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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3 23: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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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넘게 키우던 고양이가 집을 나갔습니다.
전 중성화 수술 딱히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고양이가 불쌍해서 저도 수술시키지 않고 키웠죠. 아기고양이였던 녀석이 점점 자라면서 발정이 오기 시작하니 과연 소문대로 대단하더군요. 밤새 귀 옆에서 아기 우는 소리로 울어댑니다. 게다가 어찌나 자주 오는지 심할때는 한달에 두세번도 오더군요. 하지만 전 그냥 참았습니다. 옆집에도 민폐이고 저자신도 괴로웠지만 글쓴이처럼 저도 제 고양이가 불쌍했으니까요.
그러던 녀석이 언젠가부터 자꾸 집을 탈출하려들기 시작하더군요. 발정난 암코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동네 수컷 길고양이들이 집 주위에 몰려든 얼마 후 부터였습니다. 그러더니 제가 집을 비운 사이 화장실 창문을 열고 결국 도망갔습니다.(방범창에 창크기가 워낙 작아 잠궈두지 않습니다만 고양이 발로 밀어도 쉽게 열리는 문입니다. 평소 단단히 닫혀있어 녀석의 탈출을 막았던 모기장이 어쩌다 반쯤 열려있던 틈으로 나갔더군요)
며칠간 퇴근한 뒤 밤늦게까지 집주위를 돌아다니며 찾아보고, 집 주위에 사료 뿌려두고 오래도록 기다려봐도 오지 않아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만 아직도 집주위 길냥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현관문 박차고 뛰쳐나갑니다. 동네 꼬마아이들이 싸우다 우는 소리에도 착각해 뛰쳐나간답니다. 비가 심하게 오는 날이면 괜히 창밖을 보며 걱정이 듭니다.. 술마시고 돌아온날은 현관문 열고 어두컴컴한 원룸 안을 바라보며 뭔가를 기다리게 됩니다...
저더러 제 고양이가 집을 나간건 자신의 행복과 삶을 찾아 나갔다고, 슬퍼하는 내 감정은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이기심일 뿐이니 알아서 참으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전 지금 제 고양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은것을 지독하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집나간 집고양이가 길바닥에서 얼마나 생존할 수 있는줄 아십니까? 까짓거 자손번식의 본능을 이뤄낸 대가로 몇달만에 길바닥에서 굶거나 병들거나 차에 치여 죽어버려도 괜찮다는 겁니까?
물어봅시다. 제 고양이는 과연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집안에서 때마다 깨끗한 물과 사료, 간식을 공급받고 세균걱정없는 깨끗한 화장실을 쓰며 정기적 건강검진을 받는 안락하고 장수하는 삶을 누리기를 원했을까요, 아니면 본능에 충실한 대가로 비오는날 쫄딱 젖어 떨어야 하고 골목길을 질주하는 자동차들과 길냥이를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의 천대 속에 몸에 안좋은 양념투성이의 상한 음식물 찌꺼기를 먹다 몇달 못가 객사하는 삶을 원했을까요? 생리현상이니 어쩔수 없이 한달에 한두번씩 오는 발정기때 괴로워 하는게 정녕 자신의 바램이었을까요, 아니면 본능이라 어쩔수 없이 괴롭긴 하지만 본인은 그런 괴로움이 귀찮고 싫은건 아니었을까요?
정답은 알 수 없다..입니다. 고양이에게 고양이 언어로 물어보지 않는 이상은 알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글쓴이의 주장 역시 지극히 인간위주의 관점으로 고양이를 판단하는 것과 다를게 없습니다. 고양이의 발정과 인간의 성욕을 단순히 같다고 보는 것일 뿐이죠. 사람이 짝을 찾는 건 단순히 종족번식의 본능만으로 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사람은 종족번식과 별개로 성욕자체를 즐기기도 하고, 자손을 남기기 보다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를 찾기도 합니다. 고양이의 발정은 생리적 현상일 뿐, 고양이의 외로움이나 감정들도 또한 단순히 발정같은 본능, 생리현상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겁니다. 우리가 고양이의 마음을 알 수 없는 한 말이죠.
게다가 개와 고양이는 생각보다 많이 다릅니다. 개 역시 발정의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고양이의 경우는 정말 지켜보는 사람이 괴로울 정도로 심하답니다.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냉정하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기 고양이를 중성화시키는 애묘인들이 글쓴이 생각처럼 인간중심적인 아집에 똘똘뭉친 몰상식하고 냉정한 인간들은 아니랍니다.
개나 고양이를 인간이 보호하고 기른 뒤부터 이들의 수명은 자연상태보다 훨씬 길게 되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발정이 올때마다 욕구해소를 위해 교미를 시킨다면,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수로 불어나고 말겠죠. 그럼 그 상황은 과연 '자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자연계에서도 동물들은 원하는대로 자기 욕구 다 해소하고 사는 녀석들은 없습니다. 적자생존의 자연계에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수 있는 동물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대다수는 태어나자마자 죽거나 자라는 동안 다른 동물의 식사거리가 되고, 다 자란다고 해도 경쟁자들과 치열하게 싸우다 승자들만 그런 특권을 누리게 되죠. 뒤집어 생각하면 지금 인간의 가정집 안에서 태평하게 뒹굴고 있는 동물 중 거의 대부분은 어차피 놔둬도 자손을 못남길 운명들이었습니다.(자연계에서 그리 풍족한 주거와 식량, 그리고 치료를 받을수 있을까요?)이들을 인간이 데려다 보호하고 키운 순간부터 이미 자연의 일부로 봐서는 안되는 존재들이란 거죠. 원래는 자손을 남기지도 못할 약한 유전자들을 억지로 보호하고 살려서 키워놓고 몽땅 자손을 남기게 한다? 인간의 싸구려 동정심 때문에? 결국 그 동정심도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인간만 생각하는 아집일 뿐이란 겁니다.
애완동물이란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 이상 글쓴이가 말한 주장 역시 인간중심적 사고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애완동물이란 존재를 부정하고 싶나요? 이들이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느냐고? 그럼 뒤집어 물어봅시다. 글쓴이는 지금 이 시대에 이곳에 태어나고 싶어 태어났나요? 지금의 규범과 규칙들 속에 태어나 그것들을 지키고 사는것은 글쓴이가 원해서였나요? 그럼 저는요? 저는 그랬을까요? 어차피 인간도 어디서 태어나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사는지 선택권 없는건 똑같습니다.
또 한가지, 글쓴이는 고양이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나요? 글쓴이의 생각이 고양이들의 생각을 반영한다고 확신하나요? 말도 안통하는 다른 종의 동물인데? 말도 통하고 사고방식도 비슷한 같은 인간끼리도 각자의 생각은 다 다르고, 서로의 생각과 마음은 다 알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고양이를 이해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어차피 우린 우리 스스로도 자신의 운명에 대해 선택권이 없는 존재란 것에서 고양이와 똑같은 처지이고, 같은 사람마음도 이해못하는데 하물며 고양이가 속으로 뭘 어찌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알 방법이 없는 존재들입니다. 다만, 내가 귀찮고 시끄러워서 성대를 제거하는 이기심이 아니라, 고양이 자신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중성화수술을 시켜주는 것은 그 고양이의 동거인으로써 고양이를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하는 것 중 한 모습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단순히 내가 귀찮다거나 꼴보기 싫다거나 하는 이유로 애완동물들에게 온갖 못된짓들을 하지만 고양이 중성화를 그것과 같다고 몰아붙이지 마세요. 십수년을 같이 살 각오로 고민끝에 동거하게 된 '가족'을 위해 밥을 주고 물을 주고 목욕을 시키고 예방접종을 시키고 아픔을 치료해주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같이 놀고 자고 울고 웃고 하는 행동들의 연장선에서, 중성화 수술을 시키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