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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isa_478961
    작성자 : 방망이흉
    추천 : 0
    조회수 : 318
    IP : 1.176.***.1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1/05 21:30:54
    http://todayhumor.com/?sisa_478961 모바일
    어머님의 자식 걱정
    내가 사는 남쪽 지방에 눈이 내렸다. 그리고 쌓였다.
    내가 보기엔 고작 1cm 
    나는 매일 새벽 자전거를 타고 15분 거리에 있는 문화센터에 다닌다.
    요즘 수영을 배우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눈이 쌓인 것이다.

    창밖에 쌓인 눈을 보고 이정도 쯤이야 조금 조심하면 별탈 없을 것이라 판단하여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에 갔다.
    강원도 최전방 운전병 출신이라는 '이력'이 있으므로...

    수영을 하고 돌아올 때쯤, 해는 밝았지만 눈이 녹았다 얼었는지 도로 상황은 어수선 했다. 
    차들은 서로 멀찌감찌 떨어져 있었고 자전거인 나보다 더 느린 속도로 기어가다시피 했다.
    눈이 적게 내리는 지방인만큼 겁 없이 과속하는 차량도 없었고 
    대부분 사람들이 눈길차량 운행 시 지켜야 할 '매뉴얼'들을 잘 따르고 있었다.
    아무튼 나도 그 매뉴얼대로 조심하여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어머니가 한 소리 하신다.
    "니 자전거 타고 나갔드나?"
    "미친 놈도 아니고 눈 내리는데, 넘어질라꼬 자전거 탔드나?"
    "혹시나 싶어 바깥에 봤드만 자전거가 없대? 
    엄마가 애간장이 녹아서 죽는 줄 알았다."

    나는 갈 때도 올 때도 별 탈 없이 잘 다녀왔고, 
    군대도 전방에서 보냈는데 그간 경험으로 이 정도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래도 어머니의 걱정은 가시질 않았고 다음부턴 눈오면 걸어가라고 하셨다.

    아버지가 오셨다. 어머니는 냉큼 달려가 그 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신다.
    아버지는 윗 지방에서 일 하시기에 눈길 운전에도 익숙하실 것이고 내 병역을 바탕으로 판단하셔서, 
    그냥 니가 잘 생각해서 조심히 다녀라는 말을 해주실 줄 알았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운을 떼시다 말고 어머니를 한번 보시더니,
    다음부터 눈 내리면 자전거 타지 말라고 하셨다.
    예전 같았으면 분명 내 예상대로 말 하셨을 분이다.
    그런데 어머니 눈치를 보시곤 그런 말을 하신 것이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나도 운전해봐서 알고 니도 운전해봐서 잘 알 것인데 왜 타지 마라 하냐며는...." 
    "니 엄마가 걱정하니까 타지 말라는 거다."
    "나는 니가 잘 판단해서 조심할 거라고 믿는데, 니네 엄마 걱정시킬 일은 하지 마라."였다.

    이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났다.
    팟캐스트를 들으며 그날도 새벽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에 가고 있었다.
    이어폰속에선 2008년 광우병 파동 때의 촛불집회 얘기를 한다.
    결과적으론 조작되거나 과장된 정보에 전 국민이 휘둘린 해프닝이 됐지만, 
    그 과정에서 응당 국민들이 손이 쥔 '촛불'에 대한 응답을 내놓았어야 할 정부가
    끝내 그들의 의무를 이행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잘못한 것이다.

    그 때의 나는 이 때의 정부와 다를 바 없었다. 
    혹여 어머니의 염려가 단순한 불안함에 기인한 것일지라도, 
    충분히 납득할만큼 설득해야 했고 불안을 씻어내도록 노력 해야했다. 
    그것에 실패했다면 아무리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눈 오는 날만큼은 자전거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아들이 코를 쎄게 풀어 코피 흘리는 것만 보고도 쩔쩔매시며 걱정하는 어머니시다.
    그 모습을 보고 '안 죽는다!' 하는 아버지시다.
    그런 아버지가, 예전엔 큰 소리 치시던 아버지가, 어머니 눈치를 살짝 보신다. 
    나도 아버지도 어머니의 '뒷바라지'가 있기에 생활이 가능하다. 
    적어도 그 분의 걱정만큼은 덜어드려야 하지 않겠나.
    방망이흉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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