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안산에 갑자기 다녀왔습니다. 11월과 12월에 생일을 맞이할 학생들 중에서 공개된 자료를 찾기 힘든 학생들 위주로 가족분들 인터뷰하러 갔어요. 마침 퇴근하신 부모님들께서 합동분향소 대기실에 와 계셔서 가족분들 많이 만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은 학생들은 생일 당일에 이야기하고, 이미 생일이 지난 아이들에 대해서 어머님들이 해 주신 이야기들 여기다가 조금만 털어놓을게요. 자꾸 생각이 나고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요.
한겨레 잊지 않겠습니다에도 정수가 태권도 잘 했던 이야기는 나오는데요. 중학교 때 벌써 4단까지 땄대요. 저는 미성년자는 품띠(빨강/검정 반반 있는 띠)만 따는 줄 알았는데요. 어머님이 사진 보여주셨는데 정수는 체격이 좋아서 성인으로 심사받아서 그냥 4단 검은띠를 땄더라구요. 운동 진짜 잘 했던 거죠. 체격도 좋아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이미 185센티미터였대요. 운동선수 체격이었나봐요.
어머님이 8반 단체사진을 보여주셨는데요. 정수는 키가 크니까 가장자리에 서 있어요. 아마 단체로 뺨에 손가락 대고 귀여운 포즈 하게 됐나봐요. 근데 정수는 뺨에 손가락은 댔는데 너무 쑥스러워서 얼굴을 푹 찡그리고 있는 거예요. 점잖은 성격이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사진에서 체격은 다 큰 어른인데 애기 같은 하얀 얼굴에 뺨에 검지손가락 대고 부끄러워서 얼굴 잔뜩 찡그린 모습이 너무 귀여웠어요. 집에서는 주말에 쉬는 때 혼자서 밥도 해 먹고 그랬나봐요. 후라이팬 들고 뭔가 심각하게(?) 요리하는 사진도 어머님 핸드폰에 들어 있더라구요.
정수 생일은 3월 1일이었습니다. 2학년 6반 남현철... 지금도 실종 상태인 현철이랑 같이 생일이었어요.
* 8반 단체사진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8반 뿐만이 아니라 반별 단체사진은 여러 명이 함께 있기 때문에 생존학생도 있을 수 있고 가족분들께서 아이들 사진 공개를 꺼리시는 경우도 있고 등등 대단히 예민한 문제입니다. 혹시라도 페이스북이나 인터넷 등에서 단원고 반별 단체사진을 보시는 경우 절대 공유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승묵이 왜... 수퍼마켓 맏아들 있잖아요? 부모님이 팽목항 갔다가 열흘 뒤에 돌아와 봤더니 수퍼마켓 셔터에 승묵이 무사귀환을 바라는 쪽지가 하나 가득 붙어있었다는 그 집 아들요.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승묵이는 얼굴이 하얗고 늘씬한 체격이라 무슨 옷을 입어도 다 잘 어울렸다고 해요. 승묵이 어머님은 활달한 소년 같은 인상이신데요. 승묵이 보고 싶어서 요즘 많이 힘드시다고 하셨어요. 이 글 보시는 분들께 부탁드리는데요.. 꼭 누구 생일이 아니더라도 #1111 로 가끔 문자 보내서 아이들 기억한다고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분향소 안이랑 가족대기실에 언제나 가족분들이 와 계시기 때문에 합동분향소 전광판에 문자 보내시면 가족분들이 보시거든요.
현진이는 외동아들이래요. 현진이 아버님께 생일 동영상 usb를 보내드렸더니 고맙다고 전화를 주셨는데 제가 깜빡 못 받았어요. 그래서 다시 걸었는데요. 컬러링 음악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더라구요. 아버님은 어떤 마음으로 그 노래를 설정하셨을까요...
아버님 말씀이 유가족들끼리 모여 있을 때가 제일 마음이 편하다고 하시더라구요. 유가족 대기실에는 텔레비전이 있는데, 화면에 노란 리본이 붙어 있습니다. 가족분들 핸드폰이나 가방에도, 차 열쇠에도 물론 노란 리본이 달려 있구요. 차에도 온통 노란 리본입니다.
현진이 생일은 5월 9일이었습니다.
10월 말에 다시 안산 갈 예정입니다. 가서 아이들 이야기 또 많이 듣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세월호 게시판에도 아이들 이야기 부모님들 이야기 다 말씀드릴게요.
세월호를 기억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