 연놈들을 보게 된다면, 난 내 젊음을 바쳐 그 연놈들의 목을 딸 것이다.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 밥 먹기 전에 이런 초콜릿 종류를 먹으면 안 된다며 타박하시곤 했었다. 어린 맘엔 그게 참 야속했었는데, 자식이 몸에 좋은 것을 먹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이었단 걸 안 순간부터 참 죄송했다. 지금 이렇게 어두컴컴한 곳에서 이런 것만 먹고 있자니 몸이 아파오는 것 같다... 여기서 나가고 싶다. 내게 따뜻한 햇살이 허락된다면...

    어떤 생각이 번개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바람에 난 움찔했다. 뭐지? 그 정체불명의 남자가 그랬지?

     

    “그 곳에서 온갖 저주를 먹고, 괴물이 되어라.”

    이 독방은 괴물을 키우는 어떤 여자의 뱃속일까?

    나는- 지금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가?

     

    참, 모성애 강한 여자로구나, 이렇게 태교를 하다니, 이대로 태어난다면 나도 영락없이 익명의 공간에 숨어서 인신공격성 악플이나 다는 사람들과 같은 성정을 갖게 되겠지. 그렇게 혐오했던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 하지만 난 절대 괴물이 되지 않을 것이다. 상처 받은 사람이 상처를 준다. 여느 사람이라면 이 곳에서 잔뜩 상처 받은 그 크기만큼의 상처를 다른 사람들에게 주겠지. 하지만 난 그런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어렸을 때 성경도 자주 읽었고 교회도 자주 나갔던 나는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씀을 늘 기억하고 살았다. 지금은 교회 끊은 지 오래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성경 공부했던 가락이 어디 가겠나. 난 특별한 사람이다. 난 그러지 않을 것이다. 상처의 순환 고리를 끊는 방법은 상처 받아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다. 공은 여기서 멈춘다.

     

    - Day VIIII

     

    외롭고 외롭고 외롭다.

    나를 이 곳에 처넣은 그 시발연놈들을 내 평생 저주할 것이다! 이 곳에서 나가기만 하면! 그 새끼들을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칼로 찌른 다음 시체를 토막토막내어 개들에게 뿌려줄 것이다! 빌어먹을, 왜 내가 이런 곳에서!

     

    “왜! 내가! 이런 곳에서!”

     

    아무리 울부짖고 벽을 쿵쿵 두드리고 철문에 머리를 부서져라 박아대도 소용이 없었다.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이 따위 정도밖에 안 되니까 이런 곳에 갇힌 것이다- 이 빌어먹을 자괴감. 외로웠다. 이 자괴감을 토로할 사람이 없어서.

    그때, 다시 내 두 눈에 전원이 들어왔다. 내 두 눈이 또 한 쪽 벽면에 빛을 내뿜었다.

    이, 이, 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너무 잔인하거나 너무 슬퍼서 보다가 중지했던 영화가 다시 눈 앞에서 상영되려고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슬라이드가 펼쳐졌다. 안 돼... 또 메신저 채팅 창이 뜨려고?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메일?

     

    난 허공의 마우스를 움켜쥐었다. 내가 손을 휘저을 때마다 슬라이드 속 커서가 좌우로 흔들렸다. 난 ‘읽기’ 버튼에 커서를 갖다 대었다.

    안 돼! 읽으면 안 돼! 분명히 또 나를 충격에 빠뜨릴 내용일 것이다. 메일 제목쯤은 확인해 봐도 괜찮잖아? 아니, 안 돼. 제목을 읽으면 내용을 열어 보고 싶어질 것이다. 제목도 봐선 안 돼. 운동, 운동을 하자. 난 머리를 흔들고 눈을 깜빡이며 빛무리들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열심히 팔굽혀 펴기를 했다. 한 10여 회도 못하고 픽 쓰러졌다. 몸이 약해진 것이다. 햇볕을 못 받아서,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서 약해진 것이다. 억울하다.

     

    살고 싶다.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

     

    분노, 분노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남은 6일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은 이제 분노 뿐이다. 여기서 살아나가서 복수해야겠다는 강한 일념- 그 정신만이 내 육체를 지배하여 나를 살게 할 것이다. 그래, 나를 분노케 해라!

     

    난 다시 벽을 바라보고, 심호흡을 한다면, 눈을 크게 떴다. 나와라, 빛!

     

    벽면이 하얀 화면으로 물들었다. 나는 손을 움직여

     

    메일 제목을 확인했다.

     

    ‘종원아 어디니?’

     

    어... 어머니? 이 글귀는 내가 회식 자리나 친구들 만난 자리에서 술을 많이 먹고 귀가가 늦어질 때, 또는 여행한답시고 싸돌아다닐때 어머니가 나에게 보내던 글귀와 같았다. 난 재빨리 메일을 열었다.

     

    ‘종원아. 네가 또 집에 안 들어오는 걸 보니 어디 또 여행이라도 떠났는가 보구나. 아직도 그렇게 글이 쓰고 싶니? 몸 조심해라. 감기 조심하고. 아 그리고 방금 회사에서 전화왔는데 너 이제 안 나와도 된다더라. 소설이 쓰는 거 좋지만 그거 해서 먹고 살겠니. 나중에 결혼하고 애도 낳아야 하는데 니 마누라랑 애들 다 굶길 참이야. 에고, 잔소리해서 미안하다. 몸 조심하고 올 때 전화해라.’

     

    내가 회사에서 부적응자였던 이유는, 애초에 입사하고 싶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니까. 회사에 들어가지 않고 글을 계속 썼더라면- 비록 가난하게 살더라도 이런 곳에 갇히는 일 따윈 없었을 것이다.

     

    눈물이 났다. 외로움의 극한엔 죽음이 있다.

     

    죽음.

    괴물이 되어서라도 살아야겠다.

     

    죽을 수 없다.

     

    - Day X

     

    하루 팔굽혀펴기 50개 씩! 이를 악물고!

     

    - Day XI

     

    어떻게 해야 사람을 잘 죽일 수 있을까? 칼로 목을 그어버릴까? 그런데 그것은 너무 빠르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야 한다. 사지를 묶은 후 손톱부터 시작해서 손가락, 손목, 팔꿈치, 팔뚝, 어깨까지 자근자근 잘라내야 한다. 그리고 다리도 같은 식으로 한다. 그렇게 사지를 잘라 내면 몸통을 몇 번 굴린 다음 개들한테 던져 주자. 그리고 그 동안 질러대는 비명들을 녹음해야 한다. 그 녹음 소리를 다른 희생자들을 묶어 놓았을 때 들려주자. 행복하겠지. 미치도록 행복할 것이다.

     

    - Day XII

     

    어머니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 텔레비전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이구, 어떡해.’ 하며 눈물을 글썽이시고, 내가 자취생 시절 공황장애로 고통 받다가 심각해져서 교수님의 전화를 받고 냅다 뛰어 오셔서 나를 보고는 ‘네가 이렇게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는지 몰랐다.’ 라며 또 눈물을 글썽이시고.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낙이 나였다. 내가 잠자리에 들면 혹여 추울까 봐 보일러를 만지시고, 내가 불쑥 여행을 떠나서 일주일 정도 지났다가 돌아오면 ‘또 역마살 도지셨어, 우리 아들, 그래, 소설이는 많이 썼니?’ 하며 웃으시며 눈물을 글썽이던 분이었다. 난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 같다.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비록 글쟁이가 되고 싶었던 나의 꿈을 이해하지 못하셨더라도,

    울고 계실 것이다. 이번 여행의 끝은 평소보다 너무 늦다.

    울고 싶다. 보고 싶다.

     

     

    - Day XIII

     

    벽에 슬라이드를 비추고, 메모창을 연 다음 목록을 작성했다.

     

    - 죽일 사람들 -

     

    수영(27): 이 년은 나를 좋아하는 척하면서 온갖 끼를 부렸지만 그것은 사내 세력 싸움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나의 사소한 행동에 트집을 잡고 욕한 다음 그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마녀다. 죽일 것이다. 이 곳에서 나가면 반드시! 내가 어리버리해 보이니까 잘 구워 삶아 놓으면 언제고 쓸 데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끼들을 부렸겠지. 불여우 같은 년. 잘근잘근 씹어 삼킬 년.

     

    기준(30): 이 새끼는 내 직장 동료다. 겉으로는 친한 척 하고 술 한 잔 하자 하지만 나를 시기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수영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내심 질투하고 있었을 것이다. 병신 새끼, 그게 내 잘못이냐!

     

    날 여기 가둔 놈 (나이, 마흔 쯤 되지 않았을까?): 목소리가 음침하다. 아마 찌질이 백수에다가 히키코모리였음이 틀림없다. 방구석에다가 컵라면 용기 잔뜩 쌓아 놓고 연예인 기사 악플이나 달고 저질 애니메이션만 보다가 이런 일을 알게 되어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날 급습하는 솜씨가 서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런 일을 꽤 오래 한 듯 하다. 반드시 죽여야 한다.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난 정의의 화신이다.

     

    난 정의의 화신이다.

    괴물이 아니다.

    나는, 당연히 척결해야 할 이 세 사람들을 척결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여기서 반드시 살아나갈 것이다.

    이제 이틀 남았다.

     

    - Day XIV

     

    하루 남았다.

    네 개의 초콜릿 바를 바라보며, 문득 여기서 나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온갖 저주를 먹고 괴물이 되어라.’ 라고 했다, 그 음침한 녀석이. 괴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내가 괴물로서 쓰일 용도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난 괴물이 되기로 했고, 여기서 나갈 일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온갖 저주의 글을 이렇게, 벽에다가 피칠갑을 하면서.

    잘려나간 손가락이 시시때때로 아파온다.

    괴물처럼 보이기 위해서, 저주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 피가 많이 필요했다. 난 내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자, 난 충분히 괴물이 되었다...

    그런데 ‘그들’이 보기에 충분치 않다면?

    나를 더 광기에 휩싸이게 하기 위해, 몇 십개의 초콜릿 바만 던져놓고, 나를 계속 여기 가둔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피비린내가 자욱하다. 육체적인 고통이, 오히려 내 안에서 광기를 몰아낸다.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머릿속이 냉철하고, 총명하다. 나갈 수 없을 거란 위기감이 나의 균형감각을 회복시키고 있다.

     

    나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일, 저 초콜릿 바를 던지기 위해 ‘그놈’이 배식구를 여는 순간, 재빨리 손을 휘어잡자. 그놈의 손이 배식구를 여는 찰나에, 아주 재빨라야 하고, 잡으면 절대 놓지 말아야 하고, 재빨리 손을 끌어온 다음, 아귀같이 물어뜯어야 한다. 그놈이 아프다고 이거 놔달라고 애걸복걸할 때까지. 그러면 난 소리친다. ‘빨리 문 열어!’...

     

    불가능하다... 그놈이 그렇게 허술할 리 없다.

    더 괴물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놈이 인정할 때까지. 아, 저건 누가 보더래도 영락없는, 여기서 나가자마자 사람들을 찢어죽일 괴물이구나, 인정받을 때까지. 악마의 종교로부터 세례식을 받을 때까지.

     

    난 다른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별로 안 아팠다. 더 세게 물어뜯었다. 피가 솟구친다.

     

    난 벽에다가 이렇게 썼다. ‘난 너희를 죽이고 죽을 것이다!’

     

    “이히히히...”

     

    정신이 아득해진다... 난 너희를 죽이고 죽을 것이다...

     

     

    - Day XV

     

    “죽었나?”

     

    “글쎄.”

     

    “건드려 봐.”

     

    아니, 나 안 죽었어.

     

    “피를 많이 흘렸네. 가엾어라.”

     

    “이제 와서 왜 그래.”

     

    “꼼짝도 안 하는데. 죽은 것 같아.”

     

    “가만... 숨은 쉬는 것 같기도 한데. 미약하게.”

     

    한 녀석이 내 코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나, 안 죽었다고.

     

    “음? 어디 봐봐. 어? 아직 숨은 붙어 있는 듯?”

     

    “그런데 가만 놔두면 알아서 죽겠다. 이렇게 피를 많이 흘렸고, 지금 반 죽은 거나 다름없어.”

     

    지금이다! 난 벌떡 일어났다.

    두 명의 남녀, 수영과 기준이었다. 그들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악마를 보았을 때의 그 공포, 그것이 그 두 연놈들의 눈가에 서렸다. 키히히히. 그래, 난 악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너희를 죽이기 위해, 내가 흘린 눈물과 핏방울을, 너희가 알기나 할 것이냐! 난 기준을 향해 돌진한 다음, 그의 목을 두 손으로 잡고 벽으로 몰아붙였다. 그 녀석이 켁켁거렸다. 숨 막히지? 나는 보름동안 그 숨막힘을 견뎌내야 했어. 그의 목을 더 세게 조른다. 퍼덕거리던 녀석의 손이 점차... 잦아든다. 수영은 나를 기준에게서 떼어내기 위해 덤벼들지만, 어림없었다. 내가 한번 팔을 휘두르자, 저만치 나가 떨어졌다. 벽에 머리를 부딪친 수영은 기절했다. 기준이 숨을 쉬지 않자, 나는 그 몸을 내팽개치고는 수영에게로 다가갔다. 발로 수영을 걷어찼다. 고통을 느낀 수영이 눈을 떴다. 기절한 사이에 잠시 다른 세계를 갔다 왔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가 이내 상황을 깨달은 듯 일어나려했다. 그 큰 눈에 어린 공포, 그래 바로 이 느낌이야... 나는 수영의 머리를 잡고 벽에다가 던졌다. 쿵! 수영의 머리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문 밖에, 그놈이 있었다.

    그 놈은 웃고 있었다.

    왜 웃지? 난 잠시 등골이 서늘했다. 왜 웃지?

     

    “왜 웃지?”

     

    “반갑다, 괴물.”

     

    그토록 증오했던 이에게서 인정받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아는가? 사람은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살아가지만 그것이 나의 인생관을 뒤집어 놓을 인정이라면 나의 존재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난 괴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아무도 나를 붙잡아주지 않았다. 아무도 없었다.

     

    놈을 노려보고 있는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으르렁거림이 섞인 욕설을 내뱉으며 그놈에게 덤벼들었다...

     

     

    - The End Of The Days

     

    “어? 꿈틀거렸어. 아직 숨이 붙어 있나 봐.”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아는 것 같아.”

     

    “기준 오빠? 무서워, 이제 가자.”

     

    “응... 그래.”

     

    “이제 안 꿈틀거린다.”

     

    “숨도 안 쉬어.”

     

    “볼게... 응, 안 쉬네.”

     

    “죽었구나.”

     

    “이봐요, 이 시체는 어떻게 처리합니까?”

     

    “장기와 안구는 팔고, 나머지 시체는 조각내서 버립니다.”

     

    “그렇군요.”

     

    “수익은... 연구비용으로 쓰이지요.”

     

    “연구비용?”

     

    “저 벽에 써진 글들을 보십시오. 섬뜩하지 않습니까?”

     

    “섬... 섬뜩하네요.”

     

    “저런 것들이 우리의 연구 자료들이지요. 사람이 극한에 몰리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그것을 알고자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연구 과제입니다.”

     

    “당신들은 뭐하는 집단이기에 그런 것을 연구합니까?”

     

    “그것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알... 알겠습니다.”

     

    “다음에 또 가둬놓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연락 주십시오.”

     

    “우리의 신원은 지켜집니까?”

     

    “물론이지요.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단체가, 당신들을 지켜줍니다.”

     

    “어디입니까?”

     

    “말할 수 없습니다.”

     

    “오빠, 이제 가자.”

     

    “으응... 알았어.”

     

    “그럼 이제 가보시지요. 저는 이 방 구석구석, 사진을 찍고 정리를 해야 해서.”

     

    “예. 수고하십시오.”

     

    “네.”

     

    "가자, 오빠.“

     

    “응. 가자, 빨리.”

     

    The End Of The Prologue

    written by jongwon choi

    낮아짐 프로덕션

     

    “난 너희를 죽이고 죽을 것이다, 라... 마치 궁지에 몰리고 고립된 북한 정부가 하던 말 같은데? 남한이든 북한이든 결국 성정은 똑같구만. 재밌네. 큭큭큭.”

     

     

     




    *** 작가의 말


    매주 금요일 자정까지

    한편씩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단편소설이나 단막극을 몇 편 끄적이긴 했는데

    장편을 연재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배우최종원의 꼬릿말입니다
    서른 살의 연극 배우 및 극작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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