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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9287
    작성자 : 마카시
    추천 : 21
    조회수 : 2831
    IP : 36.80.***.151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6/07/16 12:44:12
    http://todayhumor.com/?panic_89287 모바일
    [단편](19) 내일은 영업왕(상)

    미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늘도 팀장이 어김없이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고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영업팀으로 옮긴지도 1 가까이 되었다. 처음 총무부에서 쫓겨났을 , 어떻게든 직장을 새로 잡아야 했나 하는 후회가 막심했다.  하지만 짊어진 삶의 무게가 무거웠다. 새롭게 직장을 옮기는 드는 비용과 노력, 다른 부서지만 여전히 같은 회사, 어떤 것이 적응이 편할지 고민한 결과 1 전의 그녀는 후자에 손을 들어줬다.

    그녀는 지금은벌써  3년이란 시간을 함께 갤럭시 오래된 모델을 꺼내들었다.

    지희야. 엄마 이제 집에 갈게.  지석이는? 아빠는? , 그래. 조금 기다려.”

    그녀는 어느새 다가온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사랑해서 만난 남녀의 결합이 행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결혼 이후에 깨달았다. 사실 그녀의 남편 준기는  문학도의 감성인지는 몰라도 매우 다정다감한 남자였다. 그녀가 무심코 지나가며 했던 말들을 기억해서 선물을 주고 요리나 청소도 곧잘 잘했다. 결혼하면 손에 묻히고 살게 해주겠다고 청혼했을 말을 한치의 의심없이 믿을 있었고 또한 실제로 그랬다.

    하지만 무능했다. 어느새 나이가 서른 중반이 되었지만 번도 스스로 돈을 벌어온 적이 없었다. 허구한 골방에서 글을 쓰겠다고 들어박혀 있는 그의 유일한 경제 활동 의지였고, 안타까운 사실은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자식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갔고 미자는 점점 지쳤다. 여자 하나 벌어서 아이 입히고 먹이고 키우기에 세상이 만만치 않았다. 미자는 준기가 차려놓은 밥상을 먹는둥 마는둥 하고 씻고 누웠다. 자식들도 대면대면했다. 솔직히 너무 피곤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쳐서 쉬고싶었다.

    어느새 남편이 따라와 옆에 누웠고 미자를 쿡쿡 찔렀다.

    저리가. 피곤해, 자고 싶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집요하게 손을 놀렸고 그녀도 어느 순간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허억, 허억. 숨소리가 들렸고 그녀의 남편은 위에 철푸덕 개구리처럼 엎어졌다.

    끝이야?”

    . 그런 같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남편의 몸을 밀쳤다. 그녀를 힘들게 하는 문제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은 아님을 깨달았다.

     

    미자씨, 벌써 우리 팀에 함께 1년이야. 하지만 실적을 . 1 동안 과연 무엇을 했을까? 어째서 1 동안 매출은 그대로인 걸까?”

    죄송합니다.”

    말은 벌써 넘게 들은 같은데? 회사에서 일하는 이상 프로 아닌가? 프로정신이 있어야 아냐. 우리 사장님도 부처님이 아닐까 싶어. 매출에30 아줌마에게 이만큼이나 월급을 주다니 말야! 1 전에 오갈 없는 당신을 내가 받아준 알아 몰라?”

    그녀는 아침 출근 동료들에게 인사를 틈도 없이 팀장에게 불려가 깨지고 있었다. 하지만 순간 사실 그녀는 기분이 나쁜 둘째치고 몹시 졸렸다. 어젯밤 지희가 열이 많이 났다. 응급실에 데려가서 지키느라 밤을 샜다. 아침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하기에 간신히 회사로 들어온 미자였다. 눈꺼풀이 자석처럼 끌려내려오는 기분이었다.

    뭐야, 미자씨? 조는 거야?”

    그녀는 화들짝 놀라서 깼다. 서서도 있을 정도로 많이 피곤했나보다.

    이래서 여자들은 사회생활을 하면 . 도대체가 근성이 없어. 하여간 이번 안에 실적 내면 책상 준비해!”

     

    그녀가 팀장에게 깨지고 나서 곳은 병원이었다. 지희는 병실에서 링거액을 맞으며 얌전히 누워있었다. 의사가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고 했다.  어린아이도 그런 걸릴 있다는 사실이 내심 충격이었다. 다행히 수술까지는 필요없을 같지만 지속적으로 병원에 출근해서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계산기를 빠르게 굴렸다. 지희 통원치료비, 지석이 유치원 등록금, 식비, 월세비, 교통비, 공과금 . 적자였다. 지희가 사달라고 하는 스마트폰, 지석이가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 일단 보류시켜야했다. 지출 품목 중에 아낄 있는 뭐가 있을까? 전기세, 가스비, 식료품, 의류? 지금도 그녀의 옷장에 있는 다소 바래고 튿어진 속옷들을 생각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남편은 지희의 손을 잡고 옆에서 졸고 있었다.

     

    미자 씨는 요새 하는 일은 되고?”

    어느새 예순을 바라보는 노인은(물론, 미자 기준에서의) 탐욕이 강했다. 첫째는 돈에, 둘째는 여자에 관해서였다. 지금도 그의 손은 미자의 허벅지 위로 슬그머니 올라오고 있었다. 마치 뱀이 기어오르는 같은 촉감에 그녀는 진절머리 치며 손을 쳐냈다.

    그는 점잖은 기침을 하고는 커피를 입에 댔다.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이 사실 어렵지 않아요. 지금 성공한 사람들이 옳은 방법으로만 성공한 것도 아니구요. 미자씨, 인생 선배로서 충고 하나 하자면, 빠른 방법이 있다면 길을 선택했으면 하는 거에요. 중요한 고지에 오르는 거거든요. 일단 오르기만 하면 누구든 아래 있으니까. 길만이 맞다고 고집하는 사람들, 내가 지금까지 여럿 봐왔지만 다들 풀에 꺾여서 쓰러지기 바빴어요. 물론 나는 빠른 , 효율을 선택해서 살아온 사람이구요. 보다시피 지금 자리에 있죠.”

    그는 책상 위에 놓인 대표 이사 이철구라는 명패를 만지며 으스대며 이야기했다. 그들은 여럿 누울 수도 있을 같은 소파에 앉아있었고, 미자가 애써 그의 시선을 피하며 바라본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고층 빌딩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풍경은 사뭇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루하루 바쁘게 싸우며 살아가고 있는 그곳은 멀리서 바라보니 마치 레고 장난감 더미처럼 보였다. 여기서, 그녀의 달동네 조그만 집은 보이지도 않을 것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는데요.”

    아뇨, 미자 씨는 이미 정답이 뭔지 알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뭔지, 당신도 실적 싸움이잖아 결국은?”

    그녀는 침묵했고 앞에 앉은 사람은 그것을 동의로 받아들였는지 말을 이었다.

    벌써 우리가 알아온 일년 정도 됐는데, 이제는 쉽게 때도 됐잖아요? 연락주세요, 기다릴 테니.”

     

    집이 어수선했다. 그나마 집이라도 봐오던 남편이 지희의 병원 문제와 자신의 일까지 겹쳐 바쁘니 그런 듯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새근새근 자고 있었고 남편 또한 미자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코를 골며 골아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거실 바닥에 쏟아져있는 장난감들을 다시 통에 돌려놓았고 고무장갑을 끼고 설겆이를 했다. 물이 왈칵 쏟아지는데 그게 위에까지 튀었다.  울컥, 눈물이 났다. 그녀는 그렇게 싱크대 물을 틀어놓은 자리에 서서 울었다. 물이 넘쳐흐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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