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검은 구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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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89227

작성자 : 마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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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36.8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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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 2016/07/14 16: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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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검은 구름(하)

준태는 검은 구름에게 뒷덜미를 잡혀 끌려 가고 있었다. 발을 질질 끌며 저항하지만 그것의 힘이 더 셌다. 눈앞으로 차량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달려들고 있었다. 나는 달려가서 준태를 막아서려고 하지만 내 몸은 아지랑이처럼 그를 지나쳤다. 꽈앙, 준태가 목이 꺾여 하늘을 날았다. 나는 식은땀으로 침대를 흠뻑 적시며 잠에서 깼다. 집이었다. 어제 있었던 사고와 집에 와서 지쳐 잠들었던 일이 생각났다. 엄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훅, 고소한 냄새가 끼쳐왔다. 식탁엔 된장국이 차려져있었다. 김치와, 백두부, 그리고 메인인 된장찌개에 떠있는 호박과 고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아서 악몽을 잊을 것 같았다. 그 순간 학교 다녀올게요 말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동생이 신발장에서 구두를 꺼내서 신고 있었다. 흰 셔츠에 검은 치마,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발을 낑낑 밀어넣고 있었다. “그래, 조심해서 갔다와라.” 엄마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순간 돌아서는 동생의 뒤통수에서 그 검은 구름을 봤다. 순간 방금 꾼 꿈이 다시 머릿속에 재생되었다. 아무래도 그 검은 구름 녀석이 준태를 죽인 것이었다. 사고라고는 하지만, 나는 믿을 수 없었다. 그 괴물이 처음 머리에 터를 잡아 성장하고 만개하자 준태를 죽여버린 것이다. 마치 물가로 곱등이를 데려가는 연가시처럼. 처음부터 부정한 것에서 온 그 놈은, 죽음으로 숙주를 데려다 놓은 것이겠지. 진작 왜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일까. 어떻게든 그것을 떼놓아야만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나는 동생을 준태의 전철을 밟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지혜야. 이따가 학교 마치고 오빠랑 이야기 좀 하자.” “나 바빠. 나중에 야자하고 학원 가야 돼. 시험 기간이야.” “아니, 그래도······.” “오빠는 대학교 이미 합격했으니 그런 거 중요하지 않겠지만 나는 아니야. 어쨌든 갈게.” 다시 한 번 더 지혜를 불러세우려고 했지만 엄마가 손을 뻗어 제지했다. 시험기간이고 고3이라 많이 예민하다고 그랬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지금 생명이 걸린 문제인데 그런 건 아무래도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에 대해서 엄마에게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내 친구를 데려간 먹구름이 동생마저 데려가려고 한다고,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처리를 하는 건 나 혼자다. 저번처럼 어물쩡 넘어가지 않고 조금 더 자세히 연구할 것이다. 분명히 이런 문제에 대해 처리할 수 있는 전문가는 있을 것이었다. 그런 사람을 찾아야했고 아무튼 관련된 정보가 필요했다. 새벽 1시, 나는 지혜가 다니는 학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밤은 후덥지근해서 찐득한 냄새가 바닥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진득히 기다리고 있었다. 동생은 학업에 방해가 된다며 폰도 갖고 다니지 않았다. 대단한 녀석. 얼마나 좋은 대학을 가려고 하는 것일까. 어느새 캄캄하던 학원 복도에 불이 들어오며 애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그들을 눈으로 좇았다. 아침에 나갔던 교복차림 그대로, 내 동생이 보였다. 머리를 숙이고 어깨가 구부정했다. 아마도, 그 검은 구름 때문일 것이다. “지혜야.” “어, 오빠!” 아침과는 달리 동생의 표정이 밝아보였다. 아마도 오빠가 데리러 왔다는 사실에 상기된 듯했다. “오빠, 여기까지 나 데리러 온 거야?” “당연하지. 밤에 여고생이 집에 걸어오려면 얼마나 위험하냐. 하하.”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더 심도있는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그게 여기까지 온 목적이고, 내 동생을 구하는 길이었다. 아직까지 시간은 있었다. 다행히 동생의 머리에 앉은 구름은 준태의 것만큼이나 크진 않았고, 그렇기에 나는 시간이 있다고 확신했다. 동생의 표정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지혜야. 내가 이런 이야기 해도 놀라지마. 그리고 내 말을 듣겠다고 약속해.” “음······. 무슨 이야기인지 들어보고!” “아니, 오빠가 설마 너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겠냐. 약속 먼저 했으면 해.” “그래 뭐! 오빠가 여기까지 데리러 왔으니까 어디 말을 해보시죠.” 그렇게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집으로 오기 전에 친한 친구였던 준태에게 생긴 일, 그리고 검은 구름의 정체, 지금 네 머리 뒤에 검은 구름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낮에 인터넷과 도서관 그리고 여기저기 백방으로 전화를 해서 알아본 해결책도 함께 이야기했다. 그쪽 방면에서 유명한 사람은 백박사가 있었다. 낮에 통화를 하니 그건 고칠 수 있으니 어서 급히 데려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 그러니까 결론은 네가 어서 백박사님께 가야된단 얘기지. 여기서 멀지도 않아. 내일 같이 가자.” “오빠, 지금 농담하는 거지?” “농담이라니?” “오빠도 고등학교 생활 해봤으면서 어떻게 그래. 말도 안 되는 소리나 늘어놓고. 공부해야 되는 과목이 몇 과목인지는 알아? 언어, 수리, 외국어, 사탐 두 과목이야. 말이야 쉽지. 내가 그거 공부하느라 하루에 몇 시간 자는지 알아? 어제도 한 숨도 못 자서 지금 졸려죽겠어. 아침부터 커피만 마셨다고. 밥 많이 먹으면 졸리니까. 그런데 오빠는 귀신 타령이나 하고 있고. 세상에 귀신이 어딨어. 지금 수능 준비 때문에 내가 귀신이 될 지경이야. 아니 수능이 물귀신인가. 하. 오빠 대체 왜 그래. 재미없어.” 그러더니 지혜는 기어코 눈물을 터뜨렸다. 서러움이 복받쳐오르는 모양이었다. 나는 학생들이 다니는 대로변에서 그녀를 어떻게든 달래야했다. 어깨를 주무르고 등을 토닥였다. 하지만 뒤통수의 그 검은 구름, 그것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든 그녀를 데리고 가야겠다고 확신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머리는 조금 더 차갑게 가라앉고 있었다. 나는 그 후에도 몇 번이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동생은 바쁘다는 핑계까지 끌어대서 끝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나는 아버지 어머니를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그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아버지가 화를 냈다. 너부터 병원으로 들어가야 될 것 같다고. 나는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동생이 집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다들 안 자고 기다리고 있었네요? 오늘 피곤해서 일찍 왔어요.” 엄마는 뚜벅뚜벅 걸어가서 동생의 뒤통수를 보았다. 내 말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일까. “아무 것도 없잖아?” “엄마! 엄마까지 왜 이래요. 오빠가 뭐라고 하든가요? 오빠! 오빠는 대체 왜 이래? 그걸 왜 엄마 아빠한테까지 이야기해?” “지혜야. 오빠 말대로 하자. 너도 내가 돼보면 이해할 거야. 나는 더 이상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아.” “두 분은 지금 저 말을 믿으시는 거에요?” 어른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고개를 숙였다. 지혜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제발 부탁이에요. 나를 그냥 놔둬요.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혀요. 왜 이렇게 못 살게 안달인 거야 모두!” 그리고 그녀는 흐엉 울음을 터뜨리며 방문을 열고 쾅 들어가버렸다. 뒤늦게 아버지가 그런 게 아니라고 방문을 두들기며 이야기해보지만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매우 크게 야단을 맞고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앉아있었다.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한손으로 이마를 짚고 누워서 다른 한손으론 백박사의 홈페이지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틀리지 않았어.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날이 바뀌면 다시 한 번 더 조용하게 이야기해볼 것이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머리가 깨지도록 아팠다. 거실 밖으로는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엄마 무슨 일이야, 나는 거실 밖으로 나가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 엄마가 말했다. “지혜가 학교갈 시간에 불러도 나오지를 않아.” “지혜야! 지혜야! 오빠가 어제 잘못했어. 학교 가야지. 나와!” 무언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의 방에 귀를 갖다대도 고요했다. 너무 고요해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나는 문을 쾅쾅 두드렸다. 엄마 열쇠 좀 가져와요, 엄마가 가지고 온 열쇠꾸러미를 부산히 뒤져 그녀의 방문에 끼웠다. 찰칵, 문을 열었고 지혜가 보였다. 어젯밤과 달라진 게 있다면 그녀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천장바닥에 자신이 즐겨입던 교복셔츠에 목이 매달려 혀를 길게 빼내밀고 있었다. 엄마가 옆에서 쿵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자살입니다.” “그럴리가 없어요. 이건 모두 다 검은 구름이 꾸민 일이에요. 그 새끼가 내 동생을 죽였다구요.” 아버지에게 뺨을 얻어 맞았고 너는 더 이상 내 자식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어머니는 병원에 누웠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말을 하지 못했다. 경찰은 간단하게 자살이란 한 마디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나는 친구의 죽음, 동생의 죽음 둘 중 그 어떤 것도 막을 수 없었다. 홀로 동생 방 침대에 앉아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짐들은 장례를 할 때 다 태워버렸지만 마음이 무너져버린 나는 조금이나마 그녀의 향수를 맡고 싶었다. 살아있었을 때 왜 더 잘해주지 못했나, 하는 후회가 든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괜히 침대 모서리 부분을 발로 차면서 애꿎은 분풀이를 했다. 그러나 떡 벌어지는 소리와 함께 침대 밑 부분이 열렸다. 침대에도 서랍이 따로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그녀가 평소에 쓰던 일기장이 있었다. 비밀일기라는 제목의. 나는 일기장을 열어보았다. 최근까지도 일기를 쓴 듯, 일기장 종이부분은 손 떼가 새까맣게 타있었다. 한 장 한 장 일기장을 처음부터 넘겼다. 고등학교를 들어간 내용, 친구를 사귄 내용 등이 뺴곡하게 차있어서 나는 미소를 지으며 봤다. 그러던 어느 순간 일기장이 한 단어만으로 들어차기 시작했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죽고 싶다.’ 나는 일기장을 떨어뜨렸다. 처음에는 담배 한 대 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편의점까지 차마 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모두 뒤통수에 검은 구름을 지고 있었기 떄문이었다. 소름이 끼쳤다. 도망쳐야 한다. 친구와 동생의 살인자로부터. 간신히 집으로 들어와 나는 세면대에 머리를 집어넣고 있었다. 물속에 머리를 박으니 숨은 막혔지만 머리는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푸하, 나는 숨을 다시 내쉬며 머리를 끄집어냈다. 그런데 거울로 보이는 내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온통 시커맸다. 얼굴을 볼 수 없을 만큼. 이게 뭐야. 나는 검은 것을 떼내려고 양손톱으로 볼을 마구 긁어댔다. 하지만 떼어지지 않았고 그 사이에 그 검은 안개로부터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으아악!” 나는 욕실바닥에 주저앉았다. 그것이 결국 나한테까지 붙은 것이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나는 바닥을 간신히 기어 거실로 갔다. 주방에는 식칼이 걸려있었다. 나는 이 검은 구름을 떼낼 것이었다. 칼날을 꽈악 움켜쥐었다. FIN -- 내용이 너무 무겁네요. ㅠㅠ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무튼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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