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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isa_338686
    작성자 : 진주한량
    추천 : 3
    조회수 : 1257
    IP : 211.61.***.170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2/12/26 10:50:09
    http://todayhumor.com/?sisa_338686 모바일
    성탄절, 스님이 교회에서 설교를 하는 이색풍경.JPG

     

     

    어제(25일)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성탄절이었다. 성탄 전야, 교회에서는 어김없이 예배 의식과 목사님의 설교가 이뤄진다.

     

     

    그런데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경동교회와 구로동에 위치한 갈릴리교회에서는  스님이 성탄 예배에 참석해 찬송가를 부르고, 스님이 설교단에 오르는 이색 풍경이 벌어졌다.

     

     

    법륜스님을 비롯한 불교수행공동체 정토회 식구들 30여명이 박종화 목사가 있는 경동교회와 인명진 목사가 있는 갈릴리교회의 성탄 예배에 잇달아 참석한 것이다.

     

     

    아직 눈발이 하나 둘 날리기 시작할 무렵 저녁8시. 법륜스님과 정토회 식구들이 경동교회 예배당 안에 들어섰다. 교우들은 미리 귤과 팥죽을 정성껏 준비해 동방에서 온 이방인 한 분 한 분에게 대접했다.

     

     

    곧 예배가 시작되고 교인들과 불자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성탄 전야 예배가 이뤄졌다. 함께 손잡고 찬송가를 부르며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고 축하했다. 법륜스님은 박종화 목사의 소개로 교우들에게 성탄 축하 인사말을 건넸다.

     

     

    "예수님 오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요. 얼마 전에 대선이 끝나서 지지한 사람이 당선된 분들은 좋아하시는데, 지지한 사람이 당선이 안 된 분들은 멘붕에 빠졌다고 해요.

     

     

    이런 어두운 마음들을 오늘 예수님 오신 이 밤을 기해서 그 분들의 아픈 상처들이 치유가 되어서 다함께 예수님 오심을 찬양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배는 2시간이 넘도록 거룩하게 진행되었다. 경동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법륜스님 일행은 다시 갈릴리 교회로 이동했다. 갈릴리 교회에서 밤12시 성탄절 예배가 또 기다리고 있었다.

     

     

    ▲ 경동교회 성탄전야 예배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법륜스님

     

     

    밤이 더 깊어져 눈이 펑펑 내리고 있던 무렵 25일 0시. 법륜스님과 정토회 식구들이 갈릴리 교회 예배당 문에 들어섰다. 성가대의 찬송가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고, 역시나 갈릴리 교회 교우들과 정토회 불자들이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성탄 예배가 시작되었다.

     

     

    먼저 인명진 목사가 오늘 성탄절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설교를 했다.

     

     

    “예수님이 계신 곳을 향하여 별이 우리들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별이 머무는 곳에 예수님께서 계십니다. 그곳이 어디인가? 오늘 이 땅에 말 구유는 어디인가?

     

     

    더 말할 것도 없이 저 바람 부는 이 추운 겨울날 철탑 위에서 농성을 하는 그곳, 덕수궁 앞에 천막을 치고 몇 년 몇 달 몇 일을 농성하고 있는 저 절망 가운데 있는 사람들, 휴전선 너머 가난과 추위에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 북녘땅 그곳에 별이 멈춰 섰습니다. 그곳에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고난 받는 사람들, 눈물 흘리는 사람들, 그 분들이 바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이십니다. 그곳에서 우리들이 찾아오기를 예수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 예수님은 지난해도 왔는데 왜 또다시 오늘 이 땅에 태어나셔야 하는가.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오시는 예수님을 우리가 만나지 못하는 한 예수님은 또다시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우리를 찾으러 오실 겁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는 그 때까지, 이 땅에 가난한 이들이 아직도 눈물을 흘리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억울해서 절망 가운데 있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 한, 예수님은 하늘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다시 이 땅에 오실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저 별이 머무는 곳 그곳에 포대기에 쌓여서 누워있는 아기 예수가 있습니다. 이 땅에 낮고 낮은 곳에서 눈물 흘리며 고통 받는 사람들, 이들을 찾아서 우리도 동방 박사들처럼 별을 따라서 순례의 길을 가야 될 것입니다. 이 귀한 은혜가 여러분들에게 다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간절한 마음을 담아 모두가 “아멘” 하고 답했다. 특히 현대차 철탑 농성자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굶주리는 북한동포들, 바로 이들이 우리가 만나고 살려야 할 예수님임을 강조한 점이 참석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잔잔한 울림을 안겼다.

     

     

    이어서 인명진 목사가 법륜스님과 정토회 식구들을 소개했다. 사실 이들의 성탄절 교회 예배 방문은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성탄절이 되면 법륜스님과 정토회가 교회를 축하 방문하고,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인명진 목사와 갈릴리 교회가 정토회를 축하 방문하는 등 아름다운 교류를 수년간 계속해 오고 있다.

     

     

    ▲ 성탄일을 맞아 갈릴리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법륜스님

     

     

    인 목사는 “올해에도 반가운 손님들이 오셨다”며 법륜스님에게 인사말을 청했다. 목사님만 오른다는 교회의 설교단에 등장한 스님은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법륜스님은 먼저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상심해 하고 있을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예수님은 어떤 특정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만 백성을 위해서 오셨다고 하니까요. 이번 대선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 되신 분들은 괜찮겠지만, 지지한 후보가 되지 않으신 분들은 요즘 젊은이들 말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 이렇게 해서 상심하는 분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아요.

     

    그분들에겐 특별히 더 주님의 오심에 의해서 은총을 받아서 오늘까지만 슬퍼하시고 내일부터는 다함께 기뻐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지지할 때는 누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해서 지지를 했더라도 일단 당선된 뒤에는 내가 지지하던 지지하지 않던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으신 분들도 기꺼이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를 받아들여서 국정을 잘 이끌도록 함께 기도했으면 좋겠다 싶어요.”

     

     

    더 나아가 새로 대통령으로 당선된 분께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님도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에 의해서 대통령이 되었겠지만 그러나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니까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도 포함해서 그들이 갖고 있는 재능을 다 활용해서 우리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줬으면 합니다.

     

     

    특히 인사에 있어서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 중에서도 좋은 인물이 있다면 임명을 해야 되고, 정책에 있어서도 좋은 정책이 있다면 채용을 해서 화합하는 그런 모습을 대통령 당선자가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기도를 오늘 성탄절을 맞이해서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 추위와 배고픔으로 극한의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따듯한 관심을 호소했다.

     

     

    “남한에 사는 우리는 이렇게 성탄절 예배를 함께 보는데, 북녘에 계시는 분들은...(그러지 못해요) 어제 북한에 갔다가 오신 중국분 얘기를 들으니까 “평양만 사수하자” 그래서 평양만 겨우 그런 데로 살고 지방은 추위에 얼어 죽고 식량부족으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데요.

     

     

    정보 교환도 안 되고 또 중국으로 넘어올래야 국경을 너무 단속하기 때문에 넘어오지도 못하는 이런 상태에서 그들이 겪는 고통이 바깥세상에는 전혀 안 알려지는... 이러다 보니까 우리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고통이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 귀에 들리지 않으니까 우리에게는 없는 일이 되고 있어요. 그 분들에게도 이 성탄절의 기쁨이 함께 하셔서 이런 굶주림의 고통, 추위의 고통, 또 인권침해의 고통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기를 기원해 봅니다.”

     

     

    앞서 인 목사의 설교와 같이 역시나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전해지는 말씀이었다. 마지막으로 법륜스님은 인 목사와 자신이 이렇게 서로 협력하듯이 교우들 상호간에도 더 깊은 협력이 이뤄지길 기도했다.

     

     

    “비록 종교적 형식이 다르더라도 우리들 마음이 같기 때문에 이렇게 서로 교류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이라던지 한국 내에서 양극화를 해소하거나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저와 인 목사님 뿐만 아니라 교우들 상호간에도 함께 협력해서 일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시 한 번 더 예수 오심을 찬탄하고 또 여러분께는 깊은 축하 인사를 드립니다.”

     

     

    예배당을 가득 메운 교우들이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 교우들과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법륜스님

     

     

    종교 간 화합은 이런 것이구나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현장을 목격했다. 우리 한국의 정치권도 여야가 싸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 두 분처럼 서로 다른 점이 있어도 함께 교류하고 협력할 부분이 있다면 서로 협력하는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얼마나 국민들이 기뻐할까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법륜스님이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호소했던 바로 그 기도처럼 말이다.

     

     

    예배가 끝나고 교회 밖을 나오니 눈이 펑펑 내렸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라며 아이들이 펄쩍펄쩍 뛰며 신나했다. 하지만, 오늘 인 목사님과 법륜스님의 설교를 듣고 나니,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보다도 가장 추위에 떨고 있을 북한아이들, 철탑 농성자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가슴이 사무치도록 생각이 났다.

     

     

    법륜스님과 인명진 목사는 당장 새해부터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활동들을 시작한다고 한다. 나도 작게라도 함께 참여하겠다는 다짐을 거듭 하며 눈길을 보득보득 밟으며 돌아왔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성탄절 예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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