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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ewol_18761
    작성자 : 방망이흉
    추천 : 1
    조회수 : 534
    IP : 1.176.***.11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4/25 23:35:44
    http://todayhumor.com/?sewol_18761 모바일
    끝났다 모여라~

    저녁에 턱걸이나 할겸해서 인근 초등학교에 갔습니다. 

    가는 길에 멀리서부터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들립니다. 

    운동장에 대략 3~40명 가량 되는 태권도장 아이들이 운동 전 몸풀기로 '하나 둘 셋...' 구령을 붙이는 소리였습니다. 

    저 아이들이 모여서 뭘 하려나 궁금해 하면서 지켜봤습니다. 

    달리기를 합니다. 씽씽 힘차게도 달립니다. 

    순위를 매기는 것도 아닌데 참 재밌어 하며 달립니다. 

    한 아이는 마지막 바퀴 째라고 생각해서 있는 힘껏 달렸나 봅니다. 그런데 사범님이 한 바퀴 더라고 하십니다. 

    "네?!"하고 놀라면서 허탈해 하지만 이내 다시 뜀박질 합니다. 


    달리기가 끝났습니다. 

    그때쯤 저도 턱걸이를 끝냈습니다. 

    이제는 술래잡기를 합니다. 

    술래잡기를 하기위한 몸풀기로 달밤에 체조를 하고 달리기도 한 겁니다 

    저는 구경도 할 겸 미끄럼틀 계단 위 손잡이를 평행봉 삼아 운동 했습니다.


    술래들이 정해졌나 봅니다.

    도망갈 기회를 주기위해 숫자를 셉니다. 

    이번에도 우렁찹니다. '하나 둘 셋...' 운동장이 큰 탓인지 스물까지 셉니다. 

    어떤 아이는 제 뒤로 파인 배수로에 숨습니다. 

    30센티 정도 아래로 파인 배수로지만 주위가 어두웠고 그 친구의 작은 몸짓 덕분에 숨어 있기에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몇몇은 잡혀서 나무 짚고, 손에 손잡고 일렬로 쭉 서있습니다.


    이때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7명 쯤 되는 아이들이 이렇게 외친 것입니다.

    "단원고~ 단원고~ 구해줘! 도와줘!" 

    그렇게 들렸습니다.


    "단원고~ 구해줘!" 

    저는 제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타까운 뉴스를 너무 많이 들어, 착각한 것이라 생각하고 주의 깊게 들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단원고'는 외치지 않았습니다. 

    단지 '구해줘~ SOS!' 소리만 들렸습니다. 

    단원고에 구해줘 SOS란 말을 연이어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사범님이 단원고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아이들과 이런 놀이를 한 것이 아닐까? 

    단원고 언니 오빠 형 누나들이 부디 돌아 오기를 희망하자며...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기 위해 너희들은 잊지 말아달라는 염원을 담아...' 

    한심하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 한 순간의 착각으로 인해 그런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친구가 어둠 뒤에서 나무 가까이로 살그머니 다가 갑니다. 

    나무를 지키는 술래는 한눈 팔고 있습니다. 

    이때다! 그 친구는 냅다 뛰어들어 잡혀있는 친구의 손을 터치하며 '단원고!'를 외칩니다. 

    구출된 아이들은 환호하며 도망칩니다.


    한참을 이렇게 웃음 속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놀이도 끝날 때가 됐나봅니다. 

    저도 미끄럼틀 위에서 애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운동을 지체 했는데 끝낼 때가 됐습니다. 팔이 좀 떨립니다. 

    사범님이 '끝났다 모여라~' 하십니다. 주위에 있는 아이들도 합창 합니다.

    '끝났다 모여라~'

    '도와줘' 할 때는 숨어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모여듭니다. 달려옵니다.


    순간 제 앞을 지나가는 한 친구를 불러 물어보았습니다. 

    "너희들 술래잡기 하면서 '무슨고~'라고 하던데 뭐라고 하는 거니?" 

    "아~ 그거 다망고라는 거예요. 

    '경찰과 도둑'이랑 비슷한 건데 술래한테 잡히면 나무잡고 손잡고 있다가 같은 편이 나무 터치하거나 중간에 손 끊어 주면 풀려나는 게임이에요."


    아-다망고! 

    일본어에서 온 건지 어떤 건지 출처를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아무튼 단원고는 아니었습니다. 

    궁금증이 풀리고 나니 왠지 단원고 학생들이 더 사무치게 떠올랐습니다.

    가슴이 더 답답해집니다. 먹먹해집니다. 화도 납니다. 운동 때문이 아닙니다.


    술래잡기 규칙처럼 

    신속하게 냅다 뛰어들었으면 구조되었을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사범님의 "모여라" 때처럼

    수학여행 다녀와 다시 웃으며 한 반에 모였을 친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도와줘' 할 때는 숨어 있던 책임자들은 퇴로나 만드려고 사복경찰들만 우르르 모이게 합니다. 

    오보에, 조작된 기사나 쓰는 기레기들만 우르르 모여듭니다. 

    돈냄새 맡은 하이에나들만 우르르 모여듭니다.


    어느덧 술래잡기는 끝났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올 시간입니다.


    방망이흉의 꼬릿말입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4/04/25 23:54:35  124.54.***.152  해피오빠  101788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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