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size="4"><br><font size="6">깨끗한 바닥</font><br><br><br>>체험담이, 아니 현재진행형인데, 이것때문에 알바 그만둘지 고민하고 있어...<br>심령같은건 없고, 쓸데없이 길고, 재미없을지도 모르지만, 시간때우기삼아라도 봐줬으면 좋겠어.<br>고기집이랑 노래방에서 투잡 알바 뛰고 있는데, 노래방쪽 이야기.<br><br><br>개인이 경영하는 별로 크지 않은 노래방인데, 종업원은 점장을 제외하면 남자 셋, 여자 하나, 총 4명.<br>낮시간에는 나와 올해 들어온 K라는 여자.<br>밤시간에는 고참인 Y와 R이라는 남자가 시프트에 들어있어.<br>평일은 교대로 1명씩 근무, 주말과 공휴일은 전원 근무.<br>즉, 낮시간에 일하는 나는 목금요일에 혼자 일하고, 토일요일은 K랑 같이 일하고 있어.<br>솔직히 지금은 여친도 없고, 여자애랑 같은 시프트에서 일하는건 기쁘지만, K는 조금 특이한 녀석이라서.<br>얼굴은 꽤 귀엽지만, 피곤한지 눈가가 언제나 거뭇하고, 행동이 태엽으로 움직이는 장난감같이 꽤 뻣뻣해.<br>남자친구랑 동거하고 있다는데, 소문에 따르면 남자친구가 작년 사고로 가벼운 후유증이 남아있다고 하더라.<br>3년 반 사겼다고 들었는데, 진짜 사랑하는것같아.<br>얼마 전에 장난으로 「경제력 없어서 동거하는 여자 일시키는 남자따윈 차버려ㅋㅋㅋ」라고 말했더니 엄청나게 화내면서 대걸레 자루로 명치 맞았지.<br>그런 좀 별난 면이 있지만, 그걸 제외하면 밝고 재미있고, 왠지 작은 동물같아서 귀여운 녀석이었어.<br><br>서론이 길어졌는데, 토일요일이랑 공휴일은 K랑 같은 시프트에 들어가.<br>시골은 한가한 노래방이라도 주말에는 혼잡하니까, 가게 청소도 손님 접대도 둘이서 분담하지 않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바빠져.<br>그런데 저번주는 폭풍우가 내려서 토일요일에 손님이 전혀 없었어.<br>(우리 노래방은 도보로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라서 날씨에 따라 매출차이가 꽤 있어)<br>손님도 없고 정말 한가해서 K랑 잡담하면서 가게청소나 했었지.<br><br>오후가 되도 손님은 안오고, 아랫층 복도를 한가하게 대걸레로 닦고있는 K에게 휴식시간이라걸 전하려고 계단 밑을 내려봤을때 처음으로 깨달았어.<br>K가 청소한 바닥은 왁스라도 칠한듯이 반짝반짝 빛나고, 무심코 숨을 삼켜버릴정도로 깨끗했어.<br>K가 청소한 2층 화장실이랑 주방도 봐보니 거기도 보기좋게 반짝반짝.<br>평소에는 청소가 끝나자마자 손님이 바로 더렵혀서 몰랐어.<br>그거랑 비교하면 내가 정성들여 닦은 바닥은 생기가 없어보여 불쌍했을 정도.<br>점장이 나한테 「더 열심히 청소해」라고 잔소리한 이유를 이제야 알았지.<br><br>다음날도 날씨는 나쁘고 손님도 텅텅.<br>너무 한가해서 기합넣고 청소를 시작했지만, K가 청소한 바닥이랑 비교하면 전혀 깨끗하지 않았어.<br>왠지 분해서 시간때우기삼아 K가 아랫층 복도를 청소하는걸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해서 그 훌륭한 청소술을 훔칠까 생각했어.<br><br>가게에는 청소용구실이 있고, 그 작은 방에는 화장실 청소도구를 제외한 청소도구가 전부 들어있었어.<br>K가 화장실 청소를 끝내고 청소용구실에 들어가는걸 확인하고, 문틈으로 몰래 안을 엿봤지.<br>그 때는, 양동이와 걸레를 가지고 청소용구실에서 나오려는 K를 놀래켜줄 생각이었어.<br><br>청소용구실에 들어간 K는 양동이에 물을 틀어놓고, 대걸레의 자루를 분리하고 있었어.<br>무방비한 K의 등을 보니 점점 K를 놀리고싶은 마음이 끓어와서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는데,<br>K가 갑자기 주머니에서, 검붉은 액체가 반쯤 들어있는 커피캔만한 작은 병을 꺼냈어.<br>나는 일순간 『특제 세정제였냐! 반짝이는 바닥의 비밀은 이거였군!』라는 생각을 했었지.<br>나중에 좀 나눠달라고 해볼까?<br>K는 양동이에 모은 물에 병에 든 액체를 쏟아부었어. 너무 많이 넣는게 아닐까 싶을정도로.<br>그리고 자루를 분리한 걸레를 양동이에 넣고, 무슨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걸레를 빨기 시작했어.<br>K는 평소에도 혼잣말이 많은 녀석이다보니 딱히 의아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무심코 귀를 기울여보니,<br>반복해서 「○○죽어 ○○죽어 ○○죽어」라고 중얼거리고 있었어. 참고로 ○○는 점장의 이름.<br><br><br>>끝?<br><br><br>>미안. 집앞에 누가 와서<br><br><br>>앞집 할아버지였어. 뭔가 심상찮은 소리를 했는데, 일단 메모한것부터 씁니다.<br><br>화면이 왜 까매졌지?<br>일단 이어서...<br><br><br>내 위치에서는 K의 뒷모습밖에 안보여서 어떤 표정이었는지는 몰라.<br>그래도, 죽어죽어하고 중얼거리는 사이사이에, 무슨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리더라.<br>엄청 무서워서 가능한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주방으로 돌아가서 칼피스 마셨어.<br><br>결국 평소대로 일을 끝내고 Y랑 R한테 인계하고, 점장과 K랑 일이 끝난 후의 잡담타임을 보냈어.<br>K는 평소랑 변함없이 점장도 나에게도 싱글성글 애교있는 미소를 지으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어.<br>점장을 저주한 그 입으로.<br><br>잠시 후 점장은 일단 집으로.<br>나는 K랑 같이 나가는게 왠지 무서워서, Y의 휴식시간까지 기다린다고 말하고 가게에 남았어.<br>K는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다면서 바로 퇴근준비를 했지.<br><br>수고했다고 말한 나에게, 평소였다면 수고하셨어요라고 밝은 목소리와 애교가 가득한 미소가 돌아왔을텐데, 가방을 들고있는 K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br>일어선채로 내 앞에 우뚝 서있는 K가, 여태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낮은 목소리로<br>「엿보는건 최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라고 중얼거렸어.<br><br><br>그리고 한마디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가게에서 나갔어.<br><br>그 후에 머리가 멍해져 움직이지 못하고 있으니 Y가 사무소에 들어왔지.<br>나는 울상으로 Y를 붙잡고 그 날 있었던 일을 전부 말했어.<br><br>Y의 말에 의하면,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하지만 K의 남자친구의 사고를 일으킨 상대는 아무래도 점장이라는 모양이야.<br>과실은 10:0이라 K의 남자친구의 잘못이라는 모양이지만...<br>남자친구에 대해 물으면 애매하게 웃으며 얼버무리는 K의 태도가 떠올랐어. 그게 단순한 소문이 아닌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말 무서웠어.<br>그 액체는 뭐지? 점장은 아무것도 모르고 K를 고용한건가? K는 뭘 위해서 이 가게에 온거지?<br><br>토요일 밤부터 K에게서 문자랑 전화가 꽤 오고있어.<br>물론 안받았고 문자도 안읽었어.<br>그런데 삭제하려다 실수로 열었을 때, 『보셨군요』라는 문장이 보였어.<br>이번 주말 내내 집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않았어. 좁은 시골마을이라 K랑 마주칠것같은 느낌이 들어서.<br>무서운데다가, 토요일에 또 K랑 같은 시간에 일할 생각을하니 우울해.<br>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br><br><br>>찾았다...<br><br><br>>그런 장난 하지마.<br><br>참고로 앞집 할아버지는, 「슬슬 용서해주게」니, 「속이 좁기는」같은 소리를 하더라.<br><br><br>>모두 걱정해줘서 고마워ㅋ<br>내일 땡땡이칠까 했는데, 어차피 내일은 점장이랑 둘이서 일하니까, 가서 한번 말해볼게.<br>용기가 생겼어ㅋ<br><br>그리고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산책을 겸해서 시골파워로 이웃 할아버지들의 오해를 풀 생각이야.<br>만약을 위해 무기가 될만한걸 챙기고.<br><br><br>>아마 꽤 깁니다. 죄송합니다.<br>별 건 없고 기대이하라고 생각합니다만...<br><br>그리고, 이웃 할아버지들의 그건 착각이었습니다.<br>할아버지들, K를 내 여자친구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br>K가 며칠내내 우리 집 근처를 배회하는걸 보고, 틀림없이 싸우고 내가 고집을 부려 화해하지 않은거라고 자기들끼리 쑥덕댔었던 모양입니다ㅋ<br><br>본제입니다.<br>목요일에 출근했을때, 원래는 점장에게 말할 생각이었습니다.<br>그런데 점장이 아침부터 기분이 최악이었고, 출근했을때 얼굴한번 보이고는 바로 나가서 그날은 한번도 가게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br>점장은 좀 심하게 자유롭다고 할지, 무책임한 면이 있습니다.<br>가게도 취미삼아 경영하고 있고, 점장의 부모님은 꽤나 부자.<br>그래서인지 위기감이 없다고할지... 경영도 대충대충인 경향이 제법 있습니다.<br>그래서 이런 일도 자주 있다보니 그때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만...<br>금요일은 점장이 아예 오지 않고, 점장의 오랜 친구인 아저씨(가게 단골이면서 가끔 일도 도와주는 사람)이 대신 왔습니다.<br>듣자하니 수요일부터 계속 이 상태라고 합니다.<br><br><br>>그 날의 일도 끝나고 심심해서 그날 휴일인 Y의 집에 갔어.<br>아무 연락도 없이 쳐들어갔지만 Y는 웃으며 맞이해줬어.<br><br>처음에는 게임하고 잡담이나 나눴지만, 중간에 주제가 계속 일 땡땡이치는 점장의 뒷담으로 바꼈어.<br>그때 처음으로 알았는데 화요일 밤 Y는 점장에게 전부(얼마전 여기에 쓴것입니다) 말했다고 해.<br>말한 순간 안색이 바뀌더니, 자정도 안됐는데 가게문 닫고 Y도 퇴근시켰다고.<br><br>생각해보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나도 Y도 묘한 위화감을 느꼈어.<br>그래서 과감하게 점장에게 물어보기로하고 점장의 휴대폰에 전화.<br>솔직히 점장이 걱정되기도 했고.<br>그러나 점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어.<br>더더욱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br>그래도 뭘 할 수 있는것도 아니었고, 혹시 가게일을 도와주는 아저씨(이하 O씨)가 뭔가 알고있을지도 모르니 그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으러 Y와 노래방에 갔어.<br>O씨는 얼굴은 무섭지만 굉장히 자상한 아저씨야. 나랑 Y랑도 자주 이야기했고.<br><br>그래서, 가게에 도착한 이후의 이야기.<br>O씨에 의하면 점장은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했어.<br>전화도 휴대폰도 O씨가 아니면 받지도 않는다고.<br><br>그래서, 지난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니 「역시 그 일인가」라고 탄식하더라.<br>꽤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기니까 중요한 것만.<br><br>점장은 정신적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사고를 만드는 버릇이 있댔어.<br>사고를 만드는 버릇이라기 보다는, 쓸데없이 차로 사고를 일으킨다, 가 가깝나.<br>우리 동네는 시골이다보니 산길을 운전하다보면 여우가 튀어나오는 일이 많은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으면서 일부러 치어 죽이고,<br>목줄을 쓸데없이 길게잡고 산책중인 애완견을 치어 죽이고,<br>남의 집 마당에 돌진하거나, 앞차를 집요하게 위협하거나.<br>접촉사고는 2번. 할머니가 운전하는 단풍마크 차랑, 젊은 커플... 아마 K커플.<br>(※단풍마크 : 일본에서 75세 이상인 고령운전자의 차에 붙이는 스티커)<br>과실이 10:0으로 K의 남자친구 잘못이라는 소문은 거짓이었던 모양.<br><br>점장은 사고를 저지르고는 피해자의 얼굴도 안보고 사과도 안하고 그냥 무시.<br>점장이 사고를 칠 때마다 부모님이 돈을 내서 해결해줬었대.<br>그 중에는 누가 자신의 애완견을 치어 죽였는지도 모른채, 애원과 돈으로 넘어간 사람도 있다고.<br>하지만 딱 1명, 돈으로 넘어가지 않은 사람이 있었어... 그게 아마 K겠지.<br>K의 남자친구의 다리에는 작지만 장애가 남았어.<br>완치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K도 수없이 본인이 직접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무시됐지.<br>결국 포기한 K가 「네 가족 전부 죽여버리겠어」라고 말하고 한 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고 해.<br><br>거기까지 알면서 왜 아직도 점장이랑 친하게 지내냐고 물으니,<br>「변해버린 소꿉친구가 걱정되니까」라고 말했어.<br>공식상으로는 전부 사고이고, 이것은 점장의 인강성과도 관련된 일이니까 비밀로 해달라더라.<br>O씨 미안.<br><br>이때 처음으로 매일같이 오는 K씨의 문자에 답장을 보냈어.<br>열어보지도 않은 문자 전부 읽어봤는데, 대부분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부탁입니다, 답장 보내주세요』였어.<br><br>점장은 도저히 돌아올 낌새가 안보이고, 아무래도 이대로 가게를 열어놓을수도 없으니 O씨 독단으로 토일요일 가게를 닫기로했고, 나와 Y는 다음날 K의 집에 갔어.<br><br>여기서부터는 O씨의 이야기대로.<br>K의 남자친구가 운전한 차는 점장의 위협운전때문에 전봇대에 충돌.<br>실제 K의 남자친구의 장애는 생각보다 가벼웠어.<br>(물론 그 때는 큰 부상이었겠지만)<br>조금 다리를 저는거랑, 추우면 다리가 아픈 정도.<br><br>K가 용서할 수 없었던건 남자친구에게 장애가 남은것보다, 피투성이가 되서 움직임을 멈춘 남자친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급히 도망가지도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듯이 유유히 떠나간것과, 사과 한번 없었던 것이라고 했어.<br><br>그리고 K가 한건 역시 저주가 맞았어.<br>참고로 검붉은 액체는 락스에 홍차를 우린것. 피를 본뜬 붉은 액체가 필요했다나.<br>상당히 독한 세제였는지 K의 손을 잘 보니 피부가 잔뜩 갈라져 있더라.<br><br>왠지 글이 엉망이라 미안하지만 이런 느낌.<br>O씨도 함께 넷이서 여러가지 이야기한 결과, 어제 나와 Y는 연락이 안되는 점장 대신 O씨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했어.<br>K는 화요일 시점에서 이미 해고. R은 일을 찾으면 바로 그만둔다고.<br><br>오늘은 Y랑 잠깐 나가서, 중간에 들린 약국에서 핸드크림을 사서 K에게 주고왔어.<br>K의 남자친구가 현관까지 나와서 무심코 뿜고 싶을 정도로 사과와 감사를 반복하더라.<br>결국 K의 남자친구에게 잡혀서 K집에 실례하고, 케이크 얻어먹고 집에 온게 방금 전.<br><br>돌아오는 길에 그만둔 노래방을 보고왔어.<br>아직도 닫혀있지만, 폐점한다는 소식은 없으니 아마 계속 운영할거라고 생각해.<br><br><br>>모두 내 재미없는 체험담에 어울려줘서 고마워ㅋ<br><br>참고로 K에게는 오해한것에 대해서 사과하고 왔습니다.<br>그리고 잠깐이라도 점장편을 들었던걸 후회하고 있습니다.<br>잘 생각해보면, 평소 점장의 무책임함과 대충대충함을 생각했으면, 알 수 있었을텐데.<br><br>K도 그렇지만, 애완견이 죽은 사람도 상당히 쇼크였을거라고 생각해.<br>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지금은, 여태까지 죽여온 여우한테도 벌받아버려라,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br><br>저주 운운의 이야기는 남자친구도 몰랐었던지, 이야기를 듣고는 K를 혼내더군요.<br>자신의 부상을 K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한것도 몰랐다는 모양.<br>서로 걱정해주고, 상대를 위해서 이런일까지 하고, 뜨겁구만ㅋ<br><br>월급은 현금으로 받는지라 월말에 한번 더 가게에 가야됩니다.<br>또 무슨 일이 있으면 보고할지도.<br><br><br><br></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