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과 관련하여 저는 어제 이 부분에서 최고의 전문가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분께서는 세월호가 잠수함 충돌로 인한 외력이나 앵커 투하로 인한 고의 침몰의 가능성을 오히려 적게 보고 계셨습니다. 이 분은 상선 선장으로 오래 근무하셨고, 해군 출신이시며 조선 경험까지 있으신 분이어서, 의견을 꽤 조리있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분의 의견에 의하면, 세월호가 갑작스레 엄청난 각도로 회전을 한 것은 화물이 쏟아질 수 있었던 것과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분은 한 예로, 자전거가 과적을 하고 달릴 때, 안전한 각도로 달리면 회전각이 넓지만, 물건을 실은 채로 쓰러지면 바로 휙 꺾이며 넘어진다는 것을 예로 들어주시더군요.
침몰의 원인이 이 분의 말씀대로 과적과 관련있었다고 해도, 침몰 이후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침몰의 과정보다는 그 이후에 있었던 정부, 해경, 해군의 대응에 대해서 의심해봐야 할 부분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 역시 구조 관련 부문, 그리고 왜 침몰이 시작된 배에 있던 승객들을 거의 방치해 두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선 역시 이 부문에 대해 탁월한 시각을 보여 주셨던 벗님께서 글로 정리해 주셨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제 1천일이 되어 갑니다. 시애틀에서도 세월호 1천일을 맞는 추모 행사를 갖습니다. 진실은 침몰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종합된, 그리고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이 사건에 대한 전모가 밝혀지리라고 믿습니다. 그걸 위해서도, 우리는 정권교체를 해야 합니다. 아울러 천안함에 관련된 진실 역시 함께 인양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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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의 눈으로 다시 보는 세월호 침몰의 미스테리 몇가지 (2)
탈출의 골든타임을 놓친 정황은 여전히 납득불가
하지만 내가 세월호 사고에 대해서 가장 의심하는 정황은 바로 구조과정에서의 시종일관 석연치 않았던 여러 가지 모습들이다. 도대체 왜 이래야 했을까.
세월호에 대한 의심과 의혹을 키운 것은 침몰과정보다 그 이후 사후처리의 미숙과 납득하기 어려운 비상식적인 상황이 연달아 발생한 탓이 더 크다. 여태 많은 해상사고의 화면들을 봤지만 세월호 같은 경우는 정말 보다보다 첨이다.
배가 저 지경으로 기울었는데도 어떻게 갑판에 저토록 사람이 한명도 안보일수가 있을까. 이 사건이 고의침몰설, 인신공양설까지 나오게 된 원인은 전적으로 너무도 석연치 않았고 납득 불가했던 침몰당시의 상황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세월호 정도의 커다란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면 최대한 빨리 배에서 뛰어내리고 되도록 침몰현장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이 생존확률을 높인다. 자칫 선박에 남아 있다 대량의 해수 유입과 더불어 배가 뒤집히거나 가라앉기 시작하면 수영실력과 관계없이 배와 함께 매몰 돼버린다. 특히 대형선박일수록 침몰하면서 주변의 작은 물체들을 빨아들이는 큰 흡입력이 발생하므로 제 때에 침몰선박에서 멀어지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일단 빨려 들어가면 박태환 선수 할아버지가 거기 있어도 익사를 면하지 못한다. 한번 탈출적기를 놓치면, 생존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세월호의 인명피해가 극심한 초유의 대형참사가 된 근본원인은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골든타임에 누구도 제대로 된 지시나 안내를 하지 않았다’ 로 집약된다.
따라서 침몰하는 선박에서 생존하려면 골든타임시기에 맞춰 배를 빠져나와 최대한 배에서 멀리 떨어지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미리 뛰어내려 바다위에 오래 떠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사망하거나 거친 파도에 휩쓸려 익사하거나 멀리 망망대해로 표류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배안에 갇혀서 익사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생존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세월호 사고 당일 즉시 출동했던 많은 선박들을 고려하면 일찍 바다에만 뛰어들었어도 구조선들에 의해서 구조되었을 개연성이 아주 높다. 세월호 사고 영상을 보고 있으면 ‘선체탈출의 골든타임을 놓쳐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로 요약된다. 더구나 4월의 바다라면 해상에서 최소한 1시간에서 30분은 버틸 수 있었고 다행히 당일해역의 파도가 높지 않았으며 시야확보가 용이했던 대낮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탈출만 서둘러 이뤄졌어도 이토록 많은 생명이 어이없이 배안에 갇혀 익사하는 비극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더구나 생존해 구출된 선원들은 배 밑바닥가장 깊은 곳에 있었던 기관부 선원들까지 모두 살아남았다. 만약 이들이 선체 최상부로 모든 승객들을 차분히 유도만 해냈어도 해경과 해군 그리고 출동한 민간 선박들이 구조해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훨씬 더 많았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원고 학생들이 남긴 핸드폰 동영상의 선내방송은 선체 탈출을 결행했어야 할 절체절명의 시간에도 세월호의 선원들은 선내에 그냥 남아있으라는 기가 막히고 안타까운 안내방송을 거듭 지속하고 있었다. 도대체 세월호 선장과 고급선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가. 이건 아무리 이해를 해주려고 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설사 사고해역이 북극의 차가운 바다였다고 해도 배가 그렇게 침몰하고 있다면 바다로 뛰어드는 게 생존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은 꼭 선장자격증이 있고 배를 타본 경험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게 전혀 아닐 텐데.
그리고 선원들이 급작스러운 선체의 급변침과 동력의 상실 등으로 급속하게 침몰하면서 정신적으로 패닉상태였다면 해경과 해군은 왜 신속한 대피 안내를 지시하지 않았던 것인가. 이미 해경 경비정이나 한문식함보다 먼저 사고현장에 도달했던 해경 초계기와 헬리콥터들에서는 선박의 기울어진 정도로 침몰 시간예측이 불가능했었을까.
도대체 세월호 사고 당일 한문식함은 어디에 있었고 무얼 했는가
한문식함(PKG 726)은 윤영하급의 13번함으로 2014년 1월말에 취역한 최신 고속함이다.
세월호 사고가 있기 불과 3달 전에 배치되었으니 당시로는 해군에서 가장 쌩쌩한 고속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만재 배수량 약 6백톤에 불과하지만 76밀리 함포와 40밀리포 2문, 거기에 150킬로의 사정거리를 가진 대함 미사일을 4기나 탑재하고 있으며 연안항해에 적합한 최신 워터제트 방식으로 최고 40노트 이상을 자랑하는 강력한 연안전투함이다.
그런데 이 멀쩡한 배가 왜 세월호 침몰 당일 날의 행적은 무려 3가지나 될까.
먼저 해군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9시에 모항인 폭포에서 사고상황을 인지하고 긴급출동해 사고해역에 10시 10분경에 도착했다지만, 2015년 진성준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는 한문식 함이 서해상에서 훈련 중(발포한 포탄수까지 적혀 있음)훈련을 중단하고 사고해역으로 달려갔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더 재밌는 것은 세월호 사고원인을 잠수함 충돌이라고 인터넷에서 주장했다가 해군에 의해 고소당해 재판 중이던 우한석씨 공판속기록에는 고소당사자이자 당시 해군작전사 훈련처장인 해군대령 조동진은 세월호 사고 당시 8시 58분에 이미 한문식함이 사고해역에 있었다고 법정에서 답변했다. 후일 해군에서는 당시 조대령의 이 답변이 질문을 착각하여 잘못 대답했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청문회 조여옥 대위수준의
짓거리라고 밖엔 달리 해석이 안 된다.
잠수함 충돌설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우한석씨를 무려 5달이나 구치소생활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자 고소당사자가 너무도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모르고서 소송을 한거 아닌가?
더구나 공판기록속의 답변자는 법정출두 당시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실제 작전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였다. 조대령이 이런 대답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추후 이를 해군공보처가 부정하고 있는 자료를 보면 도대체가 납득도 이해도 안 간다. 차라리 이를 통해 해군은 지금 뭔가 중요한 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정황증거가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한다.
도대체 이 나라 해군은 천안함 때도 그러더니, 왜 해군의 함정이 사고 당일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는지 조차 세 갈래 답변이 나오는 것일까. 보고의 기본인 육하원칙조차 엉망. 그렇다면 이 세 가지 다 믿을 수 있겠는가. 뭔가 해군이 한문식함의 당일행적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숨기거나 왜곡하고 있다는 정황만 뚜렷하다.
다시 한 번 해군 KNTDS영상의 공개가 절실한 이유 중 하나다. 해군의 발표보다는 영상에 정확하게 표시되고 있었을 한문식함의 당일 항해기록과 모든 업무 및 교신일지가 꼭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해경의 CN235 초계기에서 촬영한 화면에 따르면 한문식함은 구조현장에서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도 부족해 아주 수상한 행동을 하나 한다. 바로 작은 어선이 침몰선체주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유물 하나를 수거해서 세월호 근처에 머물고 있는 한문식함에 전달해주고 한문식함은 이를 견인해서 어디론가 사라지는 장면이다.
도대체 한문식함은 왜 한사람이라도 더 구조하려던 절박한 현장에서 이런 이상한 행동,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을 했을까. 여태껏 해군의 고속정 참수리급은 20년이 넘는 사용기간 중 해경보다 먼저 어선이나 여객선의 사고현장에 도달하여 다수의 승객들과 선원들의 생명을 구했던 자랑스러운 선례가 아주 많다. 참수리급 고속정들은 해상에서 긴급구조를 하지 않았던 배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구형 고속정보다 더 뛰어난 선체 스펙을 가지고 있었던 최신형 한문식함은 왜 세월호 사고 당일 행적이 불분명하고 또한 사고현장에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수상한 행적만 영상에 남아 있는지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하고 분명한 군 당국의 근거 있고 납득가능한 해명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해군의 공식발표대로 3함대 사령부이자 모항이 있는 목포에서 동함이 사고소식을 듣고 긴급 출동했다면 한문식함의 최고속도로는 사고해역에 가장 먼저 도달했어야 했다. 해경의 123정은 최고속도가 고작 27노트에 불과한데 한문식함은 그에 비해 13노트나 더 빠른 40노트 이상이다. 더구나 한문식함은 선고가 해경 123정에 비해 더 높기 때문에 현장에 먼저 도착했다면 훨씬 더 배가 기울어지기 전에 높은 갑판위에 대기하고 있었을 승객들을 안정적으로 구조할 확률이 높았다. 언론에 발표된 대로 해경의 배가 한문식함의 추진기 물살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서 외곽에 대기하고 있었다는 주장은 이래저래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한문식함은 스크루가 없는 워터제트 추진방식이다. 따라서 보다 더 공신력 있고 납득가능한 근거자료제시와 해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해경 123정의 지휘관만 법적으로 문책할 일이 아니다. 이날 한문식함의 행적은 너무도 의혹의 소지가 크며 해당함의 함장도 임무유기의 책임을 물어서 군법회의에 회부해야 한다.
도대체 어디서 뭘 하다 그제야 나타나서 이상한 물건 하나 예인해서 어디로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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