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rame width="560" height="315" src="https://www.youtube.com/embed/gKKWmux4qDM" frameborder="0"></iframe></p> <p><br></p> <p><br></p> <p>“좀 앉아도 되나?”<br><br>포장마차에서 홀로 술을 마시던 내 앞에 주인아저씨가 다가오며 말했다.<br><br>마침 손님도 나뿐이고 심심하던 차에 심각한 얼굴로 술을 마시는 나를 본 모양이다.<br><br>“앉으세요. 안그래도 심란했는데 제 말상대나 해주시겠어요?”<br><br>내 말에 아저씨는 간이 의자를 끌어와서 내 앞에 앉았다.<br><br>“나도 한잔 줘. 보아하니 오늘 장사는 끝난거 같으니 같이 한잔 하면서 네 얘기나 들어보지.”<br><br>난 아저씨에게 소주를 따라주며 입을 열었다.<br><br><br><br><br><br>“아저씨. 아무래도 전 겁쟁인가 봐요. <br><br>누구보다 용감하고 대담한 그런 멋진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냥 쓰레기였어요.”<br><br>술을 한입에 털어 넣은 아저씨는 잠자코 내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br><br>“한번 들어보세요. 한 남자가 있어요. 20세 건장한 청년이죠. <br><br>그런데 그 남자가 우연히 창문을 통해 살인사건을 목격한 거에요.”<br><br>그 말에 아저씨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br><br>살인사건을 목격했다는 말이 꽤나 충격적인 모양이다.<br><br>난 다시 아저씨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을 이었다.<br><br><br><br><br><br><br><br>“그 남자는 범인이 피 묻은 칼을 든 채 쓰러진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어요.<br><br>죽은 애는 어린 여자애였죠. 이제 갓 고등학교에 들어갔을 법한 아이였어요.<br><br>그런데 그 남자는 그걸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죠.<br><br>당장 뛰어 내려가서 범인을 제압하지도 않았고,<br><br>하다못해 경찰에 신고하거나 소리쳐서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어요.<br><br>난 내 앞에 놓인 소주를 마시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br><br>“그 남자는요, 범인이 자리를 벗어날 때까지 그저 한심하게 쳐다보고만 있었어요.”<br><br>아저씨는 내게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br><br>“이해할 수 있어. 막상 그런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면 당황해서 얼어버리지.<br><br>부끄러운 일은 아니야.”<br><br>난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br><br>“네 그럴 수 있죠.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에요. <br><br>범인이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어요.<br><br>아이의 시체가 집밖에서 싸늘하게 식어가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었죠.<br><br>결국 시체는 다음날 동네 사람에 의해 발견되었어요.<br><br>뉴스가 나오고 경찰이 범인을 찾아 돌아다니는데도 그 남자가 한 일 이라고는 침묵을 지킨 것 뿐이에요.”<br><br><br><br><br><br><br><br>아저씨는 멍하니 소주잔만 노려보고 있었다.<br><br>이야기가 이야기인 만큼 아저씨도 심란한 모양이었다.<br><br>난 아저씨를 바라보며 말했다.<br><br>“아저씨. 만약 아저씨가 그 남자라면 이제 어떻게 할 것 같으세요?<br><br>이대로 침묵할까요? 아니면 조금 늦었지만 용기를 내서 경찰서를 찾아가 자신이 본걸 이야기 할까요?”<br><br> “....안주가 없네. 잠깐만 기다려 봐.”<br><br>아저씨는 대답을 피하듯 자리에서 일어나 안주거리를 가지러 갔다.<br><br>난 쓴웃음을 지으며 소주를 들이켰다.<br><br><br><br><br><br><br><br>칼을 들고 재료를 썰던 아저씨는 한참 지난 후에야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br><br>“범인의 얼굴. 확실히 봤어?”<br><br>난 대답하지 않았다.<br><br>아저씨는 칼질을 멈추고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br><br>“아 그렇군. 네 얘기가 아니라 어떤 남자의 이야기였지?”<br><br>다시 칼질을 시작하며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br><br>“한심한 생각이 들겠지. 용감하게 나서지 못한 자신이 싫을거야.<br><br>하지만 그것보다 더 싫은 건 지금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숨어있는 자신의 모습이겠지.<br><br>무서워서 침묵하는 자신에게 누군가 용기를 주길 원할거야. 앞으로 나설 용기를 말이야.”<br><br>아저씨는 식재료를 접시에 쓸어 담고는 칼을 든 채 내게 다가왔다.<br><br>그리곤 갑자기 내게 칼을 겨누며 말했다.<br><br><br><br><br><br>“대답하기 전에 반대로 내가 질문 하나하지. 살인범인 한 남자가 있어. <br><br>그런데 그 남자가 어쩌다가 자신의 살해 장면을 누군가에게 들킨거야.”<br><br>난 날카로운 칼끝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br><br>아저씨는 살기마저 느껴지는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며 이어서 말했다.<br><br>“그래서 그 목격자를 죽이려 하고 있어. <br><br>만약 네가 그 목격자라면 넌 어떻게 할까?”<br><br>난 천천히 손을 움직여 앞에 놓인 젓가락을 쥐고는 긴장한채 아저씨를 노려보았다.<br><br><br><br><br><br><br>하지만 긴장감도 잠시, 아저씨는 이내 칼을 내리고 돌아서며 조용히 말했다.<br><br>“좋은 눈빛이네. 겁쟁이의 얼굴이 아니야.”<br><br>그리곤 도마위에 칼을 내려놓으며 이어서 말했다.<br><br>“그 남자는 겁이 났던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것 뿐 일거야.<br><br>그런 상황을 처음 겪었으니까 어찌할 바를 몰랐겠지.<br><br>자. 그럼 이제 네 질문에 대답해볼까?<br><br>내가 만약 그 남자라면 지금 당장 벌떡 일어나서 경찰서를 찾아가겠어.<br><br>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말하곤 내가 본걸 하나하나 다 말하는 거지.<br><br>이젠 그렇게 할 수 있어.<br><br>왜냐하면 내가 겁쟁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br><br><br><br><br><br><br>난 조용히 아저씨를 바라보았다.<br><br>조금씩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br><br>“너. 급하게 갈 곳이 있지 않아? 그만 가봐. 술값은 안받는걸로 할테니.”<br><br>아저씨의 말에 난 맘을 굳히곤 내앞에 있던 마지막 잔을 비웠다.<br><br>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아저씨에게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br><br>“감사합니다. 아저씨 덕에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br><br>아저씨는 대충 손을 휘저어 내 인사를 받고는 그대로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br><br><br><br><br><br><br>밖으로 나온 나는 숨을 한껏 들이켜고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겼다.<br><br>아저씨 덕에 무언가 답답하던 것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br><br>내가 겁쟁이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아저씨는 내게 용기를 주었다.<br><br>난 크게 심호흡을 하고 최면을 걸듯이 작게 중얼 거렸다.<br><br>“난 겁쟁이가 아니다. 난 겁쟁이가 아니다. <br><br>그 남자 따윈 무섭지 않다. 그 남자도 간단히 죽일 수 있다.<br><br>난 약한 애들만 죽이는 쓰레기가 아니다. 난 용감한 사람이다.”<br><br>마음을 다잡은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br><br>아저씨가 대답한 대로 그 남자가 갑작스레 용기를 내어 경찰서를 찾아갈지도 모르니 서둘러야 했다.<br><br><br><br><br><br><br><br><br>By. neptunuse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