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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88659
    작성자 : 곶통
    추천 : 17
    조회수 : 1238
    IP : 49.143.***.199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6/06/20 15:37:01
    http://todayhumor.com/?panic_88659 모바일
    바람의 색
    아내는 가끔 묘한 얘기를 한다 <div><br></div> <div>오빠. 바람에도 색이 있는 거 알아?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항상 그런 건 아닌데, 색 있는 바람이 불 때가 있어.</span></div> <div><br></div> <div>황사가 심한 날이었겠지.</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니야. 보통은 예쁜 분홍색이야. 어렸을 때부터 가끔 봤어.</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아내는 작고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그런 얘기를 나눌 때도 아내가 그냥 마냥 귀엽게만 느껴졌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그 날 이전까지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아내와 함께 영화관에 가던 중이었다.</div> <div><br></div> <div>이상하게 오싹한 기분이 들어 건너편 건물을 보았는데</div> <div><br></div> <div>어떤 여자가 머리를 산발한 채 건물 꼭대기에 혼자 서 있는 것이다</div> <div><br></div> <div>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아슬아슬한 끄트머리에 발을 걸치고 몸을 천천히 흔들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깜짝 놀라 조금 앞서 걷고 있던 아내를 불러 119에 신고하려던 순간, 나는 더욱 이상한 것을 보게 됐다</div> <div><br></div> <div>마치</div> <div><br></div> <div>여자의 산발한 머리카락을 누군가 와락 움켜쥔 것처럼 여자의 머리가 홱 꺾이더니,</div> <div><br></div> <div>그 손이 그녀를 왈칵왈칵 흔드는 것처럼, 여자의 몸이 <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끈 떨어진 연처럼 심하게 휘청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너무나도 비정상적인 광경에 얼어붙은 나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휴대전화를 그대로 든 채 입도 다물지 못하고, 아내를 부르지도 못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옥상 끄트머리에서 보이지 않는 뭔가에 의해 악몽 같은 춤사위를 보이던 여자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마침내, 이제 질렸다는 듯 툭, 하고 건물 바깥으로 버려졌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나는 자신도 모르게 아내에게 달려가 그녀를 껴안으며, 눈을 가리려 노력했다</span></div> <div><br></div> <div>그 때 아내가 말했다</div> <div><br></div> <div><br></div> <div>어? 왜 갑자기 껴안아? 그런데 오빠. 내가 예전에 얘기했던 거 기억나? 바람에 색이 있다는 얘기 말이야.</div> <div><br></div> <div>지금이야. 지금 하늘 봐봐. 저런 건 나도 처음 봐. 굉장히 선명한 빨간색이네. 되게 빨간<span style="font-size:9pt;line-height:1.5;"> 바람이 불고 있어.</span></div> <div><br></div> <div><br></div> <div>내가 가리고 있었던 덕분인지, 붉은 바람에 정신이 팔렸던 덕인지 아내는 그 사건을 뉴스에서만 접했고</div> <div><br></div> <div>경찰은 단순 우울증에 의한 자살 사고로 결론을 내렸다.</div> <div><br></div> <div>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 날을 떠올리면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며 등허리엔 식은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진다</div> <div><br></div> <div>아직까지도 아내는 가끔 산책길에 오늘도 예쁜 핑크색 바람이 불었어, 하고 말할 때가 있다</div> <div><br></div> <div>나는 소름이 돋은 팔을 뒤로 감추며 그래? 그거 예뻤겠네, 하고 반응할 뿐이지만</div> <div><br></div> <div>언젠가 아내가 또다시</div> <div><br></div> <div>피처럼 새빨간 색의 바람이 부는 것을 목격할지도 모른다</div> <div><br></div> <div>그것의 희생양이 우리 부부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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