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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닉네임변경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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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90125
    작성자 : 마카시
    추천 : 16
    조회수 : 2442
    IP : 36.80.***.151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8/19 12:50:19
    http://todayhumor.com/?panic_90125 모바일
    [단편](19) 자카르타(상)

    1. 이 글은 폭력적, 성적, 도덕적으로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에 19세 미만 청소년이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는 걸 권합니다.

    2. 이 글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사건은 실제와는 연관이 없습니다. 픽션으로서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라의 이름에서 무엇을 떠올릴까? 동남아, 세계 4위의 인구대국,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  발리, 섬나라, 조코위 도도 대통령? 그런 알고 있다면 사람은 세계지리나 역사 혹은 인도네시아 자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예상 외로 많은 사람들은 인도네시아와 인도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구분하지 못한다.  불과 3년전까지의 준석 또한 그랬다.

    인도네시아, 준석이 그곳에 대해서 알게 것은 막상 비행기를 타고 3 자카르타의 수카르노 하타 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였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성전자에 입사했을 하늘을 날듯 기뻤던 기분은3달을 가지 못했다. 끝없는 야근, 회사 상사들의 조리돌림, 회식 등으로 미쳐가고 있었던 그는2년을 채우고 그만두려 했었다. 때마침 회사 게시판에 해외 주재원 모집 공고를 보지 못했다면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런 경위로 처음 인도네시아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준석은 좀이 쑤셔 죽는 알았다. 날씨는 항상 무덥고 주말에 마땅히 만한 데가 없었다. 하다못해  온라인 게임 폐인이 되어 지내려고 해도 느린 인터넷 환경에 준석은 속이 터지는 기분이었다. 비록 일이 조금 수월하고 상사에게서 받아야 하는 압박감이 줄었다곤 하지만 사람이 일만 하고 수는 없기에 마땅히 즐길 만한 취미 생활이 없다는 상상 이상으로 스트레스였다.

    그랬던 그가 마음놓고 인도네시아 생활을 즐기게 계기는 새로운 취미활동이 생기고 나서였다. 새로운 취미활동에 대해서 소개하기 전에 인도네시아의 환경을 조금 소개하면 무슬림 국가라곤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있어 실제로 인도네시아 내엔 개신교, 카톨릭, 불교, 그리고 힌두 등의 종교 군이 존재하고 믿는 사람 또한 되는 실상은 다종교 국가이다. 그리고 설사 무슬림이라고 해도 젊은 사이에선 K POP등의 외국 문화 유입과 종교적으로 보수주의적인 색채가 많이 희석되어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사람도 많고 실제로 이슬람에선 금기시되는 돼지고기를  암암리에 먹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K POP이나 드라마 등의 성공으로 인해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도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점들은 준석이 취미활동을 즐기기에 굉장히 좋은 여건이었다. 남들에게 대놓고 말하기는 조금 힘든 그의 취미는 바로 , 마약, 그리고 여자였다.

    오늘도 그는 자카르타의 클럽에서 취미활동을 즐기는 중이었다. 자카르타엔 마약 소지를 엄격히 검사하는 클럽도 있는 반면 오히려 그것을 편히 즐길 있는 클럽도 군데 있었다. 인도네시아는 마약의 유통상들에 한해 외국인이라도 사형을 시킬만큼 강력한 형을 집행하는 중이었지만 부패한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운영하는 클럽을 단속하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캄캄한 조명 아래로 뿌연 담배 연기, 혹은 대마 연기일지 모르는 것들이 떠돌아다녔고 아래론 눈이 풀린 사람들이나 남녀 지간에 몸을 밀착시키고 야릇한 춤을 추는 커플들로 북적거렸다. 그는 주로 엑스터시를 복용했다.  다른 마약들에 비해 중독성이 덜한 편이었고 클럽에서도 암암리에 팔고 있었기에 구하기 수월하고 복용하기도 편했다. 주사를 찌를 필요도 코로 흡입을 필요도 없었다. 경구복용 방식이라 알약을 먹듯이 입에 털어넣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좋았다. 마치 섹스가 끝날 때쯤 느끼는 오르가즘 같았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천상에서 천사가 날개짓하며 내려오는 환각을 보기도 했다. 바로 지금처럼.

    보이냐?”

     저기 드레스 입은 엘프녀?”

    준석은 그의 인도네시아 가장 친한 친구인 성민에게 물었다. 성민 또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준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일한 환각을 사람이서 봤다면 그것은 환각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에서였다. 그녀는 갑자기 어디론가 가는 등을 돌려 움직이고 있었다. 준석은 북적이는 인파 구름을 헤치며 앞으로 나갔다. 그녀가 가는 곳은 주차장 쪽이었다. 집에 가려고 하는 것인가. 준석이 주차장으로 발길을 들였을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준석은 허탈하게 한숨을 쉬며 다시 민성이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맥주나 하고 집에 가자.”

     

    준석은 차에 올랐다. 그의 애마, 혼다 HR- V 차량이었다. 옆에선 성민이 다소 걱정이 된다는 창문을 붙들고 있었다.

    그냥 가까운 호텔에서 자고 가지 그러냐.”

    됐어. 마시고 운전해도 잘하는 알잖냐. 너나 임마 오늘 재밌게 놀아라. 나는 집에 가서 딸이나 쳐야겠다.”

    븅신새끼. 알았다, 그래. 운전 조심해서 가고. 도착하면 연락줘.”

    성민은 자카르타에 있는 여자친구 집에 가서 모양이었다. 그에겐 3년을 연애한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었다. 준석은 그렇지 않았다. 클럽에서 만난 현지인 여자친구들과 하룻밤은 자주 즐겼지만 진지하게 만나는 여자친구는 없었다. 그래서 오늘처럼 헌팅에 실패하면 몸이 괜스리 뜨거워져서 집에 들어가서 야동이라고 보고 자야 직성이 풀렸다. 매춘도 가끔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준석 스스로는 깨끗한 여자들과 관계를 가지고 싶어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오늘도 집에 들어가면 신나게 야동 때릴 생각을 하며 준석은 거칠게 차를 몰았다.

    그의 집은 자카르타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외곽 쪽에 있었다. 회사와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자카르타로 클럽을 나왔다가 돌아갈 때면 술을 마신 채로 운전을 수밖에 없었다. 그로선 어쩔 없는 일이었다. 한국과는 다르게 인도네시아엔 대리운전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한국처럼 음주운전 단속이라는 개념도 없었다. 설사 술마시고 운전하더라도 사고만 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날은 운이 좋지 않았다. 준석은 평소처럼 톨에서 내려 집이 있는 단지로 들어서려고 하는 시골길에서 그만 사람을 치고 말았다. 그는 차에서 내렸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다. 의학에 대해선 아는 아무 것도 없었지만 준석은 코에 손을 갖다대보고 심장에 귀를 갖다대봤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죽었다. 즉사다.

    준석은 짧은 시간에 그런 확신을 지었다. 어떻게 해야 되지, 경찰에 신고해야 되나, 일단 병원을 불러야 하나. 고민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중의 시골길이라 아무도 없었다. 그는 다시 위에 올랐다. 자신이 처한 입장을 생각했다. 대기업 사성전자 주재원으로서 말썽을 부리면 됐다. 처음 입사할 자랑스럽게 아들을 껴안아주던 엄마의 얼굴도 떠올랐다. 마약사범, 음주운전범, 살인범의 낙인을 가져갈 없었다.

    준석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듯 잠에 빠져들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면 된다.

     

    다음날 준석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자기 전에 겪었던 일이 꿈이길 간절히 기도했지만 아침에 일어나 찌그러진 본네트와 깨진 차창을 보면 다시금 어제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단지 후문쪽으로 나갔다. 어제 들어오던 정문 길은 아무래도 위험했다. 분명 뺑소니 사고로 인해 경찰과 마을사람들로 북적거릴 것이었다. 출근 전에 그는 정비소 먼저 들렸다. 차를 사흘 정도 입고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비보험으로 차를 입고시켰다. 사성전자 공장으로는 정비소로부터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회사에서는 하루 종일 멍했다. 정신이 다른 팔려있으니 일에 집중이 리가 없었다. 그의 역할은 생산관리였지만 책상에 앉아 볼펜만 가만히 잡고 있었다.

    그리고 퇴근 시간이 되자 칼같이 퇴근해 집에 짐을 내려두고는 주택 단지를 지키는 경비에게 담배 갑을 건네며 말을 붙였다.

    오늘 들어오는 길에 막혔어?”

    그는 경비들과 대체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가끔씩 집으로 여자를 들이기도 했기 때문에 단지 내에 쓸데없는 소문이 퍼지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주변엔 한국인이 사는 집도 있었다. 그들과 친해지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가끔 음료수 사먹으라고 주머니에 돈을 찔러주고 지금처럼 담배를 선물하면 됐다. 준석에게는 푼돈이었지만 평균 한화 기준25만원 정도를 받는 경비들을  구워삶기엔 정도면 충분했다.

    , 미스터. 하나도 막히던데요.”

    , 그래? 내가 나갈 때는 차가 많이 막히던데······.”

    노노, 하나도 막혔어요. 평소보다 오히려 뚫려있었어요.”

    준석은 생각에 빠졌다. 아무리 인도네시아 경찰이 뇌물을 밝히고 일을 한다는 평을 듣는다고 한들, 사람이 도로에서 죽었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을 리가 없었다. 아직 오후 다섯 , 사이에 자리를 정리한 것일까. 하긴 한국과는 다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오케이, 알았어.”

    그런데 미스터, 오늘은 차가 보이네요? 어디갔···?”

    준석은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경비의 입을 막으며 입모양으로 차가 고장났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가끔 그들의 지나친 참견이 불편한 그였다.

    어떻게 돌아가는 영문인지 정확히 수는 없지만 현지 경찰은 사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였다. 준석은 계란후라이 반숙을 하며 맥주를 뜯었다. 맥주 캔을 뜯을 나는 하는 탄산터지는 소리에 하루종일 곤두섰던 신경이 맥없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준석은 고작 맥주 캔에 눈꺼풀이 무겁게 짓누르는 느끼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준석은 평소처럼 맥주를 걸치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톨에서 내린 집이 있는 단지까지 가기 전의 길은 시골길이었다. 빛도 하나없이 어두컴컴하고 길은 포장이 차가 흔들거려 골이 지끈거렸다. 순간 준석은 차앞으로 뛰어드는  검은 실루엣을 봤다. 재빠르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위로 사람의 몸뚱어리가 튀어 올랐다가 다시 보이지 않았다. 사람을 쳤다. 핸들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느꼈다.

    준석은 차에서 내렸다. 사고당한 사람의 상태를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일이지, 분명 쳤는데. 준석은 눈을 비비며 차쪽을 다시 돌아보았다. 범퍼도 아무 이상없이 멀쩡했다. 하지만 그의 눈이 범퍼 쪽부터 본네트 그리고 나아가 차창을 훑었을 , 준석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위엔 누군가가 타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고 얼굴 또한 새까맸다. 누군가가 준석을 바라보며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순간 차가 끼이잉 소리를 내며 발진했다. 준석은 대경실색하며 몸을 뒤로 돌려 뛰었다. 차는 닿을 엉덩이 부근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아무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깜깜한 어둠밖에 없었다. 준석은 점점 숨이 찼다. 호흡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그리고 소름이 끼쳤다. 잡히면 죽을 것이다. 준석의 머릿속에 생각만 가득했다. 순간 너머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빛이 준석의 눈으로 가득 쏟아졌고 어둠은 그에 쫓기듯 밀려났다. 준석의 차에 탔던 괴한 또한 빛에 쫓겨나기라도 보이지 않았다. 위엔 준석이 차에서 내렸던 순간처럼 아무도 없었다. 준석은 다시 빛이 떠오르던 방향을 보았다. 그리고 아래로 누군가가 서있었다. 여자였다.

    콜라빛깔 피부에 검은 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그녀는 새하얀 이를 가득 드러내며 양팔을 앞으로 벌리고 있었다. 준석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품에 안겼다. 마치 엄마의 품에 안긴 것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느낌도 잠시, 준석은 이내 처음 봤던 얼굴을 자신이 알던 사람과 대칭시키는 성공했다.

    너는······?”

    준석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준석을 바라보며 마치 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처럼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준석이 바라보자 그녀는 얼굴을 굳히더니 입이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숟가락 하나 정도 들어갈 같았던 입은 이내 수박 하나를 통째로 삼킬 만한 크기까지 벌어졌다. 그리고는 준석의 머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

    준석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그는 침대 옆에 놓인 에어컨 리모콘을 봤다. 간밤에 에어컨을 켜는 것을 깜빡하고 모양이었다. 문득 아침에 일어났는 데도 불구하고 오줌이 마렵지 않다는 것을 이상하게 느꼈다. 그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봤다. , 젠장. 오줌을 모양이었다. 침대보가 노랗게 젖어있었다.

    이게 빌어먹을 악몽 때문이었다. 준석은 잠긴 목소리로 씨발! 내뱉으며 욕실로 향했다. 그는 쏟아지는 찬물을 머리에 맞으며 오늘 회사에서 해야 일을 정리했다. 그리고 악몽은 마치 직접 겪은 것처럼 아직도 손끝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지만 한낱 개꿈에 불과한 것을, 잊을 거라고 다짐했다.

     

    성민은 한국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국에선 흔히 말하는 성인노래방, 그러니까 여자 도우미랑 춤추고 노래부르고 나아가서 하룻밤의 뜨거운 사랑 혹은 정사를 나눌 있는 그런 장소, 그게 그의 사업장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서 일하는 도우미들은 한국인들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인들인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오늘은 금요일, 그리고 성민은 금요일 밤만 되면 몸이 달아올랐다. 금요일 밤부터 클럽이 북적거리기 때문이었다. 밤일을 하는 그에겐 일이 끝나고 클럽에 가서 한잔 하고 운이 좋으면 낯선 여자와 즐길 있는 이벤트는 그의 삶의 낙이었다. 삘이 닿으면 그들은 , , , , , , , 일주일을 클럽에서 보낼 수도 있는 그런 남자들이었지만 그럼에도 금요일날 몸이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마치 종이 울리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처럼 본능같은 일이었다.

    보통 금요일 되면 준석에게서 연락이 텐데, 성민은 생각하며 일을 정리하고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에겐 동갑내기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그들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 좋을 리가 없었다. 허구헌날 술을 먹고 클럽을 가는 그에게 여자친구가 질려하던 탓이다. 물론 그녀는 성민의 직업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있었다. 일반적인 노래방이 아니라 성인노래방인 탓이었다.

    오히려 그녀가 질색을 하면 할수록 성민은 더욱 클럽과 그리고 여자에 매진했다. 준석은 그런 그에게 가장 좋은 친구였다. 언제든 클럽을 가고 싶을 부르면 ! 외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민은 아파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준석을 만났다.

    일이야? 연락도 없이 찾아오냐.”

    준석은 사이에 많이 변해있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클럽을 들린 불과 사일 전이었는데 그의 볼살은 움푹 패여있었고 눈밑에 기미가 시꺼맸다. 어쨌든 집에 손님이니 성민은 냉장고에서 맥주와 마른 안주 등을 주섬주섬 챙겨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준석이 하늘을 향해 비명을 지르고 손을 내젓는 모습을 보았다. 씨발, 좆됐군. 성민은 마음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준석의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

    , 정신차려! 새끼야!”

    그제서야 준석이 정신이 돌아온 성민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성민의 팔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 성민아. 살려줘. 씨발 사나흘 한숨도 제대로 잤어. 죽겠다.”

    무슨 일인데 그래? 아까보니까 헛소리도 하고 환각도 보고 그러는 같은데 중독이야 새끼야. 좆됐어.”

    중독 아니야! 잠들기만 하면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려! 방금처럼. 하도 자서 잠시 잠들었는데 꿨다구!”

    무슨 악몽인데 그래, 얘기나 들어보자.”

    우선 담배나 .”

    성민은 준석에게 담배를 건넸다. 준석은 연기를 깊이 들이마시더니 내뱉으며 울상을 지었다. 그러더니 무겁게 입을 뗐다.

    미카 기억하지? 년이 자꾸 속에 찾아와.”

    미카? 알지. 걔가 ? 다시 보고 싶대?”

    씨발 새끼야. 장난치지말고. 아무튼 걔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고!”

    준석은 차에 해당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속의 그녀를 만난 시점부터 이야기를 했다. 성민은 그런 준석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미카, 준석은 그녀에 대해 누구보다 알고 있었다.

     

    처음 그녀는 준석의 인도네시아어 과외 선생이었다. 법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말하던 그녀는 한국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국말에 능통했고 뿐만 아니라 한국 역사,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해 어떤 때는 준석보다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적도지방에 사는 인도네시아인답게 피부가 콜라처럼 새까만 편이었지만 눈에 얼굴이 조막만해서 나름 귀여웠다. 마치 햄스터를 닮았다고, 가끔 준석은 그녀를 햄스터라고 불렀다.

    그녀와 가까워지게 계기는 사실 그녀가 먼저 의도한 것이라, 준석은 확신했다.

    평소처럼 수업을 듣고 있던 준석에게 미카는 여자친구는 없냐, 사귀냐, 인도네시아 인은 좋아하냐, 이것저것 사소한 질문을 물었다. 준석은 내심 짜증이 나지만 관계가 틀어질까 걱정이 되어 묻는대로 대답만 했다.

    그러더니 그녀가 준석의 뺨에 입을 맞춘 것이었다. 준석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귀여워서 뽀뽀했어요. 되요? 어차피 준석 씨도 싱글, 나도 싱글. 나름 예쁘지 않나요?”

    준석은 자신의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혀로 서로 탐닉했고 이윽고 침대로 사랑을 나눴다.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준석씨라고 부르던 호칭은 자기야가 되었고, 어느새 항상 그의 옆엔 그녀가 있었다. 하지만 관계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준석은 그녀를 만나던 와중에도 끝없이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가졌고, 그것을 알게 그녀가 먼저 이별을 고한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미카는 우습게도20살이라는 꽃다운 나이였지만 자신의 자취방에서 목을 맸다.

     

    그건 사고였잖아. 븅신 새끼야. 이제 잊을 때도 됐지. 내가 설명해줄게. 네가 지금 겪는 금단 증상이라는 거야. 이걸 극복하려면 약을 점차 줄여나가야 . 처음에 끊으면 일상생활에서 손이 심하게 떨린다거나 지금 너처럼 원치않는 환각을 보게 . 내가 겪었던 일이니까 믿어, 새끼야.”

    준석이 회상을 끝마쳤을 때는 성민이 끝도 없이 떠들고 있었다. 준석은 손을 휘저으며 그의 말을 가로막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러면 그냥 클럽가서 놀면 되겠네 그치?”

    그게 그렇다는 아니라, 여튼 간에 약을 아예 번에 끊으려고 하지 말란 얘기지. 어쨌든 그래. 말도 맞아.”

    그럼 지금 가자, 클럽.”

    준석은 미카에게서 영원히 벗어나기를 원했다. 성민에게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짐작가는 바로는 최근 있었던 사고 때문에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어 과거의 기억까지 불러오는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오히려 이럴수록 바보처럼 집에만 가만히 앉아서 고통을 겪느니 미친 듯이 놀면서 풀어야 했다. 그게 준석의 스타일이었다. 그는 성민을 다그쳐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수리가 끝난 자신의 차량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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