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김종인도 뻔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알고서 시작한 일에 잡음이 일어난다고 해서 중단할리가 없을 뿐더러
이번 일만 성공하면 새누리당 다음가는 정당인 더민주를 자신의 손에 완전히 넣을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려는 분들은 분명 김종인이 준비한 비장의 책략일거다,
이렇게 혼란스럽게 만든 척 하고는 뒤에서는 작업 다 해놓고
새누리와 국민의당 뒤통수를 칠거다 라고 하시는 분이 아직도 계시더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는 싶은데 그럼 대체 언제 그 책략의 결과를 보여주는 걸까요.
선거까지 이제 한 달도 안 남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선거전 들어가야 하는 타이밍에 또 소란 일으키자는 건 더더욱 말이 안 되죠.
공천은 이걸로 끝난겁니다.
이제 선거까지 달려갈 시간 밖에 남질 않았어요.
그렇다면 김종인은 이러는 걸까요?
다소 억지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약간 시간을 과거로 돌려보겠습니다.
김종인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분'의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경제민주화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복지와 경제에서 우위를 점했고 결국 대선 승리에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경제민주화 구상이 창조경제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토사구팽을 당하게 됐죠.
김종인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저서까지 발간했을 정도입니다.
쫓겨나면서도 아쉬운 마음만 가득 남았을겁니다.
이번에 문재인 전 대표님의 요청으로 더민주 진영에 합류하면서도 아마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됩니다.
왜 이런 사실을 다시 확인했느냐 하면 김종인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종인은 자신의 하려는 목적이 어느 정도 확실해보입니다.
이루지 못한 꿈, 경제민주화.
특히 ㅂㄱㅎ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안개 같은 정책을 들고 나왔으니 차마 지켜볼 수 없었을겁니다.
여기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김종인이 친노 계열을 남겨두면 총선에서 승리한들 문재인 전 대표님이 복귀하면 자신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갑니다.
물론 다음 대선에서 더민주의 대통령 후보를 도와 경제민주화를 다시 구상할 수도 있지만
이미 같은 방식으로 한 번 배신을 당했으니 아마 확약을 해주더라도 믿을 수 없을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
내가 바꾸면 됩니다.
김종인이 바꾸면 되는겁니다.
어떻게?
더민주를 내 당으로 만들어버리고 다음 대선주자고 뭐고 전부 내 마음대로 하면 됩니다.
이게 경제민주화를 확실하게 진행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시나리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나리오를 짜놔도 총선에서 패배하면 뒤가 없죠.
총선에서 대패하고 나면 대선주자를 내세운 들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당연히 김종인도 알고 있겠죠.
정말 무서운 게 이 부분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님은 새누리당과는 척을 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다른 정치인들끼리라면 적당히 타협을 하고 넘어갈 부분도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종인은 진짜 정치인입니다.
새누리당이 아니라 누구와도 정치적인 합의만 이루어지면 타협을 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총선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어쨌든 더민주는 야당에서 가장 규모가 큰 당이고
새누리로서는 국정을 마음대로 이끌어가기에는 눈에 걸리는 존재입니다.
이때 새누리에서 김종인에게 제안을 합니다.
그때는 미안했다, 사과한다.
그런데 어차피 더민주 상황을 보면 뭘 하기에는 글렀다.
우리 협상을 하는게 어떠냐.
경제민주화 할 수 있게 모든 권한을 주겠다.
경제 마음대로 하고 싶은대로 해라.
대신 정치는 우리 마음대로 하겠다.
더민주에서 경제 가져가고 우리는 정치 가져간다.
이 정도로 협상을 하는게 어떠냐?
서로가 하는 일에 발목 잡지 않도록 하자.
김종인은 당연히 처음에는 못 믿을겁니다.
이미 한 번 배반당했는데 과연 믿을까요?
그런데 새누리가 정말 경제에 관한 모든 권한을 넘겨주는 것을 확약해줍니다.
언론에도 대서특필됩니다.
새누리와 더민주의 극적인 타협, 대한민국 선진국을 향한 힘찬 도약 식으로 기사가 나오면서요.
이게 정말 무서운 건 김종인은 진짜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는겁니다.
김종인은 본래 새누리에 적대적인 인물이 아니고 경제민주화가 그대로 진행됐다면 지금도 새누리 측에 있었을겁니다.
그런데 정말 경제에 대한 모든 권한을 주겠다?
가뜩이나 꿈이 좌절될 상황에 놓인 김종인은 새누리와 협상을 할 수 있습니다.
김종인의 무서운 점은 바로 이쪽입니다.
새누리 + 더민주가 될 경우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이들을 막을 세력은 없습니다.
오히려 총선에서 인정받은 국회가 진행하는 걸 막을 경우 반역도당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더 높죠.
문재인 전 대표님이 더민주에서 쫓겨나면 역시 동일한 취급을 받게 될겁니다.
그리고 사태가 여기까지 진행되면 남는 건 새누리당의 영구 집권을 위한 개헌이구요.
19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국회의원의 수는 300명으로 개헌에 필요한 국회의원의 수는 200명입니다.
새누리 + 더민주의 연합이 형성되면 개헌 필요 인원인 200명을 무조건 넘길 수 있게 됩니다.
이후 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통해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하는데 이 부분도 큰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부정선거 문제입니다.
이미 벌어졌던 부정선거들로 인해 선거 자체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지만 이걸 견제할 수단이 없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고 결국 개헌은 통과될겁니다.
개헌의 내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적지 않겠습니다만
다만 수십년 동안 쌓아온 민주주의에는 최악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김종인이 저런 생각을 정말 하고 있다면 정말 말리고 싶습니다.
개헌이 끝나고 나면 더민주가 더 필요있을까요?
당신은 또 버려질겁니다.
이전에 그랬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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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표님의 꿈과 함께 더민주와 함께하기로 했지만 너무 힘듭니다.
그냥 이 모든게 꿈이어서 내일이라도 원래의 더민주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합니다.
당연히 그럴리는 없을거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악의 상황을 막는 것 뿐입니다.
제발 이 모든게 시나리오로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더민주가 총선 대승하고 문재인 전 대표님도 무사히 복귀하고 대선에서도 대승을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이 썩어버린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힘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그 모든게 지금은 너무나도 멀어보입니다.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감정도 격양되서 그런지 정리도 잘 안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