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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21140
    작성자 : 나무호야
    추천 : 10
    조회수 : 307
    IP : 180.67.***.195
    댓글 : 16개
    등록시간 : 2015/08/10 01:47:52
    http://todayhumor.com/?readers_21140 모바일
    [등신백일장]썩어가는 것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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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나와 글과 너, 수용과 생산의 혼돈, 책 게시판.



    방금 핥은 통조림의 겉면이 상했던 건지 구역질이 올라왔다. 잠시 요리하고 남은 통조림이라 주방세제 옆에 둔 것이 잘못이었던 듯 했다. 에어컨 실외기가 부엌에 매달려 한 여름의 썩어가는 냄새를 퍼지게 했다.

    그런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썩기 직전, 무르익어 터질 듯한 과일이 제일 달다 했다. 내 마음의 달큰한 냄새는 이미 지나가고 터져버린 과즙이 다리 사이로 빨갛게 흘렀다. 손으로 찍어 입가에 문지르자 비린 냄새가 짙게 일어났다가 금방 사라졌다.

    책상 앞에 앉아 화면 위의 커서를 보았다. 깜박거리는 모습이 날 멍하게 만들었다. 자판은 두들길 때마다 무거워졌다. 글이 무서웠다.

    모니터의 글은 난잡하고 정리되어 있지 않아 구역질이 올라왔다. 잠시 쓰다만 글이라 잉크가 터져버린 펜 옆에 둔 것이 잘못이었던 듯 했다. 노트북 소리가 핸드폰 진동소리처럼 들려 괜히 마음에도 진동을 가져왔다.

    바깥에서는 아이가 울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아이 울음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내가 죽여버린 아이가 있었다. 거친 길을 가는 트럭의 진동 같은 심장을 가졌던 아이가 지금 과즙으로 흐르고 있었다. 자판에 양손의 중지 손가락을 번갈아 세 번 움직이고 약지를 한 번 움직였다.

    나는 너의 이야기를 절대로 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적어 내려가는 글을 보기에 내 숨이 짧아 멎을 것 같았다. 글이 멀게만 느껴졌다.

    예전 너와의 사랑은 일방적이었음을 이젠 알고 있다. 위선이라는 단어를 적고 화장실 변기로 달려갔다. 내 입술에서 방울로 떨어지는 침이 더러웠다. 역시 아까 통조림을 핥아 그런 것 같았다. 머리에 현기증이 나서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손등으로 진한 신맛을 닦아냈다.



    우린 아직 세월호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출처 내 땀 냄새
    나무호야의 꼬릿말입니다
    힘내라는 말에 왠지 기운이 빠지는 때가 있지
    너는 알겠지
    신경 쓰지 말란 말에 한층 신경이 쓰일 때가 있지
    너는 알겠지

    숨을 너무 많이 쉬는 증상에 
    죽지는 않는다는 얘길 너에게 들었어
    헉헉 숨이 가빠도 죽지는 않는다는 얘길 너에게 들었어
    죽을 것만 같은데 죽지는 않는다는 얘긴 너무 무서웠어
    네 덤덤한 표정 역시 무서웠어

    힘내라는 말 난 못해 나도 숨이 적은 편은 아냐
    너는 알겠지

    내가 마지막으로 응급실에 갔을 때
    거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

    숨을 너무 많이 쉬는 증상에 
    죽지는 않는다는 얘길 너에게 들었어
    헉헉 숨이 가빠도 죽지는 않는다는 얘길 너에게 들었어
    죽을 것만 같은데 죽지는 않는다는 얘긴 너무 무서웠어
    네 덤덤한 표정 역시 무서웠어

    힘내라는 말 난 못해 나도 숨이 적은 편은 아냐
    너는 알겠지

    가을방학이 부른 노래 <호흡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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