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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ptunuse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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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1302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16
    조회수 : 1897
    IP : 45.64.***.207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6/10/24 22:06:29
    http://todayhumor.com/?panic_91302 모바일
    수호천사를 만나다
    옵션
    • 창작글
    저승사자를 만나다 :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48378
     
    차안에 앉아있던 검은 옷의 남자는 옆 좌석에 놓인 갈색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고객정보는 다른 무엇보다도 철저히 비밀에 붙여져 있었기 때문에
     
    여자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는 담당자에게 적지 않은 돈을 찔러줘야 했다.
     
    여자의 얼굴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시트에 기댄 검은 옷의 남자는
     
    그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정면을 가만히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남자가 하는 일은 인간으로서 최악의 일에 가까웠다.
     
    물론 그 일이 처음부터 남자가 선택한 길은 아니었다.
     
    오래전 남자는 앞길이 훤한 청년이었으나 여자를 잘못만난 탓에 미래가 무너지게 되었다.
     
    남자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주었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준 것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빚 뿐이었다.
     
    사채업자들은 남자의 가족들을 빌미로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귀찮은 일들을 처리해주는 역할을 해준다면 가족들은 건들지 않겠다고...
     
    쉽게 말해 더러운 일들을 하다가 만약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든 책임을 지고 버려지는 역할이란 것이다.
     
    이 제안을 남자는 거절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남자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지하 불법의료시설에 집어넣는 일을 맡게 되었다.
     
    남자가 데려간 사람들은 그곳에서 분해되어 전 세계로 팔려 나갔다.
     
     
     
    처음 몇 년간은 단 하루도 맘편이 자지 못했다.
     
    멀쩡한 사람을 잡아다가 사지에 던져 넣는 것은 그에게 너무나 큰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우는 얼굴, 화난 얼굴, 슬픈 얼굴.
     
    사람들이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보여줬던 이런 표정들은 각인이 된 듯 남자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긴 시간 동안을 남자는 악몽과 후회와 두려움으로 보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속된 고통은 그를 무디게 만들어 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남자는 죽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지 않았고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더 이상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무표정한 얼굴과 감정 기복 없는 그의 목소리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저승사자라는 별명으로 불리게끔 했다.
     
     
     
    저승사자라.....”
     
    남자는 혼잣말을 하며 자신의 검은 양복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얼마 전 자신에게 저승사자냐고 물었던 청년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나뿐인 눈에 하나뿐인 다리를 가지고 있던 청년.
     
    마치 자신의 옛날 모습처럼 모든 것을 바쳐 여자를 사랑했던 청년.
     
    최후엔 자신의 목숨마저 바쳐버린 바보 같은 청년.
     
    청년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남자의 감정을 움직였다.
     
     
     
    물론 수십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남자는 자신이 화를 낼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남자는 청년이 수술실 안에 들어가는것도, 그의 장기를 판 돈이 여자에게 넘어가는것도 막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청년을 죽게 만든 여자가 행복하게 잘 사는 꼴을 보고싶지는 않았다.
     
    청년을 위해서인지 아니면 남자 자신을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남자는 단 한번만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죽이기로 결정했다.
     
    비록 살인이지만 이것은 저승사자로서의 살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이 살인을 통해 청년에게 만큼은 저승사자가 아닌 수호천사로 남고 싶었다.
     
     
     
    시계를 확인한 남자는 이제 슬슬 여자가 나타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좁은 골목에서 주차된 척 차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여자가 나타나면 그대로 달려서 들이받을 계획이었다.
     
    남자는 긴장감을 유지한채 정면을 주시했다.
     
    그리고 10분 정도 뒤에 사진에서 봤던 그 여자가 나타났다.
     
    옅은 화장을 하고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에 두른 명품 옷과 가방, 액세서리 들이
     
    그녀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를 충분히 짐작게 했다.
     
    적어도 한사람 이상의 인생을 송두리째 쥐어짜내며 살아왔음이 분명했다.
     
     
     
    운전대를 잡은 남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남자가 차안에서 시동만 걸어놓고 모든 불을 끈 탓에
     
    여자는 그저 길에 주차된 차라고만 생각할 뿐 남자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남자는 여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그녀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단 한번의 기회. 만약 실패한다면 두 번은 없다.
     
    차를 움직이는 시점이 너무 빠르면 여자가 피할만한 시간이 있을 것이고
     
    너무 늦으면 속도가 부족해서 죽이지 못할 것이다.
     
    운이 좋다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겠지만
     
    최악의 경우 남자의 계획이 들켜서 가족들에게 해가 갈지도 모른다.
     
    끈기 있게 기다린 남자는 최적의 타이밍에 강하게 엑셀을 밟았다.
     
    차는 여자가 미처 상황을 인지하고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여자에게 달려나갔다.
     
    남자가 성공을 확신한 그 순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남자가 정신을 차렸을땐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고통이 몸을 엄습하고 있었다.
     
    분명 정확히 여자를 노리고 달렸지만 차가 무언가에 미끄러져 버리고 말았다.
     
    마치 얼음을 밟은 것처럼 방향이 바뀐 차는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벽을 들이받고 말았다.
     
    남자가 간신이 눈을 뜨고 차 밖을 보니 놀란 여자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여자의 곁에는 하얀 날개가 달린 사람 형체가 여자를 지키듯 공중에 떠있었다.
     
    희미하게 아른거리는 그 형체는 천사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독특하게도 한쪽 눈과 한쪽 다리가 없는 상태였다.
     
    여자를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청년은 그것도 모자라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를 지키기 위한 수호천사가 되기로 결정했던 모양이다.
     
     
     
    젠장... 그냥 얌전히 천국에나 가지 왜 내려와서는...
     
    저딴 여자가 뭐가 좋다고 저렇게 까지.....”
     
    숨이 끊어지기 직전 남자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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