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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0887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20
    조회수 : 2195
    IP : 61.36.***.10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9/27 08:41:03
    http://todayhumor.com/?panic_90887 모바일
    내 딸을 위하여
    옵션
    • 창작글

    내가 시력은 그리 좋지 않지만 잠귀는 상당히 밝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침대에 누운 채 숨을 죽이고 조용히 귀를 기울이자 잠시 후 미약하게 끼익 거리는 마찰음이 들려왔다.


    누군가 천천히 창문을 여는 것 같았다.


    평소엔 잘하던 문단속을 하필 오늘 깜빡 한 모양이다.


    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맡에 있는 야구방망이를 집어 들었다.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이걸 머리맡에 놓은 건 정말 훌륭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최대한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와 문앞에 웅크리곤 밖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했다.






    창문이 다 열린듯 끼익거리는 마찰음이 멈췄다.


    곧이어 삐걱거리며 함께 무언가 창문을 넘어 거실로 들어오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도둑이 든게 분명했다. 하필 이럴 때 도둑이라니 욕지거리가 나왔다.


    분주히 움직이는 듯 한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도둑은 거실을 두리번거리며 비싼 물건을 찾는 모양이다.


    아내의 장례비용 과 딸의 병원비로 돈 될 만한 것들을 다 내다 팔아서 훔쳐갈 만한 물건이 없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대로 그냥 나가준다면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 충분히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쉽게 끝나지는 않을 모양이다.


    거실을 둘러본 도둑은 훔칠것이 없다는걸 알았는지 2층으로 향하는 듯 했다.


    일이 상당히 심각해졌다. 2층 방에는 아이가 자고있다.






    발소리가 멀어지길 기다렸다가 문을 열고 나와선 조심스레 발소리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힘도 약하고 체격도 좋지 않은 내가 야구배트 하나 들었다고 도둑을 제압할수 있을거란 보장은 없다.


    상대가 흉기를 들었다고 한다면 기습을 한다해도 그리 자신이 없었다.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타이밍을 만들어야 한다.


    계단 옆방에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도둑을 계단에 밀어넣을 수도 있다.


    혹은 방안에 웅크리고 있다가 번개처럼 뛰어나가 뒤통수를 후려갈기는것도 가능하다.


    기다시피 계단을 기어오르며 작전을 구상하던 나는 반쯤열린 아이방 문을 보며 생각을 멈췄다.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없다.


    난 번개처럼 몸을 일으켜 아이가 잠들어있던 방으로 들어가 불을 켰다.






    내 눈엔 양손이 묶인 채 침대에 묶인 14살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한손에 칼을 든 괴한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괴한은 당황한 듯 내게 칼을 겨누고 아이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허둥대고 있었다.


    다행히 그리 경험많은 도둑이 아닌 듯 했다.


    아저씨. 살려주세요....”


    괴한은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좀 풀어주세요.”


    동요하는 눈빛.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난 번개같이 달려들어 괴한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바닥에 쓰러져 꿈틀대는 괴한을 보니 긴장이 탁 풀렸다.


    아이는 여전히 팔이 묶인채 쓰러진 괴한을 보며 울먹이고 있었다.


    아저씨. 죽으면 안되요. 일어나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아저씨!”


    난 실실 웃으며 바닥에 주저앉고는 아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도 대단하다. 도둑한테 도와달라고 하다니.”


    내말에 아이는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말했지. 몸값만 받으면 내보내 준다고.


    전혀 안다치고 집에 돌아갈 수 있을거라고 했지?


    그러려고 내가 일부로 얼굴도 안보여주고.....”


    거기까지 말한 나는 급히 손을 들어 얼굴을 더듬었다.


    맨얼굴이다. 마스크를 쓰고있지 않다.


    그렇게 조심했는데 저 아이가 내 맨 얼굴을 보고 말았다.






    난 급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저아이가 내 얼굴을 본 이상 조용히 돌려보낸다 해도 내가 무사할 거란 보장이 없다.


    내가 경찰에 잡히기라도 한다면 병원에 있는 내 딸은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게 될 것이다.


    반드시 경찰을 피해 몸값을 받아 수술비를 마련해야 한다.


    아니 몸값을 포기하고서라도 어떻게든 경찰에 붙잡히는것만은 피해야 한다.


    길게 욕을 내뱉으며 아이와 괴한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제 방법은 하나뿐이다.


    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늦은 밤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깨어나 밖으로 나간거야.


    밖에 나가니 저 남자가 칼을 들이밀고 차키를 내놓으라고 했지.


    난 차키를 주겠다고 하면서 재빨리 야구배트를 집어 들었고 남자와 몸싸움을 하게 된거야.”


    거기까지 말하곤 난 남자가 들고있던 칼을 천으로 감싸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다행히 난 약간의 타박상만 입고 남자를 제압하는데 성공했지.


    그리고 신고를 하려고 하는데 문밖에 남자가 가져온 커다란 자루를 본거야.”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지르는 아이를 보며 말을 마쳤다.


    그 안엔... 몇 일 전 납치를 당했던 아이가 칼에 찔린 채 죽어있었어.”


    난 칼을 든 채 아이에게 한발짝씩 다가갔다.








     By. neptun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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