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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나온달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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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33272
    작성자 : 낮에나온달
    추천 : 1
    조회수 : 181
    IP : 175.213.***.140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9/02/19 19:59:05
    http://todayhumor.com/?readers_33272 모바일
    시간 악마 (젊은 여인 1)
    옵션
    • 창작글

    샛별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갓 태어난 핏덩이지만 그것이 이 아이의 외모를 가릴순 없다.

    너무 눈부시고 아름다워 부족한 나의 언어로는 표현할수가 없다.

    갓 태어난 아기는 원숭이같이 생겼다는데

    이 아이는 마치 비너스의 탄생을 보는거 같다.

    하늘이 나에게 한명의 천사를 내려주었다.

     

    -로리 완의 일기중- 

     



    볼링공 위에 짐볼을 얹고 거기에 앙상한 나뭇가지 4개를 꽂는다면 

    금 딱 악마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을것이다. 

     

    소파에 거꾸로 누운 자세로 책상에 앉아있는 비서를 바라보던 악마는 

    갑자기 몸을 빙글 돌려 똑바로 앉았다. 

    할 일이 없어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던 비서의 시선을 그 행동이 잡아 끌었다.  

     

    "홍차 두잔 준비해줘 손님이 올거야"

     

    말을 마친 악마는 방금전의 모습따윈 어디로 갔는지 

    어느새 하얀 수염을 기른 점잖은 노 신사로 변해 있었다.

    거기다 눈에 끼고있는 외눈 안경은 그런 악마의 모습에 

    고상함을 부각시키고 있었다.

     

    튕겨나가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배부분에서 학대받던 단추도 

    어느새 슬림해진 몸에 맞춰 위치해 있었고 

    짧고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보이던 팔다리 역시 

    길쭉길쭉하게 변해 전체적으로 말끔해 보이는 맵시였다.

     

    "이 손님은 이 모습에 신뢰를 느끼겠지..."

     

    혼잣말을 중얼거린 악마는 다리를 포개고 양손을 그 위에 올려 점잖은 자세를 취했다.

    다만 오랜만의 손님이라 약간 흥분한게 손가락을 

    까닥까닥 거리는걸로 드러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을 올라오는 구두의 또각또각 소리가 나지막이 복도를 울렸다. 

     

    그리고 구두 소리가 멈추자 젊은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언제나 맞아떨어지던 악마의 예견이 이번에도 맞은 셈이었다. 

     

    칙칙했던 사무실이 갑자기 화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차를 내오려던 비서는 메두사의 얼굴을 본것처럼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다만 메두사와는 정 반대로 너무 아름다워서 빛이 그녀를 따라 들어왔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물살에 깎이는 바위처럼 악마랑 수없이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세월에 감정이 깎여나간 비서였지만 들어온 여자는 질투가 치솟을 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사무실을 살피던 여자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기가 시간을 빌려준다는..."

     

    노신사의 얼굴을 한 악마는 그 얼굴에 맞게 지긋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앉으시지요"

     

    여자는 악마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여자의 외모에 잠시 넋을 잃은 채 바라보던 비서는 

    뒤늦게야 황급히 찻잔 두개를 여자와 악마의 앞에 나란히 놔두고 책상으로 돌아와 앉았다. 

     

    둘은 잠시 침묵하며 홍차를 홀짝였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보는 어색한 사이에 생긴 침묵의 벽을

    깨기란 상당히 조심스러운 법이었다.

     

    "오드입니다."

     

    악마의 말에 비서는 실소를 지었다. 악마는 비서 자신에겐 그냥 악마라 부르라 했지만 

    다른 사람에겐 항상 그때마다 즉석에서 떠오르는 가명으로 자신을 소개하곤 했다.

    그건 비서 나름의 즐거움이였고 또 하나의 가명이 노트에 추가되었다.

     

    "아 제 이름은 로리영이예요"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다시 우물쭈물 거리다 찻잔을 들어올렸다. 

    그 다음부터는 손님의 몫이었기에 악마 역시 홍차를 홀짝이며 

    느긋하게 손님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저... 시간은 어떤식으로 빌려주나요?"

    "끙"

     

    우선 악마는 머리 굴릴 시간을 벌어야 했기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 질문이 나올줄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도 설명하기가 상당히 난처했다.

    원래 자신이 알고있는걸 남한테 설명하는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인데 상당히 난해한 개념인 시간을 

    인간에게 설명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 내리는 건 악마에게도 꽤 벅찬 일이었다. 

     

    그리고 평소라면 그런 악마의 난감해 하는 모습을 보는것이 비서의 즐거움 중 하나였지만 

    그녀는 지금 로리영의 외모에 정신이 팔려 즐거움을 놓치고 있었다. 


    마땅히 설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악마는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솔직하게 대답을 상대에게 넘겼다.

     

    "설명하기 힘들군요 어떤 방식을 원하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잠시 망설이며 눈치를 보던 로리영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저는 영원히 20살이길 원해요"

     

    외눈 안경을 살짝 들어올린 악마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 합니다. 다만 가격이..."

     

    돈 얘기가 나오자 마음이 다급해진 로리영은 악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껴들었다.

     

    "지금 당장은 돈이 없어요 하지만 조만간 대금을 치를수 있을거예요 

    얼마 후에 결혼하는데 남편이 졸부거든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악마는 다리를 반대로 꼬았다.

    이미 그의 태도에서 여유를 되찾은게 묻어나왔다.

     

    "대금은 지금 당장 치루시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당신의 시간을 항상 20살로 고정시켜야 하는건 달마다 누진 금액이 청구됩니다."

     

    로리영은 고개를 숙였고 악마는 그녀가 생각에 잠길수 있도록 침묵했다.

     

    "얼마죠?"
     

    "첫 달은 우선 싸게해드리죠 5글렌입니다. 

    하지만 다음 달부터는 금액이 조금씩 더 추가될겁니다."

     

    "왜 그런지 알고싶은데요" 

     

    손해보는 기분이 들었는지 로리영이 새침하게 물었고

    그녀가 생각에 잠겨있을때 이미 방법을 생각해 둔 악마는 유려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의 시간을 0이라고 치면..."

     

    악마는 양쪽 검지 손가락으로 테이블 중앙을 짚은 다음 오른쪽 손가락만 옆으로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점점 0에서 멀어져 갑니다. 

    하지만 당신의 나이는 고정되어야 하니 항상 0이어야 합니다."

     

    다시 오른쪽 손가락을 왼쪽 손가락에 붙인 악마는 

    두 손가락을 가지고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하며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간이 1, 2,10, 60이 되어도 당신은 0으로 고정됩니다.

    그렇지만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고정시키기란 힘든 법이지요" 

     

    악마의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모른 채 

    시간의 개념에 대해 알지 못하는 로리영과 비서는 그저 고개만 끄떡거렸다.

     

    "좋아요 그렇게 하겠어요 근데... 정말 가능한거 맞죠?"

     

    로리영이 조심스럽게 되물어오자 

    너털웃음을 터트린 악마가 호탕하게 장담했다.

     

    "만약 당신의 모습에 변화가 생긴다면 모든 금액을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다만 당신은 아기를 낳을수 없습니다. 

    아기는 신체의 변화를 주며 당신의 시간을 투자해야 가능한 산물이니까요 

    괜찮으시겠습니까?" 

     

    로리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악마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여전히 넋이 나간 채 로리영을 보고있는 비서를 불렀다. 

     

    "여기 계약서를 좀 가져다주겠어?"

     

    그제서야 비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로리영 앞에 계약서와 펜을 내려놓고 제자리로 돌아온 비서는

    로리영의 외모에 홀려 다시 눈이 점점 몽롱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꼼꼼히 계약서를 읽던 로리영은 가뿐히 펜을 놀려 자신의 이름을 썼고

    악마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좋습니다. 금액은 다음 달에 받으러 가겠습니다."

     

    악마의 말을 끝으로 더 볼일이 없던 로리 영은 미련없이 출입문을 열고 나가 버렸고 

    빛 역시 그녀를 따라 사라져버렸다.

     

    악마의 사무실은 어느새 다시 칙칙했던 풍경으로 돌아와 있었다.

    낮에나온달의 꼬릿말입니다
    작가의 말: 손가락 왔다갔다 해본거 다 알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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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19 20:28:39  121.147.***.206  방랑돌  721556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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