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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5504
    작성자 : 낮에나온달
    추천 : 2
    조회수 : 285
    IP : 175.209.***.11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3/17 22:09:56
    http://todayhumor.com/?readers_35504 모바일
    기묘한 일상 (올가미편)
    옵션
    • 창작글

    역겹다.

    그것이 처음 본 남자의 솔직한 소감이었다.

    빼빼 마른 꼴을 보고 있자니 자신의 목숨을 끊어줄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거기에 반응한 것인지 올가미가 유혹하듯 흐느적거렸다.


    남자는 뱀이 춤을 추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밖에 없는 뱀, 

    끊임없이 허기져 무언가를 삼키지만, 뒤로는 뱉어내야만 하는 

    저주의 굴레에 걸린 불쌍한 존재


    순간 이게 불쌍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남자를 사로잡았다. 

    어쨌든 삼키진 못하지만, 그것은 숨통을 콱 조여서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뱀은 삶을 먹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 모습이 더욱 역겹게 느껴졌다.

    남자는 이 뱀의 모습을 품평한 자신이 외모지상주의자 같다 생각이 들었지만

    상관은 없었다. 그 품평의 대가로 곧 자신의 삶을 먹이로 줄 생각이었으니까….


    문득 이 뱀 앞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섰을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죽으면 사라져버릴 생각이었지만 호기심은 죽음보다 집요한 구석이 있었다.

    호기심을 위해 목숨을 버린 사례도 많은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았다.


    "잠깐 죽을지 모르고 호기심에 도전했던 걸까?"


    의문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자 남자는 고개를 흔들어 털어버린 후 

    두 손으로 올가미의 양옆을 잡았다.

    어쨌든 일생에 마지막으로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이 작업이 끝나면 더는 무언가에 매달릴 일은 없을 테니까….


    올가미에 목을 들이밀려던 남자가 잠시 멈칫했다. 

    겪어보진 않았지만, 올가미에 매달리면 아마도 끔찍하게 아플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사람은 누구든 사디즘과 마조히즘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가 마조히즘 경향이 있었던가?"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는 모르지만, 목을 매는 건 어쨌든 마조히즘에 가까웠다.

    생각해보니 자신을 괴롭힌다는 의미에선 사디즘에 가까울지도 몰랐다.


    남자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든 목을 맨다면 자신의 성향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기지 않고서야 금방 편해질 테니까….


    갑자기 사람은 극도의 고통을 느끼면 엔도르핀의 분비로 쾌락을 느낀다는 소리가 떠올랐다. 

    아마 그래서 한때 위험한 기절놀이가 유행했었고

    목매달아 죽으면 극도의 쾌락에 죽을 수 있다는 소리도 번졌었다.


    남자는 그게 전부 다 개소리라 생각했다.

    이제 죽을 것인데 쾌락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쾌락 속에 죽는다니…. 퍽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지금 자신이 사치를 행하려 하고 있었다.


    남자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죽을 거라 그런지 쓸데없이 잡생각이 길어지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뱀!"


    올가미 양옆을 꽉 붙잡은 남자는 크게 소리친 다음 입을 향해 목을 들이밀려 했다.


    `나는 뱀이 아니야.`


    그 순간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란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그게 마음속에서 들린 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남자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을 쳐다보았다.


    "그럼 넌 뭐지?"


    `난 거울이야.`


    "거울? 하."


    올가미의 개소리에 남자가 헛웃음을 지었다.


    "아무것도 비추지 못하는 네가 거울이라고?"


    `나는 마음을 비쳐`


    "마음?"


    올가미의 말에 남자는 당황했다. 그리고 올가미는 남자의 의문을 곧 해결해주었다.


    `그래 네가 지금 네 마음을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잖아.`


    정곡이라도 찔린 것인지 남자는 자존심이 상했다.

    갑자기 이런 흐느적거리는 놈한테 죽는다는 게 수치처럼 느껴졌다.

    남자는 가위를 가지고 와 올가미를 잘라버렸다.

    후련함으로 변장하고 있던 허무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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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3/17 23:36:50  112.171.***.35  윤인석  721556
    [2] 2021/03/18 21:38:16  211.105.***.199  빨간냄비  306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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