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1. 여자가 반항을 해?</div> <div> </div> <div>남성들이 그토록 저주를 퍼붓는 밑바탕엔 다음과 같은 전제가 깔려 있다.</div> <div>여자는 아무리 욕을 먹어도 참고 참고 또 참아야지, 감히 어디서 여자가 반항을 해?</div> <div>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div> <div>기생충들이 ‘기갈리아’ 같은 사이트를 만들어 인간들을 욕한다면,</div> <div>인간들은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 전에 기생충을 멸종시킬 방법을 강구했을 것 같다.</div> <div>감히 기생충이 인간을 욕해?</div> <div> </div> <div>맞는 말이다.</div> <div>'여자가 반항을 해?'</div> <div>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사고구조에 대해 잘 말해준 것 같다.</div> <div> </div> <div>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div> <div>서민 교수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취약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div> <div> </div> <div>2. 남자는 잠재적 범죄자</div> <div> </div> <div>내가 했던 발언 중 가장 욕을 많이 먹은 말은 “여성 문제에 있어서 남자는 잠재적 범죄자”였다.</div> <div>지금까지 살면서 여성들에게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데,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게 억울하다는 게 그들의 항변이다.</div> <div>한 학생은 내게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div> <div>“우린 기존 한국 여성이 겪어야 했던 불합리를 저지른</div> <div>사회적, 정치적 범죄자가 아니니까요.</div> <div>범죄자는 교수님과 같은 기성세대와 그 윗세대 남성들이죠.”</div> <div> </div> <div>2-1. 개인주의의 미정착</div> <div>성에 대한 차별이 생기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개인주의가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div> <div>현대 사회에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국적만이 필요하다.</div> <div>고대 그리스처럼 '남성'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div> <div>개인은 개인으로서 천부적인 인권을 지닌다. 그 인권은 부당한 사유로 차별받을 수 없다.</div> <div>내가 결혼하는 데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div> <div> </div> <div>'남자는 잠재적 범죄자'와 같은 논리는 근본적으로 개인주의가 정착되지 못한 사고다.</div> <div>'남자'가 아니라 '남자 개개인'은 그 개인으로 타인에게 인지되어야 한다.</div> <div>개인이 개인의 행동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다수의 그러한 경향'으로 판단 된다면</div> <div>개인은 절대로 개인의 인권을 보호받을 수 없다.</div> <div> </div> <div>최근 젠더에 관한 논란에 대해 개인주의의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은 안타깝다.</div> <div>래디컬한 내 성향 탓인지는 몰라도, 젠더 문제의 원점은 '나는 나'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div> <div> </div> <div>2-2. 범죄자는 기성세대?</div> <div>5살짜리 꼬마라 할지라도 본인이 불합리한 행위를 했다면 책임이 있는 것이다.</div> <div>물론 '여혐 사회'가 된 것에 대한 도덕적 책임은 기성 세대에 있다는 것에 수백 번 동의한다.</div> <div>그러나 그 책임을 기성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본인의 시민권을 부정하는 일이다.</div> <div>신세대도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그 사회에 대한 권리가 있는 한편, 책임도 있다.</div> <div>도덕적 책임을 기성세대에 강하게 물릴 수는 있어도</div> <div>그것을 핑계로 기성 세대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 역시 잘못된 일이다.</div> <div>따라서 항의 메일을 보낸 그 학생은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div> <div> </div> <div>3. 나는 잠재적 범죄자야</div> <div> </div> <div>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남성에게 25세 된 자신의 딸을 맡기는 건 쉽지 않다. (중략)</div> <div>반면 여성에게 자신의 25세 된 아들을 맡기는 건 훨씬 쉽다.</div> <div>물론 그 아들이 몹쓸 짓을 할 확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div> <div>전자에 비해 사달이 날 확률은 떨어진다.</div> <div>사정이 이러니 잠재적 범죄자라는 게 꼭 틀린 말은 아니리라.</div> <div> </div> <div>게다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말은 긍정적인 효과도 준다.</div> <div>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늘 조심하며 살다보면</div> <div>실제 범죄자가 될 확률은 줄어드니까.</div> <div>조교를 껴안았다고 직위해제된 교수처럼</div> <div>“나는 그럴 일이 없을 거야”라고 방심하다 모든 것을 잃는 것보다는,</div> <div>“나는 잠재적 범죄자야”를 외치며 조심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은가?</div> <div> </div> <div>3-1. 남자가 가해자? '그 남자'가 가해자</div> <div>성범죄가 남성이 가해자인 경우가 압도적인 것은 맞는 말이다.</div> <div>서민 교수가 예시를 든 것도 맞는 말이다.</div> <div>나는 심정적으로 대단히 긍정한다.</div> <div>잠재적 범죄자라는 말이 꼭 틀린 게 아니라는 말에도 긍정한다.</div> <div> </div> <div>그러나 마찬가지로 꼭 맞는 것 역시 아니다.이유는 앞에서 말했다.</div> <div>개인은 개인의 행위로 평가받아야 한다.</div> <div> </div> <div>3-2. '잠재적'은 잠재적으로 불확실한 용어다.</div> <div>또한 '잠재적'이라는 용어의 정의가 불분명하다.</div> <div>마치 창조경제나 새정치와 같다.</div> <div>도대체 뭐가 어느 정도로 정확하면서 흐려야 '잠재적'인 것일까.</div> <div>이처럼 모호한 용어의 사용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div> <div>쉽게 말해 어그로다.</div> <div> </div> <div>3-3. 낙인</div> <div>서민 교수는 남자들에게 '나는 잠재적 범죄자'라고 생각하라고 한다.</div> <div>그것이 과연 남자에게 건강한 정신을 함양할 수 있게 하는 것일까?</div> <div>왜 남자는 개인이 감옥에 갈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야 할까?</div> <div> </div> <div>다른 워딩도 얼마든지 있다.</div> <div>나는 시민의식이 투철한 시민이야, 라든가</div> <div>나는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야, 라든가.</div> <div> </div> <div>자신의 확정지어지지 않은 행위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면</div> <div>그것은 엄연한 사회적 낙인이다.</div> <div>LH 주공에 사는 아이는 찐따인가?</div> <div>찐따가 아닌 아이가 자신의 확정지어지지 않은 찐다적 행위에 대해</div> <div>두려움을 가진다면 그것은 엄연한 사회적 낙인이다.</div> <div> </div> <div>쉽게 말해 서민 교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고 있는 미륵이다.</div> <div>양자역학은 양자의 성질을 확률적으로만 특정지을 수 있다고 말한다.</div> <div>쉽게 말해 까봐야 안다.</div> <div>개인이 아직 하지 않은 행위가 이뤄질지 안 이뤄질지는 확률적으로만 특정지을 수 있다.</div> <div>근데 서민 교수는 까보지 않아도 알고 있다고 말한다.</div> <div>쉽게 말해 미륵이다.</div> <div> </div> <div>때문에 이렇게 낙인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div> <div> </div> <div>4. 성범죄 교육은 남성만</div> <div> </div> <div>초등학교 때부터 남성들만 따로 모아 성범죄에 대해 교육을 시키는 것 말이다.</div> <div>우리 사회는 “밤늦게 돌아다니지 마라” “노출이 심한 옷을 입지 마라” 등등</div> <div>여성들에게만 주의를 시키는 적반하장을 연출하는데,</div> <div>돈이 많은 이들에게 “지갑을 뒷주머니에 꽂고 다니지 마라”는 교육을 하지 않는 걸 보면,</div> <div>성범죄는 당하는 여성에게 더 책임이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게 아닌지 싶다.</div> <div>그보다는 남성들을 모아놓고 참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div> <div>물론 이 문제는 교육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div> <div>자신이 언제든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자각하는 것,</div> <div>이것이야말로 좋은 남성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div> <div> </div> <div>4-1. 협소한 대상 설정으로 인한 약한 설득력</div> <div>서민 교수는 참 협소한 대상을 설정해 놓고 있다.</div> <div>때문에 논리적으로 참 협소한 설득력을 갖는다.</div> <div>앞으로도 이런 식이면 약자만 괴롭히는 얄미운 사람으로 확정이다.</div> <div>참고로 이건 개인의 이뤄진 행위를 통한 확정이니까 나는 미륵 아니다.</div> <div> </div> <div>'여성들에게만 주의를 시키는 적반하장을 연출하는' 사람들은 잘못이다.</div> <div>맞는 말이다. 왜 가해자에 대한 1차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인가.</div> <div>가해자를 둘러싸고 담론이 벌어져야 한다.</div> <div> </div> <div>물론 피해자에 대해서 참고로 이것저것 말해줄 수는 있다.</div> <div>ATM에서 '이러이러한 것은 사기에요!'라고 말해주는 것도</div> <div>다 우리 잘 되라고 하는 얘기 아닌가.</div> <div>그러나 오히려 피해자를 나무라는 것은 맞지 않는다.</div> <div> </div> <div>그런 점에서 '서민 교수가 특정한 남성'은 잘못했다.</div> <div>ATM이 보이스피싱을 당한 할머니한테 '피~융신'하면</div> <div>그 ATM은 뚜까패야 한다. '그 남성'들도 뚜까 맞아야 한다.</div> <div> </div> <div>4-2. 성범죄 교육 대상자를 왜 남자만</div> <div>하나, 피해자도 교육이 필요하다.</div> <div>교통사고 내지 않기 위해서 운전 교육 받아야 한다.</div> <div>하지만 교통사고 당했을 때의 대처법도 배워야 한다.</div> <div> </div> <div>가해자가 명함 하나 줬다고 해서 연락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div> <div>무조건 경찰 부르고 시작이다.</div> <div>이런 교육 못 받으면 피해자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div> <div>따라서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서도 피해자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div> <div> </div> <div>둘, 서민 교수도 인정했지만 남자라고 성범죄 피해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div> <div>작은 범죄는 범죄가 아닌가? 여성들도 성범죄 교육을 받아야 한다.</div> <div> </div> <div>셋, 공공적 낙인이 이뤄진다.</div> <div>남자만 모아두고 '니들은 범죄자가 될 거 같다.'라고 하면</div> <div>남자들은 자신의 정신 건강을 끊임없이 자해하며 살아가야 한다.</div> <div>'나는 범죄자다'를 되뇌이는 사람을 상상해보라. 그게 정상인가?</div> <div> </div> <div>아마 서민 교수가 상상하는 모델은 유시민 작가가 그렇듯,</div> <div>'나는 개돼지가 될 지도 모른다.'라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태도인가 보다.</div> <div>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div> <div>내가 임의로 '나는 개 돼지다.'하는 것은 전혀 정신 건강에 문제 없다.</div> <div> </div> <div>그러나 사회가 나서서 '너 개돼지야'라고 하는 것은 문제다.</div> <div>그것은 사회적 폭행이다.그것은 개인의 정신 건강을 병들게 한다.</div> <div> </div> <div>또한 앞서 말했듯이 개인주의가 이뤄지지 못한다.</div> <div>사회는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판단할 것이다.</div> <div>이것이 과연 옳바른 판단인가?</div> <div>서민 교수는 기생충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잠재적 특성'을 연구했나?</div> <div>논리실증주의나 경험주의는 평생 듣도보도 못한 것일까?</div> <div>서민 교수가 혹시 사회과학을 무슨 '도'를 아는 사람들이 하는 걸로 아는 건 아닐까 의심된다.</div> <div> </div> <div>반대로 여성들은 스스로를 잠재적 피해자로 낙인찍는다.</div> <div>'나는 피해자다'라고 되뇌이는 사람을 상상해보라. 그게 정상인가?</div> <div>서민 교수 스스로 말했다. 스스로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며 조심하라고.</div> <div>생각은 행동을 좌우한다.</div> <div> </div> <div>국민을 가해자로 모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것인가?</div> <div>반민특위도 그렇고 세월호 특조위도 얼마 가지 못했다.</div> <div>국민을 혐오하는 국가, 그리고 교육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div> <div>서민 교수가 잘 알고 있기를 바란다.</div> <div> </div> <div>5. 끝으로</div> <div>5-1. 성(gender) 문제는 결국 개인주의가 정착되지 못해서다.</div> <div>개인은 개인으로 판단되어야 한다.</div> <div>사고의 오류 중 정박 효과(Anchor Eff.)가 있다.</div> <div>모르는 사실을 가늠할 때 알고 있는 사실에 기대어 추론하는 것이다.</div> <div>여성을 가늠할 때, 혹은 남성을 가늠할 때 불확실한 것에 기대어서는 안 된다.</div> <div> </div> <div>5-2. 서민 교수는 공격 대상을 협소하게 설정했다.</div> <div>따라서 논의의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진다.</div> <div> </div> <div>5-3. 남성을 잠재적 피해자로 규정하는 것은 부정적 낙인 효과를 불러온다.</div> <div>남성이든 여성이든 본인의 행위로 평가받아야 한다.</div> <div> </div> <div>5-4. 서민 교수가 메갈리아 홈페이지는 들어갔는지 대답해주었으면 한다.</div> <div>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왜 메갈리아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안 하는 걸까.</div> <div>그들이 '존나'에 대항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봊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