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백수가 됐어요.
사장이 성추행 해서 그만 뒀거든요.
시간도 많아지고 이리저리 생각을 하다가 계속 떠오르던 걸 만들어 봤네요.
휴지심 리폼인데요.
큰 건물에서 흔히 사용하는 엄청 큰 휴지 안에 있는 심을 리폼한 거에요.
여러가지를 안에 넣을 수 있겠지만 보통은 연필꽂이로 사용할거에요.
만들어볼까 생각한지는 며칠 됐는데 노란색 가죽끈 구하는 게 은근히 시간이 걸려서 못 만들었거든요.
사오자마자 이것저것 해서 만들어 보는데 검정색이 배경이라 본드 자국이 잘 보여서 결국 전체 프레임을 붙이기로 했네요.
음.
일년동안 어디에도 추모한다는 말 한 적 없어요.
사실 처음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다 죽었다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에 입을 다물었었죠.
상대방에 대한 실망을 하면 제 성격은 뒤집고 가만 안 두는 타입이라 일부러 안 보려고 한게 맞아요.
그냥 지켜보기만 했어요.
마음이 아파서 영화를 보던 드라마를 보던 아이들 관련된 것만 보면 눈물이 나더라구요.
해리포터를 봐도 우는 기현상-_-
누구에게도 얘기 안 하고 혼자서 지켜보고 리본을 사볼까 팔찌를 사볼까 둘러보고.
싫은 소리 하는 사람 만나면 분명 싸울건데 내가 견딜 수 있을까.
틈틈히 문자를 보내는 것 외에는 어찌 동참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러다 만들어봤어요.
요즘 제가 계속 하고 있는게 휴지심 리폼하는 거거든요.
석고방향제도 혼자 만들어보고 있어서 지인들에게 포장해서 보내주려고 꾸미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노란리본으로 만들어 놓고 나니 만드는 게 어려운 건 아닌데 이 마음으로 리본을 만드는 게 어색하더군요.
그냥.
리본 만드는 것에 익숙해질 정도로 만든 분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여덟개? 그 정도 만드는데도 저는 가슴이 복받쳐서 부들부들 떨리는데 익숙해질정도로 만들어 본 분들은 무슨 마음일까.
가진 프레임을 다 쓰고 오늘 다시 만들어야하는데 음.
솔직히 리본을 더 만들 생각하면 무섭기도 해요.
마음이 아파서.
문자를 하나 더 보내보고 혼자 주절주절 떠들어보고 만들어봐야겠어요.
다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