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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6 04: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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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당시 주한 미국 대사였던 새뮤얼 버거의 '한국의 변혁' 보고서를 참조하자면, 당시 미국은 419이후 세워진 장면 내각의 사회 통제를 실패라고 받아들이고 있었죠. 그리고 뒤이어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의 행정력이 생각보다 괜찮음을 보고 그를 어떻게든 가르쳐서 써먹기로 합니다. (단기적으로 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은 새뮤얼 버거가 지적한 군정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군정 과정에서 급격하게 부패가 심해지자 강제로 민정이양을 시키기 위해 적당히 채찍과 당근으로 박정희를 다스렸고, 장기적으로한국을 공산주의의 실드국가로 만들기 위해 손수 경제계획까지 짜 주었어요. 이쯤 읽고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 '한국의 변혁' 보고서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내놓은 프레이저 보고서 다큐멘터리의 핵심 문헌입니다.
이 관점에서 1960년대 초중반에 미국이 짜 준 경제계획을 '열심히 잘 실천한' 박정희의 조직력 정도는 인정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말로, 밀어붙이기에는 능했어요. 즉 역사 속에서 박정희의 역할은 미국 AID 팀이라는 행동 주체가 없이는 제대로 해설될 수 없는 겁니다.
이 관점에서 박정희를 한국사에서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사실만을 받아들인다면 박정희 시절에 제조업/중공업 위주의 경제 발전이 빠른 근대화와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그 당시에 박정희 정부(와 미국)이 행했던 가공무역 중심의 산업 발전은 큰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박정희와 그의 통치방식을 긍정해야 하는가 부정해야 하는가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에 입각하여 평가되어야 할 겁니다.
......이에 대한 제 생각은, 사회민주주의의 길을 따르고자 한다면 박정희의 '방식'을 절대 긍정해서는 안 됩니다.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한다면,그는 민주주의 사회의 지도자로서는 가져선 안 될 권위성/폭력성에 대한 반면교사로 역사에 남아야 합니다. 평등한/종속적인 사회 분위기와 관련한 요소들은 5-10년 단위로 산업 구성 전략을 바꾸어야 되는 경제정책과는 별개로, 사회 구성에 관한 지향은 전시 상황이 아닌 이상 1차원의 스크롤바 위에서 특정한 점을 유지시켜야 하는 것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