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9
2009-03-22 05:14:24
1
위의 글에서는 학생이 교수를 곤란에 빠뜨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습니다.
뇌는 굳이 머리를 열어보지 않더라도 그 존재가 당연히 있는 것이죠.
부족하다면 (그 교수가 위험천만한 선택을 한다면) 확인 가능한 사실이죠.
하지만 신의 존재와 부재에 관한 문제는 누군가 사람 하나를 죽인다고 해서 밝혀지는 수준이 아닙니다. 아마 그것을 알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은 '죽어봐야' 진실을 알게 되겠죠... 이미 죽은 뒤엔 남에게 알릴 수도 없으니까요.
원사운드님이 근현대에 들어서 신의 은총이 기록된 적이 없다고 하시지만 분명히 신의 은총을 받은 이들은 존재합니다. 단, 그 개인의 주관적 믿음 하에서 말이죠. 죽을 병에 걸렸다가 기적적으로 되살아 난 사람 셋이 있습니다. 한명은 자신이 그저 운이 아주 억세게 좋아 살아났다고 생각하고, 다른 한명은 현대 과학이 자신의 병을 치료해주었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한명은 신의 은총으로 자신이 살아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자, 과연 어느것이 진실일까요? 셋 다 맞을 수도 있고, 셋 다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케이스를 겪은 세명이 각자 다른 것을 생각하고 다른것을 믿듯이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각자 자신의 신념에 따라 다른 결론을 내릴겁니다. 누군가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할테고, 누군가는 현대 의학의 승리라 생각할테고, 또다른 누군가는 (그 대상이 된 사람이 믿는 신, 신앙의 정도와 상관없이 자신이 믿는) 신이 그를 살려줄 이유가 있어 살려줬다고 믿을겁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것인지 섣불리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일까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으니 모든 경우가 다 옳다..는 궤변을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본문에선 현대 과학이 신의 존재를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신이 없다고 했죠?
그럼 '믿음'은 어떻습니까? '신념'은 또 어떻구요? '사랑'은 종족번식을 위한 화학적 작용이라 설명한다쳐도, 개개인의 신념과 믿음, 신뢰는 증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지 않나요? 그것도 모두가 다른 형태로 말이죠. 개개인이 그것을 생각하는 정도는 다 다릅니다. 심지어는 신념이나 믿음을 아예 믿지않고 부정하는 이들조차 있죠. 어쩌면 신념이나 믿음따위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고, 철저히 인간이란 동물의 생존본능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을 믿는 사람에게는 그 개인이 믿는 형태에 따라 그것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를 그 사람의 편집증이 만들어낸 알량한 허상쯤으로 치부하기엔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믿음과 신념과 사상과 편견과 심지어는 자그마한 생활지식까지도, 우리는 남들과 똑같은 것들을 똑같은 시각으로 똑같은 정도로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신에 대한 믿음도 그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누군가 신의 존재를 믿고 자신의 삶 하나하나가 신의 의도에 의해 살아간다고 믿고 있다면 적어도 그에게는 신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의 삶을 신이 통제하고 있죠.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자신의 행동은 철저히 자신의 의도에 의한 것이라 주장한다면 그에게는 신이 없습니다. 그의 삶에는 신의 의도, 혹은 운명이 끼어들기는 커녕 그 존재자체가 없는 삶을 사는거죠. 심지어 같은 신을 믿는 이들조차 자신이 믿는 신의 모습은 다 다릅니다. (이걸 단순히 비웃을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같은 사람조차도 누군가에게는 절친한 친구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천하의 악당으로 느껴질만큼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믿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간단한 두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신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의 선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니까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두가지는, 타인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그 개인의 신념을 존중하느냐, 아니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뭉쳐서 서로의 생각이 완전히 일치할거라 믿으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이들과 숫자싸움을 하는 것이죠.
물론 후자의 경우는 신을 믿는 이들, 그중에서도 특히나 기독교인들에게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적극적인 포교활동이 기독교의 근본 교리 중 하나에 포함되어 있고, 타 종교에 대한 배타적 성격에다 서구문화와 더불어 전세계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이 기독교의 '사고뭉치'성격을 더 크게 만들어버렸죠...
저는 크리스챤이지만 이런 기독교의 전통적인 성향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참된 '전도'란, 지하철이나 역전에서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일이나 남의 가정집에 무단으로 쳐들어가 성경부터 들이미는 가택침입행위가 아니라 기독교인으로써 사회 속에서 스스로 모범이 되는 삶을 살고 어려운 이들을 돌보는게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기독교인이 살인을 하고, 기독교인이 성폭행을 하고, 기독교인이 사기를 치고, 기독교인이 권력만 쫓으며 온갖 비리를 저지르면서 그저 입으로만 '예수천당불신지옥'을 외쳐봐야 스스로 기독교 욕먹이며 '봐라 난 이렇게나 신앙이 깊다' 자위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아닐테니까요. 물론 이런 제 생각과 제 신앙의 방식은 주류 기독교의 논리와 한참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성경에 나와있는 여호와(혹은 야훼)하나님을 믿습니다. 성경이 살인과 거짓과 악행들을 금하고 있기에 그것을 지키며 사는 것이구요. 모든 기독교인 개개인이 다 그럴 겁니다. 각자가 조금씩 다른, '내가 생각하는 하나님이란...'을 믿고 있겠죠. 누군가는 삶의 허무함을 채우고자 마지못해 믿기도 할테고, 누군가는 스스로 선택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며 믿기도 할테고, 누군가는 신앙을 통해 자신을 희생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계기를 찾기도 할테고, 누군가는 단순히 이거 믿으면 돈 많이 벌고 성공한다던데...라는 생각으로 믿기도 할테죠.
중요한 건 사람이란 연약한 주제에 생각이 많은 동물이라,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증명을 하고싶은 욕망을 끊임없이 분출하는 존재입니다. 나는 왜 살고 있고, 내 삶은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하는 호기심과 욕망과 두려움 말이죠.. 누군가에게는 돈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권력, 누군가에겐 정의, 누군가에겐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업적, 또 누군가에겐 신앙에 따르는 수동적 삶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각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일뿐 진리란 없겠죠.
지독한 포교활동으로 욕을 먹고있는 기독교인의 일원으로써,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결국 개개인의 신념에 대한 선택은 그 각자의 몫일뿐 그 선택을 대신할 수도 비웃을 수도 없다고 봅니다. 다만, 자신의 신념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하는 형태로' 지켜나가며 타인의 신념도 인정하는 길을 갈지, 혹은 마음편하게 나는 옳고 남은 틀렸으니 편가르고 상대방을 비웃고 조롱하고 공격하는 길을 갈지의 선택은 그 결과에 따라 비난 받을수도, 존중 받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뭐 이래저래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신이 존재하느냐 부재하느냐의 문제는 결국 개개인의 신념에 따른 문제이지 결론이 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종교와 과학의 오래된 불화가 불러일으킨 수 많은 비극들(그리고 많은 경우에 종교가 주동자이자, 가해자의 입장이었던 그 비극들)이 이 오래되고 무의미한 논쟁을 끝없이 이어가게 만들고 있을 뿐이죠...
여담이지만, 오유 시게에서 저 스스로 진보다 좌파다 빨갱이다 라고 외치고 다녔었지만... 제가 '빨갱이'가 된 이유는 기독교를 믿고 성경을 따르다보니 제식대로 해석한 탓인지 자연스레 좌파가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읽은 성경에선 예수님은 힘없고 가난하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이들을 위해 오셔서 종교를 권력화한 집단들을 꾸짖으시다 십자가에 달리셨었거든요...뭐, 해석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만은 성경 읽고 좌파된 저같은 또라이도 있으니 말이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