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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 1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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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5660
    작성자 : 낮에나온달
    추천 : 1
    조회수 : 227
    IP : 175.209.***.176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4/23 20:44:36
    http://todayhumor.com/?readers_35660 모바일
    피노키오
    옵션
    • 창작글
    [피노키오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의 코는 점점 길어져 갔지요

    "어? 내 코가"

    피노키오는 깜짝 놀랐답니다.

    "진실을 말하면 원래대로 돌아올거야"

    푸른 요정이 말했어요]

    동화책 피노키오가 선반에 펼쳐져 있었다.
    그 옆에는 깨끗하게 비어있는 재떨이가 놓여 있었고
    그 옆 침대에는 남녀 한 쌍이 방금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 듯
    땀을 흘리며 붙어있었다.

    남자가 입에 담배 한 개비를 물었다.
    그 손으로 다시 라이터를 가져와 엄지손가락을 움직이자 불똥이 튀었다.
    몇 번 틱틱거리던 라이터에 이내 불꽃이 피어오르자
    남자는 그것을 입에 물고 있는 얇은 담배에 가져갔다.

    "후..."

    남자가 숨을 내쉬자 흰색 연기가 몽그러니 뻗어나갔다.
    남자의 시선이 그 연기를 따라가다 연기가 이내 허무하게 사그라들자 
    동공이 빈 눈이 천장에 머물렀다.

    "뭐야 당신 담배 안 피운다고 했잖아"

    여자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아 미안 거짓말이었어"

    잠시 동안 남자를 쏘아보던 여자가 이내 남자를 껴안는다.

    "끊어 나는 담배 피우는 남자 싫어"

    그녀의 도톰한 가슴이 바짝 붙자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피곤한지 눈을 감은 채 바짝 붙어있는 그녀를
    왼팔로 감싼 남자는 몽환에 젖어 중얼거렸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게 게임이었던가?"

    "응 맞아 당신 아이디 정말 특이했어 피노키오라니"

    "맞아 내 아이디가 좀 특이하긴 하지"

    여자를 감싸고 있던 손을 들어 올린 남자는 이내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몽롱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혹시 피노키오에 대해 알아?"

    반쯤 풀려버린 목소리로 여자가 답한다.

    "으음... 내가 바본 줄 알아 피노키오를 모르게"

    피식 웃은 남자는 그저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어느새 잠들었는지 여자의 숨소리가 새근새근 들려오고
    남자는 어둠을 스케치북 삼아 회상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내가 6살 때 말이야..."

    남자는 잠시 그때로 돌아갔다. 
    이미 커버린 뇌는 몽롱한 정신 속에 
    그때의 불완전한 기억을 떠올려냈다.

    커다란 눈망울에 흰 피부, 오뚝한 코에 붉은 입술 뭐로 보나 남자의 엄마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리고 그날 남자에게 엄마는 피노키오라는 동화를 읽어주고 있었다.
    몇 번 읽은 동화였지만 남자는 그저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 게 좋아 가만히 눈을 감고 듣고 있었다.

    그때 엄마의 청량한 목소리가 환청처럼 생생하게 들려왔다.

    "피노키오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의 코는 점점 길어져 갔지요

    어? 내 코가

    피노키오는 깜짝 놀랐답니다.

    진실을 말하면 원래대로 돌아올거야

    푸른 요정이 말했어요"

    [따르릉따르릉]

    엄마의 목소리에 불청객처럼 전화 음이 껴들었다. 
    엄마는 잠시만 기다리라며 동화책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는 동화책을 읽어주지 못할 사건이 벌어졌다.

    "뭐라고요? 그이가 교통사고를요?"

    엄마는 황급히 남자와 채비를 갖춰 병원으로 달려갔다. 
    평소에 굳세게 보이던 아버지가 머리에 붉게 물든 붕대를 감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아버지 위에 허물어지듯 쓰러진 엄마가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아버지가 사라진 후 남자는 엄마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처음 해보는 가장이란 역할이 버거웠는지 엄마는 언제나 새벽처럼 나가 밤에 들어오곤 했다.

    그러나 그것도 몇 달이 가지 못했다.
    남자에게 소풍을 가자 말한 엄마는 고아원이라 
    써져있는 곳에서 남자와 함께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남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데리러 올 테니까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알았지?"

    뭣 모르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씩씩하게 응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엄마가 너무 좋았고 엄마랑 함께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엄마는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남자는 고아원에서 늘 피노키오란 책만 읽었다. 
    그리고 항상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부분에서
    멈춰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곤 했다. 
    엄마가 읽어주던 그때를 그리듯이...

    "... 엄마는 그 이후로 돌아오질 않았어 나는 늘 생각했지 
    엄마가 거짓말했다면 그 순간 코가 길어졌을 거라고"

    여자가 남자의 품에 조금 더 파고들었다. 
    남자는 여전히 여자를 쓰다듬으며 다른 기억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게 게임 속이었지? 
    네가 다른 유저에게 죽을 뻔한 걸 내가 구해줬으니까..."

    남자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품에 기대 있는 여자를 보았다.

    "... 그거 우연 같아 보였지만 사실 며칠 동안 따라다니며 기회를 엿보고 있던 거였어"

    남자는 잠시 동안 여자가 자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담배 하나를 물고 불을 붙였다.
    동공이 풀린 남자의 눈이 연기를 따라 과거로 돌아가고 있었다.

    "내 직업이 너한테 변호사라 했었던가..."

    남자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거짓말이야 하루 종일 게임에 접속해 있는 내가 어떻게 변호사겠어"

    남자는 조심스럽게 여자의 머리를 들어 팔을 빼내며 이어갔다.

    "물론 홍대 쪽에 산다는 말도 거짓말이야 별장이라 했지만 사실 여기가 내 집이거든"

    남자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꺼버린 다음 몸을 돌려 여자의 볼을 쓰다듬었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감옥이라 했지? 
    사실 나는 그거 표지조차 본적도 없어"

    남자가 작게 큭큭 거렸다.

    "아닌가 표지는 봤던가 너한테 잘 보이려고 인터넷에서 찾아봤거든"

    남자는 허공을 응시하며 기억을 더듬어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도플갱어라는 거 역시 거짓말이야
    그것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말한 거거든"

    [덜컹]

    그 순간 필사적으로 바람이 산장의 창문에 부딪쳤다.
    이내 힘을 잃은 바람은 비틀비틀거리다 다른 바람에 휩쓸려버렸다.
    남자는 잠시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 뭐야?"

    여자가 잠꼬대를 하듯 묻자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다독였다.

    "바람소리야 괜찮아 더 자"

    남자의 멈췄던 손이 다시 여자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여자는 이내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고
    여자가 완전히 잠든 걸 확인한 남자는 조심스레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내가 너한테 말한 유일한 진실은 내가 거짓말을 혐오한다는 거야"

    남자는 식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아까 피노키오를 아냐고 물었지?"

    식탁에 다다르자 남자의 시선이 잠시 식탁 위를 훑었다.
    아직 치우지 않은 잔재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식탁엔
    기름기 가득한 접시와 몇 점 남은 고기 등 여러 가지가 난잡하게 놓여 있었다. 
    그중 남자의 시선이 고기를 썰 때 사용했던 칼로 향했다.

    "넌 몰라 피노키오를... 
    사실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건
    죄책감이 커져가는 걸 표현했다는걸... 
    노는 걸 좋아하고 거짓말로 합리화를 하는 피노키오의 모습은
    어린아이의 모습이랑 똑같다는걸''

    남자는 조심스레 칼을 집어 들었다. 

    "미안해 내 코가 너무 길어져 버렸어"

    여자가 자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남자가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잘 가 푸른 요정"



    하얀 덩어리들이 몰아치고 있었다.
    뱀처럼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휘몰아치던 바람이 
    얼어붙은 땅을 덮고 있는 남자를 관찰했다.

    이내 다 덮었는지 남자는 삽을 내려놓았고 
    추운 날씨인데도 어느새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남자는 앞에다 얇고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았다.
    마치 피노키오의 코처럼 얇고 긴 막대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런 막대가 꽂혀져 있는 무덤이 4개나 더 있었다. 
    그중 맨 첫 번째 막대에는 제페토라고 써져있었다.

    물론 그 밑에는 이제는 뼛조각이 되어버린 이름도 모르는 산장 주인이 묻혀있었다.

    남자는 품을 뒤져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다음 
    한 모금 피곤 무덤에 향 대신 꽂아놓았다.

    "담배를 싫어한다 했던가...
    이젠 상관없을 테지"

    남자는 멀지 않은 거리를 걸어 다시 집으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남자를 관찰하던 바람이 따라 들어오며 선반에 놓여있던 
    피노키오란 동화책의 페이지가 한 장 넘어갔다.

    그러자 빨간색으로 크게 X 표가 쳐져 있는 페이지가 나왔다.
    그 밑에는 남자가 적은 듯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피노키오는 진실을 말하는 대신 제페토 할아버지 몰래 훔쳐 온 칼을 주머니에서 꺼냈어요
    그리고는 푸른 요정을 찔러버렸죠 푸른 요정은 숨도 못 쉰 채 바닥으로 떨어져 갔답니다.
    푸른 요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피노키오는 이내 그 칼로 자신의 코를 잘라버렸어요
    이제 피노키오의 거짓말은 없던 게 돼버렸답니다.]

    외투를 걸어놓은 남자는 책상으로 다가가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는 바탕화면에 보이는 게임 아이콘을 클릭한 다음 
    아이디 창에 pinokio라고 적고 접속했다.

    전반적으로 pk가 주 목적인 이 게임에서 유저가 다른 유저를 죽이는 짓은 빈번했다.
    그리고 지금도 어떤 캐릭터가 여성 유저로 보이는 캐릭터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현실에서 미소를 지은 남자는 키를 조작해 그쪽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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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23 22:24:42  112.171.***.35  윤인석  72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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