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우리 사회가 가치전도현상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죠.<br><br>제대로 된 사회라면, 다음의 두 가지를 분명히 갖추고 있습니다. 정언명령처럼 말이죠.<br><br>1. (2를 전제로 한) 거의 무제한의 표현의 자유<br>2. 약자, 혹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의 금기<br><br>사회 구성원 모두가 제 목소리를 내고, 여러 문제들에 대해 건전한 토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선<br>반드시 위의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br>Political correctness가 전제되는 한, 어떤 개인도 자유로이 발언하고 어떤 권력에 의해서도<br>그것은 제한되면 안됩니다. 단, 그것이 PC를 침해하였을 때 그 책임은 져야 하죠.<br>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시다시피 지금 그 두 개가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br><br>사회가 급격히 착취구조로 변해가면서, 상대적 약자들은 절대적 약자가 되어 가고 구조가 고착화되었죠.<br>절대적 약자가 된 계층은, 역사가 그러하듯 상대적 약자를 찾아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차별하고, 조롱하며, <br>심지어는 혐오하게 되죠. 착취의 주체인 강자들에 대항하는 어렵고 고된 싸움 대신, 훨씬 쉽고 즐거운 프레임을 짜는 겁니다.<br>이러한 구분짓기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지위에 정신승리적 안정성을 부여하게 되며,그 과정에서 객관적<br>계급 구조를 희석하기 위해 여러 전략을 사용하는데 '비속어'로 대표되는 '탈권위 코스프레'가 가장 대표적인 것입니다.<br>즉 그들은 약자 지위를 피하려고 새로운 약자를 만들어 공격하나. 그것을 탈권위로 포장하려고 발언과 행동들이<br>더욱 과격해지고 순간적인 카타르시스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입니다.<br>일베가 대표적이죠. 계급 이동과 언로 모두 상방경직성을 겪고있으므로, (그들이 생성한)밑을 향해 파괴적으로 발현됩니다.<br>위의 1과 2가 모두 막힌 사회에서 벌어지는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네오 나치와도 같은 맥락이고요.<br><br>그런데 쇼미더머니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br><br>힙합 문화 자체는 사실 태동과 발현 모두, 일베의 발현구조와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br>한국 힙합은 사실 본토 힙합문화와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봐도 되니까 우리나라 기준에서만 이야기할게요.<br>시작은 미국의 팝 문화를 좀 더 가까이서 체득할 수 있었던 교포나 부유층 출신이었지요.<br>그리고 그것이 하위문화에서 대중문화로 가까이 올라온 데는 긴 벌스에 메시지를 담을 줄 아는 여러 특별한 뮤지션들이 도움을 줬고요.<br>어느 힙합 아티스트도 스웨깅을 했지만, 그리고 디스를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곁다리였죠.<br>지금 들으면 어색한 구석도 많지만, 당시의 힙합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심상을 표현하는 방법에 중심을 뒀습니다.<br>싸워도 방법론으로 싸우던 때였으니까요. VJ 피타입, UMC는 서로 양 극단의 방법론을 가졌지만 어떤 쪽이든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br>사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도 힙합은 지금과 같은 위상은 아니었죠.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주변을 보면 의외로 없는. 그런 문화. <br><br>근데 스윙스라는 친구가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힙합판은 나쁜 의미로 좀 많이 바뀌었습니다.<br>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스웩, 조롱을 극대화시킨 형태의 펀치라인, 소재의 사용에 있어 거리낄 것이 없는 디스<br>물론 스윙스는 시작부터 쇼미더머니 시점까지는 아는 사람만 아는 마이너였지만, 그가 씬의 전면에 등장한 2012년부터 어린 리스너들이<br>폭발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일리네어로 대표되는 트랩이 대 열풍을 불어오며 이제 힙합은 그런 것이 됐습니다.<br>컨트롤 디스전의 흥행과 작년 쇼미더머니 3의 성공은 그 방향성의 정점이라 할 만했고요.<br>스윙스의 JM은 마침내 씬의 중심이 됐습니다. 힙합은 더욱 과격해졌고, 과격해질수록 인기가 있어졌고...<br>그 부작용이 지금 쇼미더머니 4에 이르러 나타나고 있습니다.<br>일상 대화도 욕으로 점철되는 것이 당연하고,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것이 당연하고, 승리를 위해 재미있는 펀치라인을 쓴답시고<br>경악스러운 소재를 갖다 쓰는 것이 당연하고.........어린 대중들은 더 열광하고.<br><br>지금 유입된 리스너는 힙합이 메시지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이것은 배설의 수단이죠.<br>그 수많은 리리씨스트들이 트랩과 디스,스웨깅 열풍 속에 소리없이 묻혔습니다. 꽤 많은 수작들이 나왔는데 다 묻혔어요. <br>희망이 없는 사회, 아무리 자신들이 몸부림친다고 희망없는 착취구조가 바뀔 수 없다는 본능적 깨달음이 힙합을 통해 공격적으로 발현됩니다.<br>그렇기에 실력의 우위에 따라 우월한 자가 열등한 자에게 인격모독을 해도 신나고, 벌스 속에 온갖 차별적인 소재와 약자에 대한 공격,<br>마이너리티에 대한 혐오를 담아도 신나고, 그것을 우려해 비판하면 ㅆ선비라고 일축해 버립니다. <br>블랙넛은 그 정점이고요. higher than e-sens가 정말 대히트를 쳤는데,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죠.<br>pre-블랙넛 시절의 음악들 역시, 예전같으면 밖에서 그런 음악을 듣는다고 말하지도 못할 무시무시한 벌스를 담고 있습니다.<br>예전에도 그런 공격적인 음악들은 있었어요. 향유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다만, 마이너 중의 마이너였을 뿐입니다.<br>하드코어 씬의 삼청교육대라든지...조PD도 욕으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그의 가사엔 분명하고 확실한 메시지가 있었죠.<br>저항문화로서의 탈권위였고, 그나마 그 탈권위의 수단으로서 표현이 적나라하면 적나라할 수록 더 마이너로 침잠했죠.<br>그러나 지금은 공격수단으로서의 탈권위, 탈권위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한 파괴적 형태의 표현들이 오버그라운드에 즐비합니다.<br>이는 일베가 인터넷 커뮤니티 중 사용자 수에서 탑을 찍은 것과 일맥상통하는, 우리사회의 가치전도가 가져온 비극이죠.<br><br><br><br><br>저는 표현의 자유는, PC가 전제되는 한 거의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봅니다.<br>그리고, 실체적 범죄행위로 실질적 피해를 사회에 입히는 방식이 아닌 한 예술가를 가로막는 속박은 없어야 한다고 여깁니다.<br>그런 견지에서 저는 블랙넛이 씬에서 축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댓글을 통해 여러 번 말해왔던 바이고요.<br>(그래서 그와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를 말했던 분들을 옹호했던 것이고,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br>하지만, 그가 이전에 썼던 것과 같은 벌스를 오버그라운드에서 용인하면 용인할 수록, 우리가 우려하는 가치전도현상은 가속화될 것입니다.<br>그게 우리가 블랙넛을,그리고 쇼미더머니를 제대로 비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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