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24일을 맞이하는 9월 21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희생 학생 그 누구의 생일도 아닙니다. 오늘 생일을 맞이한 단원고 학생은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의 가족분들 중에는 연로하신 할아버님이나 할머님이 손자녀의 죽음을 아시면 충격을 받으실까봐 알리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분향소에도 위패가 없습니다. 이름이 알려지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생일을 맞이하지 않은 어떤 학생이 있습니다. 이름은 물론 말할 수 없고 성별도 알릴 수 없으며 몇 반인지도 말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음료수를 좋아해서 식사 때면 꼭 그 음료수가 있어야 밥을 먹었고, 어른이 되면 외국에 나가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던 아이입니다. 착하고 다정하고 자기 앞가림도 척척 잘 하던 어떤 학생입니다.
다 큰 고등학생이었어도 부모님 눈에는 그저 뽈뽈 기어다니는 아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아가였습니다.
오늘 생일을 맞이하지 않은 그 아이를 기억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 많은 아이들이 이유 없이 죽었고,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상처를 입었고, 많은 가족들의 삶이 파괴되었고, 또 많은 분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짊어지고 오늘도 견뎌나가고 있다는 걸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세월호를 잊지 않고 함께 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