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서운 꿈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꾸는 편입니다.
꿈을 잘 꾸지는 않는데 시즌이 있어요
죽어라 악몽만 꾸는.
악몽이라고 하기는 뭣한데... 두 번 꿈에서 죽어본 적이 있어요.
한 번은 아예 기억이 안 나고
한 번은 칼에 찔려 죽었어요.
앞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쫓고 쫓기는 그런 상황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게 있으면 느낌이라도 기억에 남을텐데
갑자기 꿈이 바뀌었거나
생각지 못한 때에 갑자기 찔린 것 같습니다.
음...
제 앞에 있던 사람이 저를 찔렀어요.
정확히는 제 왼쪽 복부, 갈비뼈 바로 아래? 그 쯤에
두 번을 찔렸습니다.
한 번 찔리고
'무슨 일이...?'
하는 사이에 두번 찔렸습니다
우습게도 그 순간, 예전에 알바 같이했던 상사의 말이 생각나더군요.
아버지가 지방에서 사냥을 위한 총포사를 운영하시고 계시다고 했던 사람인데
가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칼 쓰는 법을 가르쳐주곤 했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칼 찌르는 장면은 다 가짜라고.
칼을 쓸 때는 칼을 세워서 쓰면 안 되고 뉘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야 갈비뼈에 걸리지 않는대요.
그 말이 생각나면서
'이 사람은 날 칼을 세워 찔렀을까 뉘여 찔렀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당연하다면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때는 납득하지 못한 채)
쓰러졌어요.
몸을 웅크리고 숨이 가빠지는데
엄청난 공포가 몰려왔어요.
하나는 본능적으로,
이건 무조건 죽는다. 난 이제 죽는다. 는 공포였고
두 번째는
이 사람이 내 뒤에서 날 또 찌르면 어쩌지?? 하는 공포였어요.
두번째 공포 때문에 무척이나 버둥거렸습니다.
한 손으로는 배를 쥐고.
상대가 뭐라 뭐라 하는데
머리와 온 몸에서 비상경보가 발령되는 바람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유일한 감각은 공포였어요
'이제는 정말 죽어간다' 하는 시점에서조차
제 뇌는 반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반은 미친듯한 반응속도로 살 길을 찾는 것 같았어요
후자의 뇌는 사람이었다면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 거에요
그리고
이렇게 내 삶이 끝나는구나...
모든 문이 닫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부터는 허무함이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죽음의 시간이 가까워올수록
사후세계 같은 것에 대한 희망은 명징하게 사라지고
"이제 끝이구나" 생각만 들었어요
모든 문이 닫히는 느낌
완벽한 암흑만 남는 느낌
그 공포와 허무함조차도
이 생명이 모두 꺼지면 다 사라지겠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겠지
나 스스로도.
맞아요. 정확히 그런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생명이 스위치를 끄듯
딸깍 딸깍 꺼지는 느낌이 들면서 죽어갔어요
마지막 순간에 뭔가 고통스러웠는데
이것도 죽으면 끝나겠지 하는 생각 속에서
굉장히 복합적인 생각 속에서
죽었어요
네 정말로 죽었어요
근데 깨어났어요
'어 뭐지...?'
아 뭐야 꿈이었구나...
꿈에서 깬 후엔 금방 정신 차리긴 했지만
꿈 속에선 전혀 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머릿속의 일을을 기억나는데로 자세히 썼지만
실제 꿈 속에서의 시간은 채 몇 분도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금방 죽었어요. 허허
아마 요 몇년 간
사는 게 뭐지 라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 꿈을 꿨나봐요
재미없는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죽음을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길...
사람이 사람을 찌르고 찔리는 일은 없어져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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