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류작
아류작을 바라보면서 남자는 말했다
이게아냐!
내가 원했던 작품은 이런 종이 쓰래기가 아니야!
남자는 종이를 찢고 찢었다.
바닥에 흩뿌려진 수없는 종이들 위에 누운 남자는 고뇌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결국 어쩔수 없는 삼류작가인것인가.
그의 뇌리에는 그런 생각만이 돌고 돌았다.
이런 작품에 의미가 있는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남자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스락 거리는 종이 쪼가리를 보았다.
바스락거리며 흔들리는 종이 쪼가리들도 울고 있는듯 했다.
그리고 남자는 과연, 생각했다.
그리고 남자는 종이쪼가리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
자신도 종이쪼가리와 다를것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남자는
더이상 아류작도 쓸 수 없게 되었다
2. 트럭
거참 성질나쁜 사람이네 그려.
내가 몇번을 말하나?
내 잘못이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누가 끼어들래?
죽고싶으니까 끼어든거 아니겠나?
뭐 내가 양보안하고 밟을줄 몰랐지?
어때?
이젠 뭐가 인간이고 뭐가 고철덩어린지 모르겠지만
곱게 삽시다
살아는 있나?
3. 요물
요물이네 요물이야
그러게 말이네 이거 요물이네
이런게 사람 뱃속에서 나오다니..
우리마을도 이젠 끝인가?
아녀 아직 늦지는 않았어. 이 요물을 제단에 바치는건 어떤가?
그래.. 그렇게 천신이 이해해주신다면야
그렇구먼 일단 이 요물은 어떻게 해야하나?
죽여야겠지.
보기만 해도 속이 역겨워지네.
어허. 지금 제 뱃속에 있다했다고 요물을 감싸는가!
자네는 우리들의 수치네! 정녕 요물과 함께 태워지고 싶은가?
어디서 요물과 교합했는지는 나중에 듣지.
우선 이 요물 먼저 죽여야겠어
정말 섬뜩하지 않나?
손가락이 6개라니.
4. 별
다시금 허무함을 느낀다.
열중해봤자 타고난 것은 바뀌지 않는다.
꿈을 향해도 꿈은 결국 꿈일 뿐이다.
어느새 사라져 버리는 꿈이다
스타가 되고자 해도 그들만이 스타가 될 수 있다.
나와는 수억광년 떨어진 저 별과 다를것 없다.
노력하지 않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보다 멍청하지만
결국 노력하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보다 똑똑하다
유전자에 낙인찍히듯 결함이 있으면 영구 불변하다.
그리고 그것은 세습된다.
나는 다시금 허무함을 느낀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며 내 삶을 돌아보지만
그런 인생또한 그들과 비교하면
연기와 같이 희미할 뿐이다.
그저 허무할 뿐.
5. 장님
까막눈이여도 보인다고 한 말은 그거 한번 해본말입니다.
사실 뭐 그냥 보인다고 한겁니다마는
그런거 있잖습니까
까막눈이라고 무시당하는게 싫었습니다
뭐 그런거였습니다
예
그러니까 까막눈인 제가 뭘하겠습니까
예
형사님 그러시지 마시고
아 제가 범인이라고 의심하시고있죠
아니라니까 정말
그렇게 쳐다보지좀 마요
형사님?
6. 어장
어장관리인은 말했다
요새 이상한 일들이 있다고
많은 물고기들이 토실토실해졌다고 했다.
어장 관리를 하는 어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고한다.
물론 내가 키우는 물고기가 무럭무럭 자라난다고 하면
나도 기쁠것이다.
돈도벌고 밥도 먹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보인다
물론 나도 행복하다
돈도 벌고 뒷처리도 하고
물고기가 무럭무럭 자랄만도 하지
토실토실한건 먹었으니
무럭무럭 자랄만도 하지
다들 행복하니 그걸로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