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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무척 오랜만에 아버지가 저희 집에 오셨습니다.
아버지는 분당에 거주하시고 저는 강남에 사는데, 한 달에 한두 번 저희가 아버지 댁에 가는 일은 있지만 아버지가 오시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암튼 여차저차 일이 생겨서 오시게 되었고, 집사람은 열심히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식탁에 앉아서 TV를 보는데 마침 뉴스 시간.
‘어? MBN이네?’
하며 저는 채널을 돌렸습니다.
순간 앞에 앉은 아내의 얼굴에 긴장하는 기색이 떠올랐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와 저는 근 20년간 정치관에 있어 늘 대립해 왔고, 특히 식탁에서 TV를 보다 언쟁을 하는 일이 많았으니까요. 아내는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달 전, 아버지와의 마지막 식탁 언쟁이 조금 크게 벌어졌던 기억이 있어서 저도 가급적이면 식사하며 일일이 대꾸하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먹은 참이었고, 아버지도 별 반응이 없으셨습니다. 채널을 돌린 건 진심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렇게 다른 채널 뉴스를 보는데, 지방선거 얘기가 나오더군요.
이번에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여쭤봤어요.
‘이번 선거는 누구 찍으세요?’
아내의 얼굴이 더 심각 해 집니다.
‘아무도 안 찍어.’
역시나 퉁명스러운 대답.
‘자한당 안 찍어요?’
‘찍을 놈이 없어.’
‘남경필 있잖아요. 그전에 잘 못했나?’
‘왜. 또 민주당 찍으라고?’
‘아뇨. 그런 건 아니구요.’
‘민주당 후보가 누군데?’
‘이재명이요.’
그 순간 아버지의 언성이 높아지십니다.
“그 놈은 진짜 나쁜 놈이야.”
“그쵸! 진짜 나쁜 놈인 거 같아요.”
이제껏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와 정치적 공감대를 이룬 순간이었습니다.
화색이 돌아온 아내가 한 마디 하더군요.
“두 분이 맞장구치는 거는 처음 봤네요.”
아버지랑 저는 한번 웃고, 공감대를 이어갔습니다.
“욕설 파일 들으신거죠?”
“어. 그게 아무리 그래도 가족한테 할 행동이 아니지.”
“그건 새발의 피에요.”
조금 망설이다가 덧붙여 말했습니다.
“그냥 남경필 찍으세요. 아들 문제가 있어도 이재명 보다는 나아요.”
“자한당이 들어서면 문재인한테 나쁜 거 아니냐?”
여기서 저는 조금 놀랐습니다.
대선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한테 문재인은 빨갱이었는데요.
“문재인 걱정을 다 하시네?”
“지금 한참 잘하고 있는데, 경기지사면 정권 입장에서도 중요한 자리잖어.”
“그러니까 이재명은 더 안되는거죠. 내부에 적이 될 수 있으니까.”
“그도 그렇네”
더 하면 분위기 깨질까봐 대화는 여기서 끝났습니다만,
서로의 내심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의 말투에는 ‘네가 오죽하면 자한당 찍으라는 말까지 할까’라는 의중이 묻어있었고, 저는 ‘아버지까지 문 대통령을 인정해 주신다니 정말 기쁩니다’라는 감정을 너무 티냈거든요.
아버지께서 투표를 하실지, 하셔도 누굴 찍으실지는 몰라도, 우리 가족이 이재명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 한 것만으로도 의문의 1승이라는 기분이 들어 좋았습니다.
거기다 문대통령에 대한 아버지의 인식변화도 알게 되었으니 더 바랄 게 없는 대화였죠.
이제 팔순에 625때 피난 내려와 공직자 생활을 오래 하신 아버지의 마음까지 돌려놓다니.... 문대통령은 참 대단하시네요.ㅋㅋㅋㅋ
이재명 얘기 하려했는데, 기승전문임. ^^
출처 |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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