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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hil_12334
    작성자 : UnknownVodka
    추천 : 0
    조회수 : 509
    IP : 112.163.***.222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5/09/05 18:35:39
    http://todayhumor.com/?phil_12334 모바일
    가을과 나비.
    제 생각에 

     귀뚜라미들이 울고 모기들의 날갯짓이 힘이빠지는 것을 보니 가을이 왔습니다. 끝날거 같지 않던 더위를 보내고 이제는 알차게 익은 알곡과 과실을 수확
    할 시기가 왔습니다. 마당에있는 아직은 푸르스름한 땡감을 단 감나무를 보며 나는 무었을 매달고 여름을 보냈는지 자문해봅니다.  
     오늘은 제비나비를 보았습니다. 손바닥 두 개를 이어 붙인듯이 우악스런 크기에 비래 몸통은 얼마나 섬새하게 질했는지 어떤 여성의 검은 머릿결도 
    그처럼 매끄럽고 푸르스름하게 빛날수는 없을것입니다. 
     그녀는 텃밭에 피어있는, 심은 기억이 없지만 매년 가을마다 긴 줄기에 새발톱같은 꽃들을 다닥다닥피우는 키작은 풀에 앉아 꿀을 빨았습니다. 날개 군데군데 구멍이 나있고 왼쪽 꼬리날개는 떨어져 나갔으며, 그나마 성한 쪽 꼬리날개는 흘러내리는 눈물같은 꼬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시간이된것입니다. 아마 가을비가 오기전까지는 어떻게든 살아낼수 있겠지만, 땅에 떨어져 개미밥이 되는것은 자명합니다. 아마 저보다 그녀가 자신의 운명을 더 잘알고 있을것입니다만, 최후의 순간이 코 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열심히 꽃에 매달려 꿀을 먹었습니다. 
     문득 서글퍼졌습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인류가 할 수 있는 일도 저와 같이 순간에 매달리는것 밖에 없을거 같아 보였습니다. 
     어쩌면 나비만큼이나 현실에 매달리지 못하는것이 아닌하는 의심마져 찾아왔습니다. 충만한 하루, 의미 있는 일년, 결실을 맺은 10년, 보람있는 삶을 살고 싶지만, 그러기엔 저는 너무나 바람에 휘청입니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것이 나비가 아니라 저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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