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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까맣게 잊었단 말 대신 하얗게 잊었단 말을 일부러 썼다
속이 까만 사람은 그렇게 의식적이다
2.
머리카락 한 올 못 넘기는 바람에도 버드나무는 엄살이로군
제 씨의 흰 솜털이 사방으로 날아가 때아닌 눈발처럼 날리네
끔뻑여본 눈에는 순간 겨울 풍경, 실로 대단한 엄살이다
3.
봄의 빗방울과 벚꽃잎이 가볍기로는 막상막하나
쳐다보는 심금에는 주먹이 누른 거 같군
떨어지는 것들끼리 만나 조용하게 다독이는구나
4.
밟으라고 깔아둔 거처럼 동백이 다 지고
낙화라는 말로에 저기 목련도 이미 원 없이 예뻐 봤단 듯 길을 차렸군
무심코라면 밟겠다만 일부러는 못 밟겠다
꽃이 졌다고 기억까지 달라진 건 아니니
5.
식당에서 흉흉한 사건의 뉴스를 보고 나온 길에
비구름이 한결 갠 햇볕은 어찌 이토록 유복하며
개똥 옆 들국화는 또 어찌 이토록 정겨운지
마음 한쪽은 뒤숭숭하건만 봄날의 고요함은 별개구나
6.
소복이 쌓인 벚꽃잎 보노라면
저거에 뒹굴어 온몸에다가 반창고처럼 붙이고 싶은데
체면이란 게 어지간히 성가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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