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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와 글과 너, 수용과 생산의 혼돈, 책 게시판.
방금 핥은 통조림의 겉면이 상했던 건지 구역질이 올라왔다. 잠시 요리하고 남은 통조림이라 주방세제 옆에 둔 것이 잘못이었던 듯 했다. 에어컨 실외기가 부엌에 매달려 한 여름의 썩어가는 냄새를 퍼지게 했다.
그런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썩기 직전, 무르익어 터질 듯한 과일이 제일 달다 했다. 내 마음의 달큰한 냄새는 이미 지나가고 터져버린 과즙이 다리 사이로 빨갛게 흘렀다. 손으로 찍어 입가에 문지르자 비린 냄새가 짙게 일어났다가 금방 사라졌다.
책상 앞에 앉아 화면 위의 커서를 보았다. 깜박거리는 모습이 날 멍하게 만들었다. 자판은 두들길 때마다 무거워졌다. 글이 무서웠다.
모니터의 글은 난잡하고 정리되어 있지 않아 구역질이 올라왔다. 잠시 쓰다만 글이라 잉크가 터져버린 펜 옆에 둔 것이 잘못이었던 듯 했다. 노트북 소리가 핸드폰 진동소리처럼 들려 괜히 마음에도 진동을 가져왔다.
바깥에서는 아이가 울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아이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내가 죽여버린 아이가 있었다. 거친 길을 가는 트럭의 진동 같은 심장을 가졌던 아이가 지금 과즙으로 흐르고 있었다. 자판에 양손의 중지 손가락을 번갈아 세 번 움직이고 약지를 한 번 움직였다.
나는 너의 이야기를 절대로 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적어 내려가는 글을 보기에 내 숨이 짧아 멎을 것 같았다. 글이 멀게만 느껴졌다.
예전 너와의 사랑은 일방적이었음을 이젠 알고 있다. 위선이라는 단어를 적고 화장실 변기로 달려갔다. 내 입술에서 방울로 떨어지는 침이 더러웠다. 역시 아까 통조림을 핥아 그런 것 같았다. 머리에 현기증이 나서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손등으로 진한 신맛을 닦아냈다.
우린 아직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출처 | 내 땀 냄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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