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이란게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br><br>네. 절대 설명이 안되죠.<br><br>설명 할 수 있다고 쳐도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br><br>사람의 마음은 뭔가 단순한 듯 하면서도 복잡하고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우니까요.<br><br>사랑의 감정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br><br>절대 이해 할 수 없죠.<br><br>하지만 그렇게까지 물어보시니 말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br><br>이해하시진 못할 겁니다. <br><br>다만 이왕이면 끝까지 다 들어 주셨으면 좋겠네요.<br><br><br><br><br>그녀를 처음 본건 3년전이었습니다. <br><br>그때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었죠.<br><br>그녀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br><br>아니 아니 ‘첫눈에 반했다’ 라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br><br>갈망.. 그래. 갈망에 가까운 감정이었죠.<br><br>‘그녀를 가지고 싶다.’ 라는 단순한 마음이 아니었습니다.<br><br>‘무슨일이 있어도 그녀는 내것이어야 한다’ 라는 느낌이었죠.<br><br><br><br><br>그녀를 보고있지 않은 시간동안 저는 지독한 갈증이 느껴야만 했습니다.<br><br>아시겠습니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갈증인 겁니다.<br><br>그녀의 모습, 그녀의 사진,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향기,<br><br>그녀의 물건, 그녀의 머리칼 심지어 그녀가 앉았던 의자에 남은 온기.<br><br>오로지 이런것들 만이 제 갈증을 해소해 주었습니다.<br><br>그녀와 관련된 것들 외에는 그 어떤것도 해소해 주지 못하는 갈증.<br><br>그렇습니다. 그녀는 저에게 있어 사막의 오아시스보다 더 큰 존재인겁니다.<br><br><br><br><br><br>재미있는건 그녀가 절 미워한다고 해서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br><br>아니 오히려 그녀가 저에게서 멀어지려 하고 도망치려 하면 할수록 커져갔죠.<br><br>전 그녀에게 사랑받고 싶은게 아니었으니까요.<br><br>전 그저 그녀를 가지고 싶었습니다.<br><br>어항속에 있는 금붕어가 손을 피해 요리조리 도망치면<br><br> 오히려 열정적으로 손을 휘저어 금붕어를 움켜쥐고야 마는 어린아이처럼<br><br> 그녀가 도망칠수록 저의 집착은 강해졌던 겁니다.<br><br><br><br><br>그녀가 절 미워하는건 그리 견디기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br><br>그녀가 저에게서 도망치는것도 그리 마음아픈 일은 아니었죠.<br><br>하지만 단 하나 견디기 힘든게 있었습니다.<br><br>그녀 곁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br><br>그것 하나 만큼은 소름이 끼칠정도로 싫었습니다.<br><br>뭐랄까요 그것도 일종의 질투겠죠.<br><br>하지만 훨씬 더 강렬했습니다.<br><br>그녀 곁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걸 볼때면<br><br> 마치 제 눈앞에서 평생을 함께한 반려동물이 요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는듯한 끔찍한 감정을 느꼈습니다.<br><br>그렇기 때문에 그녀 곁에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노력했죠.<br><br>그녀의 애인, 이성친구는 물론 동창이나 심지어 가족들까지.<br><br>방법이야 여러 가지였지만 역시 가장 효과가 좋은건 <br><br> 그들에게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br><br>죽은 동물들을 택배로 보내는게 가장 쉽고 빨랐습니다.<br><br>길고양이나 비둘기가 구하기 쉬웠지만 가끔은 진짜 그들의 애완동물을 사용했습니다.<br><br>힘들고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그녀 곁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는걸 보며 엄청난 보람을 느꼈습니다.<br><br>결국 그녀의 부모에게서 그녀를 떨어트려 놓는건 실패했지만요.<br><br><br><br><br><br>제가 그녀를 설득할 수 있을거란 기대는 애당초 하지 않았습니다.<br><br>몇 번이나 얘기했지만 사랑의 마음은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br><br>오랜시간 동안의 숨바꼭질 끝에 경찰들을 모두 따돌리고 그녀를 제 은신처로 데려왔을 때<br><br> 그녀에게 애원하지도 협박하지도 않았던게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br><br>의자에 묶인 채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전 생각에 잠겼습니다.<br><br>그녀가 내 앞에 있는 이 순간이 그리 오래 유지되지는 못할 건 분명했습니다.<br><br>길어야 며칠. 아니 어쩌면 고작 몇분일수도 있었습니다.<br><br>당장이라도 문을 부수고 경찰들이 뛰어 들어올 수도 있는상황이었죠.<br><br>경찰에게 붙잡히는 것보다 그녀를 빼앗긴다는게 더 견딜 수 없었습니다.<br><br>죽으면 죽었지 이제 더 이상 그녀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죠.<br><br><br><br><br><br>그 마음이 어느때 보다도 강렬하게 저의 모든 것을 지배했습니다.<br><br>그 상황에서 전 결국 결정을 내리고 만 겁니다.<br><br>그녀의 머리칼부터 시작해서, 그녀의 피부와 그 안을 흐르는 피, 작은 뼈 한조각까지 <br><br> 그녀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걸 다 제가 가지기로 말이죠.<br><br>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80%정도만 성공했습니다.<br><br>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그녀의 전부를 온전히 가질 수 있었을 텐데....<br><br>네. 제가 후회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그겁니다.<br><br>역시 무슨짓을 해서든 다 먹어치워야 했어요.<br><br><br><br><br><br><br>“가능하면 지금이라도 기회를 주신다면 좋겠네요. 마침 배가 고프거든요.”<br><br>의자에 결박된 채 열심히 이야기하던 남자는 대답을 기다리는 듯 건너편에 앉은 형사를 바라보았다.<br><br>“어려울까요?”<br><br>이죽거리는 그 말에 형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br><br>“제가 말씀드렸죠?”<br><br>남자는 입안의 상처를 혀로 몇 번 쓸어보고는 말을 이었다.<br><br>“절대 이해 할 수 없을 거라구요. 형사님은 절대 이해 못합니다.”<br><br>형사의 침묵에 남자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br><br>“끝까지 들어주신다고 하셨으니 마저 이야기 하겠습니다.<br><br>전 절대 후회하지 않습니다. <br><br>이것으로 전 완벽하게 그녀를 소유하게 된겁니다.<br><br>이대로 평생 감옥에서 썩어도 상관없습니다.<br><br>단 하나 아쉬운건 그녀의 몸을 다 먹지 못하고 이 세상에 남긴다는 것 뿐입니다.“<br><br>형사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br><br>남자는 눈을 지긋이 감고는 느긋하게 말했다.<br><br>“감옥에 쳐넣건 얼굴에 발길질을 하건 아님 사형대에 올리건 마음대로 해보십쇼.<br><br>말했듯이 무슨짓을 해도 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br><br>그녀는 이제 제 몸안에 있고 그건 절대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br><br>알겠습니까? 그녀는 이제 완벽하게 제 거란 말입니다.“<br><br>남자의 조롱에도 형사는 주먹을 날리지 않았다.<br><br>그저 무서운 얼굴로 남자를 노려볼 뿐이었다.<br><br><br><br><br>남자는 비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br><br>“뭐. 남은부분은 묘자리에 묻는다고 치더라도 뭐라도 먹어야 될거 아닙니까. <br><br>벌써 몇시간째 아무것도 못먹었는데.<br><br>경찰서니 설렁탕이라도 시켜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br><br>다짜고짜 뒷통수 후려갈기신것도 그렇고 <br><br> 눈뜨기도 전에 이렇게 꽁꽁 묶어놓으신거도 그렇고 <br><br> 생으로 굶기기까지.<br><br>아무리 따님 일이라지만 형사시면서 너무 감정적인 것 아닙니까?“<br><br><br><br><br><br>형사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br><br>“틀렸어. 우선 여긴 경찰서가 아니야. 우리집 지하실이지.<br><br>그리고 또 하나 덧붙이자면. 네가 한 말 중 한 가지는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아.”<br><br>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자를 보며 형사는 아래에 있던 공구상자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br><br>“나도 네놈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부다 씹어 먹지 않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거든.”<br><br><br><br><br>남자의 얼굴에 당혹감이 비춰질 때 형사가 한마디 덧붙였다.<br><br>“내 장담하건데 네놈 무덤엔 아무것도 묻지 못할거다.”<br><br><br><br><br>By. neptun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