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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102170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4
    조회수 : 623
    IP : 220.127.***.150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21/02/12 18:59:33
    http://todayhumor.com/?panic_102170 모바일
    역귀 - 10장. 피
    옵션
    • 창작글

    “모두 스물두명입니다.”

    부대장이 잡아온 아이들을 동굴에 가둬놓고 수를 세어 보고했다. 생각보다는 적었지만 그럭저럭 가능할 듯 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따라줘서 고맙네. 자네는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모두에게 칭송받을걸세. 아무튼 간에 이제 이야기 해줘야겠군. 마을사람들이 역귀로 변하는걸 막을 방법을 찾았네.”

    기령의 말에 부대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크게 놀라지 않았다. 다만 그 방법이란게 무엇인지는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 방법이란 말이야. 역귀의 심장을 땅에 묻는 것이네. 심장을 묻으면 그 일대에서는 역귀가 생기지 않아. 우리 마을 정도 규모라면 열댓개 정도면 충분 하겠군. 물론 역귀 녀석들은 그게 몇마리건 모두 죽여버릴테지만 말이야.”

    “하지만 대장님... 문제는 그 역귀를 죽이고 심장을 뽑아낼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지금껏 수없이 시도해봤지만 저희 무기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실제로 역귀들은 도검에 찔리고 베이는 것 정도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게다가 두억시니 녀석은... 괜시리 덤벼들었다가 녀석의 덩치만 키워주는 꼴이었지요.”

    두억시니.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역귀를 경비대에서는 그렇게 불렀다. 언제가 부터 역귀는 사람들을 공격해 죽이고는 그 시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썩어가고 짖무르는 몸을 대체할 요량인지 죽은 사람의 육신을 갈갈이 찢어 자신의 몸에 붙이는 것이다. 경비대와 마을 사람을 열명 가까이 죽인 역귀는 점점 더 끔찍한 모습으로 변하더니 지금은 마치 하나의 인간덩어리처럼 변해 버렸다. 거대한 살덩이와 뼈덩어리인 녀석은 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무릎과 종아리가 나와있고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손가락 수십개가 빼곡이 박혀있었다. 팔이나 발 서너개가 몸을 지탱하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멀쩡한 것 없이 제각각이었다. 그리고 몸통에 반죽된 듯 섞여있는 얼굴들에서 수많은 눈가 입들이 제각기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 기괴한 모습을 보고 누가먼저랄 것도 없이 녀석을 두억시니라 부르고 있었다.

    기령은 대답대신 가만히 잡혀온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눈과 입이 막힌채 묶여서 애처롭게 울고있는 아이들.

    “역귀를 죽일 방법은 저기 있지. 그러니 날 믿고 따라주게.”

    그렇게 말한 기령은 휴식을 취하고 있던 경비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오늘 해가지기 전에 역귀 사냥에 나선다. 이제 역귀를 죽일 방법을 알았으니 녀석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간 우릴 오래도록 괴롭혀온 역귀지만 이제 끝낼때가 되었다. 머지않아 역귀들의 씨를 말려버릴 것이다.”

    기령의 외침에 지난밤 학살에 괴로워하던 경비대들의 죄책감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막상 역귀 앞에 섰을 때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역귀가 두려워서는 아니었다. 다만 끌려온 몇몇의 아이들을 가리키며 무기에 저 아이들의 피를 묻히라는 기령의 명령 때문이었다.

    “역귀를 죽이는 법은 단 한가지다. 무기를 어린아이의 피로 적셔라. 역귀의 더러워진 몸뚱이는 오로지 아이들의 순수하고 깨끗한 피로만 정화할 수 있다. 보통의 검으로 찌르고 베어봐야 아무 소용없다. 그러니 어서 찔러라. 죽은 아이의 피는 안된다. 반드시 산채로 찔러야 한다.”

    말을 마친 기령은 손수 나서서 묶여있던 아이 중 한명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전혀 망설임 없이 아이의 다리에 칼을 찔러 넣었다. 죽이지 않으며 최대한 많은 피를 묻히려는 듯 기령의 칼은 아주 느리고 깊게 아이의 몸을 파고들었다. 아이의 비명소리는 역귀의 비명소리보다 더 구슬프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망설이지 마라. 망설이면 모두가 죽는다. 너희와 나는 물론 마을에 있는 너희 가족들도 역귀의 먹이가 될 것이다. 그러니 어서 찔러라 그리고 싸워라!”

    기령은 칼을 뽑아내고는 역귀에게 돌아섰다. 그리고 곧장 역귀에게 달려 들어갔다. 아직 희생자를 내지는 않은 듯 비교적 멀쩡한 녀석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기령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역귀에게 달려들어 후려치려는 역귀의 팔을 피하고는 물이 흘러가듯 역귀의 팔아래에 파고들어 몸통쪽을 크게 베어내었다. 보통의 역귀였다면 그정도 베인걸로 꿈쩍하지 않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역귀는 마치 사람처럼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부대장이 칼을 뽑아들고는 외쳤다.

    “대장님 말씀이 맞았다. 이제 역귀놈들을 죽일수 있다. 모두 가자!”

    부대장과 몇몇 경비대원이 칼과 창을 뽑아들고는 묶여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대부분은 팔과 다리를 찌르고 베었지만 흥분한 몇몇 병사는 아이의 복부를 찌르기도 했다. 물론 바로 죽지는 않았기에 아이들은 더욱더 끔찍한 고통을 받아야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피묻은 날붙이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한 개 중대가 덤벼도 상대하기 힘들었던 역귀는 고작 몇 명의 경비대에 의해 너무도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죽어가는 역귀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고 심장을 뽑아내었을 때 온몸이 난도질 당한 아이 한명의 숨이 끊어졌다. 경비대원은 누구하다 다치지 않았다.





    “죽지 않은 아이들을 치료해. 역귀가 다 사라질 때 까지는 필요하다. 마구잡이로 찔렀다간 다죽어서 쓸모없어질 테니 조심해. 난 마을에 역귀의 심장을 묻으러간다.”

    기령은 그렇게 지시를 내리고는 몇 명의 경비대와 함께 마을로 내려가 심장을 묻었다. 일을 마친 기령은 다른 대원들을 돌려보내고 옷을 갈아입은 뒤 이장댁으로 향했다.

    “어르신, 경비대장입니다.”

    “들어오게. 오늘은 좋은 소식을 들려줄 모양이구만.”

    기령은 이장의 앞에 앉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오늘 역귀 한 마리를 토벌했습니다. 방법을 찾았으니 얼마가지 않아 모두 치울 수 있을겁니다.”

    이장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래. 난 자네가 잘 해내줄 거라 믿었네. 나머지 역귀 놈들도 잘 처리해주게. 모든 죄는 내가 다 지고 갈테니. 자네는 맡은바 임무만 잘 하면 돼. 그다음엔 약속대로 내 뒤를 이어 마을을 이끌어주게.”

    기령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이면 된다. 남은 역귀들... 그리고 그 두억시니놈까지 모조리 도륙내 주마. 그리고 가장 높은곳에 올라 대대로 내 이름을 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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