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margin:0px 0px 6px;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박근혜정권 김장겸 사장 시절 파업 아나운서 땜방용으로 채용된 MBC 계약직 아나운서 10명이 신임 최승호 사장에게 ‘자기들은 지금 부당 해고된 것이니 전임 사장이 한 정규직 전환 약속을 지키라’며 시위 중이란다. 그리고 자기들은 세간에서 말하듯 ‘적폐 아나운서’가 아니며 ‘김장겸에 의해 취업 사기를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한다.</p> <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아아 참 안타까운 일이다. 누구든 먹고 살자고 노동을 하는 것이며 그 노동의 자리를 박탈당했을 때 분노하고 시위하는 것은 당연하고 존중되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직전 파업에는 왜 동참들을 안 한 거지? 계약직이라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회사에서 못하도록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자기들이 불리한 물음엔 계약직이라서 그런 거라 둘러대고 자기들을 희생해야 할 때엔 못하겠다는 이기주의들.</p> <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그들은 아나운서라는 밥벌이수단을 먼저 생각하기 이전에 자신들의 직업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관계 맺고 기여해야 하는가를 고려했어야 한다. 언<span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inline;font-family:inherit;">론이 정상화된 사회를 시청자들이 여망한다면 자기들의 MBC 합격은 ‘자기들이 어찌 쓰일지 모르고 응시한 취업 사기 피해자’가 아니라 앞뒤 상황 다 보고도 일단 MBC 마크를 달고 싶다는 욕망의 결과이지 않을까?</span></p> <div class="text_exposed_show" style="display:inline;font-family:Helvetica, Arial, sans-serif;color:#1d2129;font-size:14px;"> <p style="margin:0px 0px 6px;font-family:inherit;">원래 당신들 자리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 피해를 감수하는 선택을 한 것을 사기피해라고 부르지 않는다. 10명의 생존을 지켜주는 일과 ‘아나운서의 사회적 역할’을 지켜주는 일 사이의 선택을 두고 10명의 용사들은 어느 판단이 시청자들에게 이익을 주는 판단인지를 언론소비자들에게 물어보고 자기들의 갈 바를 결정했으면 한다.</p> <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inherit;">나는 이 10명의 용사들을 ‘적폐 아나운서’라고 딱지 붙여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사람의 생존권 투쟁에 대하여 적폐 운운하면 안 된다. 그러니 그네들에게 적폐라고 비난하는 대신 이렇게 말해주자. “안 됐네. 회사가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못하는 거니 어쩔 수 없잖니?” 지금 10명의 용사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는 ‘적폐 아나운서’라는 비난의 호칭이 아니라 ‘안 됐네. 내가 다른 일자리 주선해볼게“ 하는 정도의 동정이다.</p> <p style="margin:6px 0px;font-family:inherit;">일제 강점기 일본의 필요에 의해 한시적으로 채용된 공무원이 모두 숙청돼야할 친일파는 아니다. 그러나 해방이 됐다면 그 일제 강점기 공무원을 고스란히 재기용해야 한다는 것도 의무가 아니다. 지금 10명의 용사들이 떼를 써야 할 곳은 애먼 최승호 사장이 아니라 당신들을 이용만 해먹고 책임지지 않는 김장겸 씨이다. 번지수가 틀린 데모에 우리는 적폐라고 야단쳐선 안 된다. 그저 그냥 ”안됐네“ 한마디 정도는 해주자. 그것이 이별을 대하는 우리의 보편적 습속이다.</p></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