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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2 14: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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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좌파 정권이 들어섰던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수구보다 왼쪽에 있는 정권이 들어선 것은 10년째이지만 말이죠.
좌파와 극우의 공통점은 정부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는 점입니다.
다만 좌파의 경우엔 정부가 그만큼 더 나서서 분배에 힘쓴다는 것이고
극우의 경우엔 기득권층의 이익을 지키는데 힘을 쓰는 것이 차이점이죠.
물론 현실정치에서는 아무리 좌파라고 한들 100%분배에만 신경을 쓸 수는 없습니다. 성장없는 분배가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는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재의 민주화 정권들이 어느정도 분배에 힘을 쏟았다고 해서 이들을 좌파로 정의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대표적으로 FTA, 이라크 파병, 공기업들의 민영화 등의 정책을 살펴볼때(이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정책들의 방향을 보면 전혀 좌파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예로 든 것 뿐입니다) 현 정권은 좌파라고 볼 수 없습니다.
좌파 신자유주의란 단어는 노대통령의 말장난일 뿐이고(ㄱ-) 신자유주의, 개방, 정부의 시장에의 간섭 축소 등의 정책노선들을 살펴보면 지금의 정부는 중도, 그중에서도 온건보수쪽에 더 가깝다고 봐야합니다.
일부 수구언론과 수구정당이 단순히 자신들보다 왼쪽에 있다고 무조건 좌파니 빨갱이니(이런 단어가 아직까지 쓰이고, 또 힘을 지니고 있다는게 정말 우습지만) 몰아세우는데, 사실은 이들이 너무 오른쪽 끄트머리에 치우쳐있는 것일 뿐, 그 왼쪽의 드넓은 공간은 수많은 정치적 성향 스펙트럼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현정권의 공과를 따지자면, 공은 민주화정권이 드러선 이후까지도 그 잔재가 이어져 내려왔던 경직되고 부패된 독재정권의 폐허들을 정치권에서 많이 걷어냈다는 것과, 온건 보수로써 성장 지향의 와중에서도 분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겠죠. 물론 현정권의 실패는, 이런 정책들에 대한 PR이 부족해 민심을 잃었고 분배정책이 너무 어설퍼 실패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죠.(곰곰히 생각해보면 정책에 대해 PR이 부족했다는 것은 단순히 수구언론의 방해공작 탓만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누구씨처럼 자기 임기안에 큰건 하나 올리려고 나라 말아먹는 짓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부패척결'과 '분배/균형잡힌 성장'이라는 정책방향에 대한 비젼 제시가 너무 부족했기에 국민들에게서 믿음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단지 재미난 것은, 대다수의 한나라당 지지층이 '서민이 살기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지지한다는 겁니다. 이명박 후보가 정권교체에 대한 이유로 '현정권의 무능함과 실패한 부분'을 공격하는 것에는 공감할 수 있어도, '서민이 살기 어려워졌다'는 이유를 드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겁니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의 공약들은 분배가 아니라 성장과 그것을 위한 무한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는 서민들이 살기 어렵더라도 조금 더 희생해가며 일단 파이를 더 키우자는 논리입니다. 더구나 이들은 수구성향이기에 여기서 더 커진 파이의 잉여분을 기존 기득권층이 독식하여 차후 재분배가 더더욱 어려워지게 만드는 논리이죠. 이들은 온건보수의 성장지향책과는 다르게 '경쟁을 통한 성장촉진과 그것을 위한 정부역할의 축소'를 지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득권층, 대기업을 정부가 나서서 보호해주는 큰정부'를 지향하죠. 이는 그로인한 부패의 가능성과 그것이 과연 올바르고 효율적인 성장정책인가에 대한 의문과는 별도로, 전혀 분배와는 관계가 없는 방향인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서민경제'운운하는 것은 노대통령의 '좌파 신자유주의'와 별다를게 없는 말장난이며, 서민을 우롱하는 발언일 뿐입니다.
또한 일반 서민이 '지금 당장 내가 먹고 살게 없어서'라는 이유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이러니입니다. 서민이 지금 당장 내게 급박한 것을 찾으려면 수구가 아니라 좌파에게서 찾는게 마땅한 이치입니다. 현정권이 '분배'에 실패했다면 그보다 더 '분배'를 잘 할 정권을 찾아야지 '분배는 아예 뒷전, 성장만 우선'인 정권을 찾는게 말이 안된다는 거죠. 당장 비정규직으로 핍박받으면서, 소수 대기업이나 공무원 아니면 먹고 살기도 힘든 구조 속에서 취업난을 겪으면서도 비정규직을 오히려 확대시키고 대기업 위주로만 정치하겠다는 이들을 지지한다는게 말이나 되는 소릴까요?
누구나 자신이 당장 먹고 살기 힘들면, 자기에게 잘해줄 정권을 지지해야 할겁니다. 국가경쟁력이 어쩌구 저쩌구 주가가 어쩌구 저쩌구 해도, 당장 내게 돈 떨어질 문제를 고민해야 정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놈이 내게 더 분배를 잘해줄까가 아니라 삼성이 세계 몇번째 기업안에 들까를 고민하는 이들이 이렇게도 많다는 것은, 한국이 너무 많은 '고귀한 애국자'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거나 혹은 자신이 기득권층의 일원이라 착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거나 혹은 그들이 정치에 대해 너무나도 무관심하고 무지하다는 반증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