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23살에 사촌동생과 둘이서 산티아고 길을 걷고 바르셀로나를 구경할 때 일입니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쓴 경비가 이미 어마어마해서
저희 둘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바르셀로나 관광도 그냥 수박 겉핥기 식으로 끝내야 했습니다.
가우디 건물은 하나도 들어가지 못하고 (입장료가 너무 비싸서ㅠㅠ) 외관만 구경하고
음식은 비싼거 먹기보다는 싼거 사다 먹는 식으로요.
그런데 바르셀로나는 해변 도시라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시장인
보케리아 시장안으로 들어가면 해산물 찜인지 구이인지를 산더미처럼 올려주는
그런 식당이 있습니다.
가에쪽에 있으며 사람이 바글바글 많아서 저희도 거의 30분은 기다려서 먹었어요.
그 식당에서 1인분에 50유로 쯤 내면 여러 종류의 조개와 새우들을 큰 접시에
산더미처럼 쌓아서 올려주는 걸 침만 꼴딱꼴딱 삼키며
저희는 빠에야와 새우 10마리 구이를 시켰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고 시장 안에 있는 식당이라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었어요.
말 그대로 붙어있었는데 저희 옆자리에는 노신사 두분이 저희와 비슷한 시간에 자리를 배정받고
주문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두분은 해산물 구이를 시키셨는지 고소한 버터향과 그 높이가 압도적인 요리가 나왔고
제 사촌동생은 그 사진을 찍고싶다고 눈치를 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좀 철면피인 면을 살려서 두분께 여쭤봤죠.
사진 찍어도 되냐구요. 그랬더니 두분은 오우~ 이러면서 놀라시더니 흔쾌히 찍으라고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사촌동생이 수줍어하며 사진을 찍고 곧 저희의 빠에야가 나와서 먹었습니다.
새우는 아직 안나왔구요.
저희가 한달간 먹은 빠에야중에 진짜 최고로 맛있고 먹기 불편한 빠에야였어요 ㅋㅋㅋㅋㅋ
자잘한 새우 수염이 계속 입안에 멤돌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새우 구이는 나중에 나오려나봐 하면서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갑자기
제 개인 접시에 퍽~!!!! 하면서 새우 한마리가 떨어졌어요.
놀라서 눈 똥그랗게 뜨고 고개를 드니까 사촌동생 접시에도 갑자기 새우 한마리가
퍽!!!! 하면서 떨어지는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고보니 옆자리 분들께서 ㅋㅋㅋㅋㅋㅋㅋ 새우 한마리씩을 투척해주셨어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옆을 쳐다봤더니 굉장히 근엄한 얼굴로 고개를 한번 끄덕 하시는거예요 ㅋㅋㅋ 먹으라고 ㅋㅋㅋ
왠지 거절하면 무안하실것같아서 저랑 사촌동생은
새우 시켰는데 어떡해~ 하면서도 그냥 먹었습니다. 감사하다구요.
그런데 얼마 안지나서 저희의 새우가 나오고 두분은 눈을 똥그랗게 뜨시면서
"Oh!" 하시길래.... 아....... 갑자기 민망해지고 막 그랬어요.
제가 먹다말고 사촌동생한테 시장 안에서 플라스틱 커피 컵 안에 여러 종류의 과일을
담아서 파는걸 두분께 후식으로 드시라고 사다드리자며 후다닥 달려가서 사왔습니다.
그리고선 정말 감사해서 보답하고 싶다며 후식으로 드시라며 컵을 두개를 내미니
하나는 저희에게 주시더라구요. 하나면 충분하다면서요.
그래서 저희도 부담스러워하실까봐 저희끼리 하나가지고 나눠먹었습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참 여러가지 사건들과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정말 좋은 경험이 많았던 산티아고 길이었던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