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div>[피노키오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div> <div>그의 코는 점점 길어져 갔지요</div> <div> <br></div> <div>"어? 내 코가"</div> <div> <br></div> <div>피노키오는 깜짝 놀랐답니다.</div> <div> <br></div> <div>"진실을 말하면 원래대로 돌아올거야"</div> <div> <br></div> <div>푸른 요정이 말했어요]</div> <div> <br></div> <div>동화책 피노키오가 선반에 펼쳐져 있었다.</div> <div>그 옆에는 깨끗하게 비어있는 재떨이가 놓여 있었고</div> <div>그 옆 침대에는 남녀 한 쌍이 방금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 듯</div> <div>땀을 흘리며 붙어있었다.</div> <div> <br></div> <div>남자가 입에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div> <div>그 손으로 다시 라이터를 가져와 엄지손가락을 움직이자 불똥이 튀었다.</div> <div>몇 번 틱틱거리던 라이터에 이내 불꽃이 피어오르자</div> <div>남자는 그것을 입에 물고 있는 얇은 담배에 가져갔다.</div> </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br></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div>"후..."</div> <div> <br></div> <div>남자가 숨을 내쉬자 흰색 연기가 몽그러니 뻗어나갔다.</div> <div>남자의 시선이 그 연기를 따라가다 연기가 이내 허무하게 사그라들자 </div> <div>동공이 빈 눈이 천장에 머물렀다.</div> <div> <br></div> <div>"뭐야 당신 담배 안 피운다고 했잖아"</div> <div> <br></div> <div>여자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div> <div>남자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div> <div> <br></div> <div>"아아 미안 거짓말이었어"</div> <div> <br></div> <div>잠시 동안 남자를 쏘아보던 여자가 이내 남자를 껴안는다.</div> <div> <br></div> <div>"끊어 나는 담배 피우는 남자 싫어"</div> <div> <br></div> <div>그녀의 도톰한 가슴이 바짝 붙자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div> <div>피곤한지 눈을 감은 채 바짝 붙어있는 그녀를</div> <div>왼팔로 감싼 남자는 몽환에 젖어 중얼거렸다.</div> <div> <br></div> </div> <div style="font-family:dotum;font-size:13.3333px;"> <div> <div>"우리가 처음 만난 게 게임이었던가?"</div> <div> <br></div> <div>"응 맞아 당신 아이디 정말 특이했어 피노키오라니"</div> <div> <br></div> <div>"맞아 내 아이디가 좀 특이하긴 하지"</div> <div> <br></div> <div>여자를 감싸고 있던 손을 들어 올린 남자는 이내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div> <div>몽롱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내뱉었다.</div> <div> <br></div> <div>"혹시 피노키오에 대해 알아?"</div> <div> <br></div> <div>반쯤 풀려버린 목소리로 여자가 답한다.</div> <div> <br></div> <div>"으음... 내가 바본 줄 알아 피노키오를 모르게"</div> <div> <br></div> <div>피식 웃은 남자는 그저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div> <div>어느새 잠들었는지 여자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려오고</div> <div>남자는 어둠을 스케치북 삼아 회상을 그려내기 시작했다.</div> <div> <br></div> </div> <div> <div>"내가 6살 때 말이야..."</div> <div> <br></div> <div>남자는 잠시 그때로 돌아갔다. </div> <div>이미 커버린 뇌는 몽롱한 정신 속에 </div> <div>그때의 불완전한 기억을 떠올려냈다.</div> <div> <br></div> <div>커다란 눈망울에 흰 피부, 오뚝한 코에 붉은 입술 뭐로 보나 남자의 엄마는 상당한 미인이었다.</div> <div>그리고 그날 남자에게 엄마는 피노키오라는 동화를 읽어주고 있었다.</div> <div>몇 번 읽은 동화였지만 남자는 그저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게 좋아 가만히 눈을 감고 듣고 있었다.</div> <div> <br></div> <div>그때 엄마의 청량한 목소리가 환청처럼 생생하게 들려왔다.</div> <div> <br></div> <div>"피노키오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div> <div>그의 코는 점점 길어져 갔지요</div> <div> <br></div> <div>어? 내 코가</div> <div> <br></div> <div>피노키오는 깜짝 놀랐답니다.</div> </div> <div> <br></div> <div> <div style="font-size:13.3333px;">진실을 말하면 원래대로 돌아올거야</div> <div style="font-size:13.3333px;"> <br></div> <div style="font-size:13.3333px;">푸른 요정이 말했어요"<br></div> </div> <div> <div style="font-size:13.3333px;"> <br></div> <div> <div>[따르릉따르릉]</div> <div> <br></div> <div>엄마의 목소리에 불청객처럼 전화 음이 껴들었다. </div> <div>엄마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동화책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는다.</div> <div>그리고 다시는 동화책을 읽어주지 못할 사건이 벌어졌다.</div> <div> <br></div> <div>"뭐라고요? 그이가 교통사고를요?"</div> <div> <br></div> <div>엄마는 황급히 남자와 채비를 갖춰 병원으로 달려갔다. </div> <div>평소에 굳세게 보이던 아버지가 머리에 붉게 물든 붕대를 감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div> <div>아버지 위에 허물어지듯 쓰러진 엄마가 눈물을 흘렸다.</div> <div> <br></div> <div>그렇게 아버지가 사라진 후 남자는 엄마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div> <div>처음 해보는 가장이란 역할이 버거웠는지 엄마는 언제나 새벽처럼 나가 밤에 들어오곤 했다.</div> <div> <br></div> <div>그러나 그것도 몇 달이 가지 못했다.</div> <div>남자에게 소풍을 가자 말한 엄마는 고아원이라 </div> <div>써져있는 곳에서 남자와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div> <div>그리고는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div> <div style="font-size:13.3333px;"> <br></div> </div> </div> <div> <div>"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데리러 올 테니까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알았지?"</div> <div> <br></div> <div>뭣 모르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씩씩하게 응이라고 대답했다.</div> <div>그는 엄마가 너무 좋았고 엄마랑 함께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견딜 수 있었다.</div> <div>그러나 엄마는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div> <div> <br></div> <div>남자는 고아원에서 늘 피노키오란 책만 읽었다. </div> <div>그리고 항상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부분에서</div> <div>멈춰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곤 했다. </div> <div>엄마가 읽어주던 그때를 그리듯이...</div> <div> <br></div> <div>"... 엄마는 그 이후로 돌아오질 않았어 나는 늘 생각했지 </div> <div>엄마가 거짓말했다면 그 순간 코가 길어졌을 거라고"</div> <div> <br></div> <div>여자가 남자의 품에 조금 더 파고들었다. </div> <div>남자는 여전히 여자를 쓰다듬으며 다른 기억을 그리기 시작했다.</div> <div> <br></div> <div>"우리가 처음 만난 게 게임 속이었지? </div> <div>네가 다른 유저에게 죽을 뻔한 걸 내가 구해줬으니까..."</div> <div> <br></div> <div>남자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품에 기대 있는 여자를 보았다.</div> </div> <div style="font-size:13.3333px;"> <br></div> <div> <div>"... 그거 우연 같아 보였지만 사실 며칠 동안 따라다니며 기회를 엿보고 있던 거였어"</div> <div> <br></div> <div>남자는 잠시 동안 여자가 자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담배 하나를 물고 불을 붙였다.</div> <div>동공이 풀린 남자의 눈이 연기를 따라 과거로 돌아가고 있었다.</div> <div> <br></div> <div>"내 직업이 너한테 변호사라 했었던가..."</div> <div> <br></div> <div>남자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div> <div> <br></div> <div>"거짓말이야 하루 종일 게임에 접속해 있는 내가 어떻게 변호사겠어"</div> <div> <br></div> <div>남자는 조심스럽게 여자의 머리를 들어 팔을 빼내며 이어갔다.</div> <div> <br></div> <div>"물론 홍대 쪽에 산다는 말도 거짓말이야 별장이라 했지만 사실 여기가 내 집이거든"</div> <div> <br></div> <div>남자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꺼버린 다음 몸을 돌려 여자의 볼을 쓰다듬었다.</div> <div> <br></div> <div>"네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감옥이라 했지? </div> <div>사실 나는 그거 표지조차 본적도 없어"</div> <div> <br></div> <div>남자가 작게 큭큭 거렸다.</div> <div> <br></div> <div>"아닌가 표지는 봤던가 너한테 잘 보이려고 인터넷에서 찾아봤거든"</div> </div> <div style="font-size:13.3333px;"> <br></div> <div> <div>남자는 허공을 응시하며 기억을 더듬어냈다.</div> <div> <br></div> <div>"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도플갱어라는 거 역시 거짓말이야</div> <div>그것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말한 거거든"</div> <div> <br></div> <div>[덜컹]</div> <div> <br></div> <div>그 순간 필사적으로 바람이 산장의 창문에 부딪쳤다.</div> <div>이내 힘을 잃은 바람은 비틀비틀거리다 다른 바람에 휩쓸려버렸다.</div> <div>남자는 잠시 그대로 굳어버렸다.</div> <div> <br></div> <div>"뭐 뭐야?"</div> <div> <br></div> <div>여자가 잠꼬대를 하듯 묻자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다독였다.</div> <div> <br></div> <div>"바람소리야 괜찮아 더 자"</div> <div> <br></div> <div>남자의 멈췄던 손이 다시 여자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div> <div>여자는 이내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고</div> <div>여자가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한 남자는 조심스레 침대에서 빠져나왔다.</div> </div> <div style="font-size:13.3333px;"> <br></div> <div> <div>"내가 너한테 말한 유일한 진실은 내가 거짓말을 혐오한다는 거야"</div> <div> <br></div> <div>남자는 식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div> <div> <br></div> <div>"아까 피노키오를 아냐고 물었지?"</div> <div> <br></div> <div>식탁에 다다르자 남자의 시선이 잠시 식탁 위를 훑었다.</div> <div>아직 치우지 않은 잔재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식탁엔</div> <div>기름기 가득한 접시와 몇 점 남은 고기 등 여러 가지가 난잡하게 놓여 있었다. </div> <div>그중 남자의 시선이 고기를 썰 때 사용했던 칼로 향했다.</div> <div> <br></div> <div>"넌 몰라 피노키오를... </div> <div>사실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건</div> <div>죄책감이 커져가는 걸 표현했다는걸... </div> <div>노는 걸 좋아하고 거짓말로 합리화를 하는 피노키오의 모습은</div> <div>어린아이의 모습이랑 똑같다는걸''</div> </div> <div style="font-size:13.3333px;"> <br></div> <div> <div>남자는 조심스레 칼을 집어 들었다. </div> <div> <br></div> <div>"미안해 내 코가 너무 길어져 버렸어"</div> <div> <br></div> <div>여자가 자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자가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div> <div> <br></div> <div>"잘 가 푸른 요정"</div> <div> <br></div> <div> <br></div> <div> <br></div> <div>하얀 덩어리들이 몰아치고 있었다.</div> <div>뱀처럼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휘몰아치던 바람이 </div> <div>얼어붙은 땅을 덮고 있는 남자를 관찰했다.</div> <div> <br></div> <div>이내 다 덮었는지 남자는 삽을 내려놓았고 </div> <div>추운 날씨인데도 어느새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div> </div> <div style="font-size:13.3333px;"> <span style="font-size:10pt;"><br></span> </div> <div> <div>남자는 앞에다 얇고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았다.</div> <div>마치 피노키오의 코처럼 얇고 긴 막대였다.</div> <div>그리고 그 옆에는 그런 막대가 꽂혀져 있는 무덤이 4개나 더 있었다. </div> <div>그중 맨 첫 번째 막대에는 제페토라고 써져있었다.</div> <div> <br></div> <div>물론 그 밑에는 이제는 뼛조각이 되어버린 이름도 모르는 산장 주인이 묻혀있었다.</div> <div> <br></div> <div>남자는 품을 뒤져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다음 </div> <div>한 모금 피곤 무덤에 향 대신 꽂아놓았다.</div> <div> <br></div> <div>"담배를 싫어한다 했던가...</div> <div>이젠 상관없을 테지"</div> <div> <br></div> <div>남자는 멀지 않은 거리를 걸어 다시 집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div> <div>남자를 관찰하던 바람이 따라 들어오며 선반에 놓여있던 </div> <div>피노키오란 동화책의 페이지가 한 장 넘어갔다.</div> </div> <div style="font-size:13.3333px;"> <br></div> <div> <div>그러자 빨간색으로 크게 X 표가 쳐져 있는 페이지가 나왔다.</div> <div>그 밑에는 남자가 적은 듯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div> <div> <br></div> <div>[피노키오는 진실을 말하는 대신 제페토 할아버지 몰래 훔쳐 온 칼을 주머니에서 꺼냈어요</div> <div>그리고는 푸른 요정을 찔러버렸죠 푸른 요정은 숨도 못 쉰 채 바닥으로 떨어져 갔답니다.</div> <div>푸른 요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피노키오는 이내 그 칼로 자신의 코를 잘라버렸어요</div> <div>이제 피노키오의 거짓말은 없던 게 돼버렸답니다.]</div> <div> <br></div> <div>외투를 걸어놓은 남자는 책상으로 다가가 컴퓨터를 켰다.</div> <div>그리고는 바탕화면에 보이는 게임 아이콘을 클릭한 다음 </div> <div>아이디 창에 pinokio라고 적고 접속했다.</div> <div> <br></div> <div>전반적으로 pk가 주 목적인 이 게임에서 유저가 다른 유저를 죽이는 짓은 빈번했다.</div> <div>그리고 지금도 어떤 캐릭터가 여성 유저로 보이는 캐릭터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div> <div>현실에서 미소를 지은 남자는 키를 조작해 그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