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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7 17:3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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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가지.. 이 경우는 혼전순결을 이해 못해서 깨졌다기 보다 그냥 서로에 대한 믿음이 깨진거라고 보입니다.
남자가 말하는 폼이 영 아니기는 하지만, 일단 화가 난 부분은 단순히 '나랑 왜 안 자느냐'라기 보다 '전 남친네 자취방에 가서 잔 적도 있으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걸 믿으라고?' 때문에 글쓴이를 못믿겠다는 게 문제인거 같습니다.
사실 글쓴분 입장에서는 억울하다면 억울한 일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성인 남녀가 한 집에서 단 둘이 하룻밤을 보내고서 아무일도 없었다고 말한들 그걸 있는그대로 믿어주지 않는게 사회적 통념입니다. 게다가 부모님과 싸우고 도망쳐 갈 정도로 그 전 남친에 대한 믿음과 의존이 깊었다는 부분이 질투심을 유발했을 수도 있구요. (이런 점에서 여자분들 지금 남자친구에게 옛 남친 이야기를 웬만하면 안하는게 좋습니다. 보통의 남자들은 그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서 별다른 질투나 나쁜 생각을 안하기는 하지만, 은연중에 마음속에 그런게 생기거든요. '아, 나는 옛 남자친구보다 훨씬 더 잘 해줘야지, 잘 지켜줘야지' 좋은 뜻에서 시작된 이 마음이 점점 남자를 조급하게 몰아갈 위험이 있어요. 이런건 그 남자가 실제로 속이 좁아서 그런게 아니라, 괜히 내가 속 좁아보이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이런걸 조기에 풀지 못하는게 더 문제거든요)
글쓴분이 혼전순결주의자가 아니라면 별 상관없는 문제겠지만, 혼전 순결주의자인데도 전 남자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다고 한다.. 이런 모순돼 보이는 점들이 남자친구로 하여금 믿고 싶어도 믿기 힘들게 몰아갔을 수도 있어요. 거기에 질투와 자격지심, 자존심 상함, 스스로가 속 좁아 보인다는 자괴감 등등이 섞이면서 그 믿음에 균열이 커졌을 수도 있구요. 남자가 나이가 젊고 경험이 적을수록 더 쉽게 이런 함정에 빠지죠..
글쓴분 입장에선 억울할지 몰라도, 혼전순결을 지키시려면 좀 더 철저하게 하시는게 어떨까 생각됩니다. 단순히 왜 남자들은 혼전순결을 이해 안해주나요, 하시기 이전에, 설령 아무 일도 없고 아무 일 없을 자신이 있고 상대방도 나에게 아무 일 벌이지 않을거라 믿더라도 남자친구와 단 둘이 밤을 보내는 그런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시는게 좋을거 같아요.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더라면 다음 남자친구에게 굳이 그걸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구요.
새 남자친구가 글쓴이와 옛 남자친구 사이에 아무 일 없었다는 말을 믿더라도, '왜 이렇게 무방비야'하고 화가 날 수도 있는 법이고, '나 이전에 그렇게까지 마음을 깊게 줬던 사람이 있구나'하고 서운해 할 수도 있는 겁니다.
워낙에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상대방이 혼전순결주의자인걸 알면서도 나는 이렇게나 안고 싶은데, 글쓴분은 태연하게 옛 남자친구네 집에 가서 잠도 잤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 하시는건 "봐라 옛 남자친구는 그렇게나 아껴줬었다"하는 말이 되는거고, 그럼 지금의 남친은 자괴감에 빠질수도 있어요. "나는 이렇게나 네가 사랑스러워서 안고 싶은건데 네 옛 남자친구랑 자제력을 비교당해가며 자괴감을 느껴야 하느냐"..여기까지 갔으면 이 관계가 다 끝난거죠 뭐..
솔직하다고 다 정답이 아닙니다. 그리고 혼전순결을 지키시려면 조금은 더 남의 시선도 생각하시고 연애하실때 신중한 행동을 하시는게 어떨까 생각되네요. 남자친구네 집에 단 둘이 밤을 보내면서 아무 일도 없을거라 믿는 것도, 설령 아무 일도 없었을지라도 남들까지 그렇게 봐주리라 믿는것도 너무 순진하셨던게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