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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02172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4
    조회수 : 564
    IP : 220.127.***.4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21/02/15 12:34:13
    http://todayhumor.com/?panic_102172 모바일
    역귀 - 11장. 토벌
    옵션
    • 창작글

    지금이다. 다들 공격해!”

     

    기령의 우렁찬 외침에 대원들이 재빨리 역귀에게 달라붙었다. 이미 엉망이된 역귀는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마무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부대장은 쓰러진 역귀에게 다가가 역귀의 숨통을 끊어놓고는 익숙한 동작으로 심장을 뽑아내었다.

     

    이걸로 마을은 안전해 지겠구만.”

     

    기령의 말이었다. 처음 차출한 경비대원들로 토벌대를 꾸려 역귀 토벌을 시작한지 두달이 막 넘어가는 상황에서 오늘 얻은 것을 마지막으로 마을 전체를 보호할 수 있을 만큼의 역귀 심장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마을 내에서 역귀가 발생하는 불상사만은 온전히 막아낸 것이다. 물론 기령은 이게 끝이 라고 생각지 않았다. 이미 십수마리의 역귀를 처리 했지만 마을 밖에는 아직도 역귀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을 인근에 있는 역귀 수는 파악 한겐가?”

     

    기령의 질문에 부대장은 곧바로 대답했다.

     

    정확히 파악된 녀석만 여덟마리입니다. 확인이 안된 녀석들 까지 하면 대략 열 마리는 될걸로 보고있습니다. 곧 정확한 수를 파악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각오를 다졌다. 마을은 지켜내었다지만 언제 어디서 역귀가 생겨날지 모른다. 마지막 역귀까지 다 없애야 지긋지긋한 주술의 폭주가 멈출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역시나 문제는 역귀를 없애기 위해 반드시 필요할 순수한 피가 부족한 것이었다.

     

    역귀 토벌무기들은 어떤가? 얼마나 남았지?”

     

    기령은 당연하다는 듯 아이들 대신 무기라는 표현을 썼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부대장이나 비밀을 아는 토벌대원들도 토벌무기라고 부르고 있었다. 부대장은 잠시 주저하다가 목소리를 낮추고는 조심스레 대답했다.

     

    일곱 남았습니다. 그중 셋은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 서둘러야 겠군.”

     

    첫 번째 전투 이후, 효율적인 토벌을 위해 여러 가지 연구를 해보았지만 무기를 아이들 몸에 직접 박아 넣는 방법 외에는 효과를 볼 수 없었다. 피 자체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희생이라는 것이 더 중요한 모양이었다. 때문에 역귀 사냥이 계속될수록 아이들은 빠르게 죽어나갔다. 남은 아이들이 모두 사라지면 더 이상 역귀를 대적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또다시 인간 사냥을 하러 나갈수도 없는 노릇이니 최대한 빨리 끝을 봐야했다.

     

    심장을 묻고 대원들을 쉬게 해주게. 토벌무기 관리에도 신경 쓰고. 난 이장님을 뵈러 다녀올테니. 그리고 내일 새벽 역귀 토벌을 계속 할수 있도록 준비하게.”

     

    기령은 그렇게 명령을 내린 뒤 이장의 집으로 향했다.

     

    어르신 경비대장입니다.”

     

    기령이 왔는가? 그래 들어오게.”

     

    이장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목소리만은 아직 강인한 힘이 서려있었다.

     

    이장님. 오늘로서 마을은 안전해 졌습니다. 이제 마을 안에서 역귀가 나타나는 일은 없을겁니다.”

     

    그래. 역시 자네가 해냈구만. 잘 해낼줄 알았네. 이제 편히 갈수 있겠어.”

     

    기령의 표정이 묘하게 밝아졌지만 나오는 목소리만은 여전히 침울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곧 쾌차 하실겁니다.”

     

    아니네. 이제 정말 멀지 않았네. 난 알수있어. 떠나기 전에 마을이 안전해 지는것만 확인하면 더 이상 여한은 없네. 마지막 까지 마을을 위해 힘써주게. 서둘러야 할지 모르겠구만. 내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니, 역귀들을 다 토벌하고 나서 나에게 배워야 할게 많지 않은가? 고작 이장이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귀찮은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니 말이야.”

     

    이제 기령의 얼굴은 옅은 미소까지 걸려 있었다. 물론 누워있는 이장에겐 그 얼굴이 보일리 없었다. 아니 어쩌면 봤다해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무튼간에 잘 마무리 해주게. 만에 하나 마지막에 일이 틀어진다면 죽어서도 편치 못할게야. 게다가 못난 내 아들놈에게 중요한 일은 맡기는 불편한 상황은 오지 않길 바라니 명심해 주게.”

     

    기령이야 말로 그런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다. 이장의 아들인 성철은 어리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총명했고 모든 방면에서 재능이 뛰어났다. 이장을 닮아 강인하고 과감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보통의 상황에선 감히 자신이 이장직을 넘보는 상황이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하다. 고작 경비대장 정도가 아니라 마을을 지킨 영웅이라면 이장직을 다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작지 않은 마을에서 가장 높은자리에 오른다... 그것만으로도 평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 게다가 후대에 길이길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칭송 받아 마땅할 것이다. 사냥꾼 시절엔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 이제 머지않아 현실이 된다. 기령은 터져 나오는 흥분감을 억누르며 고개를 조아렸다. 마지막 역귀만 처치한다면 모든 것이 끝난다. 이제 기령의 눈에선 단 일말의 망설임도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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