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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arch_378
    작성자 : iamtalker
    추천 : 0
    조회수 : 1301
    IP : 122.252.***.14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9/30 12:54:04
    http://todayhumor.com/?sisaarch_378 모바일
    광우병에 대해서
    본문서는 리그베다위키,한글위키백과 및 인터넷의 자료를 취합한것이다.

    개요

    정식 명칭은 소해면상뇌증(소海綿狀腦症) 또는 BSE(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관련 논문에 참고되는 연구자료나 인터넷에선 우뇌해면증(牛腦海綿症)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만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사용하고 있는 정부지정 정식 용어가 “소해면상뇌증(海綿狀腦症)“이니 주의하자.

    중추신경계를 가지고 있는 동물 전반에서 나타나는 전염성 해면상뇌증 혹은 TSE(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y)의 일종으로 소에서 발현된 케이스이다. 공통적으로 정상적 단백질 구조 중 하나인 PrPc가 특정 연유로 PrPsc로 변형되어 감염성을 지니게 되어 정상 단백질을 아밀로이드 구조로 변형시켜 발생하는 병이다. 발병시 대뇌피질에 수많은 구멍이 생기게 되어 스폰지처럼 변한다. 정상 뉴런의 단백질 구조가 파괴되기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며 대부분이 사망하는 질병이다.

    이 질병은 외국에서 30년 넘게 연구되어 왔으며 아직까지도 계속 연구 중인 단계이다.

    용어정의

    용어 때문에 혼동이 많은 항목이므로 정리한다. 본 항목을 읽을 때 BSE, CJD, vCJD는 혼동하기 쉬운 용어이므로 구분할 줄 아는 게 좋다.

    광우병 : 소해면상뇌증(소海綿狀腦症) 또는 BSE(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광우병이란 용어 자체는 일본식 용어로 외국에선 폐기됨.

    인간 광우병 : vCJD를 지칭하는 별명. 광우병이란 용어가 주는 강렬함 때문에 많은 사람의 뇌리에 이 단어로 기억되어 있으나 정확하게 볼 때 인간 광우병이란 단어는 잘못된 이야기이다. vCJD와 BSE의 연관성은 지금으로선 아직 강한 추측에 불과하다. 자세한 부분은 CJD 항목 참조.

    프리온(Prion) : 아밀로이드 구조를 가진 단백질 감염원으로 다른 단백질을 강제적으로 아밀로이드로 바꾸는 특성이 있다. 자세한 설명은 항목 참조.

    CJD(Creutzfeldt-Jakob Diseas. 크로이츠펠트-야콥 병) : 역시 TSE의 일종으로 60세 이상 치매 노인들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질병. 독일의 신경과학자인 크로이츠펠트(Creutzfeldt HG)와 야콥(Jakob AM)에 의해 1920년대에 처음으로 발견되었으며 전세계적으로 매년 1백만분의 1 확률로 발생한다. 발생 원인은 산발성[1], 가족성[2], 의원성[3]으로 나누어지며 변종 CJD는 아래 vCJD에서 정리. 변종 프리온에 의해 발생된다고 추정된다.

    vCJD(new variant CJD,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 병) : 흔히 인간 광우병이라고 불리지만 이는 잘못된 용어이다. 아직까지 vCJD가 BSE에 걸린 소고기를 먹은 사람한테서 나온다고 확정한 연구도 확증도 없다. 다만 vCJD가 기존의 CJD와는 다르게 20~30대의 젊은 연령대에서 등장한 점과[4] 이 증상이 CJD의 변형이 아닌가라는 의심 때문에 쓰이기 시작한 용어다. 해외의 의학 저널이나 논문에서는 Variant CJD와 vCJD를 동일한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확실한 건 BSE가 vCJD의 발병원인지는 모른다라는 것이다. 원인을 모르는 질병이다 보니 “BSE가 일종의 Risk factor가 아닐까?”라는 추측만 받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광우병이란 용어가 vCJD, 심지어 CJD와 같은 단어로 쓰이는 경우가 대다수다. 당장 본 페이지도 본래 광우병이란 항목하에 BSE와 vCJD를 통합한 제목으로 취급되던 사실을 기억해 보자. 현재는 광우병 항목에서는 용어 정리와 BSE에 대한 정보만 다루고 있으며 크로이츠펠트-야콥 병은 CJD 항목으로 분리되었다.

    광우병은 올바른 표현인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공공기관이 폐기된 단어를 쓸 수 없다’라는 논리를 토대로 소해면상뇌증(소海綿狀腦症, BSE ;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란 단어로 번역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Mad Cow Disease란 용어를 폐기하고 위의 BSE란 용어로 대체했다…고 하지만 미국에서도 일반 대중은 이 질병을 생각할 때 흔히 Mad Cow Disease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대한민국 정부 역시 광우병이란 용어를 버리고 BSE를 소해면상뇌증(소海綿狀腦症)이라고 공식적으로 용어 지정을 마쳤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광우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일본에서 건너온 번역 문제와 광우병이란 용어가 주는 강렬함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1920년대 대부분의 서적이 영어→일어→한국어/중국어 순으로 번역되는 일이 많아 근대에 나타난 신조어의 대다수의 단어가 중역을 거친 단어들로 한국 쪽 언론[5]이 소고기 수입을 놓고 비슷한 상황을 거친 일본의 자료를 참고하여 벌어진 일이다. 참고자료로 쓰는 건 좋은데 불펌은 하지 말자.

    광우병이란 번역이 널리 사용되게 된 것은 80년대 말~90년대 초반 일본과 미국이 벌인 소고기 수입 문제에서 미국측이 사용한 “Mad Cow Disease”란 표현을 직역, ‘미친 소의 병’이란 뜻의 광우병으로 사용하면서 시작된다.

    광우병이란 단어는 이미 의학계에서 폐기된 용어로 일본은 미국 쪽이 사용한 Mad Cow Disease가 폐기 용어라는 것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협상단이라고 온 놈들이 좆도 모르는 비전문가들이네염ㅋㅋ라고 비난하여 국제 레벨의 언론 플레이를 홍보하며 아시아의 한자문화권 국가들에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일단 90년대에 아시아권에 알려진 단어로 중국 쪽은 “왜 쪽발이식 번역 씀?”이라 씹었고 한국 쪽은 그냥 사용중이다. 2005년 이후에 중국도 광우병이란 용어가 주는 강렬한 인상 때문에 간혹 사용하긴 한다

    과학적 연구

    일단 BSE는 TSE와 마찬가지로 걸렸다 하면 그 소는 폐사한다. 발병 원인은 산발성 발생 및 프리온 축적, 그리고 타 개체로부터 감염이 있다.

    이제까진 프리온 자체가 포유류에게 질병을 가져오는 경우는 산발성, 유전성, 의원성 정도로 분류되었으며 여전히 그러한 분류체계를 가지고 있으나 인간의 경우 산발성과 다른 패턴의 감염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보여 변종 분류가 추가되었다.

    자연적으로 오랫동안 생존한 포유류들에게서 산발적으로 항상 발생하며 BSE의 경우 소에게서 발생한 경우이다. TSE는 양과 사슴이 특히나 취약하다. 사슴 같은 경우엔 약 20% 정도가[6] 유전자적 결함으로 자연 발생한다. 단, 이 변성 단백질, 그러니까 프리온이 사람이나 소한테 직접적으로 전염시키는 건 아니고 같은 종 내에서만 전염되는 경우이다.

    즉, 해외에서 가끔 보도되는 일반적인 광우병인 BSE는 사람이 맛 간 게 아니라 소가 맛 간 일을 말한다.

    BSE의 진행

    BSE는 프리온으로 대표되는 단백질의 아밀로이드화, 즉 아밀로이드 감염이라 할 수 있다. 아밀로이드로 대표되는 프리온에 의한 중추신경계의 아밀로이드 전염은 뇌 단백질의 변성을 일으키고 이는 사망으로 이어진다는 것. 현재로서는 어떤 연구에서도 BSE 감염을 치료할 방법이 없다. 최근 말라리아 치료제로 쓰이는 퀴닌이나 아밀로이드화 둔화제 등이 쓰이고 있으나 임상실험단계일 뿐이다.

    차선책으로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서라도(…) 효과가 있는 다른 약재를 집어넣는 방법을 고려중인 듯. 물론 현재까지도 차도를 보이거나 증세를 완전히 완화시키는 약재는 없다.

    왜 소에게 아밀로이드 감염이 일어났는가

    본래 양이나 사슴에게서나 발생하던 아밀로이드 감염이 소에게서 발생한 건 특이한 케이스였다. 여태까지 소에게서 이런 증상이 발생된 사례는 없었으므로 외부적인 요인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프리온의 체내 축적을 꼽았는데 1980년대초에 영국 축산업계는 우유 생산량 증대를 위해 육골분 사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육골분 사료는 시장 상품성이 떨어지는 부위(뼈, 머리, 꼬리 등)을 갈아 만든 사료이다. 초식 동물인 소가 육류를 먹더라도 문제가 생기진 않지만 이 과정에서 스크래피 증상이 있던 양의 육골분이나 동족상잔 같은 소의 육골분이 사료 제조에 쓰였다는 강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육골분 사료는 영국 말고도 해외로도 수출되었고 미국에서는 육골분 사료 제조에 로드킬 당한 동물도 주워다가 쓰는 사례도 있었고 이도 영향을 주지 않았나 추정한다.

    이런 체내 축적론은 2001년에도 국내에 소개된 내용으로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http]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우희종 교수.

    결국 지속적인 프리온 축적은 소에게서 이상 증상을 발생시켰고 초기에는 이 병의 원인을 몰라 광우병(Mad Cow Disease)이라고 지칭했다는 가설이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종간 장벽을 넘었는가?

    종간 장벽을 넘는 것에 대해서 아직까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일반적으로 생화학반응에서 필요한 활성화에너지와 연관지어서 설명되며 2009년까지 나온 연구를 종합해 보면 종족의 벽을 넘은 것으로 보고된 연구 사례가 있다. Béringue et al의 연구에서 양과 사람의 뇌와 자라 조직을 이용하여 쥐에게로의 종간간염을 확인하였고 Hamir et al의 연구에서는 다영한 변형 프리온의 소에게로의 종간간염을 확인하였으나 뇌내접종을 통한 감염은 보였으나 구강 섭취를 통한 감염은 확인하지 못했다. hill et al의 연구에서도 쥐와 햄스터간의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지 않은 프리온 증식을 보고 하여 ‘종간 장벽’ 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함을 보고 하였다.

    소→밍크→소의 형태로 종간 장벽이 깨진 사례가 있다고 한다. 한 번 감염되어 추가 변질이 일어난 감염인자는 재감염시 종 간의 거리를 뛰어넘어 단번에 감염시키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지적.

    2005년에 원숭이에게 지속적으로 BSE에 걸린 소의 뇌를 먹인 실험이 있었는데 두 마리 중 한마리는 5년 뒤 vCJD가 발병하여 3개월만에 사망했으나 다른 한 마리는 76개월이 지나도 살아있었다. 다른 실험에서는 양을 가지고 경구투여와 뇌에 BSE 조직 주사를 하였으나 이 실험은 실험 방식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아무튼 여러 연구들로 볼 때 인간 역시 BSE 감염 소의 육류 섭취로 인해 vCJD를 유발할 가능성 자체는 있으나 BSE의 발병 패턴을 볼 때 종간 장벽을 넘었는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더군다나 바이러스와 달리 프리온은 자가변형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종간 장벽을 넘는다는 게 바이러스처럼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온도에 따라 다른 활성화상태

    소보다 활성화 에너지가 높은 돼지가 광우병에 안 걸리는 것은 변성 프리온의 활성정도가 온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 실험결과 100도에서 20분 가열시 약 1/1000이 활성화되며 이보다 높아지면 비약적으로 활성화분포가 떨어진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지방과 함께 끓이는 경우(실제 조리 조건과 비슷한 경우)에는 더욱 큰 활성화분포 하락을 보여주었다.

    매우 뜨거운 온도로 오랫동안 팔팔팔 끓이면 광우병 걸린 고기도 먹을 수 있단 소리이긴 한데 이 뜨거운 온도가 3기압상의 120도 같은 온도라 보통 솥으로 얻기 힘든 조건. 임상에서 사용되는 소독기구인 오토클레이브(특수한 압력솥의 일종이다) 정도나 돼야 한다. 한때 조선일보가 잘 삶아 먹으면 안전하다란 기사를 실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인간광우병이 일정한 규모로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국가별 사례

    영국

    광우병 및 인간광우병은 영국에서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영국 내에서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164명이다. (2009년 2월 기준)[2]

    1984년 최초로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133마리의 소가 발견되었다.

    1985년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의 뇌에서 BSE가 발견되었다.

    1986년 11월 영국정부는 광우병의 심각성을 인정하였다.

    1993년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이 최초로 발견되었다.

    당초 영국 정부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과 쇠고기와의 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하지만, 언론 보도가 계속 되면서 결국에는 소에서 유래한 물질이 유력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언론은 영국 정부의 미흡한 대비를 연일 크게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30개월 이상의 소를 모두 식품 공급망으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키는 정책을 시행해, 약 3,700,000마리를 소각처분하였다.

    2000년 광우병 진단 키트가 인증된 후, 검사 샘플수를 큰 폭으로 늘려가며 검사한 결과, 광우병 걸린 소가 약 179,000마리 발견되었다. 동시에 영국 정부는, 식품 안전 기관을 조직하여 올바른 지식을 펴뜨리는 한편, 언론에 대하여 이성적으로 보도할 것을 계속 요청했다. 현재는 특정 위험 부위 격리 정책이 효과를 내어 광우병이 발견되는 수도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와 프리온 질병 전문 과학자들은, 잠복 기간이 길고 감염 경로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서 장기간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09년 2월 혈장 수혈로 인간광우병에 걸린 최초의 사례가 발견되었다.[2]

    캐나다

    1997년 동물성 사료의 사용을 금지했다.[3]

    (최초) 2003년 5월 광우병이 발생하자, 대한민국과 미국은 캐나다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했다.[3]

    (4번째) 2006년 1월 23일 캐나다 식품검사국은 앨버트 주에서 사망한 소가 광우병에 감염되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2007년 미국은 캐나다의 광우병 위험 노출도가 낮다고 판단하고 수입 규제를 완화했다.[3]

    (13번째) 2008년 6월 B.C. 주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판정에는 영향이 없었다.[4]

    (15번째) 2008년 11월 17일 캐나다 연방 식품검사국(CFIA)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한 농장에서 발견된 7년생 젖소가 광우병에 감염됐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CFIA는 “캐나다는 아직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위험통제국가로 남아 있으며, 이에 따라 이번 광우병 발생 사례가 캐나다산 쇠고기와 생우의 수출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3]

    일본

    (일본 최초 사례) 2001년 9월 10일 일본 농수성은 치바현에서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가 발견되었다고 발표했다.

    2001년 9월 21일 일본 농수성은 일본 최초 광우병 사례로 확정 발표하였다.

    2001년 10월 18일 출하되는 소에 전수검사가 도입되었다.

    2002년 유지지루시 식품이 산지를 위장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광우병 논란을 가중시켰고, 쇠고기 관련 업종에 큰 타격을 주었다.

    2003년 7월 10일 내각부에 식품 안전 위원회를 설치하였다.

    2003년 말, 일본은 모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했다.

    2005년 12월, 일본은 뼈를 제외한 21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다.

    2006년 1월, 검역과정에서 뉴욕주에서 선적한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되어 수입이 전면 중단되었다.

    2008년 3월 24일 농림수산성이 3월 17일 홋카이도 루모이시의 농장에서 죽은 7살 5개월된 흑모화종 수소를 일본에서 광우병에 걸린 35번째의 소라고 발표한다.

    미국

    1997년 동물성 사료의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 최초 사례, 캐나다산 소) 2003년 12월 9일 워싱턴 주에서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홀스타인종의 소 1마리가 발견되었다.

    2003년 12월 23일 미국 농무부는 그 소가 광우병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2003년 12월 26일 중국과 일본이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2003년 12월 27일 대한민국이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2003년 12월 말 멕시코, 러시아,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중화민국, 싱가포르, 타이, 말레이시아, 칠레, 콜롬비아, 홍콩 등도 수입 금지 또는 일시 수입 금지를 결정했다.

    2004년 3월 멕시코는 수입 재개를 결정했다.

    2005년 3월 중화민국은 수입 재개를 결정했다.

    2005년 4월 중화민국은 수입을 재개했다.

    (미국 2번째 사례, 미국산으로는 최초) 2005년 6월 24일 미국 농무부 장관은 기자 회견에서, 광우병이 의심되는 8살 소에서 채취한 시료를 영국 국립 웨이브릿지 수의학 연구소에서 검사한 결과 광우병으로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

    2005년 12월 일본은 뼈 등을 제외한 21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였다.

    2006년 1월 일본은 미국산 쇠고기(뉴욕 주에서 선적됨)에서 뼛조각이 발견되자, 모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했다.

    조중동의 광우병 관련 선동기사

    [사설] 미국 쇠고기 안전 확신 책임은 미국의 몫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8/03/2007080301037.html

    [사설] 광우병, 제대로 알려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1/02/07/2001020770257.html

    농림해양수산위, 광우병 대책 ‘오락가락’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840605&ctg=10

    100개國이상 광우병 위험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20870379

    “오락가락 정책이 광우병 공포 확산”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21470401

    [시론] 광우병과 알츠하이머……서유헌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21970358

    [이규태 코너] 인간 광우병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22170423

    [의견] 애완동물 사료는 안전한가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22070327

    [건강] 광우병 공포 확산… 한국 안전지대 아니다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13170358

    일본 광우병 우려 화장품 판매금지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20170210

    [팔면봉] 우리 대책은 “문제 터진 뒤에 봅시다?”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20170343

    “소 골·등골·눈 먹지 마세요”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20270247

    [우리 나라는 안전한가] ‘음식물 찌꺼기 사료’ 광우병 발병 논란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20570305

    [사설] “우리는 광우병 걱정 없다”?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20570328

    광우병 환자수 ‘빙산의 일각’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51570047

    [과학] 인간 광우병

    병걸린 쇠고기 먹으면 감염…사망률 100%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2042170369

    광우병 파악못한 죄책감에 日보건소 여직원 자살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2051470018

    [캐나다] ‘사스· 광우병 공포’ 확산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3052970361

    [기자수첩] 광우병에도 ‘힘의 논리’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4010270326

    “현재 광우병 발생국의 쇠고기는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수용되는 관례이며, 이를 사실상 주도한 나라가 미국이다. ‘수퍼 파워’ 미국이 세계인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까지 자국 이익을 앞세워 힘의 논리를 관철하려는 것 같아 씁쓸하다”

    (프리미엄으로 바뀜)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122

    관련기사

    [책마을] 오염, 당신의 자녀가 맛 있게 먹고있다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83170299

    [미니 칼럼] 공업용 먹어도 害없다?

    http://news.chosun.com/svc/content_view/content_view.html?contid=2001070270190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 미-영국인보다 더 취약

    http://www.donga.com/fbin/output?n=200703230038

    뭐? 미국산 늙은 쇠고기 한국만 먹는다고?

    일본은 20개월, 한국은 30개월 미만 수입, 7월 쇠고기 협상 때 사육기간 더 낮춰야

    http://www.donga.com/docs/magazine/weekly/2007/07/04/200707040500028/200707040500028_1.html

    [사설] 미, 쇠고기 검역 제대로 하고 개방 요구해야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813957

    [이슈추적] 왜 미국산 쇠고기서 뼈 자꾸 나오나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817375

    ‘저가형 쇠고기’ 배터지게 먹다간 큰일?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905149

    [뉴스 in 뉴스] 추석 때 미국산 갈비·등뼈 먹을까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871291

    식품 관리 선진국서 배우자 – “투명성이 최선” 가공 없이 정보 공개

    http://living.joins.com/healthcare/article/Article.aspx?ctg=&total_id=2866596

    홍문표 “美 쇠고기 59% 검역위반…은폐 의혹”

    http://foto.sportschosun.com/news/ntype2_o.htm?ut=1&name=/news/life/200708/20070829/78970048.htm

    30개월 넘는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까지 올 추석 때 들어올지도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742247&ctg=10

    [취재일기] `쇠고기 협상` 과연 이긴 걸까?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631844

    관련글

    혼자 보기 아쉬운 광우병 이야기 1

    출처

    살우의 추억, 그리고 카니발리즘…

    점입가경이군요. 수만명이 참여하는 미국산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열리고 정부에서는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하고 기자들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했다지요. 인터넷 괴담이라고도 불리우는 광우병에 대한 공포성 글들은 너무 과장되어있고 이를 일일이 반박하는 정부 관료들의 입에서는 사실과 다른 오히려 의혹을 부추기는 엉뚱한 대답들이 나오고 있더군요. 둘 중에 하나입니다. 그들은 실제 상황을 잘 모른채 미리 정한대로 협상을 했거나 알면서도 숨겼거나 말입니다. 현재 그런 인식가지고는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흥분되어 있는 군중들을 절대 설득할 수 없습니다.

    살우의 추억

    갑자기 꽤 오래 전 소 도축장에 갔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뭐 구경삼아 간 것은 아니고 선배가 하는 실험 때문에 보조해주러 갔었죠. 실험 재료로 망막 조직이 필요했는데 소의 망막을 선택했으니 소 눈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도축장에 도착하니 아, 이런, 지금도 이런 식으로 소를 잡는지 잘 모르겠지만 큰 망치로 소의 정수리를 가격하더군요. 머리에 망치를 맞는 순간 소는 단번에 앞다리를 꿇고 쓰러졌습니다. 우리는 옆에 서 있다가 망치들고 있던 분이 손짓하면 다가가 장갑을 끼고 선배는 메스를 꺼내들고 안구를 적출합니다. 저는 뭐했냐구요? 옛날에 우리 밥 먹던 양은 도시락 들고 옆에 서 있다가 적출된 안구를 받는 일을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끔찍하다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도시락 그릇 속에 들어있는 안구들은 방금 전 살아있던 한 생명체에게 빛을 비춰주던 소중한 눈이 아니라 마치 어렸을 때 갖고 놀던 구슬을 연상시키더군요. 여기저기서 퍽퍽 쓰러지는 소들을 보면서 우리에게 발그레한 식욕을 돋구는 고기들로 포장되어 나오는 이면에 이런 야만이 공존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카니발리즘(cannibalism), 동종포식, 광우병…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인간 광우병(변형 크로이펠츠-야콥병, variant Creufeldt-Jakob disease, vCJD)은 인간의 뇌에 해면양(spongiform) 변화를 일으키는 4가지 질환, CJD, 쿠루병, 게르스트만-슈트로이슬러-샤인커병, 치명적 가족성 불면증 중에 CJD의 변형된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CJD가 워낙 희귀질환(인구 100만명 당 1~2명)이라 아마도 주위에서 이런 환자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파킨슨병, 루게릭병, 알츠하이머병 이 정도는 아마도 직접 접하거나 TV를 통해서 보신 분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1990년대 영국에 살았던 사람들은 인류 역사상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일생을 통해 한 번 보기도 힘든 CJD를 2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앓고 사망하는 것을 목격한 셈이 되니까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갑자기 관심을 갖고 그 연유를 좇아가다보니 이게 제가 전에 썼던 동물성 사료(육골분 사료)와 카니발리즘(인간이 인육을 먹는 풍습), 동종포식(동물이 같은 종의 동물을 잡아먹는 행위), 그리고 진화론과 맞물려서 하나의 스토리를 형성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몇 가지 자료를 참고해서 나름대로 틈나는대로 정리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남태평양 남서부에 위치한 열대성 기후의 파푸아뉴기니라는 작은 섬나라에서 시작해야 될 것 같군요. 파푸아뉴기니는 500개 이상의 부족들이 75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데 그 중 하나인 포어 부족(Fore linguistic) 169개 마을에서 이상한 일이 관찰됩니다.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웃고 죽는 병’이 주로 부족민 중 청년과 여자들에게서 번지게 된 것입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몸을 심하게 떨었으며 제대로 걷지를 못했고 말도 잘 못하게 되었으며 얼굴 근육을 제멋대로 움직일 수 없어 마치 웃음을 짓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했습니다.

    포어족 말로 kuru(와들와들 떨림)라고 불렀던 이 병의 원인을 밝혀낸 것은 칼턴 가이두섹(미국 세균학자, 소아과의사) 박사였습니다. kuru병의 원인은 신의 저주가 아니라 포어족의 식인 풍습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은 가족이나 친척이 사망하면 사체에서 뇌를 꺼내 수프로 만들어 먹는 독톡한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행위를 하고 난 후 발병하기까지는 수 년의 잠복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식인풍습이 재앙을 가져왔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한 것이었습니다. 포어족은 이 풍습을 금지시켰고 1957년 이후 12년 동안 약 1100명의 희생자를 배출하고 나서야 이 지긋지극한 악몽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영국인들은 무엇 때문에?

    가이두섹 박사는 쿠루병으로 죽은 사람의 뇌 조직을 침팬지에 주입하면 같은 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그 원인을 slow virus로 지목했습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7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이 이론은 한 근성가이에 의해 뒤짚혀지고 그 역시도 노벨상을 수상하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그렇다면 왜 식인습관이 있던 포어족에서 발생한 kuru와 비슷한 유형의 질환이 선진국이라고 하는 영국에서 대량으로 발생한 것일까요? 그들이 혹여 집단으로 식인 문화를 즐기는 비밀사교클럽의 회원들이었을까요… 아니면 카니발리즘과는 전혀 상관없이 우연한 일치로 뇌에 해면양 변화를 일으키는 질환이 각자 발생한 것일까요… 실제 포어족의 카니발리즘과 영국의 광우병 사이에는 기가 막히게 연결된 고리가 있었습니다…

    미친 양, 미친 소, 그들이 미쳐간 이유

    꽤 오래 전에 본 한국 영화인데 인육을 짜장면에 넣어 파는 중화요리 집이 주무대로 등장했었습니다. 손님들은 인육인 줄 모르고 먹게 되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아 식당은 항상 만원이었습니다. 같은 종을 먹었을 때의 느낌은 어떨까요? 포어족이 친족의 사체를 먹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어쨌든 포어족은 인육을 먹는 행위와 웃고 죽을 수 있는 권리(?)를 맞바꿈으로써 그 댓가를 톡톡히 치루게 된 셈입니다(2007년이 kuru병이 보고된 지 50년 되는 해라 기념 심포지움도 열렸었더군요).

    진전병(scrapie), 불행의 원인은 엉뚱한 곳에서

    파푸아뉴기니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또 다른 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 어떻게 kuru병과 조우하게 되는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매트 리들리가 쓴 ‘게놈’이라는 책의 일부분을 인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매트 리들리는 생물학자이자 저명한 저술가로서 한참 광우병이 영국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을 때 그 곳에 있었으며 30개월 이상된 소고기의 소비를 금지하는 금지령이 확대된 이후에도 더 많은 소고기를 먹고 있다고 너스레를 떠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18세기 영국으로 돌아갑니다. 로버트 베이크웰을 포함한 일단의 기업가들은 농업에 기업 개념을 도입시켜 산업화합니다. 그 중 하나가 양 중에서 최우량종만 골라 교배를 시켜 품종 개량을 해서 더 빨리 자라고 살찐 양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서퍽(Suffolk) 품종의 양떼들에게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양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며 불안해 하고 다른 양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몸도 긁어댔습니다. 그러다가 금새 죽고 말았습니다. 진전병(scrapie)이라고 불리우는 이 병은 치료가 불가능 했고 점점 번져갔습니다. 게다가 1930년 백신을 만들 때 이 병에 걸린 양의 뇌를 재료로 사용해 그 확산 속도에 불을 붙였습니다. 백신이 오염되지 않도록 포르말린으로 철저히 소독을 했음에도 소용이 없었던 것입니다.

    한참 후 영국을 방문 중이던 미국 과학자 빌 하들로우가 우연히 의학박물관에서 이 진전병으로 죽은 양의 뇌 사진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 뇌 사진이 자신이 얼마 전에 보았던 포어족의 쿠루병 환자들 뇌 사진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당시 파푸아뉴기니에 가있던 가이두섹에게 편지를 보냈고 두 질환이 동일 질환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마치 연쇄살인극을 보듯 어떤 가상의 원인 물체가 포어 족을 죽이고 양들을 죽이고 있었고, 범인은 오리무중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 살해극은 1986년 11월 영국 중앙수의학연구소에서 최초로 확인되면서 시작된 광우병에 비하면 전초전에 불과한 것들이었습니다.

    소 해면양 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olpathy, BSE, mad cow disease), 강요된 동종포식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로 추정되는 어느 시점에 이 미상의 원인 물질은 가축사료 제조업체에 또아리를 틀게 됩니다. 대량 사육과 빠른 성장을 노린 목축업자들은 비록 초식동물이라 하더라도 동물성 단백질 투여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값이 싸면서 쉽게 살을 찌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일찍 발견하였고, 늙은 양의 뼈와 내장 등 부속물들을 사료의 첨가물로 선택했습니다. 그 당시 양에 대한 후한 보조금 덕분에 점점 사료에서 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고 그 중에는 진전병에 걸린 다수의 양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원인 물질을 다량 포함한 동물성 사료를 소가 먹게 되었고, 소의 뇌, 뼈, 내장 등의 부속물도 다시 사료에 포함이 되어 사이클이 돌수록 축적되는 양은 견고해져 갔습니다. 영화 속에서 인육이 섞인 짜장면을 멋모르고 맛있게 먹었던 사람들처럼 소들은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동료들의 뼈와 살을 맛있게 먹고 살찐 몸이 되어갔던 것입니다. 하지만 연쇄살인극의 범인인 이 원인 물질은 급속도로 축적되어 결국 1986년 최초로 광우병에 걸린 소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시점에는 이미 5만 마리 이상의 소들이 감염되어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들은 표정을 지을 수 없어 죽을 때에도 웃을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역학 조사를 통해 진전병에 걸린 양들로 오염된 사료가 직접적인 원인임을 확인했고, 반추동물들이 포함된 사료를 또다시 반추동물에게 먹이는 동종포식의 사이클을 차단시키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광우병은 여전히 지속되었고 축산업자들의 반대와 로비에도 불구하고 동물성 사료를 전면 금지시킨 뒤에야 진정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연선택이라는 채를 생략한 인위적 조작이 낳은 비극

    카니발리즘으로 kuru병을 앓게 된 포어족, 인위교배로 진전병을 앓게된 서퍽 품종의 양, 강요된 동종포식으로 광우병을 앓게 된 영국의 소, 이들은 진화과정 속에서 조상들이 맞닥뜨리지 않았을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맞닥뜨리게 됨으로써 자연선택의 채로 걸러질 수 있는 단계를 거치지 못했고, 그 결과로 비운의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들의 염색체에 담긴 유전정보에는 이런 상황에 대처할 만한 어떤 대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인육을 먹었으면서도 kuru 병을 앓지 않은 포어족들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었으면서도 전혀 이상이 없었던 대다수 영국인들은 또 어떻게 된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만 특별히 진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적응을 해낸 것일까? 광우병에 걸린 영국인들이 평소에 소고기를 더 많이 섭취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실제 그 중 일부는 광우병이 만연한 지역 목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발병 기작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혹시 인간광우병에 걸린 영국인들의 식습관에 관해 조사된 자료가 있다면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이 연쇄살인극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프리온을 잠시 만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 가장 갑론을박되고 있는 한국인의 95%가 가지고 있다는 프리온 129번 아미노산 M/M형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여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광우병에 걸린 영국인의 유전자형이 특이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M/M형이라는 것과(최근에 V/V형이 사망한 1건의 예가 확인되었습니다), 똑같이 인육을 먹고도 살아남은 포어족 사람들의 유전자형이 대부분 M/V형이라는 다수의 논문들이 나와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괴담인가 사실인가

    포어족을 집단으로 미쳐 죽게 한 kuru병과, 서퍽 품종 양들을 긁다가 죽게 만든 진전병, 소들을 일어설 수 없게 하고 집단으로 폐사시키게 만든 광우병, 그리고 젊은 사람들을 마치 치매에 걸린 노인들처럼 다양한 정신 증상과 운동 실조와 같은 신경 증상을 유발시키며 급속한 속도로 사망하게 만든 변형 크로이펠츠-야콥병(vCJD), 진전병을 제외하고는 3~40년 사이에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번진 이 사건들이 실은 동일범의 소행일 것이라는 단서는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병에 걸려 사망한 개체들의 뇌가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으며, 그 양상이 유사했고 조직 소견상 모두 스폰지처럼 구멍이 나 있는 소견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노벨상 단골 메뉴, 프리온 질환

    양, 소, 서구인, 남태평양 원주민 너무 다른 개체들에서 나타난 동일한 현상에 흥미를 느끼고 연구를 하던 과학자들은 일단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에 의한 감염의 일종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1982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스탠리 프루시너가 이 감염물질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닌 단백질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자 학계는 발칵 뒤짚혔습니다.

    일단 프루시너에게 돌아온 것은 경멸과 조롱이 대부분이었고 본인 자신도 그 당시 비호의적이었던 분위기를 원망섞인 어조로 회고하곤 했다고 합니다. 단백질이 자가복제하는 DNA처럼 복제되어 증식하고 타 개체에 전염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가히 혁명적인 발상으로서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었지만 이후 지속되는 실험을 통해 ‘프리온’(prion)이라고 명명된 이 단백질에 의해 병변이 발생하는 것은 거듭 확인되었습니다. 점차 비판자들의 입은 다물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프루시너는 연구를 진전시켜 이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내인성 단백질이며 사람의 경우 프리온을 암호화하는 유전자가 20번 염색체 단완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 와중에 1995년 인간 광우병 환자가 발생하고 이슈가 됨으로써 그의 업적은 더욱 부각되고 결국 1997년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1976년 가이두섹에 이어 프리온 질환과 관련된 두 번째 수상이며 직접적인 것은 아니지만 프리온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한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쿠르트 뷔트리히가 또한 연관되어 있습니다.

    범인의 몽타쥬는 나와 있다

    정상 프리온 단백질은 253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됩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DNA 염기서열, RNA 발현정도, 아미노산 배열 순서에서 정상 단백질과 동일하고 3차원적인 구조에서 차이가 납니다. 변형 프리온이 결합해서 정상 프리온을 자신과 같은 구조로 변경시키고 이것이 축적되어 신경세포에 독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인터넷에서 떠도는 문서들이 아직 광우병은 원인도 잘 모른다. 프리온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다, 박테리아다, 그래서 쉽게 전염병처럼 될 수 있으며, 감기처럼 공중에 떠다니다 감염된다라는 이야기들을 써놓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위협이 되는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함으로써 과장된 공포감을 조성시키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발병 기작이 정확히 규명이 안되고, 프리온 외에 다른 요소들이나 물질들이 관련되어 있을텐데 그것을 확실히 모르는 것이지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것과는 천지차이입니다. 프리온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제거시키면 아무리 병에 걸린 뇌를 갈아서 넣어주어도 병변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최근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순수하게 프리온만을 합성해 넣어주었더니 뇌병변이 발생했다는 점 등은 프루시너가 제안한 프리온 가설을 더욱 확고히 하는 증거들입니다.

    M/M 유전자형과 한림대 김용선 교수의 출국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김용선 교수가 해외로 출국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물론 예정된 일정일 수 있지만 이틀 앞으로 다가온 청문회도 부담이었을 것이고 쇄도하는 인터뷰 요청도 마찬가지고 더 큰 이유는 본인의 2004년 5월 ‘한국인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의 다형성질’이라는 논문의 내용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인이 광우병에 매우 취약한 유전자를 지녔다는 이야기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큰 논란을 일으킬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것을 어떤 식으로 해명하든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내용을 이해하려면 먼저 위 그림에서 파란 네모난 박스 안에 있는 129라고 써져 있는 부위에 M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부분를 유심히 보아야 합니다. 단백질이란 아미노산이라고 불리우는 분자들이 연결된 것으로 프리온 단백질은 253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중 129번째 부분이 어떤 아미노산으로 되어 있느냐, 대부분은 한 종류의 아미노산으로 되어있는데 129번째 부분은 다형성을 보이고 있어 메치오닌(M) 아니면 발린(V)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염색체는 각각 1쌍으로써 부모로부터 하나씩 전달받으므로 129번째 코돈에 올 수 있는 유전형은 M/M, M/V, V/V입니다.

    그런데, 이 다형성이 화두가 된 것은 영국에서 광우병 걸린 사람들의 프리온 유전자를 조사해봤더니 한 명도 빠짐없이 M/M형이었다는 것이 발표되면서부터입니다. 조사된 바에 의하면 일반적인 영국인은 M/M 36.79%, M/V 50.94%, V/V 12.27%로써 광우병에 걸린 사람들이 모두 M/M형이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님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더 의미심장한 사실은 이 글을 쓰면서 kuru병에 걸렸던 포어족의 유전형을 검사한 자료가 있는지 논문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중 몇 논문에 나온 내용을 보니 인육을 먹었으면서도 kuru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 21명의 포어족을 조사한 결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21명 중에 M/M형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죄다 M/V거나 V/V였습니다. 또한 병에 걸린 M/V,V/V의 경우 M/M에 비해 훨씬 잠복기가 길게 나타났습니다. 이 사실은 변형 프리온에 의해 뇌에 병변이 형성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알아보니 이 프리온 유전자 코돈 129번에서 M/M 형태 동형접합자(homozygote)의 취약성은 뭐 논란의 여지라기보다는 학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그 기전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광우병에 걸린 뇌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대뇌와 소뇌 부위 광범위한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flaque) 형성이 메치오닌(M)이 있을 때 더 촉진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합니다.

    왜 우리는 M/M형만 가지고 있을까?

    문제는 이 M/M 형이 김용선 교수가 한국인 52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94.33%더라. 이러다간 우리나라가 최대의 광우병 피해국이 될 지 모르니 대비를 철저히 해야된다는 내용이 논문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주로 아시아 국가들에서 M/M 비율이 높은 편이며 미국은 영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왜 이렇게 분포에 큰 차이가 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흥미있는 해석을 하는 분도 있더군요. 다음 부분은 여담으로 들으시면 됩니다.

    …아마도 이전에는 모두 M/M 형이었을 것이다. 인류 진화상의 어느 시점에서 식인 풍습에 의한(고대에는 전투가 끝나고 적의 시체를 먹거나, 아니면 굶주림, 또는 문화에 의한 식인 풍습이 있었을 것이므로) kuru병과 같은 질환이 발생하고 이 때 메치오닌(M) 부위가 발린(V)으로 바뀌는 돌연변이가 생긴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M보다 저항성이 강해 그 비율이 늘어났다. 그러니까 이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일찌감치부터 식인 풍습을 중단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고(V 돌연변이가 생존에 더 유리할 이유가 없었던 것) 그래서 대부분 M/M형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다. 영국에서 광우병으로 인해 변형프리온이 체내에 유입되었을 때 M/V형들은 방어를 해 낸 반면 M/M형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마도 M/V형인 사람에게 악심 먹고 광우병 걸린 고기를 냅다 쳐 먹여도 멀쩡할 가능성이 높다…

    관문을 모두 통과할 고수는 누구일까?

    제 의견으로는 일단 우리가 가지고 있는(우리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습니다. M/M형이 아닌 나머지 5.67% M/V, V/V를 제외하고, 저도 그 예외에 해당할지 모르지만…) 유전형이 광우병에 취약한 것은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광우병에 덜덜 떨어야되냐, 왜 우리는 그렇게 취약한데 광우병이 창궐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왜 영국에서 그 무서운 광우병에 걸린 소들이 식용으로 상당히 대량으로 유통되었는데 겨우 166명 밖에 안 죽었는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는 왜 광우병이 창궐하지 않는지, 미국에 사는 한인교포들은 왜 이렇게도 다들 멀쩡해서 우리가 뭐 어쨌다고하며 기분나빠하는지와 연관되는 문제입니다.

    상당히 오래된 중국 무협 영화 중에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우리의 주인공은 소림사에 있는 10대 관문인가 뭔가 하는 관문을 통과해야 되는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주인공 말고도 무술 좀 한다는 사람들이 도전하는데 대부분 끝까지 가지 못하고 실패합니다. 문을 지날 때마다 힘센 괴물이나 무림고수들이 나타나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아슬아슬하게 그 험난한 관문들을 힘겹게 지나서 결국엔 목표에 도달합니다. 지금 한국에 사는 우리가 향후 광우병에 걸리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상당히 험난한 방해물들을 제치고 관문을 지나야 인간광우병이라는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유전형이 M/V이거나 V/V인 사람은 벌써 첫 관문에서부터 탈락입니다. 안타깝습니다…

    혼자 보기 아쉬운 광우병 이야기 2

    소고기 섭취량과 나이, 인간 광우병과의 관계

    이전 글에서 프리온 유전자 코돈 129번에서 M/M 형태 동형접합자(homozygote)가 광우병과 같은 프리온 질환에 대해 취약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M/M형을 가진 사람들이 광우병이 유행하던 시기에 오염된 소고기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것이 사실입니다. 인간광우병이라는 목표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M/M 신공’ 말고도 더 심오한 내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두 번째 확실한 변수, 나이

    인간광우병이라 불리우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인류 역사상 듣도보도 못한 이 희귀한 질환을 앞에 두고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 한가지 질문은 왜 vCJD는 젊은 사람들을 선호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vCJD는 병이 발견되는 평균 연령이 28세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똑같은 인간 프리온 질환인 sCJD는 65~70세에 주로 발병합니다. 미안한 말씀이긴 하지만 100만명당 1명이라는 희귀성과 함께 그만큼 사셨으니까라는 위로를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균 28세면 잠복기를 10~20년 잡았을 때 도대체 몇 살 때 광우병에 오염된 고기에 노출되었다는 것인지, 10대 초반의 발병자도 있는데 그렇다면 이 아이는 신생아 때 이미 프리온에 노출되었다는 것인지, 하여간 꽃다운 나이에 이 망할 놈의 병으로 그것도 마치 정신병 환자로 오인될 정도로 불안, 우울, 초조, 공격성향 등의 성격변화를 겪으며 균형을 잡지 못해 서 있을 수도 없는 상태로 부모 곁에서 눈을 감았을 아까운 청춘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1993년 5월, 최초의 감염자 15세 영국 소녀 빅키 리머, 평소 성격이 활발했다는 이 소녀에게 갑자기 찾아 온 건망증, 어지러움증, 성격 변화, 결국 그 해 말 빅키는 혼수 상태에 빠지고 1997년 11월 끝내 사망합니다. 이를 필두로 영국에서 현재까지 166명이 vCJD로 판명이 되었고 그 중 163명이 사망했으며 발병 당시 대부분이 40대 이하였습니다.



    vCJD에 이환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소고기 매니아였나?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광우병에 걸리는 것일까? 소고기를 잘 먹지 않은 사람보다는 자주 먹은 사람이 당연히 광우병 소의 고기와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나이 먹은 사람들은 잘 걸리지 않았을까? 나이를 먹을 수록 육류 소비량이 줄기 때문에? 그런데 위 그래프를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40대에서 50대에 급격히 발병율이 떨어집니다. 60대 이상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평균 잠복기 10~15년을 적용하면 25세에서 30세부터는 광우병 소고기에 노출되었어도 잘 발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며, 45세에서 50세에 노출된 사람은 거의 vCJD가 안 생긴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렇게 소고기 소비량이 연령에 따라 급격한 변화를 보일까? 상식적으로도 나이가 들수록 육류 소비가 줄을 수 있지만 급격한 저하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런 궁금증에 입각해 자료를 찾아보니 수학적으로 두가지 모델을 나눠서 분석한 논문이 있었습니다. 2004년 ‘BMC infectious disease’에 실린 Boelle PY등의 ‘Epidemiological evidence of higher susceptibility to vCJD in the young’이라는 논문이었습니다. 이 저자들은 2001년에 사이언스지에 연령별 특성에 따른 vCJD의 잠복기와 역학적 규모 등을 예측하는 논문을 발표하고 vCJD의 잠복기가 평균 16.7년이며 총 환자수는 향후 발생할 사람들까지 합쳐서 205명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연구자들입니다.

    다시 그래프를 보면 연령별 소고기 소비량에 따른 질환자 예측은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고 소비량에 연령 위험도를 반영해 예측한 것은 실선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막대 그래프는 실제 연령별 vCJD 환자 분포입니다. 점선을 따라가 보면 소고기 소비가 20대에서 50대까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것은 40대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vCJD 발병을 합리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소고기 섭취량으로 따지면 40대 이상에서 vCJD 환자가 48%가 나와야 하나 실제는 10%밖에 되지 않으며 연령인자를 고려한 예측치는 12%이므로 이것이 실제와 훨씬 가깝습니다. 혹시 나이가 어릴수록 잠복기가 짧아지는 것은 아닐까하고 분석을 시도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가능성은 배제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vCJD에 잘 걸리는 연령대와 잘 걸리지 않는 연령대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이 이전에 발표한 2001년 사이언스 논문과 이 논문, 그리고 현재까지의 vCJD 통계자료를 종합해보면 평균 연령 28세, 잠복기 10~20년, 병이 처음 시작되는 peak age는 10~20세 사이(증상 발현이 아닌 처음 접촉 시기), 15세부터 위험률은 점차 감소하여 1981년도(처음 광우병 소가 발생한 것으로 예상되는 연도)에 20세였던 사람이 15세였던 사람보다 발병할 위험률은 55%로 감소되며 1세 당 약 16%씩 감소해서 70세 이상이 vCJD에 걸릴 위험도는 99.9% 감소됩니다.

    소장 투과성과 프리온 침투

    그렇다면 이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그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연구자들은 면역계 성숙도와 연관시켜 이를 설명했고 또 다른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치아 상태와 연관시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몸은 외부 물질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피부가 그렇고 위장에는 점액질과 각종 소화효소, 면역인자들이 방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장의 끝부분인 회장(ileum) 부위에 Peyer’s patch라는 부분이 있는데 실험상 변형프리온을 섭취시켜 그 경로를 추적해보면 이 Peyer’s patch 부위에 변형프리온이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이런 이유로 SRM에 소장 끝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변형프리온으로 오염된 소고기를 먹을 때 위장관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 다른 단백질과는 달리 저항성이 있어 그대로 내려오다가 Peyer’s patch가 많은 소장 끝 회장 부위에 도달합니다(파라셀수스님이 올려주신 위 그림 참조). 이 때 이 부위의 투과성이 증가되어 있을 경우에 흡수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대의 경우 면역 체계가 형성되어 가는 시기로 편도와 함께 이 부분 투과성이 증가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편도염이나 맹장염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을 보호하는 피부가 어떤 이유로든 개방되어 있는 경우 그 경로를 통해 변형프리온이 침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수혈, 경막 이식과 같은 각종 의료시술). 그런데, 아이들이 상처 부위에 소고기를 올려 놓고 있을 일도 없고… 하지만 치아가 빠지고 새로 나기를 반복하는 시기에는 보호 장벽이 제거되어 치아가 빠진 노출 부위로 변형프리온 침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실험상으로 햄스터에서 확인이 되었는데 이가 빠지고 나는 시기에 변형프리온에 노출되는 한 경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불안해하는 10대들에게

    지금 청계천에서 촛불을 밝혀 들고 있는 사람들 중의 60%가 10대라고 들었습니다. 위에 밝혀진 연구 결과와 통계 내용만 놓고 보면 그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본능적인, 그러니까 어떤 보호본능 같은 것이 작동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아직 통과해야할 관문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은 20세 이하의 M/M형 유전자를 가진 뭐뭐뭐’까지 정리되었습니다. 이 뭐뭐뭐에 덧붙여질 내용들은 지금보다 더 강력한 것들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왜 현재까지 발병한 대부분의 vCJD 환자들이 영국 사람이며 그 외의 나라에서 발견된 사람들도 1980년~1990년대 중반 그 어느 시점에 영국에 살았던 사실과 관련되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상황이 무엇인지만 파악된다면 그 상황을 피해가기가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영국 소고기’라는 글귀에서 ‘영국’에 좀 더 주목을 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혼자 보기 아쉬운 광우병 이야기3

    우리는 그 해 봄 영국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나(1)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광우병에 대한 견해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우병이 위험하다며 대책없이 미국 소고기를 수입한다고 난리를 쳤던 정치인들이 이제는 선동이라며 불순세력의 배후를 운운하는 것도 우습지만, 학계마저 왜 견해가 바뀌었는지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유일한 근거는 정권이 바뀐 것 밖에 없는데 똑같이 우스운 일이지 않는가?

    반대로 광우병이 지금도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하는 전문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은 언제나 손해보지 않는 장사다.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책임이 뒤따르지만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도 문제 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일 뿐 언젠가는 위험할 것이라고 책임을 모면할 수 있다. 정작 그들이 말해줘야 할 것은 얼마만큼 위험한가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수만 가지 위험들에 비교해서 말이다.

    무조건 위험하다고하는 것은 하나마나한 이야기이며 점쟁이에게 찾아가 앞으로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오는 허접함에 견줄 수 있다. 우리는 합리적인 공포를 원한다…

    1985년 4월 영국의 한 젖소 농장에서 존퀼이라는 이름을 가진 암소가 갑자기 난폭해지며 가끔씩 경련을 일으키다 결국 걷지 못하고 주저앉았습니다. 농장 주인은 할 수 없이 이 소를 도축해 다른 동물의 사료로 사용했습니다. 바로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광우병과 이로 인한 인간광우병의 시작입니다. 영국을 주무대로 벌어진 이 비극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 그리고 왜 하필이면 그곳이 영국이었을까? 1985년 봄 영국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영국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다시 파푸아뉴기니의 Fore족 이야기로 돌아가야할 것 같습니다. 왜 전 세계에서 영국만 인간광우병(vCJD)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입었느냐를 추적하는 문제는 파푸아뉴기니의 수많은 종족 중에 왜 Fore족만 vCJD와 같은 계열의 인간프리온 질병인 ‘kuru병’에 걸리게 되었느냐는 문제와 연결됩니다. 어쩌면 이 질문에 답함으로써 우리 앞에 닥친 인간광우병 이환 가능성 및 위험성 논란에 대해 해결책이 제시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주로 최근 자료들로 인용해보겠습니다. 현재 광우병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서적이나 자료들 중에 새로 밝혀진 사실들이 추가가 되지 않아 잘못된 예측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The end…

    2007년 11월 런던에서는 영국왕립협회(Royal Society) 주최로 ‘The end of kuru : 50yrs of research into an extraordinay disease’라는 제목으로 1957년 처음 보고된 kuru병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여러 자료를 검색해보니 1957년까지 Fore족 65개 마을 12,000~40,000명(자료마다 다름)의 주민 중 2500명에게서 발병이 되었고, 1982년까지 2500명 대부분이 사망했습니다. 1957년 무렵에는 한 해 당 200명 씩이 발병해 무서운 기세로 번졌던 질병이었지만 1980년에서 1990년대 초까지는 한자리 숫자로 발병되었고, 최근에 1996년에서 2004년까지 광범위한 조사가 시행된 기록이 있는데 여기서 추가 환자 11명이 보고되었습니다.

    나중에 보고된 11명 중 196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정신병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병의 특성 때문에 kuru에 걸린 여인과 아이들은 무참히 살해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식인 풍습이 원인임을 가이두섹을 필두로 한 서양 과학자들이 밝혀냈고 원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여 기꺼이 그들의 풍습을 폐기함으로써 새로운 발병을 차단시켰습니다. 1966년부터 kuru병은 어린아이들에게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왜 갑자기 이전에 없던 병이 나타났는지 조사한 역학 연구자들은 이들의 식인 문화가 20세기 초에 시작된 새로운 풍습이었음을 알아냈습니다. 비밀스러운 의식이었기에 연구자들은 직접 그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원주민과 친해지는 노력을 거듭한 끝에 식인 의식에 가까스로 참석한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이 목격자의 증언 자료가 있는데 그에 따르면 친족이 사망하였을 경우 Fore족 여인들이 주동하여 은밀한 곳으로 시신을 이동시키고 대나무 칼과 돌도끼로 먼저 시체의 손과 발을 떼어낸다고 합니다. 그 다음 순서로 상지와 하지 피부를 절개하고 근육을 벗겨냅니다. 이어서 쓸개를 제외시킨 내장을 분리해내고(생선 손질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쓸개가 들어가면 찌개가 어떤 맛이 되는지 잘 아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두개골을 깨뜨려서 뇌와 함께 모든 장기와 근육을 먹습니다. 때로는 뼈의 골수까지 빨아먹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하여간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먼저 이 kuru병이 결코 인근 부족으로 퍼지지 않았다는 것, 즉, 인근 부족에서 발견된 경우는 Fore족 여인이 시집을 간 경우였고, 다른 부족이 Fore족 마을로 이주해 살았어도 발병은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식인 풍습을 중단함과 동시에 병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걷잡을 수 없는 확대된 감염의 경로를 밟는 것이 아니라 원인에 따라 지극히 국소적이며 원인을 제거할 경우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확대? 종결? 어떤 예측이 적중할까?

    혹자는 인간프리온 질환이 잠복기가 50년까지도 갈 수 있고 이로 인해 발병자가 지금은 없더라도 나중에 대량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어두운 예측을 하지만 kuru병의 경우 위에 언급한 1996년~2004년까지 8년 동안 발견된 11명이 전부입니다. 바로 이들의 잠복기가 최소 34~41년인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많게는 56년까지도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11명 모두가 동일하게 유전형이 M/V형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는데 M/M형은 모두 조기 발병, 조기 사망이며, M/V, V/V형은 발병이 되지 않거나(식인 의식이 행해지던 시기 kuru에 걸리지 않은 12명 전원이 M/V, V/V형이라는 사실을 이전 글에서 언급했었습니다), 발병이 되더라도 잠복기가 훨씬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여튼 ‘지금까지는 M/M형만 발견되어서 사망자가 적은 것이지 조만간 감염되었던 M/V, V/V형이 잠복기를 끝내고 발병해서 휩쓸고 갈 것이다’라는 공포감 섞인 예측들은 일단 kuru병에 대해서는 M/V, V/V형의 수십년 후 대량 발병같은 상황이 오지 않고 오히려 종결되기 시작함으로써 빗나간 예측이었음을 시사해줍니다. 50년을 지나서 좀 더 있다가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60년, 70년씩이나 하는 잠복기가 인간의 평균 수명을 놓고 볼 때 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인간광우병, vCJD는 어떨까요? 첫 감염자 15세 소녀 빅키 리머의 발병이 1993년입니다. 잠복기를 거쳤을테니 5세 쯤 발병의 원인이 된 광우병 소고기를 먹었다고 치고 올해가 25년째이군요. 그동안 영국에서 발병한 166명의 연도별 추세는 위와 같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모두 M/M형이고요. 점차 감소되어 2003년부터는 발병자가 한자리 숫자인데 어찌 진행되는 추세가 kuru병의 연도별 발생 비율(1980년부터 한자리 숫자로 진입)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최근 손석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영국에서 의학사로 학위를 받았다는 모 연구원이 인터뷰를 통해 ‘과학자들이 생각하기에 그러니까 2차 질병감염이 시작됐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앞으로 5년에서 10년 내에 잠복기를 갖고 있는 MM형보다 15년에서 30년 정도되는 MV형 잠복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 질병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들이 더 높아졌다고 본다’라고 했다는데 어떤 예측이 맞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겠습니다. 일단 kuru병의 진행 상황과 현 vCJD 발병 현황만을 참고한다면 2차 감염이 시작됐네 어쩌네 하는 호들갑보다는 진정 국면이라는 데 더 손을 들어주고 싶긴 합니다만… 그리고 아마도 추가 발병자가 생긴다면 소수일 것이며 1996년 이전에 광우병 소고기를 접했던 사람일 것이고, 그 사람의 유전형은 거의 M/V형이거나 V/V형일 것이라고 예측이 됩니다.



    우리는 그 해 봄 영국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나(2)

    지극히 Fore적인, 그리고 지극히 영국적인…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신사의 나라, 그 어떤 나라보다도 일찍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전환하여 문화 및 경제 선진국으로 불리우던 영국, kuru가 보고된 지 정확히 36년 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식인종인 Fore족이 처했던 위험과 동일한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소설책에서나 등장하던 식인종, 영국인들은 말 안 듣는 아이들을 겁줄 목적으로 사람을 먹는 이 야만인들의 이야기를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자녀들에게 들려주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야만의 댓가로 발생한 재앙과 동일한 재앙이 자신의 자녀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똑같이 ‘변형프리온’이라는 이상 단백질에 의해 발생되는 kuru와 vCJD, 원인이 같으므로 두 질환이 흡사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비교해보면 음미해볼만한 내용이 많습니다. 서로 반면교사의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요… kuru가 주변 많은 종족들 중 Fore족에게만 나타나 지극히 Fore적이었다면 인간광우병, vCJD는 지극히 영국적이었기 때문입니다.

    207명, 광우병에 걸린 사람들, 그들은 누구인가?

    2008년 4월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람들은 총 207명, 그 중에 200명은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고 7명만 아직 우리 곁에 남아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 207명에게서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 공통되는 부분이 이미 제거되었거나, 제거되지 않았더라도 알아서 회피할 수 있다면 나머지 인류는 소나 걸리는 광우병에 걸릴 재수없음을 원천 차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공포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단 207명 중 80%인 166명이 영국인입니다. 11%인 23명이 프랑스입니다. 아일랜드공화국이 4명으로 그 뒤를 잇고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3명 이하의 발병을 보이고 있습니다(위 표 참조). 더 좀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현재 미국에서의 광우병이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아일랜드 다음으로 많은 미국의 vCJD 환자 3명을 살펴보겠습니다.

    1) 첫 번째 발병자는 1970년대 후반에 영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미국으로 이주한 것은 인간광우병이 잠복기를 거쳐 모습을 드러내기 바로 1년 전인 1992년입니다. 플로리다에 거주했던 그는 2001년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2004년 사망합니다. 만약 그가 태어나서 15년 정도 살아온 영국이 아니라 미국에 이주한 뒤로 감염되었다고 치면 최대 잠복기가 9년(2001-1992)이 되고 평균보다 좀 짧아보입니다. 하지만 가능한 이야기이기는 합니다.

    2) 두 번째 발병자 역시 영국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2001년부터 텍사스에서 거주하기 시작했으며 증상이 나타난 것은 2005년 초기입니다. 이 경우는 미국에서 걸렸다고 하기에는 너무 짧은 잠복기(4년) 때문에 영국에서 걸렸을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3) 세 번째 발병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났습니다. 2005년 후반기부터 미국에 거주하기 시작했는데 2006년 봄에 광우병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광우병 위험 기간에 영국으로부터 소와 소고기(carcass meat)를 수입한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캐나다에서 발병한 1명도 1980년대와 1990년대 상당 기간 동안 영국에 머물렀었던 경력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에서 발병한 1명의 예인데 51세의 이 남자와 영국과의 관련성은 1990년에 24일간 영국에 체류했던 경력이 전부입니다. 판단하기 곤란한 점은 그가 일본에서 걸렸는냐 아니면 운이 없게 영국에서 2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광우병 소고기에 노출되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증상이 발현된 시기와 그가 영국에 머물렀던 시기를 가지고 잠복기를 계산해보니 11.5년이 나왔습니다.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영국에 있지 않았다고 안심하지 말 것

    비영국인 41명 중 광우병이 유행한 시기인 1980년에서 1996년 사이에 6개월 이상 영국에 머물렀던 경력이 있는 사람은 6명이며 일본인까지 합하면 7명이 영국이라는 나라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34명은 그 기간 동안 한번도 영국에 있었던 적이 없는데도 광우병에 걸렸습니다. 그럼 그 나머지 34명(전체의 16%)은 완전히 ‘영국과 광우병’이라는 단단한 연결고리를 벗어던진 것일까요? 미안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이 위험기간 동안 영국에 가지 않았다면 대신 영국 소와 고기가 위험기간 동안 그들을 찾아온 경우를 계산에 넣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다른 data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독일 같은 경우 그 당시 자국 광우병이 395례가 보고되었고 스위스가 460례가 보고되었는데 인간광우병은 한 건도 없다는 사실이 눈에 띕니다. 반대로 네덜란드의 경우 광우병은 75건에 불과했는데 인간광우병은 2건이나 발생했습니다. 광우병과 인간광우병 발생이 비례 관계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연구자들은 사례가 너무 적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광우병 위험기간 동안 각국의 영국으로부터의 소 수입 두수 및 소고기 수입량, 영국으로부터 육골분 사료 수입량과 인간광우병 발생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자국 광우병 발생률보다는 영국에서 얼마만큼 소를 들여오고 얼마 만큼의 영국산 소고기, 얼마 만큼의 영국산 육골분 사료를 수입했느냐가 상관관계가 높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 영국 다음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23명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한 프랑스에서 역학조사를 했더니 대부분 영국으로부터 수입된 광우병 소나 고기, 육골분 사료가 감염원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프랑스는 영국에서 수출하는 전체 소고기의 60%를 소비하고, 1982년부터 1989년까지 육골분 사료 3만5천톤을 수입해 그 당시 최대의 영국 소와 고기, 육골분 사료 수입국이었습니다.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역시 상위권의 수입국가였습니다.

    영국 소, 영국 소고기, 영국 사료…

    왜 모든 것이 영국으로 귀결되는 것일까요? 영국 사람의 특이 체질이나 어떤 고착된 풍습 같은 것이 문제일까요? 하지만 그 당시 영국에 있었던 다른 나라 사람들과 영국인이 아닌 사람들, 동양인도 걸린 것으로 봐서 유전적이거나 문화적인 문제로 보기는 힘듭니다. 그럼 잘 알려진 육골분, 동물성 사료가 이 모든 것의 기원일까요? 실제 육골분 사료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부터인데 정작 문제가 시작된 것은 1980년대, 또한 다른 나라에서도 육골분 사료를 먹였기 때문에 단순히 육골분 사료가 문제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바로 영국에서 사육된, 다른 나라가 아닌 영국에서 만들어진 육골분 사료를 먹고 자란 소라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는 추리가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없이 많은 소고기를 그동안 인류가 섭취해왔을텐데 2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동안 이환된 사람의 대부분이 영국에 살았거나 영국에 살았던 소와 연관되어 있는 엄연한 현실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전에 살펴보았던 M/M이라는 유전형, 20대 이하의 연령 등의 위험요소는 이에 비추어볼 때 매우 부수적인 것이며 ‘영국’이라는 조건이 달리지 않으면 있으나마나한 조건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되겠습니다. 아니, 결국 이 ‘영국’이라는 조건을 극단적으로 적용해보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치열하게 논쟁중인 30개월 미만이냐 이상이냐, SRM이냐 아니냐, 한우는 그렇다면 안전하냐는 논쟁들이 모두 무의미한 삽질임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가장 의미있는 조건인 영국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이것은 kuru병을 논하면서 Fore족의 식인 풍습을 빼놓고 우리도 눈 두 개 달린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니 kuru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를 주장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극단이 아닌 정상적인 논리로 되돌려놓는다면 ‘1980~1996년 영국 땅에서 어떤 조건 속에서 전에는 없었던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이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조사해보면, 그래서 조사된 그 조건을 현실화해 그 당시 영국과 같은 상황을 지금 이 땅에서 만들지만 않는다면, 광우병의 위험성은 지금도 매우 낮다고 하는데 그보다 훨씬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정리가 됩니다.

    크나큰 불행을 가져온 ‘영국의 조건’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조건인지는 영국 축산업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 100% 치사율의 변형프리온이 소의 뇌 속에 자리잡아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하여간 또다시 영국의 상황이 이 땅에서 재현되기는 억지로 만들려고해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그 해 봄 영국에서 일어난 일을 알고 있나(3)

    …어제 저녁에 감자탕, 일명 ‘뼈다귀탕’을 먹게 되었다. 이 음식의 소재로 혹시 소뼈가 쓰이는지 물어보았더니 소뼈는 비싸서 못 쓰는지 대부분 돼지의 척추뼈를 사용한다고 한다. 갑자기 돼지의 뇌에도 변형프리온에 오염된 뇌조직을 접종했더니 병변이 발생했다는 논문을 본 기억이 났다. 그렇다면 이 부분도 SRM(광우병특정위험물질)이다. 더구나 발라먹어야 할 뼈 주변의 고기들은 소라면 MRM(기계적 회수육)이 될 운명의 고기들이다. 어느새 나는 어딘가에 섞여있을지 모를 척수와 DRG(후근 신경절, dorsal root ganglion)를 골라내기 위해 탕 속을 뒤적이고 있었다. 국물에도 혹시 변형프리온들이 퍼져있는 것은 아닐까 의미없이 휘져어보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맛있게 먹었다…

    빗나간 예측, 인간이 소가 걸리는 병에 걸리다

    영국 사회는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더욱 술렁댄 곳은 학계와 영국 정부였습니다. 소떼들 속에서 갑자기 휘청대며 일어서지 못하는 소들이 생겨났고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그 숫자는 늘어갔으며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관심은 이런 소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날까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광우병은 이미 1700년대부터 양들이 스크래피(scrapie)라는 이름으로 앓아왔던 병과 동일한 병이고 그 양고기를 먹어서 사람이 스크래피에 걸린 일은 없었습니다. 축산업자들은 소고기에 대한 위험이 과장되어 큰 손해를 보고 있는데 정부는 손놓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고, 이에 관료들은 앞장서 영국 국민들에게 소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나섰습니다.

    이 때 학계에서 광우병이 인간에게도 옮겨갈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견해들이 하나둘 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1994년 광우병 의심 환자가 발생한 시점에서도 인간광우병 같은 것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첫 사망 환자의 뇌 부검을 통해 감염된 소와 동일한 해면상 뇌병변과 심한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형성되어 있음이 확인되고 동일 증세의 환자들이 속출하면서 무너졌습니다. 영국 사회는 잘못된 예측이 빚어낸 톡톡한 댓가를 치뤄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속죄라도 하듯 광우병의 원인과 대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였고 강도 높은 사료 규제를 잇달아 시행하였으며, 확인된 18만 마리의 광우병 소와 함께 300만 마리 이상의 위험에 노출된 소들을 폐사시켰습니다.

    누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가? 그들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가?

    얼마 전 자료를 찾아보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2001년 12월에 발간한 ‘광우병 백서’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책은 영국에서 만든 ‘광우병 백서’를 일부만 번역해 놓은 것인데, 그도 그럴 것이 원본은 총 16편, 5000페이지에 달하는 광대한 분량이었습니다. 여기에는 그 당시 영국 정부의 대응, 학계의 보고서, 정부 문서, 그 당시 축산업, 의약업 관련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차분히 읽어보려다가 그 분량에 압도되어 결국은 포기하고 필요한 부분만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확인해보니 그 당시 영국 정부나 학계의 관심도 저와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의 관심과 일치했습니다.

    1) 왜 인간광우병은 젊은이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것일까?

    2) 왜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멀쩡한데 영국만 유달리 많은 피해를 입었을까?

    3) 왜 특정 유전자형에서만 광우병이 발생하는 것일까?

    4) 그리고 위 의문들보다 더 근본적이고 집중되는 의문은 이 불행이 과연 어디에서 시작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우리가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당시 영국 정부는 수많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혹시 누가 대량 살상을 목적으로 인간에게도 유해할 수 있는 약물을 소에게 투여한 것은 아닐까? 혹여 연구자들이 연구 목적으로 소에게 어떤 위해한 조작을 가한 것은 아닐까? 사료업자들이 이익을 위해 법에 저촉되는 어떤 유해물질을 사료에 첨가한 것은 아닐까? 이 중에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광우병 사건에 형사처벌 대상자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검거된다면 중형에 처해졌겠죠. 과연 조사 결과 중형에 처할 만한 과오를 저지른 그 누군가가 있었을까요? 지금부터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광우병의 시작에 대한 논란을, 그리고 누가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역사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8세기 초부터 비극의 씨앗은 싹트기 시작하다

    광우병에 관련된 저술들에서 양들이 앓았던 스크래피가 이 모든 사단의 발단이라고 지적한 책들이 많습니다. 일단 이들의 이야기와 영국 축산업 역사에 관련된 부분은 공통적으로 언급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모아서 정리해서 옮겨보겠습니다.

    18세기 초 영국에는 양모 산업이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었으며 전체 인구 1/4이 양과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고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당시 천만 명의 인구가 있었는데 양의 숫자가 인구 수에 비례할 정도였다니까요. 이 때 쯤 양에게 발생하는 이상한 질병이 북유럽, 오스트리아, 헝가리에서 보고되고 18세기 중엽에는 영국에도 스크래피가 번졌습니다. 이 병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이 1732년인데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스크래피에 대한 첫 논문도 한참 뒤인 1913년이었습니다.

    워낙 광범위하게 퍼지다보니 풍토병처럼 인식되어 1980년대 초에는 아예 법정신고 질환에서 제외가 되었습니다. 1988년 기록에 의하면 양 100두 당 1마리가 걸릴 정도였고 심할 경우에는 전체 양떼의 3분의 1이 걸려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병에 걸린 양은 공격적이 되고 양무리에 속해 있지 않으려하고 도망다닙니다. 특징적으로 피가 날 때까지 자신의 몸을 나무에 대고 비벼대는 증상을 보이며 몸을 떱니다. 종국에는 걷지 못하게 되고 졸지에 미친 양으로 몰려 도축되어 양고기로 소비되었습니다.

    당시에 이 병이 인간에게 전염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은 이미 오염된 양고기를 수백년 간 먹어왔어도 아무런 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스크래피는 치료법도 없고 예방도 안 되기 때문에 양 사육업자들은 골머리를 앓게 되었습니다. 병 걸린 양의 피를 뽑아 넣어줘도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알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병 걸린 양과 걸리지 않은 양을 같이 길러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봐서 세균 같은 것에 의해 전염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료 때문에 그런가해서 사료를 바꿨어도 전혀 영향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처음에 양들이 어떻게 변형프리온 질환인 스크래피를 앓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기전은 프리온에 의한 토양 및 목초 오염입니다. 이것은 실험결과에 기초한 것인데 스크래피에 걸린 양들이 풀을 뜯어먹은 장소에서 그 양들을 이주시키고 다른 정상 양들을 데려와 풀을 뜯게 했더니 스크래피에 걸린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그 토양 및 목초에서 원인물질인 변형프리온이 검출되었습니다(이런 얘기 나오면 또 예민하신 분들은 앞으로 전 국토의 풀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실시하자고 나올까봐 좀 망설여지기는 합니다만…). 목초 오염의 원인은 감염된 태반이나 배설물 등으로 추정되었습니다. 하여튼 스크래피는 번져갔고 원인은 알 수 없고 다만 특징적으로 이 병에 걸리면 뇌가 심하게 침범당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초기 광우병에 대한 역학 연구들이 이 스크래피가 소에게 옮겨갔고 다시 사료를 통해 양에게 전달되고 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에게도 옮겨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보고들이 많은데 이 견해는 스크래피의 역사가 꽤 오래되었고 다른 나라에도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그 시점에 영국 소들만 감염되었는지를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또한 나중에 밝혀지지만 인간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프리온의 계열이 양의 스크래피 계열과는 특성이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스크래피 하나 만으로 광우병을 설명할 수 없음이 명확해졌습니다.

    육류가공업자들을 의심하라

    한편 같은 시기 영국 낙농업계는 점점 대형화, 산업화되어가고 있었는데 1926년 경 낙농업자들은 소가 초식동물이지만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시켜도 큰 문제가 없음을 발견했습니다. 오히려 동물성 단백을 투여했더니 우유 생산량이 늘어나고 살도 빨리 찌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이점이 있었는데 기존 사료로 사용하는 대두는 수입을 해야했는데 사료값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게다가 각종 사육 동물로부터 나오는 찌꺼기를 처분할 방법이 생겼으니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 공문서에는 오히려 이런 장점이 있으니 동물성 단백을 이렇게 투여하라는 지침서까지 만들어 격려하기까지 했습니다.

    육골분 사료(MBM, Meat and bone meal)는 소, 양, 돼지, 기타 가금류의 도살시 나오는 찌꺼기 고기 및 폐기물에서 지방을 추출해내고 만들어집니다. 먹지 않던 것을 주니 소의 입맛에는 이 육골분 사료가 잘 맞지 않아서 전체 배합 사료의 5% 이하 정도를 육골분으로 대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문제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전혀 엉뚱한데서 시작됩니다. 바로 사료를 가공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온 것입니다.

    1974년 6월 1일 나일론 성분을 생산해내는 니프로 공장이라는데서 엄청나게 큰 폭발 사건이 있었습니다. 노동자 29명이 죽고 10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수천개의 가옥들이 파손됩니다. 이로 인해 영국 정부는 인화성이 강한 물질들을 규제하는 법안을 만드는데 이게 사료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육류를 가공해서 사료를 만들때 지방 추출을 위해 여러 가지 용해제가 쓰이는데 이 용해제는 더불어 육골분 상당 부분을 제거시키고 불순물 등을 제거하는 역할도 했다고 합니다. 이것을 못쓰게 된 것입니다.

    새로운 가공 방식을 도입하려니 비용이 많이 들고 결국 가공업자들은 기존의 방식에다 용해제만 제거하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게다가 원래 탈지 산물에서 용해제를 제거하기 위해 고온의 증기를 쐬는 과정이 있었는데 이 과정도 용해제가 없으므로 자연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육골분들이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사료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 들어온 연속 공정 방식으로 육류가공공장들이 기계화되면서 이전과 달리 거대한 양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변형프리온 같은 유해물질이 유입되면 그 속에서 퍼져나가기가 좋아진 것입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의문들

    스크래피의 증가와 변화된 사료 제조방식으로 광우병의 근원을 설명하려는 이론은 매우 그럴듯했으나 여러 가지 상반되는 실험 결과에 혼돈을 겪게 됩니다. 용해제에 의한 지방 추출 과정에서 변형프리온이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 결국 그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며, 이런 변화된 사료제조 방식을 쓰지 않은 공장에서 나온 사료를 먹었어도 광우병 소들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뭔가가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이 쯤 해서 근본적으로 ‘변형프리온’이라는 자가증식하며 전염이 되고 자신의 정보를 기억까지 하는 이 단백질의 기묘한 행태를 분석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솔직히 인간광우병의 유행과 사람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 그 위험도 등에 관하여 확실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은 통상 문제나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인간광우병의 과학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혼자 보기 아쉬운 광우병 이야기 4

    인간광우병이 일정한 규모로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이 이야기는 미국과 소고기 협상을 어떻게 해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결국 어떤 식으로든 언급이 되겠지만). 광우병에 대해 우리가 얼마 정도의 위험을 느껴야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미국소고기의 위험성이 대상이 아니다(미국 소가 어떤 유별난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는 별개로 하고). 그냥 소고기의 위험성이 대상이다. 협상은 뭐 그냥 언제나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가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30개월보다는 20개월이 좋고 그냥 갓 태어나거나 어린 송아지만 먹겠다는 쪽으로 협상이 타결된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것은 협상자의 능력에 달린 것이다. 상대방이 속아만 준다면 우리는 그런 어린 송아지만 원래 먹어왔다고, 나이 든 것 먹으면 알러지가 생겨서 못먹는다고 구라를 쳐도 될 것이다…

    사람처럼 소에게도 ‘산발성 광우병'(sporadic CJD vs sporadic BSE)이 있다

    광우병의 기원에 대한 초기 연구들은 광우병의 출현이 스크래피에 걸린 양들 때문이며, 이 양들의 부산물로 오염된 육골분 사료를 통해 스크래피 인자가 소에게 옮겨진 것이라는 추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추정은 나중에 밝혀진 역학적, 과학적 사실들에 의해 의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사태가 모두 정리된 뒤 발행한 광우병의 원인을 조사한 문건에 의하면 광우병은 소 자체에서 기원한 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사람에게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이 100만명 당 1명 씩-이 한 명은 결코 소고기를 먹는 죄를 범하지도 않았고, 인생을 그리 악하게 산 것도 아니고, 채식주의자이건 뭐건 상관없이(아마도 체성돌연변이, somatic mutation에 의한 것으로 추정)-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처럼, 소에서도 그 발병율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연 발생적인 광우병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육골분 사료에 노출된 적이 없거나 수평-수직 감염의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소들에게서 광우병이 여러 차례, 다양한 나라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광우병이 스크래피가 아니라 소 자체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다시 재구성을 해보면, 1980년대 초에 처음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추정은 1980년대 중반에 이미 많은 소들이 광우병에 이환되어 있음을 생각해볼 때 잠복기 4~6년을 고려해서 너무 빠른 추정치가 됩니다. 결국 광우병 처음 발생 시점은 1970년대로 추정되고 최소한 10년 동안 3번 정도의 작은 사이클이 돌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어느 목장에선가 광우병이 자연 발병하여 다우너가 된 소를 도축하게 되고 이 때 남은 뇌, 척수 등의 부산물이 사료로 흘러 들어갔을 겁니다. 이를 섭취한 소수의 소들이 다시 광우병에 걸리게 되고, 이들의 부산물이 또 사료로 유입되면서 광우병 사이클이 돌게 됩니다.

    그럼 여기서 이런 사이클이 소수에서 그치지 않고 증폭되고 확대되어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만드는 전제 조건들, 다시 말하면 광우병이 위험 수위에 도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각종 장벽들(barriers)이 무엇이 있는지, 전에 언급했던 유전적 장벽(genetic barrier), 연령 장벽(age barrier) 등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는 3,000m 허들 경기를 연상하며 선수가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지를 유심히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뭐 응원을 하셔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인간광우병이 영국처럼 일정한 규모로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광우병에 걸린 소가 도축되고 그 소의 변형프리온단백질로 오염된 뇌 조직이 사료제조 과정에 들어갔다고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일단 알아보니 육골분 사료를 만들 때 소머리, 내장, 잡뼈 가져다 그냥 집어넣는 것이 아니더군요. ‘광우병조사위원회’에 제출된 사료 제조공정을 자세히 기록한 문서에 의하면 육골분의 처리 과정은 3단계로 진행됩니다. 절단(breaking)과 분쇄(crushing), 혼합(mixing) 과정인데 이를 거치고 나면 상당히 균일한 정도의 직경 3mm 이하의 작은 입자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 입자는 정상인 조직들과 섞인 상태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오염 물질의 희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육골분 사료는 다시 복합사료 제조 과정에 들어가게 되는데 전체 사료 비율 중 2~4% 정도만 첨가되기 때문에 다른 사료들에 의해 희석이 됩니다. 이런 식으로 두 차례나 나뉘고 섞이고 퍼지고 하면서 실제 목장에 있는 소에게 전달될 양은 급격히 감소하게 됩니다. 소량의 오염 물질 가지고는 유효 용량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영국에서 1989년에 실시된 역학 조사에서 6,841개의 감염된 소 떼 가운데 단 1마리 만의 발생 예를 갖고 있는 소 떼가 4,329개나 되었습니다. 만약 사료에 오염물질이 들어가기만 해도 광우병이 걸리는 것이라면 한 목장의 소들이 각자 다른 사료를 먹은 것이 아닌 바에야 이런 발병 패턴을 보일 수 없습니다. 이 패턴은 감염에 노출된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크래피를 가지고 한 실험에서 매우 높은 비율로 스크래피 인자를 희석할 경우 드물게 그리고 예측 불가능하게 하나씩 튀어나오는 발생 례와 동일한 패턴을 보이는데 이것은 오염 물질이 사료제조과정에서 높은 비율로 희석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사료제조 라인에 들어오는 오염된 조직이 많아질 때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감염된 소의 부산물의 증가와 함께 사료 제조 방식의 기계화에 의한 대량 처리 및 용해제 미사용은 직접적인 효과는 아니더라도 사이클을 증폭시키는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량일 때와는 달리 육골분 사료가 균일하게 오염되면서 광범위한 전파가 가능해집니다. 실제 영국에서 처음 시작은 소수였지만 아무도 광우병의 위험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사료 유입 경로가 차단이 이루어지지 않고 점차 확대되다가 수십만 마리의 소가 감염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현재 육골분 사료를 소에게 주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영국은 1988년부터, 미국, 캐나다는 1997년부터, 한국은 2000년 12월부터, 일본은 2001년부터). 또한 광우병 발생 위험 소들을 전수조사 또는 표본조사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넋 놓고 있던 영국 상황과는 천지 차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설사 다른 가축들에게 줄 육골분이 소량씩 소 사료에 섞여 들어간다해도 그 가운데 표본조사를 피해간 오염 물질이 섞여 있을 확률을 고려하고, 들어와서 희석되는 상황을 고려할 경우, 대량 오염이 되지 않은 경우라면 이에 의해 광우병이 집단 발병하기는 무척이나 힘든 일이 되겠습니다(반추동물이 아닌 다른 가축의 감염물질이 사료를 통해 유입되는 교차 오염은 그래도 기분 나쁜 것이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차단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솔직히 교차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하여튼 처음부터 광우병이 대규모로 번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니터링만 어느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일단 제 1 전제조건부터 만족시키기가 어려워지며 1980~90년대 영국과 같은 상황의 재연은 일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여집니다.

    2. ‘종 간 장벽’의 붕괴

    어찌보면 광우병 전파 문제에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것이 이 ‘종 간 장벽’(species barrier)의 문제입니다. kuru나 vCJD나 똑같은 변형프리온 질환인데 Fore족이 5만도 안되는 인구 중 2500여명이나 kuru에 걸렸고, 영국은 5천만이 넘는데 163명 밖에 이환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극명해집니다. 더군다나 Fore족은 죽은 사람을 먹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 감염원과 접촉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고, 영국민들은 다량의 감염된 소고기를 10년 넘게 먹어왔기 때문에 접촉할 기회는 더 많았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환율에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소만 걸리던 광우병이 인간에게로 넘어올 때 뭔가 큰 장벽 하나가 가로막혀 있었음이 틀림없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종 간 장벽’입니다. Fore족은 같은 종인 인간을 먹은 것이고, 영국민은 다른 종인 소를 먹은 것입니다.

    변형프리온단백질(PrPsc)에 대한 이 장벽은 실험자들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한 종에서 나온 변형프리온을 새로운 동물 종에 접종했을 때 잠복기가 같은 종에 접종했을 때보다 현저히 길어지는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뒤 이은 연구에서 어떤 종 간에는 전혀 전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종 간 장벽’은 프리온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서열이 종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정상프리온단백질(PrPc)은 사람의 경우 20번 염색체에 코딩되어 있는 단백질로 이에 해당하는 유전자(PRNP)는 16,000개 염기쌍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단백질 코딩 부위는 759개 염기쌍으로 되어있으며 3개의 염기가 1 종류의 아미노산을 지정하니까 253개의 아미노산이 됩니다. 이 숫자는 각 종마다 다르고 아미노산이 배치된 순서도 다르며 진화 계통상(프리온단백질의 진화계통도는 위 그림에) 가까울수록 더 비슷하게 됩니다. 위 표와 그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라는 종은 ‘양’이라는 종과 상당히 비슷하며(표1에 의하면 94%) 계통상 가까이 있고, ‘인간’은 ‘원숭이’와 가까이 있으며 인간과 소(88%)는 그에 비해 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어쩌면 이 거리 만큼, 이 장벽 만큼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광우병 소고기를 접해왔음에도 멀쩡할 수 있는 원인일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영국에서 광우병 소고기를 먹어 인간광우병에 걸린 163명의 사람들에게는 원통하게도 왜 이런 ‘종의 장벽’이 작동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앞으로도 우리가 지속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실행횟수와 확률에 관한 것입니다. 종의 장벽이 높긴 하지만 실행 횟수가 많다보면 게중에 하나 정도는 이 벽을 넘어서 인간 프리온단백질에 변형을 가져올 수 있는 변종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10년 넘게 수많은 광우병 소를 먹어왔다면 충분한 실행횟수가 될 수 있습니다(로또 1등이 매우 희박한 확률이지만 실행횟수가 많기 때문에 매주 당첨자가 나오는 것처럼, 814만분의 1 확률이면 814만번을 실행하면 1번 쯤은 된다는 이야기). 다행히 이 변형은 수혈이나 경막 이식 같은 인간-인간 전파 유형을 제외하고는 사이클을 돌 수 없으므로 이환된 개체 내에서 개체의 사망과 함께 종결됩니다. 결국 향후 발병 예상치까지 합쳐서 약 300명 정도가 운이 없게도 이 ‘종 간 장벽’ 파괴의 확률적인 희생양이 된 것입니다. 그 외의 원인은 몇 가지가 더 있는데 다른 장벽을 소개할 때 다시 언급됩니다.

    광우병에 대한 설명에는 종간 장벽과 관련되어 항상 동반되어 언급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그것은 ‘strain diversity'(변종 or 품종 or 균주 다양성)라는 번역하기 좀 애매한 그런 현상입니다. 이 strain이라는 것은 특이하게 같은 종 간에도 적용됩니다. 즉 유전자가 같고 아미노산 서열이 같아도 특성이 전혀 다른 또 다른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세계입니다. 양에게 발생하는 스크래피만 해도 20 종류가 넘는 strain이 현재 확인되어 있습니다. 종 간 장벽을 뚫고 사람을 침범한 영국 광우병 소들의 변형프리온과 이 strain의 관계에 대해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광우병이 일정한 규모로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재순환(1)

    …종 간 장벽(species barrier)은 특정한 조건에 놓인 사람들이 광우병에 이환될 확률을 줄여주는 매우 유용한 장치이다. 하지만 문제는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그 숫자가 적더라도 소와 인간의 ‘종 간 장벽’을 넘어선 일부 독한 놈들이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런 독성을 획득하게 된 것일까?…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2. ‘종 간 장벽’의 붕괴

    3. 재순환(recycling) – 특정 strain의 출현

    이들에게도 족보가 있다

    연구자들이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이상한 행태를 보고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 일입니다. 초기 연구들은 주로 양의 스크래피 인자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1960년대를 필두로 해서 양에게서 발견된 똑같은 스크래피 인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특성을 보이는 20개 이상의 strain이 확인되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똑같은 ‘김씨’성을 가진 사람들이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이 뿌리가 같은 것이 아니라 ‘김해 김씨’, ‘경주 김씨’, ‘광산 김씨’ 뭐 이렇게 다양하다는 이야기입니다(어쩌면 이보다는 같은 성씨 안에서 무슨 파 무슨 파로 나뉘어진다는 비유가 더 적절할 지 모르겠군요).

    현재 광우병 집안(BSE strain)은 classical, H-type, L-type 등이 보고되고 있고,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집안(CJD strain)은 sCJD는 type1과 2, iCJD는 type3, vCJD는 type4 등이 각각 다른 strain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각각의 계보에 따라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어떤 특성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개체나 종간을 넘나들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보존됩니다. 마치 유전자처럼 말입니다.

    품종, 혹은 균주로 번역되는 이 ‘strain’이란 것은 원래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한 다양한 변종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에서처럼 유전자 변이에 의해 다양한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이 단백질의 상이성 때문에 여러 종류의 인플루엔자 strain이(H5N1, H7N1, 등등…) 탄생합니다. 이들은 strain에 따라 감염력, 독성 등에서 차이를 보이고 사람에게 감염될 지 감염이 안될지(고병원성 vs 저병원성)가 결정됩니다. 프리온 질환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프리온 단백질은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유전자와 같은 어떤 정보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train이라 불리울 수 있는 유지되는 어떤 특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입니다.

    변형프리온단백질의 각 strain들은 아미노산 서열이 동일하지만 겹침의 형태가 달라짐으로써(misfolding variation) 여러 개의 구조를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서로 다른 구조는 대상 생물체에 침투되었을 때 잠복기가 달라지고 침범되는 뇌부위가 달라지며 나타나는 임상 증상도 달라지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순한 놈도 있고 독한 놈도 있고 성격이 급한 놈, 느긋한 놈, 빠릿빠릿한 놈, 덜 떨어진 놈, 제 각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동일한 단백질이 다른 표현형을 보이는 것과 관련하여 일부 연구자들은 프리온 외에 다른 인자들을 고려하거나, 아직도 원인체가 바이러스나 그보다 작은 바이리온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조사하면 다 나오는 계보 따져보기

    strain이 다르면 잠복기, 병리소견, 임상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했는데 생화학적인 특성도 달라지기 때문에 검사(Western blot analysis, 윗 그림에 예시)를 통해 이들을 감별해 낼 수 있습니다. glycosylation pattern, denaturaion profile, molecular size of PK-resistance가 strain마다 달라 이에 기초해 strain typing(균주 분류)을 하게 됩니다. 이 typing을 통해 기존에 알려진 다양한 프리온질환들의 관계에 대해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Fore족이 앓았던 kuru의 기원은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가장 지지받는 가설은 아마도 100만명 당 1명씩 지구 어디에서든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sCJD를 Fore족 중 1명이 우연히 앓게 된 것이 kuru의 시작이라는 가설입니다. 실제 인간이 잡식동물임을 감안할 때 같은 인간을 먹어서 안 될 이유는 없습니다. 다른 식인종 사회에서 kuru와 같은 병이 유행하지 않았음을 감안한다면 Fore족은 인간이 인간을 먹은데 따른 죄 값을 받았다는 다분히 감상적인 분석보다는 그냥 재수없게 먹은 인간 중에 하나가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sCJD)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물론 인간을 아예 먹지 않았으면 그런 재수없는 일조차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2008년 3월, kuru에 걸렸던 Fore족 원주민의 뇌조직으로 strain typing을 해 sCJD, iCJD, vCJD와 비교를 한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결과는 iCJD, vCJC와는 달랐고 sCJD와는 동일하게 나왔습니다. kuru병이 부족원 중 한명이 우연히 sCJD를 앓게 되어 죽게 되고 이 사람의 사체를 먹은 사람들에게 변형프리온단백질이 전달됨으로써 유행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결과입니다.

    또 다른 소득은 인간광우병의 기원에 관련된 것입니다. 형질전환 마우스를 이용해 strain typing을 해 본 결과 그동안 광우병의 원인으로 알려져왔던 양의 스크래피 인자와는 잠복기도 다르게 나타나고 병리 소견도 달랐습니다. 생화학적 특성들도 달랐습니다. 혹시 소가 아닌 사람에게서 옮아온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sCJD(type1,2), iCJD(type3)와도 달랐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type4 CJD,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Varinat CJD)의 탄생입니다. 그럼 광우병을 일으킨 BSE strain과의 비교는 어땠을까요? 인간광우병 환자에게서 나온 것과 광우병 소에게서 나온 것이 잠복기 및 질병 진행 양상, 당화형태(glycosylation pattern)가 똑같았습니다.

    이 결과는 인간광우병의 시작이 양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소에게서 시작했다는 추론을 지지해줍니다(스크래피 인자의 변종이 BSE strain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추정은 유효합니다). 그런데 이 새로 탄생한 BSE strain은 기존의 여타 strain들과 달라도 뭔가 달랐습니다. ‘소’라는 종 안에서만 갇혀 지낸 것이 아니라 사료와 식육을 매개체로 삼아 양을 비롯해 여타 포유류, 그리고 인간까지 넘나드는 자유분방함을 즐기게 된 것입니다.

    고양이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다 – 광묘병의 출현

    때는 1990년, 매달 광우병에 걸린 소가 500마리 이상씩 발견되던 영국에 있어서는 매우 우울한 해였지만 아직도 광우병이 인간에게까지 옮겨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하지 못했다기 보다는 그동안 스크래피가 그렇게 퍼졌어도 그 양고기를 먹고 스크래피에 걸린 인간은 없었으며 광우병이 돌고 있어도 인간이 광우병에 걸린 예는 한 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광우병이 아주 오래 전부터 시간과 지역에 상관없이 산발적으로 소에게 발생해왔던 드물지만 언제나 있어왔던 병이라는 가정 하에서 보면 인류에게 인간광우병은 상상하기 힘든 그런 존재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만큼 소와 인간이라는 종 사이에 놓여진 장벽은 건실했고 그 때까지 이 장벽이 무너진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벽에 균열이 오고 있음을 암시해주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1990년 5월, 5살 먹은 애완용 고양이를 필두로 해서 애완용 혹은 야생 고양이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이 있기 이미 두 달 전에 동물원에서 사슴과 영양 5마리가 똑같은 증상을 보이며 순직(? 일하다 죽었으니까)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 동물들과 고양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육골분 사료를 먹이로 했다는 점, 소의 변형프리온이 같은 반추동물인 양에만 영향을 끼치던 울타리를 벗어나 상당히 계통이 떨어져 있는 동물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입니다. 1994년 9월까지 총 57마리의 고양이들이 ‘고양이해면상뇌증’(광묘병, 狂猫病, 그냥 만들어봤습니다. 이런 식으로 다 갖다붙이면 됩니다. 광록병, 광랑병 등…)에 걸려 죽은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strain typing을 통해 BSE strain과 동일한 계열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돌고 돈 놈이 더 독하다 – 영국에서 유행했던 인간광우병을 유발한 BSE strain의 과거

    고양이들이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은 신문에 헤드라인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이 사실은 점점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는 광우병 소식과 함께 공포감을 증폭시켰습니다. 고양이도 가능하다면 인간도 혹시?… 그 당시 광우병 연구의 핵심 인물이었던 킴벌린 박사는 이런 발언을 했었습니다.

    …소와 사람의 종 간 장벽이 소와 고양이만큼 높지 않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 우리가 SBO 금지(특정 소내장육 금지 조치, 지금의 SRM 금지와 비슷한 개념)를 실시했다는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하지만 그의 감사는 너무 빨랐습니다. 이미 그 당시 소와 인간 사이의 종 간 장벽에는 어떤 일련의 사건들에 의해 균열이 생겨 새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스크래피 인자를 어떤 양에게 접종 후 그 양에게서 얻은 스크래피 인자를 또 다른 양에게 접종하면 잠복기가 짧아지는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또한 다른 종을 한 번 거쳐온(양->소->양) 변형프리온단백질이 감염성도 증가하고 잠복기도 짧아지는 독성(virulunce) 강화 효과를 얻는 현상도 관찰되었습니다. 마치 경험을 쌓으면 쌓을수록 더 숙련되는 것처럼, 학습을 하면 할수록 잊어버리지 않는 것처럼, 종 내 또는 종 간 이동에 의해 더 쉽게 전염성이 획득되는 이 현상의 기본 메카니즘은 무엇일까? 이 메카니즘은 바로 소에게서 생기는 병이 인간에게 일정 규모로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을 것입니다.

    아직 그 기전을 완벽하게 설명을 할 수 없지만 가능한 해석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윈의 진화론과 매우 유사한 논리입니다. 적자생존과 자연도태… 프리온 strain의 자연선택이론입니다.



    인간광우병이 일정한 규모로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재순환(2)

    …어제 밤 이 글을 써 놓고 오늘 좀 다듬어서 올리려고 생각하던 차에 각 포털을 뜨겁게 달군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의 ‘한국 국민들이 미국산 소고기와 관련한 사실관계나 과학에 대해 좀 더 배우기를 희망한다’는 발언을 접했다. 운명의 장난 뭐 그런 것처럼 오늘 글 내용에 광우병에 걸린 미국 소들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는데 마치 버시바우의 발언을 옹호하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당황스럽다…

    …미국은 이 사태가 어떻게 촉발되었는지 깨달아야한다. 미국의 한 단체가 불법도축의 현장을 카메라로 담아 고발하면서 우리는 미국의 도축 시스템을 불신하게 되었다. 다우너가 광우병에 걸렸든 걸리지 않았든 아무 검사도 없이 식용으로 도축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이것은 미국 국민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또한 미국의 한 젊은이가 인간광우병으로 한참 의심받고 있을 때였다. 이런 와중에 협상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나라들보다 매우 느슨한 기준으로 타결이 되었다. 물론 이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아무 준비없이 무조건 다 먹겠다고 서둘러 도장 찍고 박수친, 미국조차 내심 놀라게 한 한국 정부에게 있다. 이제 이를 수습하기 위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셈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나서더라도 비과학적인 괴담에 휘둘려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몇 안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칭 광우병 전문가란 사람들이 뱉어내는 단편적인 정보에 휩쓸려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덤벼든다면 버시바우의 오버질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꼴이 될 것이다…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2. ‘종 간 장벽’의 붕괴

    3. 재순환(recycling) – 특정 strain의 출현

    자연선택 – 더 강한 놈이 살아남는다

    자연선택(自然選擇)이란 생존에 적합한 형질을 가진 개체가 생존에 비적합한 형질을 가진 개체보다 생존과 번식에서 이득을 봄으로써 더 많은 자손을 남기는 과정을 일컫습니다. 위 사진에 등장하는 나비나 대벌레의 외형은 인위적이지 않은 오로지 자연의 선택을 통해서 얼마든지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처럼 생명체가 조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맹수의 날카로운 발톱은 자연선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날카롭지 않은 발톱은 사냥에 불리하게 되고 생존율에 영향을 끼쳐 번식에 실패합니다. 좀 더 날카로운 이빨은 생존율을 높여 번식에 성공해 동일한 형질을 가지는 개체를 늘어나게 합니다. 세대를 거듭하다보면 그들의 발톱은 큰 물소도 붙잡고 늘어질 수 있도록 발달합니다. 물소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자연선택은 자신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는 무서운 흉기같은 것입니다.

    변형프리온단백질 strain들의 다양성과 변이, 침투력 및 독성의 단계적 증가 등을 ‘경쟁과 적응’(competition & adaptation) 같은 생명의 진화 원리를 적용해 설명하는 이론들이 논문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된 일입니다. 1970년대 발표된 논문들에서 이미 서로 다른 스크래피 인자들끼리 감염체의 신경조직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두 종류의 스크래피 인자를 동시에 접종시킨 후 순차적으로 계대시키면 strain의 비율이 세대마다 변하면서 독성이 강한 strain의 비율이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편의를 위해 strain과 감염체와의 관계를 기생체와 숙주의 관계로 비교해 기술해 보겠습니다. strain간의 경쟁이 처음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아마도 처음 숙주에 침투할 때 구조가 다른 여러 strain이 공존하는 상태였거나, 침투는 한 종류의 strain이 했지만 새로운 종에 적응하면서 3차 구조가 조금씩 다른 여러 개의 strain으로 분리되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습니다. 침투한 숙주에게 첫 임상 증상이 나타나려면 strain에 따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시간이 요하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다른 개체로 옮겨가지 못하고 그냥 숙주가 사망한다면 하등의 문제가 없고 거기에서 이 strain들의 생활사는 끝납니다. 하지만 숙주가 다른 종에게 먹히거나 사체가 사료로 쓰이게 되었을 때가 문제입니다. 옮겨가는 strain들의 특성이 처음 상태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변신에는 이유가 있다

    감염율이 낮은 구조, 잠복기가 너무 길어지는 구조를 가진 strain들은 숙주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확률적으로 제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좀 더 잠복기가 짧고 감염률이 높은 strain들은 남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종 내에서 혹은 종 간에 옮겨다니는 횟수가 늘어날수록(옮겨다니는 것은 생명체에서 일종의 세대가 거듭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독성(virulence)은 더욱 강화된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스크래피 인자 중에 160일의 잠복기를 가지는 Chandler strain을 가지고 한 실험이 있습니다. 쥐에 이 strain을 감염시킨 후 햄스터로 재접종하면 잠복기가 갑자기 380일로 늘어납니다. 서로 아미노산 서열이 다르기 때문에 종 간 장벽이 있어 잠복기가 늘어난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발병한 햄스터의 뇌 조직을 또 다른 햄스터에 넣어주고 또 병에 걸리면 다시 넣어주고를 반복하는 과정(연차계대, serial transmission)을 거치게 되면 옮길 때 마다 잠복기가 줄어들다가 75일 정도에서 더 줄어드기를 멈추고 안정화가 됩니다. 일종의 적응이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마우스에 병원성이 있는 431K strain을 가지고 한 실험입니다. 햄스터로 접종시키면 처음에는 분명히 431K strain이었는데 재접종을 반복하다보면 최종 strain typing 검사에서 263K strain이 검출이 됩니다. 이 strain은 431K보다 잠복기가 짧고 431K의 특성과는 달리 마우스에는 병원성을 보이지 않습니다.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는 strain이 세대를 반복함으로써 탄생하는 것입니다.

    밍크에서 발견되는 ‘전염성밍크뇌증’(TME, Transmissible Mink Encephalopathy)에는 두 종류의 strain이 알려져 있습니다. HY(hyper) strain은 잠복기가 65일이고 주증상이 과도한 흥분과 운동실조입니다. DY(drowsy) strain은 잠복기가 165일이고 점진적인 쇠약이 주증상입니다. 이 두 strain을 동시에 햄스터에 접종시키면 HY strain이 주된 strain이 됩니다. 하지만 DY strain 비율을 더 늘려서 접종하면 HY strain의 성장이 억제됩니다.

    위의 실험들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은 변형프리온단백질들이 정해진 형태가 아니라 상당한 변이를 보일 수 있으며 어떤 변이는 경쟁에 의해 도태가 되고 어떤 변이는 적응에 성공하여 새로운 감염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태가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생명체가 세대의 반복을 통해 더 적응적인 형질을 소유하는 진화 과정처럼 변형프리온단백질들은 개체를 옮겨다니면서 또는 종을 옮겨다니면서 감염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응된 특성을 갖춰나가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만약 이런 이동을 차단시킬 수만 있다면 strain의 적응 및 진화를 상당 부분 감쇄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고 받을 대상이 필요하다

    만약 영국에서 광우병으로 죽은 소를 사료 만드는 기계에 밀어넣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사료를 다시 소에게 먹이지 않았다면 광우병은 그냥 광우병으로, 인간의 병이 아닌 소의 병으로 끝났을지 모릅니다. 인간에게 적응할 수 있는 strain으로 진화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자연선택의 원리에 의해 달라진, 그래서 종을 넘나드는 감염력을 갖게 된 이 strain이 바로 영국에서 벌어진 비극의 원인이며, 반대로 영국 이외의 나라에서 자체 발병한 광우병이 인간광우병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한 원인 중의 하나, 그러니까 1980~1990년대 당시 영국이라는 변수와 관련이 없는 국가나 사람에게서 인간광우병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한 합당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추론입니다.

    재순환(recycling), 병원체를 주고 받고 하면서 병원성을 키워가는 이 현상은 그 당시 영국에 엄청나게 많았던 양떼들과 연관이 있습니다. 소->소로의 BSE strain 이동도 문제였지만 소->양, 또는 소->양->소, 소->양->양->소 등 다양한 단계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타 종인 양을 거쳐온 BSE strain은 심각성을 키우는 또다른 문제였습니다. 물론 이 사이클의 매개체는 육골분 사료였습니다. 사료제조공정에 오염된 도축 부산물들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지 못한 결과로 재순환이 반복되면서 strain의 병원성은 증대되었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사이클이 돌 수 있도록 받아줄 수 있는 대규모 사육군이 있느냐 그리고 사료에 지속적인 이들의 유입이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위 표에서 보면 그 당시 영국의 거대한 양 사육 규모가 광우병 전파에 상당한 변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그 당시 영국에 비해 양의 개체수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은 문제될 것이 없고 만약 있다면 염소 정도가 해당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반추동물 사료는 금지되어 있으므로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병원체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특정 strain이 강해지는 현상, 이 고리를 차단한다면 광우병에 대한 우리의 부담을 비약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지난 주 우리 정부는 교차오염을 차단하는 사료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위에 장황하게 언급한 재순환의 패악을 염두에 둔다면 매우 바람직한 조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미 반추동물의 사료 금지를 통해 재순환의 고리는 차단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다른 가축들과 생산라인이 분리되어 있지 않으면 사료가 서로 섞일 위험이 있습니다. 지금 모두 광우병의 위험에 민감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나마도 희박한 광우병 발병 확률을 극도로 낮추는 이러한 정책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미국의 경우는 이미 1997년 12월 12일 전 유럽에서 살아있는 반추동물과 고기, 육골분 사료, 내장, 생식기 수입 등을 금지시켰고, 1998년 4월부터는 소에게 모든 포유동물의 사료 금지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도 그 위험성은 훨씬 적습니다. 2009년 4월부터는 30개월 이상 소의 뇌와 척수를 아예 사료용으로 쓰는 것을 배제시켰기 때문에 더 오염 가능성이 낮아질 것입니다(물론 원안대로 되었으면 더 완벽한 사료정책이 되었겠지만).



    인간광우병이 일정한 규모로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재순환(3)

    광우병이 5년 내에 없어질 병이라는 주장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지금까지의 결과들을 보면 영국 소들 사이에 유행한 광우병은 새로운 strain들로서 영국인들에게 전염이 될 당시 매우 높은 독성(virulence)을 소유한 새로운 병원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광우병 소와 5천만에 이르는 인간이 아무 제재없이 접촉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이 밑바탕이 되어 새로운 strain의 탄생은 ‘종 간 장벽’을 넘어 163명의 피해자를 가져오게 된 것입니다.

    오염된 사료와 상관 없는 광우병이 근래에 여러 나라에서 보고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 상시적으로 세계 어디서나 발병해왔던 것처럼 광우병도 아주 오래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발병해왔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견해에 비추어볼 때 광우병이 수 년 이내에 사라질 질병이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잘못된 예측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영국을 발발 기점으로 한 광우병이 수 년 이내에 사라질 질병이라는 것은 가능한 예측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광우병이라 하더라도 영국에서 만들어진 육골분 사료가 원인이 되는 광우병과 타국에서 자연적으로 생긴 광우병은 질적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육골분 사료 금지를 통해서 더 이상 재순환이 지속될 수 없는 상황에서 영국과 같은 상황이 똑같이 재연될 수는 없으리라는 판단입니다.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 3마리의 특성

    최근에 자연발생으로 생각되는 광우병에는 영국형 광우병 strain인 classical or typical strain이 아니고, H-type이라 불리우는 strain(스웨덴, 프랑스, 독일, 미국 등에서 보고)과 L-type이라 불리우는 strain(이탈리아, 일본, 벨기에에서 보고)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첫 번째 발견된 소는 typical BSE strain이었고, 두번째와 세번째는 H-type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초로 발견된 미국의 광우병 소는 2001년에 캐나다에서 수입된 6년 6개월짜리 젖소로 걷지 못하는 다우너 상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2003년 12월 도축 되었는데 검사 결과가 공교롭게도 12월 25일에 알려졌습니다. 미국 축산업계로서는 최악의 크리스마스가 된 셈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가 기다렸다는 듯 미국소고기 수입 전면금지로 화답하였습니다. 보통 4~6년인 광우병 잠복기를 생각해보면 실제 미국에서 걸린 것으로 보기 힘들고 strain typing도 영국에서 발견된 소들과 같은 strain이었습니다.

    두 번째 소는 12년된 역시 발견 당시 다우너 상태였으며 텍사스에서 자란 미국산 첫 번째 광우병 소가 되겠습니다. 2004년 11월 검사에서 확진이 되었습니다. 2006년 2월 27일에 발견된 세 번째 소는 10살 정도로 추정되는 Alabama 농장에서 사육되던 암소였는데 이미 매장된 상태에서 찾아냈다고 합니다. 이 소는 태생이라든가 정확한 나이는 추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자체 발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두 마리의 소에겐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strain typing에서 기존의 광우병과는 다른 형태(H-type)를 보인 것입니다. 이런 형태의 광우병은 일부 프랑스 소와 독일 소에서 보고되었고 최근에 스웨덴에서도 한 예가 보고되었습니다. 일단 발병 연령이 늦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 소의 경우 뇌 조직검사에서 변형프리온단백질 함량이 전형적인 광우병에 비해 20배 정도 적었다는 것이 특이한 점입니다.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 2마리의 특성

    미국과 비슷한 경우가 이탈리아 소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각각 15년, 11년 된 두 마리의 신규 광우병 발생 소인데 역시 상당히 늦은 연령에 발견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특성이 영국의 전형적인 광우병과도 다르고 미국 광우병과도 달랐습니다. 분자량이 적어 L-type(low molecular vs H-type, high molecular)이라고 하고 일본과 벨기에에서도 보고된 바 있는 strain입니다.

    이 strain을 가지고 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습니다. 2007년에 발표된 ‘Conversion of BSAE Prion Strain into the BSE Strain : The Origin of BSE?’라는 논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이탈리아 소에서 추출한 L-type strain(다른 말로 BSAE strain이라고도 함)을 마우스에서 반복적으로 계대 시켰습니다. 그 후에 최종적으로 strain typing을 해보니 이것이 영국에서 발견된 classic BSE strain으로 변해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종 내에서는 classic BSE보다 더 독성이 강하게 나타났지만 종을 넘어서는 전파는 거의 되지 않는 것으로 나왔습니다(여기에는 전파가 더 잘되었다는 상반되는 연구도 있으니 유의). 이 실험을 한 팀은 결국 이 결과를 토대로 L-type이야말로 영국 광우병의 원형이지 않겠느냐는 가설을 제시합니다.

    또한 잘 아시다시피 사람에게 있어서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늙은 나이에 발병하고 일단 발병하면 금방 사망하게 됩니다. 이탈리아 소들이나 미국 소들이나 발병 시점이 영국에서의 광우병보다 상당히 늦습니다. 이렇게 따지면 처음 영국에서도 이런 형태의 광우병이었다가 소와 소 사이를 그리고 소와 양 사이를 오가면서 점점 잠복기가 짧아지고 사람에게 옮겨갈 수 있는 classical BSE strain으로 형태가 발전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영국 소고기, 미국 소고기, 한국 소고기, 어떤 소고기를 먹을까?

    이쯤해서 재미로 이런 것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괜챦을 것 같습니다. ‘광우 레스토랑’이라는 곳에 갔는데 메뉴는 비프 스테이크 딱 하나고 원산지가 다른 3종류 비프 스테이크가 메뉴판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30개월 이상 소의 전수검사 및 강력한 사료정책을 펴고 있는 영국 소고기, 전수검사가 아닌 표본 검사를 하고 있고 사료 정책도 좀 느슨한 미국 소고기, 그리고 우리나라 소고기, 여기서 광우병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는 전제 하에 그 중에 하나를 꼭 먹어야 한다면 어느 고기를 선택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유일하게 인간에게 전파되는 광우병 strain이 유행했었지만 지금은 고강도의 안전 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니 영국 소고기가 안전할까요? 아니면 아직 자체 발병하여 인간에게 전파된 예가 없는 미국 소고기가 안전할까요?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확실하지 않지만 그냥 오랫동안 별 탈 없이 먹어온 우리 소고기가 더 안전할까요?

    다들 나름대로 판단하시고 그 판단대로 드시겠지만 제 개인적인 판단을 이야기하라면 뭘 먹든 현재는 다 거기에서 거기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눈감고 찍어서 가르키는 것 먹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현재 광우병 및 인간광우병 역학 연구가 말해주고 있고 다양한 과학적 실험의 결과가 종합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어떤 경우도 월등히 광우병 위험이 높다 이렇게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좀 과감하게 이야기한다면 뭘 먹든 광우병에 걸리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얼마나 어려운지는 좀 더 다른 연구결과들을 가지고 다음에 구체적으로 따져보겠습니다만). 그러나 그래도 꼭 하나를 피하라고 한다면 아무리 전수검사네 뭐네 SRM 완전 제거네 뭐네 하더라도 영국 소고기를 피할 것 같습니다.

    자국민 자체 광우병 발생의 의미

    지금 일부 사람들이 뭐 영국의 예를 보라 일본의 예를 보라 왜 그들 만큼 못하느냐 그러는데 그건 당연한 겁니다. 아무리 그렇게 하더라도 그들은 이미 자국 소에 의한 자국민 발병 예를 가지고 있는 광우병 위험국입니다(솔직히 일본은 자국민 발병으로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24일간의 영국 체류기간이 더 문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마는 어쨌든 확신할 수 없으니 억울하더라도 어쩔 수 없죠).

    자국민 자체 광우병 발병(즉, 광우병 위험국으로부터 수입한 고기를 먹은 경력이 없고 위험국에 여행한 적도 없는)은 비상사태에 준해서 대처를 해야합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것처럼 일반 소에게만 걸리는 광우병이 아닌 사람에게 옮을 수 있는 새로운, 일명 고병원성 strain의 출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영국이나 일본이 그렇습니다. 그들은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합니다. 반면 미국은 아직 자국민 발병 예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발생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미국 소고기가 다른 어떤 나라의 소고기보다 위험하다는 주장은 큰 비약입니다.

    호주나 뉴질랜드 소도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만약 전혀 안생긴다면 그것은 목초만 먹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유전적 저항성 같은 것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목초만 먹으니까 광우병 안 생긴다는 주장은 채식주의자니까 sCJD 안 생긴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그들에게서 고병원성, 다시 말해 인간 전염성 광우병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희박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육골분 사료를 아예 먹이지 않아서 그런 strain이 탄생하기 위한 재순환 과정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도축 규정 준수와 사료 공장 감찰 – 모니터링의 중요성

    미국이나 한국의 경우 육골분 사료 유입 경로가 이미 차단되었고 적은 오염 확률이지만 그 와중에도 교차오염을 막기 위한 강화조치를 시행한다고 하니 다시금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치를 시행했더라도 그것을 감시하고 모니터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다음 글에서 언급하겠지만 영국이 초기 광우병 제압에 실패한 이유 중에 하나가 정부에서 정책을 바꾸고 지시를 했어도 말단 도축장 및 사료 공장에서 개념없는 행동들로 엉뚱한 일을 벌여 사태를 키웠던 것입니다.

    지금 영국의 경우는 아예 소와 돼지, 닭의 사료 라인을 분리시켜버려서 원천적으로 교차오염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축장 및 사료 공장의 질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사료별 제조 공정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제조에 관련된 원료와 사용량 및 제조년월일에 관한 기록들을 8년 간 보존하게 함으로써 추적이 가능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우리가 미국에 요구해야 될 상황도 무조건 미국 소가 위험하다는 이야기보다는 미국 도축장 실태에 대한 추궁과 문제가 있을 때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 규정을 어긴 도축장에서 처리된 육류를 수입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요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번 협상에서는 전에 가지고 있던 우리가 도축장을 지정하거나 승인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지고 아무 도축장에서 나온 육류라도 구별없이 다 수입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규정대로 SRM을 잘 제거하고 있는지, 다우너도 막 밀어넣고 있지는 않는지 감독도 안 되고 그러니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재협상이 된다면 실제 월령이 얼마일지도 부정확한 30개월 이하 붙잡고 늘어지는 것도 좋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질 관리가 이루어지는 도축장에서만 처리된 소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게 필수적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이것도 다른 조치들과 유사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미국내 추가 광우병 발생이 없는 상황이라면, 자국 발생 자체 인간광우병이 없는 상황이라면 큰 의미는 없고 아주 희박한 확률을 좀 더 희박하게 만드는, 그리고 현실이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안정을 줌으로써 소고기가 혐오 식품이 아닌 진정한 먹거리가 되게 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광우병이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 특정 부위 섭취(1)

    샤르코-마리-투스병 : 2500명 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운동 및 감각신경 이상 질환

    윌슨씨병 : 3만명~10만명 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뇌에 구리가 축적되는 질환

    코핀-로우리 증후군 : 5만명~10만명 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선천성 기형과 정신지체를 동반하는 질환

    …위 질환들 중에 하나를 자신이 앓고 있다거나 가족, 혹은 주위 사람 중에서 앓고 있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2500명 당 1명 발생하는 샤르코-마리-투스병은 그 빈도로 볼 때 비교적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평생 동안 주위에서 구경 한 번 하기 힘들다. 이것이 수의 마법, 아니 확률의 마법 같은 것일까? 마트에서 3만원 이상을 산 고객 100명을 대상으로 1명을 추첨해 상품을 준다고 해도 그 1명이 내가 되기는 쉽지 않다. 2500명 당 1명도 주변에서 구경하기 힘든데 10만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는 윌슨씨병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요즘 들어서 우리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산발적으로 인구 100만명 당 1명 발생하는 정말 희귀병이다. 아마 이번 사태가 있기 전까지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란 말을, 살면서 한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병에 걸려 죽었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정도의 발병율을 보이는 질환으로 ‘진행성 골화성 섬유형성이상’(FOP)이라는 병이 있다. 인구 100만명 당 0.6명의 발병율을 보이고 있는데 역시나 우리에게 너무 생소한 질환이다…

    …‘인간광우병’이라 불리우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어떨까? 영국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병한 해가 1999년인데 29명이 발병했다. 인구 200만명 당 1명 꼴이다. 아예 발생하지 않은 2007년은 제외하고 2006년은 인구 2,000만명 당 1명의 발병율이다. 좀 더 영역을 넓혀보자. 광우병에 대한 조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EU 5억명, 미국 3억명, 일본 1억 3천명, 총 9억 3천명 가운데 2006년 인간광우병 발생자를 9명으로 잡으면 1억명 당 1명 꼴이다. 물론 2007년, 2008년은 이 비율보다 형편없이 떨어진다. 다시 돌아와서 2500명 당 1명 발생하는 이름도 생소한 샤르코-마리-투스병(Charcot-Marie-Tooth disease), 1억명 당 또는 그 이상에서 1명이 발생하고 있는 인간광우병, 샤르코-마리-투스병도 주위에서 보기 힘든데 그보다 4만배(1억/2500) 이상 더 희귀한 인간광우병을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마법은 어떤 마법일까?…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2. ‘종 간 장벽’의 붕괴

    3. 재순환(recycling) – 특정 strain의 출현

    4. 특정 부위 섭취

    우리나라에서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하기 위한 조건

    일단 우리나라에서 미국 소고기가 현 협상 조건으로 반입된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규모의 환자군을 예상할 수 있을까요? 물론 정확한 계산은 할 수 없지만 상당히 오래 전인 1996년 대한수의사회지에 위험도 분석(Risk Analysis)의 개념을 도입하여 구체적으로 수입소고기의 안정성 문제와 국내에서 광우병 발생 가능성을 고찰해놓은 논문이 있었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영국으로부터 1986년 6월 종모우 2두를 수입하여 축협 유우개량사업소에서 1989년까지 사육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성능불량으로 도축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광우병이 한참 유행하던 시기에 들여온 영국소는 잠시 동안만 존재했던 것이고 육골분 사용량도 미미합니다. 영국처럼 스크래피가 유행하지도 않았고 재순환을 받아줄만한 대규모 양떼도 없습니다. 30개월 미만 소의 도축 규정이라든가 SRM 제거, 교차오염 방지 등 광우병 예방을 위한 모든 사항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는데도 한국 소떼들에게서 광우병이 집단 발병하거나 인간광우병이 집단 발병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런 여러 사항들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인간광우병 뿐 아니라 소가 광우병에 걸리는 일도 매우 희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영국에서와 같이 특정 시기에 수십만에서 수백만 마리의 소떼가 집단으로 감염되는 광우병의 유행이란 어느 나라에서건 다시금 재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며, 이런 광우병의 유행이 소들에게 일어나지 않는다면 인간광우병의 유행도 다시 구경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발생한다면 몇 명이나 발생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소 사육 규모가 216만 두 정도 된다고 하니 여기서 일단 100만명 당 1명인 사람에게서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의 발병율을 소에게도 적용해보겠습니다. 그럼 1년에 우리나라에서는 광우병에 걸리는 소가 2마리 탄생하게 됩니다. 실제 발생치는 아마 이보다도 훨씬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의 경우 2001년 10월 18일에서 2007년 8월 4일까지 715만 9909마리의 소를 검사했는데 그 중 34마리가 광우병으로 진단받았고 그 중 순수한 일본 발생 예는 2마리 밖에 되지않습니다. 하여튼 되도록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숫자를 몰아가 볼 예정이니 1백만 두 당 하나씩 광우병이 발생한다고 칩시다.

    미국이 현재 1억두 가량을 사육하고 있다고 하니 연간 광우병 발생 소는 100마리가 되겠습니다(물론 이것도 조사된 예측 발병 수치보다 몇 배 높게 책정된 숫자입니다만). 이 100마리가 우연히, 또는 한민족을 말살하려는 미제의 악랄한 의도에 의해 도축과정에서 제외되지 않고 죄다 한국으로만 유통된다고 해 보겠습니다. 한국 자체 발병 2마리와 미국 발병 100마리 총 102마리분의 소고기가 한국 시장에서 유통되게 됩니다.

    영국이 특정소내장육(SBO, Specified Bovine Offal)을 식용으로 금지시킨 1989년 이전에 식용으로 사용된 광우병 소가 40여만 마리 정도로 추정됩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27여만 마리의 소가 더 유통되긴 했지만 이 계산에서는 빼기로 하겠습니다. 극대화된 가능성을 보기 위함입니다. 당시 영국 인구를 5000만으로 잡고 처음 발견된 소를 기점으로 하여 5년 동안 광우병 소고기를 멋모르고 먹었다고 치겠습니다(실제로는 10년 정도 먹은 것으로 추정).

    영국에서 5000만이 5년 동안 40만 마리의 광우병 소고기에 제한없이 노출되었을 때 163명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늘려잡아서 환자수를 200명으로 하기로 하고, 우리 인구도 얼추 5000만이 되니 향후 5년 동안 우리가 먹게 될 광우병 소를 510마리로 해서 비교해보면 되겠습니다(연간 102마리가 우리 식탁에 올라오므로). 물론 이게 무슨 돼먹지 않은 비교냐고 따지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광우병 의심 소의 식용 도축이 금지되어 있고 월령별로 구분해서 SRM을 제거하고 있는데 당시 영국 상황은 아무 제한도 없는 상태였으니 단순 비교는 솔직히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 광우병 위험도를 최대로 과장되게 잡아보기로 했으니 그냥 계산하겠습니다.

    우리 국민 5000만이 5년 동안 약 500마리의 광우병 소고기에 노출될 경우, 40만 마리에 노출된 영국에 200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비율로 보면 500마리일 경우 약 0.25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5년에 0.25명 발생이니까 20년이 지나면 1명 정도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MM형 유전자가 영국보다 3배 정도 많은 것을 고려해서 넣는다고 하더라도 그 반대로 육식을 주로 하는 식습관에 따른 소비량 차이 등을 감안하면 거기에서 거기일 것입니다.

    하여간 우리가 인간광우병 환자 1명을 구경하려면 최소한 얼추 20년 정도의 기간을 기다려야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계산법은 광우병 소 숫자를 실제보다 늘려잡고, 미국 광우병 소가 모두 한국에만 들어올 것이라는 우격다짐식의 가정 등을 통해 과다 계상된 기간입니다. 지금 학자들은 다우너 식용 도축 금지와 SRM 제거로 90% 이상 인간광우병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감안할 때 20년의 10배 정도인 200년에 1명 꼴로 인간광우병 환자를 구경할 수 있게 됩니다. 더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는 한국이나 미국에서 발생하는 변형프리온단백질 strain이 영국에서 탄생된, 사람에게 전염이 가능한, 독성이 강한 strain일지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런 계산 자체가 의미가 없게 됩니다. 확률이 zero가 되기 때문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 정도 되면 모두들 한마디 씩 할 것 같습니다. 이게 뭐냐고 말입니다. 20년에서 200년 사이에 한 번 볼까말까한 병을 가지고, 1억명 중에 1명 정도 발생하는 병을 가지고 지금 이 난리냐고들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습니다. 방송을 통해 4형제 중 3형제가 전사하고 마지막 하나 남은 아들을 기다리는 라이언 부인의 모습이 알려진 이상 라이언 일병을 구하러 가는 다른 병사들이 죽을지도 모르는 다소 모순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구하러 떠나야합니다.

    지금 현재 OIE에서 광우병 통제국 기준을 정하고 소고기 도축 규정을 엄격히 하고 사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성격과 비슷합니다. 광우병보다도 훨씬 위험 확률이 높은 수많은 일들(놀이기구 타기, 비행기 타기, 떡 먹기 기타 등등)이 아무렇지 않게 다 수행되고 있지만 인류가 겪어보지 못했던, 그리고 주식거리인 소고기를 통해, 뇌에 구멍이 뚫려 어떤 치료도 소용이 없는 특수성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져 대중의 과도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30개월이니 SRM이니 하는 규정들을 그거 조금이라도 안지키면 닭 폐사하듯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광우병에 걸려 픽픽 쓰러지는 개념으로 봐야할 것이 아니라 20년에서 200년 사이에 한 번 볼까말까한 병, 1억명 중에 1명 정도 발생하는 병인데 그 1명이라도 어떻게 구해보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로 보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치들을 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통해 변형프리온단백질 소량으로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밝혀져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혼동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과 발생 가능성을 섞어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우 위험하지만 발생 가능성은 희박할 수 있습니다. 위험하지 않지만 발생 가능성이 다분할 수도 있습니다. 악어는 위험합니다. 하지만 지금 집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는 우리에게 악어가 나타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도심 한가운데 살면서 악어가 나타나 나를 물어죽일 가능성을 항상 걱정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신건강에 매우 해롭습니다. 밀림 지역이나 아프리카에 갔을 때 걱정해도 충분합니다. 혹 상상력이 매우 뛰어나 엘리게이터와 같은 상황을 항상 고려하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인간광우병이란 매우 위험하지만 발생 가능성은 희박한 사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주의를 해야할만큼 충분히 위험하지만 현 시스템에서 발병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다음에는 그러면 어떤 때 그런 희박한 위험에 처하게 되는지, 그 중에서도 소의 어떤 부위를 얼마만큼 먹어야 그 위험에 노출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광우병이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 특정 부위 섭취(2)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도대체 변형프리온으로 오염된 소고기를 얼마나 먹어야 인간광우병에 걸리느냐는 것이다. 물론 건강한 소의 고기만 식탁에 오르게 된다면 이런 고민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재수없게 광우병 걸린 소의 고기를 섭취하게 되었다면 과연 어느 정도까지는 안전한 것일까? 100g? 아니면 1kg? 1톤? 아니면 1g? 1mg? 0.00000001mg?…

    단 1g으로도…

    때는 1994년 9월, 영국에서 광우병이 한참 소떼를 휩쓸고 다니던 무렵이었습니다. 한 젖소 농장에서 ‘존퀼’이라는 이름을 가진 암소가 주저앉으면서부터 시작된 이 비극은 막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1985년 4월부터 시작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1991년에는 25,359마리, 1992년에는 37,280마리, 1993년에는 24,438마리가 새로 발병하여 최고의 피크를 형성하던 시점, 더욱 암울한 소식이 영국 광우병조사위원회에 전해졌습니다.

    그때까지 광우병 원인물질인 ‘변형프리온단백질’을 가지고 하는 실험은 대부분 마우스나 햄스터를 이용한 실험이었습니다. 워낙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한 번 결과를 얻으려면 5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므로 잠복기가 짧은 특정 마우스나 햄스터를 이용한 것입니다. 실제로 햄스터의 경우 60일 만에 증상을 나타내므로 연구기간을 효과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들은 비록 형질전환을 시켰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소에 대한 실험이 아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실험 결과를 가지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정확히 설명해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얼마만큼의 오염 조직이 광우병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영국 정부는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축우에서의 BSE 공격률에 있어서의 경구접종 용량과 잠복기의 효과’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1992년 1월 시작된 실험은 그 결과에 관련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각각 오염 조직 1g, 10g, 100g을 투여한 그룹과 100g을 3일간 계속 투여한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이 진행되었으며 사용한 조직은 광우병에 걸린 소 뇌 일부분인 ‘연수-빗장’(medulla-obex) 부위 균등질(homogenate)이었습니다. 1994년 9월 실험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미 게임은 끝난 상태였습니다. 이 날 광우병조사위원회에 제출된 실험결과는 참석자들을 모두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100g을 투여한 소는 물론이고 단 1g을 1회만 투여한 소에서도 광우병 발병이 확실하다는 보고였기 때문입니다.

    단 1g이라도 막아라

    1g이라는 적은 양을 섭취해도 광우병에 걸린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지만 실험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1g 뿐 아니라 그 이하의 용량에서도 얼마든지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며 그 한도가 0.01g인지 0.000001g인지 알 수 없다는데서 더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적은 용량으로도 광우병이 전파가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1988년 5월 처음으로 반추동물 사료에 양고기 사용금지 조치를 시행했었습니다. 이를 필두로 같은 해 7월에 반추동물 사료 사용금지, 1989년 11월 식용으로 특정 소 내장육 사용금지, 1990년 9월 동물에게 역시 특정 소 내장육 사용금지, 1994년 6월 반추동물에게 포유류 조직에서 유래한 단백질 급여 전면금지 등 광우병의 유행을 막기 위해 숨가쁘게 고강도의 조치 등을 연이어 시행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위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료공장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가축들에게 가는 사료가 섞였을 때 교차오염이 일어날 가능성을 막지 못한다는 점(교차오염은 다른 가축 사료 재료의 남아있는 찌꺼기가 소 사료에 섞이는 것이기 때문에 소량으로만 오염이 됨)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도축과정에서의 오염 가능성도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사료공장과 도축장의 실태 조사를 벌인 끝에 1995년 8월 ‘특정 소 내장육 시행령’(SBO order)을 발효시켰습니다. 주된 내용은 소 두개골에서 뇌를 꺼내는 것을 전면 금지시키고 소 머리고기를 떼어낸 후 뇌와 두개골 전체는 폐기처분하도록 하는 극단의 조치였습니다. 이 와중에 실험은 계속 진행되어 1996년 2월, 1g을 투여받은 소의 조직학적 검사가 완료됨으로 광우병 감염이 확진이 되었습니다. 1999년 10월, 모든 실험이 마무리가 되었는데 100g 투여한 경우는 모든 소가 광우병에 걸렸고 10g과 1g을 투여한 경우는 70%가 광우병에 걸렸습니다. 1g 투여한 경우는 잠복기가 45~71개월로 100g 투여한 경우(34~42개월)보다 길었습니다. 그리고 실험이 채 끝나기 이전인 1998년 2월, 정말 궁금한, 어느 정도의 용량까지 감염이 되는지, 하한선이 어디인지를 알아내기 위한 1g에서 0.001g까지를 투여하는 새로운 실험을 출발시켰습니다.

    1mg까지도 걸릴 가능성이 있다

    최대의 관심사였던 이 실험의 결과는 위 표에 나타난 바와 같습니다. 둘째 칸에 보시면 각각의 용량에 대해 어느 정도나 감염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1g 미만은 감염률이 확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1g을 먹였을 때 10마리 중 7마리가 걸렸다면, 0.1g을 먹였을 때는 15마리 중 3마리가 걸렸습니다(20%). 10mg과 1mg에서는 각각 15마리 중 1마리(7%)가 걸렸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1mg에서도 소수이긴 하지만 감염소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하의 용량에서는 마우스에 대한 실험결과 등을 놓고 볼 때 감염력이 없다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원숭이, 광우병으로 죽이기

    소가 광우병에 걸리는 용량은 그렇다치고 사람이 걸리는 용량은 어떻게 될까? 같은 정도일까? 아니면 많을까? 많다면 훨씬 많을까 조금 많은 정도일까? 사람에 대해서 실험해보면 좋겠지만 일본의 731부대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그래도 사람과 유전적으로 그리 멀지 않은 관계에 있는 원숭이에 관심을 돌렸습니다. 원숭이는 감염된 소고기를 먹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혹시 원숭이와 소의 ‘종 간 장벽’의 차이가 높아 감염률이 희박하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영국에서 수많은 감염된 소고기를 먹었어도 희생자가 적었던 것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지며 광우병에 대한 시름도 어느 정도 놓을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원숭이 중에서도 우리와 소화기 구조 및 기능이 비슷하고 프리온단백질 129번째 코돈에서 M/M형을 가지고 있는 필리핀 원숭이(cynomolgus macaques)를 실험 대상으로 뇌에 접종하는 방식뿐 아니라 먹어서 감염되는지를 관찰하였습니다. 그 결과는 2005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위 표의 첫번째 칸에 나와있는데 4살 먹은 원숭이 두 마리에게 각각 5g의 광우병 감염 뇌조직 균등질을 먹였습니다. 한 마리는 섭취한 지 5년 되던 해에 원숭이광우병이 발생하여 증상이 나타난 후 3개월 만에 사망하였습니다. 이 원숭이의 뇌조직을 검사했더니 광우병에 걸린 인간의 뇌와 똑같은 병변을 보이고 있었으며, strain typing에서도 vCJD와 동일한 strain으로 나왔습니다. 나머지 1마리는 논문제출 당시까지 섭취 후 76개월이 지났었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숭이를 50% 정도 감염시킬 수 있는 양은 광우병 소의 뇌조직 5g이었습니다. 이 이하의 용량을 주는 실험은 최소 50mg까지로 디자인되어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인간 생체 실험에 대하여…

    광우병에 감염된 소의 뇌조직을 먹었을 때 먹은 소의 반절이 감염되는 양이 0.5g, 원숭이는 5g이라고 하면 사람은 어떨까요? 이 데이터에 따른다면 1마리의 감염된 소 뇌조직으로(소 뇌는 500g, 척수는 200g, 합이 700g 정도) 700마리의 소를 감염시킬 수 있고, 원숭이의 경우는 70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그래서 사람도 그에 미치지는 못할지라도 꽤 많은 숫자가 감염될 수 있다는 경악스러운 결과입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괴담들 뿐 아니라 광우병이 현재도 매우 위험하다고 TV나 언론매체에서 주장하는 몇 사람이 항상 들고나와 이것도 모르냐고 외쳐대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체 실험을 해야 합니다. 불행한 것은 어떤 연구자도 사람에게 직접 50g을 먹일 경우, 5g을 먹일 경우, 0.5g 먹일 경우 이렇게 나눠서 몇 사람 가둬놓고 10년에서 20년을 기다리면서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런 고안되고 계획된 실험은 아니더라도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시행한 무서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혼자 보기 아쉬운 광우병 이야기 5

    인간광우병이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 에피소드

    서방 세계를 전멸시키려는 음모가 시작되다

    때는 1970년대 후반, 이름은 확실하지 않지만 ‘고스트’(GHOST)라는 비밀 결사 조직이 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서방 세계의 몰락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테러조직 같은 것입니다. 이들은 각종 테러를 통해 서양 각국을 혼란에 빠트리곤 했지만 항상 자신들의 성과가 너무 미미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독가스나 탄저균 같은 것들로 가끔씩 히트를 치긴 했지만 이벤트성 효과에 그칠 뿐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서방 세계를 한 번에 무너지게 할 방법, 다시는 재건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파멸시킬 수 있는 묘책이 절실했습니다.

    이들 조직원들 중에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테러 수단으로 생물학무기를 주로 개발해왔던 이 그룹에서 양들에게 유행해 양떼들을 전멸시키는 ‘스크래피’라는 병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원인체는 세균이 아닌 단백질의 일종인 ‘변형프리온’이었습니다. 일단 세균이 아니므로 안정성이 있어 다루기가 쉬웠고, 스크래피 인자는 사람에게 전염이 안 되지만 소의 변형프리온은 사람에게 전달됨을 실험을 통해 알게 되면서 테러 시에 강력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소에게는 0.5g만 투여해도 감염이 되고, 원숭이 같은 경우도 5g만 있으면 감염된다는 것을 자체 실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일단 이 병에 걸리면 100% 사망하기 때문에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고 극도의 사회 혼란은 불 보듯 뻔한 것이며, 효과도 10~20년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뒤를 밟힐 염려도 없었습니다.

    희생양으로 영국을 선택하다

    테러 대상 국가를 물색하던 GHOST 수뇌부는 서방세계의 상징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을 타겟으로 1차 시도를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영국에서 성공만 한다면 그들이 목표로 하는 서방세계 전체에 광우병을 퍼뜨릴 계획이었습니다. 1단계로 조직원들을 영국의 사료제조공장과 도축장 노동자로 취업시키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한참 가축과 관련된 산업이 발달할 때라 사람들을 많이 필요로 했기 때문에 취업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도축장에서 다우너들 사이에서 어렵사리 구한 광우병 소의 뇌와 척수를 사료공장으로 유입시키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스크래피에 걸린 양들의 뇌와 척수도 유입시켰습니다. 4~5년 뒤, 목장 주인들은 힘없이 쓰러져가는 소들에 망연자실 했습니다. 반면 GHOST 조직원들은 점점 늘어나는 광우병 소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이 미친 소들이 도축되어 영국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날이 그들의 꿈이 실현되는 날입니다. 목장 주인들은 비틀거리는 소들을 죽기 전에 서둘러 도축장으로 보냈습니다.

    광우병 소들은 점점 늘어나 그들 계산으로 40만 두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이 추세대로 계속 증가하면 조만간 100만에서 400만 두까지 감염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광우병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 만으로도 700마리의 또 다른 소, 또는 70명의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으니 그 영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고도의 선전전, 그리고 마침내 첫 인간 감염자를 만들다

    GHOST 수뇌부는 점점 늘어가는 광우병에 사람들이 소고기를 무서워해 먹지 않을까봐 절대 광우병은 사람에게 옮지 않을 것이라는 선전전을 펼치기로 했습니다. 또한 정부 측 사람들과 언론들을 포섭 해 국민들에게 소고기의 안정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매수 대상에 포함된 사람 중에 하나가 바로 영국의 농림부 장관인 ‘존 검머’였습니다. 이들은 ‘존 검머’에게 4살 난 딸을 데리고 나가 소고기를 먹어보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방송으로 이것을 보여줌으로써 일반인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라고 지시했습니다.

    작전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드디어 1993년 5월, 그들의 레이다망에 15세의 소녀 ‘빅키 리머’가 잡혔습니다. 빅키는 평소 똑똑하고 성격이 활발한 아이였는데 갑자기 건망증에 어지러움증, 그리고 성격 변화까지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볼 때는 인간광우병의 시작이 틀림없었습니다. 결국 그 해 말 빅키는 혼수 상태에 빠지고 1997년 11월 끝내 사망했습니다.

    인간광우병 환자가 한 명 두 명 생겨나면서 영국 사회가 혼란에 빠져있을 때 GHOST 조직원들은 자축연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미 영국 정부가 대책을 세우려던 시점에 40만 마리 이상이 영국인 식탁에 올라갔으니 산술적으로 1마리 당 70명 씩 해서 최대 2800만이 감염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책이 세워진다고 해도 정확한 원인을 알기 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영국민 5000만의 싹쓸이는 눈 앞에 다가와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 후, 2008년, 이들은 절망에 빠져 있었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실패가 분명하다

    장소는 GHOST 비밀지하벙커, 도피 생활을 하다가 오랜만에 본부에 돌아온 GHOST의 수장 ‘광사마 빈 나댄’과 광우병 테러 사건의 실질적 책임자인 ‘유콜분’이 심각하게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음… 분명 우리는 최소 40만 두 이상을 광우병에 감염시켰다. 그렇지 않나?’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쯤 최소한 1년에 만 명 단위로 죽어나가야 하지 않겠어? 만 명씩 죽어도 5000만이니 다 죽으려면 5000년이 걸려. 그 사이에 또 태어나는 사람까지 계산하면 1년에 최소한 250만 명은 죽어줘야 될텐데… 우리가 계산한 것과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

    ‘저희 연구진도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무척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자체 연구를 통해 변형프리온단백질이 매우 위험하며 1g 정도의 양에 단 한 번 노출되더라도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었습니다. 생쥐에서도 확실히 증명이 되었었는데 말입니다…’

    ‘이 봐! 쥐새끼가 문제가 아니쟎나! 우리는 지금 실험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성전을 수행하는 중이야!’

    ‘면목이 없습니다…’

    ‘혹시 지금까지는 감염자가 적지만 앞으로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없나?’

    ‘그게…’

    ‘아니 왜 말을 못하고 있어?’

    차단된 광우병 전염 경로

    ‘죄송합니다. 저희가 최대한 보안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이미 그들이 오염된 육골분 사료가 원인임을 간파해냈습니다. 그것도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매우 이른 시간에 이루어져서 손 쓸 도리가 없었습니다.’

    ‘육골분 사료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은 앞으로 더 이상의 추가 발병은 힘들다는 이야기이지 않는가…’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 영악한 인간들이 다우너를 식용으로 쓰는 것을 금지시켜 놓았습니다. 또한 변형프리온단백질이 림프계와 신경계에서 증식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도축할 때마다 이 부분을 제거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완벽히 제거는 못 시키고 있기 때문에 일말의 희망은 남아있지만 현실에서는 그 희망마저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 자리 숫자로 발병자가 감소했고 작년에는 아예 발병자가 없었습니다…’

    ‘지독한 놈들… 육골분 사료를 금지시킨 것도 모자라 다우너도 안 먹고 SRM까지 제거시키고 있단 말이지… 역시 이 놈들 역사적으로 볼 때 결코 호락호락할 놈들이 아냐… 지금까지 총 감염자 수는 어떻게 되나?’

    ‘감염자가 채 200명이 안 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영국인이고 유럽과 캐나다, 미국, 일본 등에 소수가 있습니다.’

    ‘작업은 영국에서 했는데 왜 다른 나라 놈들이 걸린 거지?’

    ‘아마도 영국에서 사료를 수입해서 자국 소를 먹였거나, 광우병에 걸린 소 자체를 수입했거나 한 것 같습니다. 상당수는 일정기간 영국에서 체류했거나 영국에 살다가 다른 나라로 이주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봐. 내가 볼 때 어쨌든 이번 작전은 실패로 보는게 맞아. 다른 방법을 찾도록 해.’

    ‘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총과 폭탄 대신 광우병으로 이 놈들 뇌에 모두 구멍을 내주고 싶었는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쫓기는 몸이니 오래 있을 수가 없군. 여기서 마치기로 하지… 아, 잠깐! 그런데 왜 다우너 도축 금지와 SRM 제거 이전에도 광우병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일까? 우리가 확인한 동물실험 결과와는 너무 맞지가 않쟎아. 그 원인을 알아봐야하지 않겠어?’

    ‘네,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게 궁금했습니다. 우리 측 연구자들은 분명히 광우병은 인간에게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극소량으로도 전파되고 잘하면 혈액이나 공기, 토양, 식수로도 전파될 수 있어 메가톤 급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누누히 강조해왔습니다. 저희는 그 주장을 철석같이 믿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이구요.’

    ‘참, 그 혈액 전파 건은 어떻게 되었나? 가능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네, 그게… 그들이 성분수혈을 통해 변형프리온단백질이 존재할 수 있는 임파구들을 제외시킴으로써 그것도 좀 어렵게 되었습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

    ‘그렇다면 광우병이 엄청나게 퍼질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해서 우리의 과업을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처럼 들뜨게 만들었던 그들의 예측은 다 빗나갔다는 거지? 우리는 그걸 믿고 지금까지 30년 이상을 허송세월한 것이고.’

    ‘어떻게 처리할까요?’

    ‘그에 상응하는 응분의 댓가를 치루도록 만들어줘야지. 어디 멀리 데리고 가서 조용히 처리해. 그리고, 혹시 사람들이 광우병이 사라지다보면 경계를 늦출 수 있어. 그 때를 대비해서 좀 더 강력한 변형프리온단백질을 찾아내 준비시켜 놓도록 해. 기회를 봐서 언젠가는 또 써먹을 수 있을지 몰라… 그리고 왜 동물 실험 결과와 실제 상황이 다르게 나타났는지 그 원인은 꼭 찾아보도록 해’

    ‘자세히 검토한 후 보고서를 따로 올리겠습니다.’

    에피소드

    그동안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쓴 것 같아 쉬어갈 겸해서 가상 시나리오를 한 번 써봤습니다. 실제 인간 생체 실험이 있었었나 하는 기대를 가지셨던 분들이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이 글의 소재는 현재 일부에서 걱정하는 광우병 파괴력이 정말 그 정도라면 테러 조직들이 이를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상상에서 나왔습니다. 뭐 진짜 완전 범죄를 노리고 원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미국산 소고기를 먹이는 사람도 생겨날 수 있죠.

    하여튼 실험 결과를 통해 과거의 사건을 해석하고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해야한다는 점에서 종합적 관점이 아닌 단편적인 동물실험 자료만 가지고 실제 사건의 위험성을 논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언론에서 수없이 암을 정복할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실제로 임상에 적용되어 효과를 발휘하는 물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광우병에 관련된 실험들은 그 실험을 통해 발견한 사실이 과거에 일어난 감염 사건의 발병율과 제반 사항들을 적절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미래에 대한 적절한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확인한 결과 이런 부분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반복적으로 진행되어 상당수의 논문들이 발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광우병에 대해서는 미안하게도 우리를 대신해 먼저 이 병에 노출됨으로써 임상 실험과 같은 데이터를 제공해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비록 자청한 것은 아니었지만 2500여명의 Fore족 원주민들과 영국을 위시한 여러 국가의 200여명의 사람들의 희생은 그래서 우리에게 숭고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희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올바른 분석을 통해 적절한 대응책과 대응 수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인간광우병이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 SRM, 30개월의 의미



    …소의 수명을 20년으로 잡고 30개월이면 8분의 1정도 살았을 때 도축을 하는 셈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8~9세 정도, 도축 당시 영구치가 2개 있으면 30개월 미만, 3개 이상이면 30개월 이상으로 판별한다고 하니 아직 영구치도 다 나지 않은 어린 소인 것 같다. 정부가 목 매고 있는 추가 협상의 키워드 ‘30개월’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30개월 이하의 소에게는 광우병 원인물질이 없다는 것인가? 없다가 어디서 갑자기 30개월만 넘어가면 그 원인물질이 나타난다는 것인가? 아니면 30개월 이전에는 광우병에 걸렸어도 그 고기를 먹었을 때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인가? 30개월을 넘어간 소들은 이전에 없던 저주의 능력을 획득해 자신을 먹은 인간들을 미쳐 죽게 함으로써 잔인한 복수극을 벌이기라도 한단 말인가?…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2. ‘종 간 장벽’의 붕괴

    3. 재순환(recycling) – 특정 strain의 출현

    4. 특정 부위 섭취 – 시간 경과에 따라 변화하는 SRM의 분포

    ‘오염된 육골분 사료’의 퇴장

    그동안 꽤 많은 자료와 논문을 가지고 누누히 살펴보았지만 ‘오염된 육골분 사료’없이는 광우병의 유행, 그리고 그로 인한 인간광우병의 유행이 불가능한 것은 확실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계의 어느 전문가나 연구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단, 한국의 고명하신 몇몇 광우병 전문가들과 시청자 눈치보기, 판매부수 늘리기, 방문자 수 늘리기에 재미붙인 대부분의 철없는 언론은 제외하고… 이들의 의도는 짐작이 가지만 그렇다고 지금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유행은 고사하고 ‘오염된 육골분 사료’없이 인간에게 옮겨지는 광우병이란 것이 도대체 우리가 의식하고 살아가야 할 정도로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냐 하는 의문을 품어볼 만도 합니다.

    광우병이 가장 피크를 형성하던 시점이 1992년으로 전 세계적으로 37,316건(영국에서 37,280건)이 발생했었습니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2007년에는 141건(영국에서 67건)이 발생했고, 올해는 지금까지 총 23건(영국 10건, 아일랜드 12건, 캐나다 1건)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사료조치 및 식품안전위생조치들이 그동안 계속 강화되어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내년에는 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광우병을 체계적으로 검사하고 있는 나라의 전체 소 사육 두수와 발생 건수를 비교해보는 것이 거의 무의미한 수준입니다. 뭐 미국은 언제나 잘 속이고 잘 감추고 자기들 안 먹는 것 빼돌려 광우병에 걸려 죽든 말든 약소국가에 떠넘기는 이상한 나라이기 때문에 통계에서 빼야된다고 주장한다면 빼더라도 발생 건수는 미미합니다.

    ‘광우병 통제국가, 영국’의 의미

    광우병 이환율의 급격한 감소는 세계 각국이 영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통해 광우병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깨닫고 자국민과 자국 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중 삼중도 아니고 구중 십중 보호 장치 등을 단계적으로 적용시켜왔기 때문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당사자인 영국의 노력은 가히 강박증에 가까울 만큼 집요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이번에 영국이 광우병통제국가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인간광우병환자 207명 중 166명, 체류자까지 합하면 173명으로 84%를 차지하고 전 세계 공식 확인된 광우병 소 187,415마리 중 181,639마리로 97%를 차지하는 영국이 ‘광우병통제국’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미국의 첫 자국 발생 인간광우병 환자가 될 수 있었던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이 광우병이 아니라는 발표와 함께 상당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 전제를 잊지 말자

    다우너 소의 식용 도축 금지 및 SRM(특정광우병위험물질) 제거, 30개월령 이상 소에 대한 조치들은 아주 희박한 광우병 발병율을 기본으로 하고 취해지는 조치들입니다. 그러니까, 10명 중 2명이 걸릴 질병을 1명 정도로 만드는 조치가 아니라, 1억 명 당 2명이 걸릴 질병을 1명 걸리게 만드는 조치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무슨 최면에 걸린 것처럼 이것 안하면 금방이라도 어떻게 될 것처럼 불안해하는데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어차피 광우병이 향후 발생하지 않는다면 SRM이니 30개월이니 회장원위부니 이런 이야기들을 할 필요조차 없는 것입니다.

    당장 이렇게 민감한 우리나라에서조차 현존하는 광우병 위험에도 불구하고 개월 수를 따져 고기를 먹어오지도 않았으며, 소 내장 및 척수, 소 뼈 등을 이용하는 요리를 즐겨했고, 심지어는 소 골도 먹어왔습니다(저는 안 먹어봤지만 주위에는 먹어 본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예전부터 귀한 손님에게만 내주는 특별 서비스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미국 협상단이 알면 소 골도 유통시키며 먹는 사람들이 장난하냐고 그럴 수 있으니 그냥 이 부분은 못 본 걸로 하고 어디가서 이야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는 게 병이라고 아마 이번 소동만 없었으면 계속해서 아무 거리낌없이 먹었을 터인데 앞으로는 좀 꺼리칙하겠지요. 여태까지 아무 탈 없이 잘 먹어왔는데 뭔 수작이냐고 하실 분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있습니다만… 하여튼 ‘오염된 육골분 사료’의 잔해들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날, 광우병도 그 뒤를 따라 자취를 감추게 될 것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다면…

    정말 0.00000001%의 가능성이라도 없에고 싶다. 100년에 1명 있을까말까한 병이라도 꼭 그 1명이 ‘나’일 것 같다라고 생각된다면 그 가능성마저도 상당 부분 차단시키는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잘 시행되고 있는지 감시하면 됩니다. 그 조치는 앞에서도 누누이 이야기해왔던 바로 ‘다우너의 식용도축 금지’와 ‘월령별 SRM 제거’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못 믿겠다 싶으면 그 다음에는 제가 보기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어미에게서 태어나자마자, 그러니까 아무 것도 외부 음식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탯줄 달린 채로 잡아먹든지 아니면 채식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결과를 소개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돼지도 변형프리온단백질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돼지고기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조류는 아직 아니지만 역시 정상 프리온단백질이 존재하니까 언젠가는 또 다른 종류의 변형프리온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0.00000001%를 생각한다면 육식은 무조건 위험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안전하겠지하고 채식 열심히 하다보면 또 그놈의 연구결과가 등장해 괴롭힐 것입니다. 토양 및 그 땅을 흐르는 물에서도 변형프리온이 검출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꽤 나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채식도 안전성을 완벽히 담보하지 못하고 일부 연구결과에 의하면 공기 중에도 떠다닐 수 있으니 다 피하자고 한다면 영양분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알약과 링거, 산소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는 수 밖에요…

    그러니까 아주 사소한 위험이라도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앞으로 인류 역사상 단 1명도 광우병으로 죽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30개월이니, SRM이니 다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분들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면 그 요건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끝이 나질 않습니다. 30개월 이하로 타결지어서 가져오면 20개월짜리도 광우병에 걸린다는데 다시 협상해오라고 할 것이고, SRM 기준 강화시켜서 가져오면 근육에도 변형프리온단백질이 검출된다는데 살코기도 SRM에 포함시켜라 그럴 것이고(살코기도 SRM이라 못먹는다면 소 1마리 잡아서 뭘 먹어야할 지 좀 고민이 되긴 합니다만…) 어차피 만족을 못시킨다는 거죠. 판을 엎으려고 이미 마음먹고 있는데 한 두 수 물려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짜 고민을 해야 할 사람들

    앞으로 특정 시점에 소의 어떤 부분들이 위험한지를 써나가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중요합니다. 30개월이 아니라 광우병은 평균 생후 6개월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니까 30개월 이하면 광우병이 없으니까 먹어도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 덜 퍼졌으니까 먹어도 죽을 확률이 좀 적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근육, 살코기에도 변형프리온이 검출됩니다. 신경과 림프조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변형프리온은 증식해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는 변형프리온 1분자라도 목구멍에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또한 거기에 공포심이 있는 분들은 하루빨리 채식 또는 알약으로 방향을 돌리시고 이번 논란에서 벗어나셔서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진지하게 소고기에 대해 고민을 해보아야 하는가… 바로 1억 명 중 1명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좀 더 노력해서 10억 명 중에 1명 걸릴 정도의 확률로 낮추고 싶다, 변형프리온이 내 몸에 들어오더라도 감염되지 않을 정도의 양만 들어오도록 특정 부위는 피하고 먹고 싶다, 뭐 희귀병 중에 희귀병인 인간광우병을 가지고 뭐하러 그런 것까지 일일이 따지면서 먹느냐 그냥 평소 먹던 대로 소 골까지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다가 죽게 내버려둬라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SRM의 의미와 30개월의 의미를 따져볼 예정입니다.

    인간광우병이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 SRM, 30개월의 의미(2)

    …변형프리온단백질로 오염된 조직을 섭취하게 되었을 때 어떤 경로를 거쳐서 섭취한 사람의 뇌에 똑같은 변형프리온단백질이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 잠복기가 10~20년, 많게는 50년까지이니까 매우 긴 여정인 것은 분명하다. 변형프리온이 들어오는 입과 최종 도착지인 뇌와의 거리는 한 뼘도 되지 않는 아주 가까운 거리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돌아서 오길래, 그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오길래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한 것일까?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변형프리온단백질이 제한된 부위에서 아주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이런 체내 진행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단 올해 초 발표된 ‘양’을 가지고 실험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 일부분인 ‘연수-빗장’(medulla-obex) 부위를 균등질로 만들어 생후 4~5개월 된 양 11마리에게 먹였습니다. 그 중 7마리를 각각 6, 9, 12, 13, 15, 17, 19개월 째에 죽여서 부검을 했습니다. 나머지 4마리는 운동실조 등의 임상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남겨놓았습니다. 위 그림이 그 결과입니다. 아마 소나 사람도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경로를 따라 퍼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양의 뇌와 척수, 장에 분포되어 있는 신경들이 그림으로 표시되어 있고 밑에 긴 막대 모양은 양 위장의 여러 부위를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표시한 것입니다(Du: duodenum 십이지장, Je: jejunum 공장, il: ileum 회장 PP: Peyer’s patch 파이어스 패취). 적색으로 표시된 부분이나 글자들이 부검했을 때 변형프리온이 검출되는 부위들입니다.

    드디어 6개월 후…

    섭취 후 6개월, 처음으로 편도와 회장의 파이어스 패취에서 극소수의 변형프리온의 축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소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6개월에 회장의 파이어스 패취 부분에, 10개월에 편도 부위에서 발견이 되었습니다.

    9개월 째, 장과 연관된 임파조직(GALT, Gut-associated lymphoid tissue)과 비장(spleen)에 출현합니다. 또한 장에 분포된 신경조직(ENS, GMCC)과 그 신경을 타고 올라가 신경세포들의 핵이 있는 뇌간부(DMNV)와 척수의 일부분인 흉수 부위(IMLC)에 출현합니다. 이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주된 전파 경로가 신경의 주행 경로라는 것입니다. 회장 원위부 임파조직에서 흡수되므로 회장의 파이어스 패취에서 먼저 축적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후로 장에 분포된 신경을 타고 신경들의 집합소로, 그러니까 한 쪽은 뇌로, 한 쪽은 척수로 진출하는 것입니다.

    섭취 후 12~13개월, 뇌와 척수 부위에 도착한 부위를 기점으로 해서 양방향으로 점차적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척수 부위의 경우 하루에 1mm 정도의 속도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 계산에 따르면 1년이면 365mm, 척수의 36.5cm가 감염되겠습니다.

    17개월 째 부터는 뇌간에서 대뇌로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섭취 후 19개월이 넘어서는 시점, 대뇌와 소뇌 전체로 병변이 확장되는 시점에 드디어 졸거나 비틀거리거나 하는 ‘양 광우병’ 임상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소에 있어서 감염 후 30개월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

    양의 경우 섭취 후 20개월을 전후로 해서 임상 증상이 나타났지만 소는 그보다 훨씬 더 걸립니다. 당연히 몸집에 차이가 있으니 뇌와 척수에 도달하는 시간 및 증상을 나타낼 정도로 퍼지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또한 종의 특성상 양과 달리 경로에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역시 동일한 형태의 실험을 통해 소의 경우 섭취 후 27-30개월에 뇌의 연수 부위에서 처음 감염성이 확인되고, 33개월 쯤에 감염성이 월등히 증가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까지는 첫 감염 시점으로부터 보통 4~6년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실제 역학 조사에서 소들이 광우병 인자에 감염되는 시기는 태어나서 평균 6개월 정도부터 18개월까지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광우병이 주로 10~15세 전후의 청소년기에 이환되는 것처럼 광우병도 어린 송아지들이 주 감염 대상이라는 사실입니다. 나이가 많은 소들은 잘 감염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내용이 길어서 다시 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임상 증상이 나타난 후 2주에서 6개월 사이에 사망하게 됩니다.

    다우너를 식탁에 오르게 해서는 안되는 이유

    첫 감염 시점과 잠복기를 합산하면 6개월+48개월~72개월 정도가 광우병 증상이 나타나는, 즉 다우너가 되는 시점이 되겠습니다. 변형프리온단백질이 뇌에서 발견되는 최초의 시점을 계산해 보더라도 6개월+27~30개월, 즉 33개월에서 36개월이 되기 때문에 OIE에서 30개월을 기준으로 SRM을 구분하는 것도 상당히 엄격한 기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물론 유럽은 이보다 더 엄격한 SRM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광우병 소에게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다른 조직들을 대상으로 감염성 정도를 측정한 결과 편도, 회장 원위부, 뇌, 척수를 제외하고는 감염성이 없는 것으로(일부 말초신경에서 미약한 감염성 보임)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즉, 살코기를 먹었을 경우 설사 그 소가 광우병에 걸린 소라 하더라도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라면 감염성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왜 다우너 소를 식용으로 써서 안되는지가 분명해집니다. ‘다우너’라는 것은 이미 뇌 및 척수 조직 전체에 변형프리온단백질이 퍼져있는 상태임을 의미하고 심한 경우 말초신경까지 타고 내려와 근육 일부에도 변형프리온단백질이 검출되는 상태입니다. ‘다우너’가 되는 수많은 원인이 있지만 혹시 그 중에 하나가 광우병이라면 감염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커집니다.

    물론 실수로 또는 의도적으로 다우너 소가 식용으로 도축되어 올라온다고 해도 살코기만 먹을 경우에는 상당한 양을 섭취해야만 감염되기 때문에 위험성은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논외로 하고, 하여간 임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이라면 광우병 걸린 소의 고기를 먹게 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고 40개월 이전이라면 뇌 부위를 먹더라도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적습니다(아직 뇌에 변형프리온이 감염력을 소유할 정도로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임상 증상이 나타난 다우너 소를 식용으로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광우병 예방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축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감독할 수 있는 확고한 체제가 중요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걸린 소가 도축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식탁에 오른 경우

    전에 언급했던 필리핀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5g의 감염된 뇌조직을 먹였을 때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광우병이 발병했다는 실험결과를 상기해보시기 바랍니다. 감염된 근육에서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양은 뇌조직보다 10,000배에서 20,000배 적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즉 뇌조직 5g이 50% 정도의 대상자를 감염시킬 수 있는 양이라면 근육조직은 50kg에서 100kg, 즉, 광우병 걸려서 만땅으로 퍼져 일어서지도 못하는 소가 우연히, 재수없게 내가 간 식당에서 저녁식사로 나왔을 경우 그 고기를 두 사람이 먹었을 때 1사람 정도가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 양이 살코기로 50kg에서 100kg 정도가 됩니다(한 번 먹을 때 1kg을 먹는다고 쳐도 우연히 먹을 때마다 100만 두 이상에서 하나씩 생긴다는 그 광우병 소를 50~100번 만나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혹시 혀를 먹는 분이 있을지 모르니 소 혀 같은 경우는 뇌보다 변형프리온 분포가 5000배 적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므로 25,000g, 광우병 걸린 소만 골라서 혀를 모아 25kg 정도 먹으면 50%의 확률로 걸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원숭이와 인간 사이의 ‘종의 장벽’을 계산하면 이보다 감염 요구량은 더 증가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살코기만을 먹었을 경우 그게 설사 광우병 소, 특히 임상증상이 갈 때까지 간 다우너 소라고 해도(물론 안 먹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인간광우병에 걸리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또한 어떤 식으로든 가열이 동원되는 조리방법을 택했을 경우 수천에서 수만배씩 감염성이 떨어지므로 솔직히 살코기를 통한 감염은 내 식탁에 올라온 소가 광우병 소냐 아니냐와 상관없이 신경을 안써도 된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단, 광우병이 대규모로 유행하고 있다면 소량씩 조금씩 체내에 축적이 될 수 있으므로 그 때에는 해당이 되지 않음). 살코기를 통한 광우병 감염의 극도의 비효율성이 바로 영국 국민들이 수십에서 수백만 마리의 광우병 소를 먹고도 200명 밖에 사상자가 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살코기는 안심한다고 쳐도 뇌 부위가 식탁에 오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전에 혹시 ‘광사마 빈 나댄’과 행동대원 ‘유콜분’의 대화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광사마’는 꼭 실험결과와 현실과의 괴리가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알아내라고 ‘유콜분’에게 신신당부했습니다. 그 괴리는 발표된 수많은 광우병 관련 싫험 논문들이 대부분 소 신체 중 가장 변형프리온단백질 함량이 높고(근육의 10,000에서 20,000배, 혀의 5000배) 가장 감염성이 높은 뇌의 연수-빗장 부위를 실험 재료로 썼기 때문입니다.

    실험 대상자의 50%를 감염시킬수 있는 이 뇌조직의 양이 마우스가 0.5mg, 소가 0.5g, 원숭이가 5g이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이 조직을 떼어내서 얻는 시기가 이미 광우병이 진행되어 증상이 발현된 이후 시점이라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때는 변형프리온의 축적이 최대로 일어나는 시점입니다. 그러니까 이 용량을 살코기의 양과 혼동하면 안됩니다(인터넷 상에 퍼져있는 문서들은 여기서 결정적 혼동을 하고 있습니다. 가령 0.001g으로도 감염된다 식의 문구들인데 마치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소의 살코기 0.001g으로 감염되는 것처럼 정보에 혼란을 줍니다).

    변형프리온단백질로의 변화가 뇌에 발생하는 시점이 섭취 후 30개월 전후이므로 이 시기의 뇌와 척수를 제거하면 상당 부분 위험이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혹시 임상 증상이 아직 발생하기 전의 뇌를 모르고 섭취하게 된다면 인간광우병 발병에 어느 정도의 양이 필요할까? 연구자들은 150g 정도의 뇌를 먹어야 인간광우병에 걸릴 것으로 보았습니다. 실제로 억지로 먹지 않는 한 이 정도의 뇌를 먹기는 힘듭니다.

    결국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체내 진행과정과 원숭이 실험결과를 종합하여 볼 때 현재 시행되고 있는 ‘다우너 소 도축 금지’와 ‘30개월 이상 및 이하에 따른 각각의 SRM 제거’로, 그나마 희박한 확률로 존재할 광우병 감염소를 섭취함으로써 걸릴 수 있는 몇 안되는 미래의 인간광우병 감염자들을 구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인간광우병이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 뇌 조직 섭취

    …답은 분명하다. 아무리 광우병에 걸려있던 소의 부속물이라 하더라도 살코기, 근육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는 인간광우병에 걸리기 힘들다. 혹시 인간광우병에 걸렸던 사람들은 뭔가 특별한 부분을 섭취한 것은 아닐까? Fore족 원주민들에게 kuru병이 대규모로 유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직접 뇌를 먹었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뇌 부위는 신체 중에 변형프리온단백질 역가가 가장 높은 부위이다. 혹시 200여명의 인간광우병 환자들도 어떤 식으로든 SRM, 그 중에 특히 뇌와 척수 같은 부위를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게 의도적이었든 아니든 말이다…

    뇌를 섭취한 Fore족 여인들과 아이들

    다시 kuru병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한참 kuru병이 휩쓸고 다닐 때, 한 해에 인구의 5% 가 사망할 정도였습니다. 이 재앙은 인간이 인간의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종 간 장벽’이 전혀 작동할 수 없어 더욱 피해가 컸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규모 유행에 있어서 주된 희생자는 다름아닌 여인들과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성인 남자들이 이 재앙에서 비켜간 이유를 분석해보니 사후 식인 행사에 참여하는 빈도도 적었을뿐더러 참여하더라도 주로 근육을 먹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뇌 부위는 대개 여인들과 어린아이들의 몫이었는데 목격자의 증언에 의하면 아이들의 입 주위에 사망한 사람의 뇌 조직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뇌를 꺼내 몸에 바르는 모습도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만약 그 뇌의 주인이 변형프리온단백질이 온 몸에 퍼진 상태에서 죽었다면 섭취를 통해서 또는 피부에 난 상처 등을 통해서 변형프리온단백질의 침입을 쉽게 받았을 것입니다.

    살코기만으로 어림없다면 진짜 뇌를 먹었을지도 모른다

    여러 동물 실험과 부검에서도 거듭 확인된 것은 신경조직, 그 중에서도 신경들이 집중되어 있는 뇌와 척수에 고밀도로 변형프리온단백질이 축적된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영국의 소들도 육골분 사료의 재료 중에 오염된 뇌와 척수가 제외되었었다면 그렇게 대규모로 광우병이 유행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전제는 인간광우병에게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아무리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라 하더라도 살코기, 근육만 먹어서 인간광우병에 이환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 조금의 가능성도 광우병이 대규모로 유행해야 가능하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을 경우에는 억지로 광우병 걸린 소를 찾아내 소각장에서 빼돌려 집에 쌓아놓고 먹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혹시 그 당시 영국에서 음식물에 소의 뇌를 사용한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은 역학조사를 담당했던 연구자들도 당연히 품었던 의문이며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조사 결과 소고기 제품 가운데 소의 뇌를 분쇄한 균질액이 햄버거 안의 고기가루(ground beef)를 뭉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어져왔다는 증거를 제출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조 방법은 그다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지는 않은 걸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생각 따로 몸 따로

    이전에도 언급했듯이 영국 정부는 광우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각종 사료 규제 및 광우병 위험 물질의 식용 금지, 도축 위생 강화 조치 등을 숨가쁘게 시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조치가 아니라 실제 목장, 사료 공장, 도축장 등에서 이런 조치대로 시행이 되고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정부 실사단이 전국을 돌며 실태 파악을 하면서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장에서는 이미 사 놓은 육골분이 포함된 사료를 아까워서 폐기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먹이고 있었습니다. 사료 공장에서는 소와 소 이외의 가금류 사료 제조 라인이 분리되지 않아 제조 공정에서 찌꺼기가 완전히 청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 사료를 만드는 공정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더 한심한 일은 도축장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도축업자들은 정부의 수많은 규제들에 대해 불만투성이였습니다. 아직 인간광우병이 발병하지 않은 시점이라 정부가 유달리 부산을 떤다고 생각했고,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각종 SRM 제거 과정들은 번거롭고 귀챦은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왜 그런 작업들을 해야하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목격된 현장은 이런 모순된 상황을 한 순간에 보여주는 충격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인부들은 소의 뇌가 위험하므로 제거해야 된다는 규칙에 따라 두개골을 열어서 뇌를 꺼내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안에 있던 뇌 조직들이 삐져나오고 여기저기 튀고 소의 얼굴에 뒤범벅이 되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소의 안면에 있는 고기들을 발라내 식용으로 유통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왜 소의 뇌를 제거하는 작업이 중요한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교육이 제대로 되었다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규칙만 번드르하고 관리 및 실행은 엉망이었던 셈입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잘 지켜졌다면 영국에서 광우병의 유행은 좀 더 규모가 줄고 일찍 종료되었을 것이며 인간광우병 희생자도 따라서 줄었을 것입니다.

    영국 의회에서는 1992년 3월 2일 새로운 시행규칙을 도입하게 됩니다. 두개골을 연 후 또는 뇌를 제거한 후 두육 제거 금지, 사람 소비를 위한 식품에 사용되는 특정한 지역, 시간을 제외한 도축장이나 뼈분리공장에서 뇌 적출 금지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1995년 8월에는 ‘특정 소 내장육 시행령’(SBO order)을 발효시켜 소 두개골에서 뇌를 꺼내는 것을 전면 금지시키고 소 머리고기를 떼어낸 후 뇌와 두개골 전체는 폐기처분하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 하나의 복병이 있었던 것입니다.

    MRM에 주목하다

    ‘기계골발육’(Mechanically Recovered Meat, MRM)이란 고기가 붙어있는 소, 양, 돼지, 닭의 뼈나 찌꺼기에서 발라낸 고기를 말하며, 뼈에 있는 세포성 물질이 떨어져 나와 고기스프와 같은 상태가 되도록 나사송곳이 있는 기계나 수압 혹은 다른 압력을 이용하여 뼈에서 떼어낸 고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이 MRM은 다양한 가용육제품에 사용되었는데 이들을 만드는 공정 자체에서 광우병위험물질들이 고기에 섞여들어 갈 수 있음에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광우병 백서’에 나오는 MRM을 얻어내는 세부 과정들을 살펴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갈 것입니다.

    푸주간에서 사용하는 칼로 고기를 발라내면 많은 양의 고기가 뼈에 남아있게 됩니다. 1950년대에는 수동식 기계를 사용함으로써 뼈에 남아서 버리게 되는 고기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1960년대에는 자동화기계를 이용해 발라내기 힘들거나 발라내어 보았자 경제적 이익이 없는 뼈에 붙어있는 고기를 회수하였습니다.

    이렇게 얻어진 MRM은 고기파이, 소세지, 버거 등 여러 가지 육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되었습니다. 즉, 얇게 저미거나 다진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이라면 어디든지 이용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MRM의 대상이 되는 뼈는 이미 대부분의 육질을 떼어낸 상태의 뼈로서 주로 척추, 갈비뼈, 어깨뼈, 엉덩이뼈 등이 이용되었습니다. 이 중 특히 척추는 많은 종류의 기계들이 피스톤을 이용하여 뼈를 고압으로 압축하여 고기를 떼어내는 방법을 썼기 때문에 척수 등의 신경조직이 같이 빨려들어갈 확률이 높았습니다.

    뒤늦게 이 사실의 중요성을 알게 된 영국 정부는 1995년 12월 15일 척추뼈로부터 MRM을 얻지못하도록 금지조치를 취합니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었습니다. 1993년 5월 이미 15세 영국 소녀 빅키 리머에게 인간광우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잠복기를 10년으로 계산했을 때 이미 그녀는 1983년에 광우병위험물질에 노출이 된 것입니다.

    MRM과 소년소녀들

    다음 글은 왜 어린 소녀나 소년들이 주로 인간광우병의 피해자였는지를 추적하는 자리가 되겠지만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기계골발육, MRM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육류 소비와 달리 햄버거 등의 소비는 10대에서 유달리 높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먹은 햄버거 패티에 가장 위험한, 먹어서는 안되는 광우병 걸린 소의 뇌와 척수 조직이 흘러들어갔다면, 그리고 그 빈도 수가 잦았다면 ‘종 간 장벽’에도 불구하고 소의 변형프리온이 인간의 정상 프리온을 변형시키는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이번에 체결된 ‘한미소고기협정의 수입위생조건’ 첫머리에도 다음과 같이 MRM에 대해 명시되어 있습니다.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은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대로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도축 당시 30개월령 미만 소의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을 포함한다. 다만, 특정위험물질(specified risk materials, SRM); 모든 기계적 회수육(mechanically recovered meat, MRM)/기계적 분리육(mechanically separated meat, MSM) 및 도축 당시 30개월령 이상된 소의 머리뼈와 척주에서 생산된 선진 회수육(advanced meat recovery product, AMR)은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서 제외된다. 특정위험물질 또는 중추신경계 조직을 포함하지 않는 선진 회수육은 허용된다. 분쇄육, 가공제품, 그리고 쇠고기 추출물은 선진 회수육을 포함할 수 있지만 특정위험물질과 모든 기계적 회수육/기계적 분리육은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글을 마칠 시간이 점점 다가오다

    이제 거의 여정이 끝나가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종 간 장벽’의 붕괴, 재순환-특정 strain의 출현, 뇌와 척수를 비롯한 SRM의 섭취, 이 4가지 조건이 만족되더라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개인적인 감수성'(individual susceptibility) 문제를 짚어볼까 합니다. 즉, 오염된 육골분 사료에 의해, 그리고 재순환에 의한 독성이 강한 특정 strain이 출현하고, 이로 인해 감염된 소고기의 뇌와 척수나 이들이 포함된 MRM 등을 먹더라도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반응하고 어떤 종류의 사람들은 전혀 반응하지 않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까지 설명이 되어야 왜 엄청난 양의 광우병 소고기를 먹었어도 지난 30년 동안 200여명의 희생자 밖에 없었는지 그 미스테리가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혼자 보기 아쉬운 광우병 이야기 6

    인간광우병이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 개인적인 감수성(1)

    …변형프리온단백질의 독성이 0.5g, 5g 등 수g 단위로, 마우스는 0.5mg으로 감염 대상자들을 치사에 이르게 한다는 동물실험 결과들은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던 우리들을 무척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러나 더 당혹스러운 것은 이 정도의 독극물이 영국 사회 전반에 걸쳐 10여년 간 대량으로 유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발생 예정치까지 합쳐서 사망자가 수백명에 그칠 것이라는 사실이다. 수백명도 많다고 할 수 있지만 독극물을 그만큼 먹었을 때 죽은 사람보다는 살아남은 사람이 대다수라면 그 사실이 더 의아한 것 아니겠는가…

    1.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유입

    2. ‘종 간 장벽’의 붕괴

    3. 재순환(recycling) – 특정 strain의 출현

    4. 특정 부위 섭취 – SRM

    5. 개인적인 감수성 – 유전형, 나이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람들의 공통점 중에 가장 확실하게 알려진 것은 모두들 잘 아시다시피 프리온유전자(PRNP) 129번 코돈 유전형이 M/M형이라는 유전적 감수성(genetic susceptibility)에 관한 것입니다. sCJD는 물론이려니와(영국 71%, 한국 100%) vCJD는 100% M/M형입니다. 하지만 영국 5000만 인구 중 36.79%가 M/M형이라고 하면 1840만 중 단지 163명만이 피해를 봤을 뿐입니다. 이 부분을 적절히 설명할 수 있어야 되는데 유전적 감수성 다음으로 잘 알려진 것이 연령별 감수성(age susceptibility)입니다.

    세가지 병의 공통된 특성

    인간광우병의 증상이 나타나는 호발 연령대는 25~30세입니다. 스크래피는 생후 2~3년이고, 광우병은 생후 5~7년입니다. 각각의 잠복기는 인간광우병 13~16년, 스크래피는 20개월, 광우병은 4~6년입니다. 이것을 계산하면 병이 시작되는 시기를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의 경우 병이 시작되는 피크 연령대는 15세 전후가 되고, 스크래피는 12개월 되는 시점이, 소도 12개월 되는 시점이 피크가 됩니다. 이 세 질환의 공통점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비교적 어린 연령대에 감염된다는 것, 변형프리온질환의 독특한 특성입니다.

    단순하게 시뮬레이션해보면 사람의 경우 15세부터 감염위험도가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위 그래프를 보시면 알 수 있겠지만 처음 오염된 소고기를 접하게 되었을 때 나이가 20세였던 사람은(잠복기 15년으로 하고 증상이 발현한다면 35세) 15세였던 사람보다 55% 위험도가 감소합니다. 25세 이후로는 급격히 감소하여 70세가 되면 99.9% 위험도가 감소하게 됩니다.

    10~20세 사이의 높은 감수성에 대해 연구자들은 여러 각도로 접근해보았습니다. 가장 손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인자는 이 나이 때일수록 소고기를 많이 먹는 것은 아닐까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그 당시 햄버거 고기에 포함될 것으로 생각되는 광우병 소의 뇌나 척수 등이 포함된 ‘기계적회수육’(MRM)과의 관계였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소고기, 소시지, 고기파이 등의 소비는 나이와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단순히 육류 소비 행태로만은 설명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 다음 세워진 가설이 바로 ‘소장 투과성’에 대한 연령별 차이입니다.

    파이어스 패취

    우리 몸은 외부 물질의 침입에 대한 일종의 장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피부로 덮혀 있고 호흡기와 소화기 등은 점막으로 보호되어 있어 각종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기생충, 분해되지 않은 단백질, 지방 등의 체내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광우병과 연관되어 가장 중요한 루트로 밝혀진 소화기 같은 경우 여러 단계의 방어진지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일단 점막 면역이라고 해서 장 점막에 점액 및 항균 펩타이드, 프로스타글란딘, 면역글로불린A(IgA)로 1차 방어를 합니다. 또한 물리적으로 상피세포들끼리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고 기저막 등이 있어 외부물질의 침입을 막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번 시간에 이야기할 가장 중요한 부분인 GALT(Gut-Associated Lymphoid Tissue, 장-연관 임파조직)로서 소화기관에 있는 면역 조직들인데 이들이 또한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파이어스 패취(Peyer’s patch)란 이 GALT의 일부로서 소장 내벽에 존재하며 대부분 회장 말단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회장은 소장의 제일 끝부분으로서 위-십이지장-공장-회장-대장 순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파이어스 패취에 존재하는 M-cell이라는 세포가 상당히 분자량이 커 보통의 경우 흡수가 불가능한 분해되지 않은 변형프리온단백질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kuru를 보고하고 이것이 전파가 가능한 전염성해면양뇌증의 하나임을 밝혀내 노벨상을 수상한 가이두섹의 경우도 처음에는 장으로 흡수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가이두섹은 주 전파 경로를 구강이나 피부에 난 상처로 봤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구강에 아무 상처도 없는 것을 확인한 상태에서 섭취를 통해 감염이 된 것을 확인하고 이런 믿음은 무너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M-cell이 존재하는 파이어스 패취와 GALT의 분포와 발달 정도가 변형프리온단백질이 우리 체내에 침투할 수 있느냐 없느냐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당연히 해 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가설에 기초한 실험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인간광우병이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 개인적인 감수성(2)

    발병에 있어서 파이어스 패취의 중요성

    이전부터 GALT 등 면역체계의 발달은 나이와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회장 원위부의 파이어스 패취는 이 GALT의 주요 구성원입니다. 그럼 이런 의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만약 파이어스 패취가 발달하지 않도록 처리를 시킨 후 변형프리온단백질에 노출시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 착상을 기초로 이루어진 실험이 ‘Oral prion infection requires normal numbers of Peyer’s patches but not of enteric lymphocytes.’(Am J Pathol. 2003 Apr;162(4):1103-11)이라는 논문에 실려있습니다. 결론은 제목에 나와있다시피 구강 섭취로 프리온 감염이 되기 위해서는 정상 숫자의 파이어스 패취가 존재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실험 내용은 조작을 통해 마우스에서 파이어스 패취의 숫자를 감소시켜놓고 변형프리온단백질을 섭취시켰더니 발병에 대해 매우 높은 저항성을 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기초해서 2006년도에 또 다른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파이어스 패취 발달 정도와 ‘전염성 해면양 뇌증’ 즉, 스크래피, 광우병, 인간광우병에 대한 감수성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입니다. ‘Comparative evidence for a link between Peyer’s patch development and susceptibility to 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ies.’ (BMC Infect Dis. 2006 Jan 11;6) 이 논문에서는 각각 19마리의 양과, 94마리의 소, 46명의 사람에게서 각각 회장부위 파이어스 패취의 표면적, 임파소절 밀도, 파이어스 패취 조직의 무게, 파이어스 패취의 숫자를 조사 내지는 수집하고 각각의 정도가 변형프리온질환 호발 연령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조사하였습니다.

    양의 경우 12~24개월 경 사이에 회장부 파이어스 패취 표면적과 임파소절 밀도가 현저히 감소해 12개월 경 피크를 보여서 24개월 이상이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스크래피의 발병 양상과 일치했습니다(윗 그림 참조. 개월수에 따른 파이어스 패취의 변화 A: 4개월, B: 15개월, C: 6년, F :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고 퇴화하는 임파소절).

    소의 경우 첫 12개월에 파이어스 패취 조직의 무게가 증가하고 12~18개월에 피크를 이루고 그 이후는 감소해서 낮게 유지가 됩니다. 이 역시 12개월에 감염 피크를 형성하는 광우병 양상과 일치했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인간의 경우 소아기 동안 파이어스 패취 숫자가 서서히 증가하여 10~20세에 피크를 이루고 그 이후에는 감소하는 양상이 역시 15세 전후에 피크를 이루는 인간광우병 임상 양상과 동일하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평균적으로 청소년기가 성인기보다 파이어스 패취 숫자가 많다 할지라도 각각의 연령대에서 개인차가 꽤 있어 어른이더라도 파이어스 패취의 숫자가 많은 사람은 청소년기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소화기관 투과성이 증가할 수 있는 다른 상황들

    자연적으로 청소년기에는 파이어스 패취의 발달로 투과성이 높아지겠지만 이외에도 인위적으로 투과성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에 언급했듯이 치아가 빠졌을 때 그 부위로 변형프리온이 접촉할 가능성(햄스터로 한 실험에서만 증명이 됨), 장염이라든가 소장 내 다른 질환에 의해 장내 보호장벽들이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위험인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광우병 걸린 소가 희박하다면 이런 것을 조심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어 보이긴 하지만 만전을 기한다는 의미에서 혹은 아직도 많이 불안하다 그러시면 자녀들이 발치 기간이나 장염 등을 앓고 있을 때는 소고기의 소비를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부터 장이 안 좋을 때는 기름기 있는 음식을 잘 먹지 않았던 것은 이런 면에서는 유리한 습관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인간광우병이 발생하기 위한 전제조건들 – 개인적인 감수성(3)

    다양한 개인적인 감수성들

    이것은 자주 언급되는 예들이 아니니 번외로 들으셔도 됩니다. 또 다른 감수성은 각자 개인별로 차이가 있는 해부학적 조직학적 구조에 따른 감수성 문제입니다. 비장이 SRM의 한 부위라는 것은 잘 알고들 계실 겁니다. 비장에 위치하는 ‘소포성 수지상 세포’(Follicular dendritic cells, FDCs)와 비장에 분포하는 신경과의 위치가 프리온질환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Nature지에 발표된 실험결과도 있습니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프리온질환은 신경계통의 조직을 타고 파급됩니다. 그런데 변형프리온단백질이 처음 접촉하는 부위는 신경계통이 아니라 면역계통입니다. 그 중에서도 위에 언급한 FDCs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발병을 위해서는 결국 면역계와 신경계가 만나야(neuro-immue connection)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신경이 임파소절 같은 부위에 직접 분포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Positioning of follicular dendritic cells within the spleen controls prion neuroinvasion.’ (Nature. 2003 Oct 30;425(6961):957-62. Epub 2003 Oct 15.)이라는 논문에서는 인위적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신경 주변에 비장의 면역 세포가 가까와질수 있도록 만들고 변형프리온 질환을 유발시켰더니 그 비율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위 그림 참조).

    이 실험 결과를 거꾸로 뒤짚으면 아무리 변형프리온에 노출되더라도 비장 내에서 FDCs와 교감신경의 접촉이 발생하지 않으면 그냥 감염된 상태로 발병하지 않고 일생을 지내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내용과 연관되어서 나이가 어릴 수록 이런 신경-면역 연결(nuro-immune connection)이 덜 발달하여 신경계의 GALT 조직과의 접근이 어렵다는 관찰 결과도 있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지금도 연구되고 있는 이런 다양한 해부학적 조직학적 감수성들은 일일이 우리 자신일지라도 미리 알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광우병에 감수성이 있는지를 확실히 안다면 아예 안 먹거나 조심할 필요도 없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요. 하지만 그것을 알기란 불가능한 것이니 다같이 조심하자는 것이고 게 중에는 어차피 이런 개인적인 감수성에 비추어볼 때 설사 광우병위험물질에 노출되더라도 안 걸릴 수 있는 사람(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M/V 및 V/V 유전형, 성인 및 노인, 해부학 및 조직학적 구조상 위험도가 적은 경우)이 조심하는 헛수고도 포함될 것입니다.

    글을 마감하며…

    지금까지 어떻게 해야 2008년 대한민국에 살면서 광우병이라는 전혀 생소한 질환으로부터 우리가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길다고 생각하면 긴 여정을 거쳐왔습니다. 이 글들의 대부분은 제가 저 자신에게 품었던 질문들이고 아마도 이 글이 끝난 뒤에도 질문은 계속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인간광우병에 걸릴려면 당연히 광우병에 걸린 소들이 꽤 많아야 한다는 사실, 광우병에 걸린 소들이 산발적이 아니라 꽤 많아지려면 오염된 육골분 사료의 대량 유통 같은 사건이 또한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고리가 완성될 때 인간광우병의 발생 가능성이 적게나마 생긴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현재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대비해서, 광우병을 예방하기 위해 정해놓은 규칙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관리 및 감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향후 인간광우병 환자는 더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 환자는 아마도 1980년대 영국과 연관된 사람일 것이고 현재 알려진 환자들보다 긴 잠복기를 가진 사람이 될 것이며 있다면 유전자형이 M/V형이나 V/V형일 것입니다. 하지만 영국과 전혀 관련없는 신규 인간광우병 발생자를 우리 주위에서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대량의 오염된 조직의 사료로의 유입, ‘종 간 장벽’의 붕괴, 재순환을 통한 특정 strain의 출현, 뇌, 척수와 같은 특정 SRM 부위 섭취, 개인적인 유전형, 나이, 여타 감수성들의 합집합이 아니라 교집합이 되어야만 인간광우병이라는 재앙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 그저 먹기만 한 것 뿐인데…

    요즘 과도한 관심이 그저 부담스러울 뿐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지가 두 달 남짓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마치 기자라도 되는 것처럼 직접 사료상에도 가보고 소 키우는 분들을 찾아가 이야기도 해보고 식당 주인들과도 대화해보고 호주의 축산 관리 시스템을 알아보기 위해 호주 대사관과 호주축산공사 한국대표부와도 전화 내지는 공문을 주고 받았었습니다(요즘 광우병 파동 때문에 민감한 사항이라 쉽게 대답을 안해주더군요). 사람들을 만나면 요즘의 촛불시위사태와 개인적인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한 견해들을 빠짐없이 물어보곤 했었습니다.

    그 와중에 제 의문을 풀어줄 논문 및 문헌들을 읽으면서 정리할 목적으로 글을 쓴 것이 현재 한국 사회에 불어닥치고 있는 미국소고기수입반대 운동과 맞물려 생각지도 않게 과도한 관심을 받고 있네요. 그동안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언급이 되었고 개인적으로 저에게 연락도 오고 어떤 농장주 분과는 거의 1시간 정도 광우병 소에 대해서 전화로 통화하기도 했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도 연락오고 인터넷 포탈에서 게재 요청도 받고…

    일단 저에게 물어오시는 답변들 일일이 대답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질문 중에는 제가 알지 못하는 사항인 경우도 있고 그냥 이전에 쓴 글에서 답을 찾을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런데 솔직히 그동안 제 개인 생활이 좀 흐트러졌었습니다. 가족에게도 소홀해지고 평소하던 운동도 못하고 친구들도 못 만나고 술도 못 마시고 잠도 한 두 시간씩 줄여야했고 제가 했어야 할 일도 미뤄놓고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일단 요즘 같으면 사는 게 그리 즐겁지 못합니다. 하여간 이런 상황이오니 너무 책망마시고 전처럼 열심히는 못하겠지만 틈나는대로 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거나 하겠습니다. 일단 글 마친지 얼마 안 되니 휴가기간 좀 갖고 나서요.

    이번 글들은 주장이 아닌 정리와 분석

    제가 광우병에 대해 쓴 글들은 배우 황정민의 수상 소감처럼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미 차려놓은 밥상에 앉은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저는 숟가락 하나 들고 연구해 놓은 것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그냥 떠먹은 것에 불과합니다. 새로운 주장도 아니고 대부분은 이미 과거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사실 기술과 이를 해석하기 위한 여러 연구자들의 실험 내용, 결과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 이야기가 마치 광우병에 대한 새로운 주장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그동안 이 분야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던 내용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저 역시 자료를 뒤져보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가령 광우병 호발 연령이라든가 오염된 육골분 사료의 생산 중단과 광우병의 급격한 감소, 식인 습관 중단과 kuru병의 소멸 등은 뭐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분명한 사실들입니다. sCJD와 vCJD의 관계, strain의 다양성, 파이어스 패취와 호발연령과의 관계 등 역시 이미 여러 논문에서 언급되고 인용되는 내용들입니다.

    아직까지 광우병 소나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하는 나라에서조차도 새로 연구되는 내용까지 일일이 관심갖고 예민하게 반응하지는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자국정부에서 새로이 발견된 과학적 사실에 따라 적절히 반응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현재 그런 신뢰 상태가 깨진 것이구요.

    이번 사건의 책임을 일반 대중에게 떠넘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정부와 언론, 몇몇 이익단체와 정치단체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그동안의 실정,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우려에 대한 부실한 대책과 사후관리가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이고,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 정제되지 않은 왜곡된 사실들이 정보가 부재한 일반 국민들을 공포감을 갖게 한 것입니다. 이들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부단없는 노력을 경주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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