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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3 13: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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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제 생각엔 만약 한국 고교야구가 활성화되어 있고 고교야구/프로야구 모두 팀 개수도 많아 선수층이 두텁다면 빠른 해외진출을 막을 이유는 없다고 봐요.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일찍 나가서 대성공 할 수도 있을테고 적응 못해 국내로 복귀할 수도 있을테고.. 반대로 지금처럼 국내에서 실력을 쌓고 검증받은 후에 큰 연봉 받고 옮겨갈 수도 있을테고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국내 리그를 보호할 장치 없이 유망주들이 조금만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무조건 해외 진출을 허용할 시엔 국내 야구판이 그만큼 좁아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포스트 이승엽을 찾는데에도 이만큼의 시간이 걸렸죠.. 아무리 몇년간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해도 50개씩 쳐대던 홈런왕이 몇년새에 30개도 간당간당한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물론 이게 국내 타자들의 실력이 하향됐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타자들 중에는 갓현수 선수처럼 정말 귀신처럼 잘 맞추는 타자도 있고 이승엽처럼 힘으로 뻥뻥 날려버리는 슬러거도 있습니다.(김별명 선수는 둘 다 잘하긴 하지만 말이죠ㅎㅎ) 여전히 한국의 타자들이 실력이 좋기는 하지만 이러한 성향별 선수층이 너무 얇다는게 문제라고 봅니다. 사실 지금이 예전보다 프로야구 각 팀을 대표하는 4번타자급 선수 수가 너무 적다고 느끼는건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인가요?; 김별명/꽃범호 두 선수가 버티고 있는 한화 외엔 각 팀당 한명, 혹은 없다시피한 팀도 많죠. 물론 거포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잘하는 팀은 아닙니다. 오히려 거포의 무게감은 예전만 못해도 전원이 잘치고 잘 달리는 팀들이 많아졌으니까요. 하지만 팀을 대표하는 거포의 존재와 부재는 팬 입장에선 매우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김동주 선수가 일본진출을 선언했을때 두산 팬 분들 기분은 좋은 동시에 아쉽기도 했을겁니다. 이승엽 선수가 일본으로 갔을때 삼성 팬이었던 저도 그런 기분을 느꼈으니까요. 그래도 심정수도 들이고 양준혁도 있으니까..라고 생각했지만 심정수 선수도 부상으로 힘들어하다 결국 은퇴하고, 한때 거포군단이라 불리던 삼성에 홈런 빵빵 날려주는 거포 스타일의 타자는 없게 되었죠.. 그나마 작년 브콜돼, 채태인, 최형우 등의 신진 타자들이 활약을 해줘서 기대하고 있습니다만, 이들이 만약 가능성 보이는 젊은 선수, 게다가 값도 싸다는 이유로 해외에 모두 팔려나간다면 어떨까요?...만약 한국 프로야구판이 팜도 잘 가꾸어져있고 매년 고교야구에서 엄청난 수의 선수들이 배출되어 나오는 탄탄한 기반위에 서 있다면 크게 상관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해에 나오는 몇안되는 유망주 나눠가지기에도 피터지는 싸움을 해야하는 국내 프로야구팀들에게 그 선수들 마저 해외 구단에게 빼앗긴다면 국내 야구 팬들은 누구를 보러 야구장을 찾아야 할까요...
더구나 어느정도 실력을 갖추고 검증받은 스타들이 큰 돈을 받고 진출하는 게 아니라 유망주들을 무분별하게 내보내기 시작하면 국내 프로야구는 일본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게 값싼 유망주 막무가내로 데려다 좀 굴려보고 괜찮은 몇놈만 쓰고 나머지는 버리는 식의 팜 역할 외엔 못할거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한국 야구판이 규모나 인지도, 수익면에서 좋은 선수 내보내는 만큼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와 채울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말이죠...
물론 분명 현행 FA제도라던가 선수들의 해외진출을 너무 폐쇄적으로 막고 있는 것들은 조금 수정이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가뜩이나 적자운영인 국내 프로야구에서 스타급 선수가 아닌 유망주들마저 빼앗아버리겠다고 하면 한국에서 야구란 스포츠 자체가 고사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제 생각에도 한국 야구 선수 개개인은 분명 세계적 실력과 대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솔직히 국대에 뽑힌 스무명 남짓한 선수들 외에도 이들과 비슷한 실력자들이 수두룩 하지만 부상이나 컨디션 문제때문에 못 나온 경우도 많잖아요.. 그런걸 보면 이제 한국 야구도 어느 시점에 어떻게 국대를 차려도 훌륭한 선수들로 채울수 있을 자신이 있을 정도로 수준이 올라왔다고 봅니다. 하지만 세계 유수 야구 강국들과 선수 개개인의 실력 수준이 동일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단순 '대등한' 성적이 아닌 '압도적 우위(일본 제외)'를 보이고 있는 것을 설명하기엔 힘들다고 봅니다. 제 생각엔 그 이유가 엄청난 조직력에 있다고 보여요. 메이저 최우수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라고 해도 같이 발맞춰본적도 없는 이들과, 워낙에 좁은 판에서 같이 뒹굴다보니 어렸을때부터 프로 데뷔 후까지 허구언날 얼굴보고 사는 이들이 모인 팀과는 조직력에 있어서 비교가 되지 않겠죠. (여기에 명감독, 명코치들의 훌륭한 작전이 더해지기까지 하니 정말 ㅎㄷㄷ이죠)
이것은 한국 야구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할겁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시장과 마찬가지로 한국야구를 '개방'하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실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니)보다도 그만한 실력을 갖춘 선수층을 더 두텁게 만들어주는 인프라 구축과, 이로 인한 리그 규모/인지도 상승으로 그정도급의 선수들을 '수입'할 수 있는 기반이 먼저 마련되어야 가능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인구라던가, 경제규모같은 여러 요인들이 가로막혀 있기에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말이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