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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06 07: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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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임금 격차의 원인은 몇가지가 있는데, 위험하고 더럽고 험한 직종 종사자의 성비 불균형이 첫째 원인입니다. 이쪽은 일이 고된만큼 페이도 셀 수 밖에 없죠. 이런 분야 종사자의 성비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을 겁니다. 사실 이건 여성계에서 불만을 가질 이유가 전혀 못됩니다. 여성들이 이쪽 분야에 더 많이 진출 하거나, 아니면 그냥 이로 인한 전체 임금격차 분량은 받아들여야 할 수 밖에요.
두번째 원인은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입니다. 이게 임금 격차의 가장 주된 원인이며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요, 최소 몇달에서 몇년간 쉬다 온 직원에게 회사 입장에선 그만큼의 경력을 더 쌓은 다른 직원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기 힘들다는 것이겠죠. 사실상 지금 시대에서 동일 노동 기준으로 따져봤을때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이전에는 성별간 임금격차가 거의 없는 수준까지 성평등지수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문제는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이후 임금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고, 단절된 경력에 연령대는 더 올라간 셈이라 진급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여성들이 유리천장 유리천장 말들을 하는데, 요즘 시대에는 옛날처럼 ‘여자가 무스은~ 임원을 한다고오~’ 뭐 이런 성차별적 이유를 가지고 여성의 진급을 막아버리는 게 아닙니다. 아직 그런 쌍팔년도 인식을 가진 막장 기업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만 그건 더이상 문제의 주요 핵심이 되지 못하는 수준이에요. 여성의 고위직 진급 숫자가 남성에 비해 여전히 월등히 적은 이유는, ‘여성이라서’ 진급에 패널티를 받은게 아닙니다. 동일 연배에 경력 연차 차이가 나니까 출산/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없었던 남성이 더 가산점을 받는 셈이 되기 때문이죠.
게다가 요즘시대엔 육아와 교육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때문에 맞벌이 가정들이 많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나이를 점점 먹으며 슬슬 직장일+가사일 둘 다를 감당할 체력이 딸리게 되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사일과 아이들 케어에 들어갈 노동력이 점점 커지면서 동시에 아이들 육아를 많이 도와주던 부모님 세대가 고령+사망+아이들 감당하기 힘든 나이 진입 등의 이유로 ‘부모님 찬스’를 더이상 받기 힘든 시기가 오면 맞벌이 가정은 선택을 해야하죠. 선택과 집중으로 벌이를 좀 줄이더라도 한명이 벌고 한명이 가사와 육아를 감당하는 역할분담을 고민하게 됩니다. 이 상황이 되면 아무래도 경력단절이 없었기에 버는 비용도 조금 더 높고, 진급에서도 유리했던 남성쪽이 벌고 여성이 직장을 나와 가사일을 맡는게 더 효율적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거죠. 이렇게 됨으로써 여성들이 고위직 진급 이전에 회사를 나오는 일이 많아지기에 고위직으로 갈수록 성비 불균형이 점점 커지고, 이게 다시 성별간 임금격차를 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요약하자면 20대때 성별간 임금격차가 크지 않았으나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20후반-30대 이후의 임금격차와 진급에 있어서의 격차를 만들어내고, 맞벌이 부부의 나이가 30중후반을 넘는 시점과 아이들 육아/교육+가사에 들어가는 노동력이 확 뛰는 시점과 부모님 육아도움 찬스가 한계점을 넘어서는 시점이 크로스 되는 바로 그 시기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부 중 한명이 회사를 나와 가사를 전담하는 선택들을 만히 하게 되는데, 위에 말한 임금/진급 격차로 인해 주로 여성이 이 선택의 희생양이 되면서 이게 다시 성별간 진급 격차를 만들어내면서 임금 격차를 야기하고 구시대적 가부장적 성 역할분담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는거죠.
해결책은 이러합니다. 제일 먼저는 출산/육아 휴직을 나눠서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쓰게끔 강제하는 겁니다. 출산/육아와 교육은 개인의 선택에 맡기고 내버려둘 문제는 아닙니다. 저출산은 향후 10년 뒤 나라를 휘청이게 할 대재난으로 봐야 할 문젭니다. 따라서 ‘억울하면 아이 낳지 말라’라거나 ‘출산으로 경력단절되는건 개인 선택’이라고 무책임하게 놔둘 일이 아니란거죠. 출산과 육아를 남녀 모두 동일하게 분담하게끔 만드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렇기에 남성도 여성과 동일한 출산/육아 휴직을 ‘강제’시키자는 것이죠. 이렇게 함으로써 여성의 경력단절을 없앨 것이 아니라 남성도 동일한 경력단절을 만들면 되는겁니다. 그로 인한 사회의 노동력 손실은 어쩔거냐, 그 정도 사회적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지금 상태로 저출산을 사회가 방조한다면 10년뒤에 어마어마한 노동력 부족을 겪게 될텐데 거기 비하면 이정도 사회적 비용 지출은 매우 싼 겁니다.
더불어 육아 문제에 있어 기업과 사회가 나서서 분담해 줄 필요도 더욱 커집니다. 직원들이 육아와 아이 교육에 대한 걱정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직원들의 자녀들을 케어하는 일에 기업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겁니다. 그래야 출산/육아로 인한 노동력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정부가 할 일도 많습니다. 공교육 정상화와 비정상적 사교육 시장 거품을 바로잡아 교육비로 지출되는 비용을 크게 줄여줘야 합니다. 입시 위주의 교육 제도를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하는 것이 먼저이고, 대한민국에 태어난 아이라면 나라가 나서서 최소한의 기본은 해결해준다는 교육복지에 많은 세금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무상급식 하나 가지고 정쟁이나 벌이는 꼴사나운 모습으로는 저출산이 불러올 10년 20년 뒤의 무시무시한 재난에 전혀 대비할 수가 없어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케어 시스템 구축에 국가의 사활을 걸고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불어 옵션을 몇가지 붙이자면, 미친 부동산 거품을 잠재워 맞벌이 부부들의 가계부담을 줄이고, 노동환경을 개선해 성별에 관계없이 임금수준을 지금보다 높이며 최소한의 ‘저녁이 있고 가정이 있는 삶’을 가질 수 있게 노동환경 개선이 따라줘야 하며 그걸 위해선 재벌 위주 경제구조도 뜯어고쳐야 하죠.
성별간 임금격차네, 유리천장이네, 눈 앞의 현상만 보고 당장의 현상만 고치겠답시고 뭔 여성 할당제 쿼터제 이런거 해봤자 언 발에 오줌 누는 것보다 못한 짓입니다. 물론 큰 병을 고치는데에는 장기적 근본 원인 치료와 더불어 치료 과정에서의 쇼크사 방지를 위한 마약성 진통제 투입도 소량은 필요한 처치겠지만, 근본 원인은 놔둔채 그저 마약주사만 남발해서는 병은 그대로 두고 살만 썩어들어갈 겁니다.
고위직에 여성 숫자가 적다 적다 하는데, 남성은 경력단절 없이 다들 죽자사자 경쟁해서 바글바글한 머릿수 속에 살아남고 고르고 골라진 소수가 고위직 자리에 오르는 겁니다. 여성은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퇴사 때문에 고위직에 오를만한 경력과 실력을 쌓을 기회를 적게 받은 영향으로 그 자리까지 살아남은 인재가 적은 것이고요. 기회의 불평등이 원인인 문제를, 결과만 억지로 평등하게 맞춘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남성은 고위직 문턱까지 바글바글한 수의 인재들이 올라오는데, 여성은 중간레벨 인재들이 어떠한 이유로 줄줄이 누수되어 사라졌기에 고위직 문턱까지 올라온 인재 숫자가 부족한 것이죠. 이걸 단순히 고위직 자릿수 똑같이 맞추겠다고 해버린다면, 별수 없이 ‘아직 고위직 자리에 맞는 경력/실력을 갖추지 못한 레벨의 여성 인재’들을 억지로 끌어와 높은 자리에 우겨넣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임금격차네 유리천장이네 이 문제는 특정 성별에 편중된 경력단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것을 사회 전체로 봤을때 제거할 수는 없는 종류의 단절이라면 차라리 그 부담을 남녀 동등하게 분담하도록 강제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생각을 해야겠죠. 무작정 쿼터제 할당제 이딴거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